[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전동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어디선가 동시에 “삐~ 삐~” 하고 경보음이 울린다. 휴대전화를 꺼내 든다. ‘[○○구청] 코로나19 확진자(45세, 남) 이동 경로 안내. 방역 완료. ○○구청 홈페이지 참조.’

요즘 내가 매일 받는 ‘안전 안내 문자’다. 강서구에서도 오고, 금천구에서도 오고, 어떨 땐 저 멀리 평택시에서도 온다.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의 일상과 동선에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했던 적이 있나 싶다.

내가 안과 검진을 받았던 병원은 코로나 확진 직원이 나오면서 폐쇄됐고(나한테도 이상이 있는지 확인 문자가 왔다), 어린이집 졸업식은 학부모 참석 없이 조촐하게 치렀다.

코로나는 이번 달 취재에도 영향을 미쳤다. 도쿄에서 해마다 열리는 ‘FC 엑스포’는 취재를 가지 않기로 결정이 났고, 울산에서 2월 26일에 열릴 예정이었던 ‘수소산업의 날’ 기념행사는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잠복기의 바이러스를 품고 여기저기 돌며 취재를 다녔다면 어땠을까? 누가 애꿎은 바이러스의 타깃이 되지 않았을까? 에스퓨얼셀의 김민석 연구소장이 맨 먼저 떠오른다. 

성남에 있는 본사를 찾아 회의실에서 1시간 남짓 이야기를 나눴다. 비말 전염으로 바이러스가 옮아 자가 격리에 들어가고 직장 폐쇄로 이어진다면…. 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연료전지를 운전하려면 수소가 필요하고, 수소는 천연가스를 개질해서 만든다. 이 과정에서 연료처리장치의 촉매를 써서 순도 높은 수소를 뽑아내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 셀 스택의 내구성은 수소의 순도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연료전지의 핵심이 스택이라고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하나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그리고 아주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균열을 내고, 언젠가는 시스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수소법이 제정된 후 하위법령의 디테일을 고민하는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조율할 것도 많고, 정리할 것도 많고, 더하고 뺄 것도 많아 보인다.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진짜 싸움은 이제 시작인지도 모른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짧은 머리카락에 대해 생각하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다. 에스퓨얼셀 김민석 연구소장의 카카오톡에는 아주 인상적인 문구가 적혀 있다. ‘계속…존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존버’해야 한다. 마스크 잘 챙기면서.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