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넥쏘.(사진=현대차)

월간수소경제 = 이상현 기자 | 중국이 상용차 물량공세를 앞세워 수소차 시장을 점령했다. 상용차의 경우 시장 크기나 인프라 등을 고려했을 때 중국을 따라잡기 어려운 추세다. 승용차 시장에서라도 점유율을 확대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에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줄곧 수소승용차 시장 1위 자리를 지켜오던 현대차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넥쏘 판매량은 4,709대로 2022년(1만1,1179대) 대비 절반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4년 1월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1월 넥쏘의 내수 판매량과 수출 판매량은 각각 2대, 5대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99.4%, 94.8% 감소한 수치다.

판매량 감소 요인으로 크게 충전 인프라 부족, 차량의 높은 부품 가격 등이 지적되나 2018년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이 3만 대를 돌파했다는 점과 정부의 수소차 지원 정책 등을 감안 했을 때 소비자 선택의 폭이 좁은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현대차도 묘수를 꺼냈다. 그간 2차례 진행된 페이스리프트와는 다르게 2.5세대 연료전지를 탑재한 넥쏘 모델이 2025년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넥쏘의 출력은 연료전지 스택 95kW, 배터리 40kW로 총 113kW다. 새로운 연료전지는 막전극접합체, 기체확산층, 금속분리판 등 부품의 성능과 내구성 향상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진다. 출력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연료전지 스택은 약 400개의 셀이 직렬 연결돼 240~450V의 전압을 생성한다.

넥쏘에는 2.11kg 용량의 수소탱크가 3개 들어 있다. 700바(bar)의 압력으로 6.33kg을 저장하는 것이다. 또 연료전지 보조전원으로 저전압·고전압 통합 배터리가 장착됐다. EV모드로 약 3km 주행 가능하다. 

도요타 미라이 2세대.(사진=도요타)

현대차의 글로벌 경쟁사는 일본의 도요타다. 도요타의 수소승용차로는 미라이와 크라운 세단이 있다. 미라이는 지난해 3,737대가 판매돼 3.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판매량이 반토막 난 넥쏘와 대비된다. 이전 모델과 확연히 달라진 스펙과 적극적인 기술개발이 이어진 덕분이다.

미라이 2세대는 1세대 전륜구동과 달리 후륜구동을 채택해 구동효율을 높였다. 수소탱크와 전기모터 배치를 최적화해 트렁크와 좌석 공간을 확보했다. 141L 고압수소탱크 3개를 장착해 1세대 대비 30% 가량 주행거리를 늘렸다. 1회 충전으로 최대 850km를 달릴 수 있다. 2024년엔 연식변경도 진행했다. 자동 주차 기능 등이 추가됐다. 현재 미라이의 출력은 134kW, 배터리 용량은 1.24kWh다.

도요타는 미라이에 이어 지난해 11월 새로운 수소승용차를 출시했다. 바로 수소전기 ‘크라운 세단’이다. 미라이와 동일한 연료전지 스택이 탑재됐다. 타입4 수소탱크 3개가 들어간다. 1회 충전으로 800km 이상 주행 가능하다. 2세대 미라이와 동일한 후륜구동 플랫폼이 적용됐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E클래스와 크기가 비슷하다.

혼다 CR-V e:FCEV의 전기충전구.
혼다 CR-V e:FCEV의 전기충전구.
혼다 CR-V e:FCEV의 수소충전구.

수소승용차 시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일본 기업이 하나 더 있다. 혼다는 달 28일 수소전기 하이브리드 SUV 'CR-V e:FCEV'를 공개했다. 2021년 단종 수순을 밟은 클래리티 이후 다시 수소승용차를 내놓은 것이다. 클래리티는 SUV가 아닌 세단이다. 수소탱크 적재로 부족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SUV로 방향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혼다의 'CR-V e:FCEV'는 현대차 넥쏘와 동일한 준중형 SUV다. 최고 출력 130kW를 자랑한다. 특이한 점은 전기충전구가 따로 설치돼 있다는 것이다. 전기충전만으로 60km 가량 구동이 가능하다. 17kWh 배터리가 장착됐다. 2개의 수소탱크를 가득 채우면 1회 충전 시 최대 600km를 달릴 수 있다. 외부로 최대 1,500W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오는 6월부터 일본에서 판매되며 올해 안으로 북미에도 진출한다. 

클래리티는 단종되긴 했으나 실패로 끝났다고 보긴 어렵다. 클래리티에 들어간 연료전지로 CR-V e:FCEV 생산의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혼다는 GM(제너럴모터스)과 연료전지시스템을 개발해오고 있다. 양사는 클래리티 연료전지 대비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저온 운전 개선, 부식 방지 소재 도입 등 다양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연료전지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셀 설계 고도화, 지원 보조장비 단순화, 공통 소싱 활용, 고가의 귀금속 사용 절감 등을 통해 클래리티용 연료전지의 3분의 1 수준으로 생산비용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혼다와 GM이 개발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양사의 합작법인 FCSM이 미국에서 연료전지 양산에 나섰다. 해당 연료전지가 CR-V e:FCEV에 공급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의 경우 신차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다”라며 “새로움으로 어필하는 게 상당히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넥쏘의  2차례 페이스리프트에도 큰 호응이 없던 이유다. 미라이 2세대의 경우 2020년 출시 이후 북미시장에서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는데 1세대 대비 차량 스펙이 확연하게 상승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혼다도 새로운 SUV 차량 판매를 앞두고 있어 수소승용차 시장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수소승용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긴 하나 수소차는 상용차로 분위기가 넘어가는 모양새다. 경제적 측면이나 이용성 면에서 상용차가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좀처럼 수소승용차에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자동차 제조사로부터 해당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수소 SUV ‘GLC F-CELL’을 2017년 출시했다가 2020년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벤츠는 “높은 제조 비용과 부족한 인프라로 대중화가 어려워 사업을 철수한다”고 밝혔다. 이 차량은 배터리로 50km, 연료전지로 450km가량 주행할 수 있다.

BMW의 수소전기 SUV  ‘iX5 하이드로젠’.(사진=BMW)
BMW의 수소전기 SUV ‘iX5 하이드로젠’.(사진=BMW)

BMW는 수소전기 SUV ‘iX5 하이드로젠’을 공개했다. 그러나 프로토타입 모델로 양산형 모델로는 판매되진 않는다.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게 원인으로 꼽힌다. 연료전지 170마력, 배터리 225마력 최고 395마력을 뿜는다. 700bar 수소탱크 2개에 수소 6kg을 저장할 수 있다. 주행거리는 500km 정도다.

이탈리아 자동차 제조사 피닌파리나의 enigma gt.(사진=피닌파리나)
이탈리아 자동차 제조사 피닌파리나의 ‘enigma gt’.(사진=피닌파리나)

이탈리아 자동차 제조사 피닌파리나는 수소전기 스포츠카 ‘enigma gt’를 공개한 바 있다. 연료전지 출력은 324kW에 달한다. 넥쏘(95kW) 대비 3배 큰 수치다. 상업용으로 출시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포르쉐는 2022년 가상 수소엔진 테스트를 진행했다. 최고 시속은 261km로 나타났다. 포르쉐는 수소로 휘발유에 버금가는 590마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수소 SUV 구동을 위해 수소탱크 관련 기술을 독일 특허청에 출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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