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항공·해운을 망라한 전 수송 분야의 탈 탄소화를 위한 국제 환경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쉐브론, 엑슨모빌 등 해외 메이저 석유 기업들도 원유 정제공정을 바이오원료 정제공정으로 전환하거나 지속가능항공유(SAF) 생산을 추진하는 등 저탄소 연료사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2회에 걸쳐 해외 메이저 석유 기업들의 저탄소 솔루션 사업을 들여다봤다.<편집자주>

월간수소경제 = 이상현 기자 | ‘세븐 시스터즈’, 20세기 초 석유산업을 이끌었던 일곱 개의 정유사들을 일컫는 용어다. 엑슨, 모빌, 소칼, 걸프, 텍사코, BP, 로열 더치 쉘(이하 쉘)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현재는 인수합병, 석유 파동 등을 거쳐 엑슨모빌, 쉐브론, BP, 쉘, 토탈에너지스, 에니, 코노코필립스 등 총 7개사로 모양새가 바뀌었다. 이 7개 정유사에 세븐 시스터즈 대신 ‘슈퍼메이저(Super Majors)’라는 명칭이 붙었다.

많은 기업국가가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유사도 이젠 예외가 아니다. 석유수출기구(OPEC) 출범 전까지 원유 공시가격을 임의로 설정했던 세븐 시스터즈의 후예, 슈퍼메이저도 탄소배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엑슨모빌
엑슨모빌은 스탠다드 오일사 엑슨과 모빌이 합병해 탄생한 미국의 종합 에너지사로 원유 시추판매를 주사업으로 삼고 있다. 엑슨모빌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석유 사용뿐만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전면 감축하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엑슨모빌의 미국 미네소타주 스트래스코나 정유소는 연간 600만 배럴 이상의 재생 가능한 디젤을 공급할 수 있다.(사진=엑슨모빌)

엑슨모빌의 저탄소 사업은 CCUS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해 7월 엑슨모빌은 49억 달러(약 6조5,300억 원)에 CCUS 전문 기업 덴버리를 인수했다. 인프라 구축부터 상업화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판단하에 덴버리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는 분석이다. 덴버리는 약 2,100km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파이프라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또 엑슨모빌은 2025년까지 설비투자 비용의 3~4%에 달하는 30억 달러(약 4조 원)를 매년 CCS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2022년부터는 연간 4억 달러(약 5,300억 원)를 투자해 공장 내 CCS 장치를 도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연간 100만 톤의 이산화탄소 포집이 목표다. 와이오밍 주에 있는 라바지 공장은 엑슨모빌의 공장 중 가장 많은 탄소를 내뿜고 있다. 이 공장의 탄소 배출량은 연간 600만~700만 톤이다. 엑슨모빌은 CCS 기술 설계허가시험조달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2025년부터 라바지 공장에 CCS 장치를 도입할 방침이다.

엑슨모빌은 CCS 기술을 바탕으로 블루수소를 생산공급할 예정이다.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포집해 블루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다양한 기업에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지난해 엑슨모빌은 2028년까지 세계 최대 수소공장을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텍사스주 베이타운에 수소생산시설을 만들어 매일 10억 입방 피트의 블루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 안으로 최종 투자가 결정되고, 빠르면 2027년에 수소공장이 가동된다.

엑슨모빌은 텍사스주 베이타운에 블루수소 생산을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 플랜트를 구축하고 있다.(사진=엑슨모빌)

엑슨모빌 관계자는 “화석연료 대신 친환경연료를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들에 수소를 공급할 것”이라며 “수소 채택으로 스코프(Scope) 1, 2의 배출량을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엑슨모빌은 지난 2월 20일(현지시간)부터 제코(Zeeco, Inc.)와 함께 100% 수소로 작동하는 산업용 버너를 판매하고 있다. 베이타운 제조 단지 내 이 버너를 설치하기 시작했으며 향후 몇 년 안에 전 세계 제조시설 현장에 새로운 버너를 배치할 방침이다. 버너를 공급할수록 더 많은 천연가스가 수소로 대체돼 탄소 배출량을 광범위하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엑슨모빌의 입장이다.

엑슨모빌의 저탄소 솔루션 사업은 지속될 전망이다. 2027년까지 수소, CCS, 바이오연료 사업 등에 70억 달러(약 9조3,000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쉐브론
미국의 석유천연가스 기업인 쉐브론도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수소 시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쉐브론은 이동식 수소 연료보급소 사업에 투자를 진행했다고 지난 2월 22일(현지시간) 밝혔다. 셰브론은 수소 연료인프라 공급업체 ‘OneH2’와 증가하는 수소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이동식 충전소를 만들 의지를 표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수소 수요는 2022년 9,500만 톤에서 2030년 1억5,000만 톤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이동식 충전소 도입으로 장거리 운송, 중공업, 항공해운 등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려운 산업 분야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OneH2 이동형 수소충전소.(사진=쉐브론)

OneH2는 차량에 연료를 공급하거나 현장 산업 공정을 충족하기 위해 어디든 갈 수 있는 이동식 연료 보급 트레일러를 보유하고 있다. 또 충전소에 수소가 고갈될 때 비상연료 공급도 가능하다.

또한, 폐기물을 수소로 전환하는 시설을 상용화한다. 유기 폐기물이 대기 중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특허받은 비연소 공정을 도입한다. 이 공정으로 유기 폐기물은 수소가 풍부한 합성 가스와 바이오 카본으로 변환된다. 합성가스는 수성가스 반응기를 통과해 수소로 탄생한다.

쉐브론은 이를 활용해 하루 최대 100톤에 이르는 리치몬드 매립지 폐기물로부터 탄소배출을 줄이고자 한다. 또 매일 4.8톤의 수소를 생산해 북부 캘리포니아 충전소에 공급한다.

미국 멕시코만에 있는 쉐브론의 석유 생산 시설. 향후 30년 간 하루 최대 7만5,000배럴의 석유가 생산될 전망이다.(사진=쉐브론)

쉐브론은 수소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탄소집약도를 낮추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석유가스를 포함한 에너지 수요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 탄소중립 압박이 가중되면서다. 쉐브론은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기존 디젤 동력 시추 장비를 전기천연 가스로 구동하는 굴착 장비로 변환 △수압 파쇄 장비를 디젤천연가스 조합을 사용하는 동적 가스 혼합으로 변환 △전기동력 압축기 스테이션 설치, 태양열로 그리드 전력 보완 등을 실행한다.

쉐브론 태양광 발전단지.(사진=쉐브론)

또 태양광 발전으로 저탄소 운영에 동력을 제공한다. 태양광 발전단지는 현재 뉴멕시코주 사업장에 있다. 이 발전단지에서 만들어진 전력은 천연가스 생산 과정의 압축기 스테이션에 공급된다. 압축기 스테이션 가동을 위해서는 30MW의 전력이 필요하며 태양광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양은 최대 20MW다.

코노코필립스 본사 전경.(사진=코노코필립스)

코노코필립스
미국 에너지 회사 코노코필립스는 2006년부터 다윈 LNG 터미널에서 LNG 생산을 시작했다. 이 터미널에서는 연간 6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었다. 파리 협약이 발효되는 등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나서자 코노코필립스도 저탄소 사업을 시작했다.

코노코필립스는 지난 2022년 셈프라 인프라스트럭처(Sempra Infrastructure)가 개발 중인 새로운 대규모 LNG 시설에 대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잠재적으로 크게 확장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양사는 이를 통해 CCS 프로젝트를 포함한 LNG 시설의 저탄소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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