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이주영 기자] 수소차와 카셰어링을 접목시킨 ‘스마트 수소충전소 구축 연계 카셰어링 사업’이 지난 9월 충남 아산시에서 본격 시동을 걸었다. 충남도, 충남 아산시, (주)도원피앤비가 손을 맞잡은 이번 사업이 산업통상자원부의 ‘2017년 지역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선정되면서다.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 제재를 강화시키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확대하는 범정부적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충남 아산시 내에서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돼 이 같은 분위기에 힘을 실었다.

 

아산시는 수소충전소 인프라를 구축해 수소전기차 보급을 확산시키는 초석으로 삼겠다는 포부다. 아산시가 스마트 수소충전소로 수소경제사회 진입의 보폭을 늘릴 지 주목된다.

 

충남 아산, 수소 신산업 둥지 틀다

스마트 수소충전소 사업은 내년까지 8억원을 투입해 수소를 자체 생산·공급할 수 있는 스마트 수소충전소 1기를 설치하고, 수소전기차 2대를 구입한 뒤 수소 판매 및 차량 대여료 수익을 창출한다는 내용이다.

 

충남 아산시와 도원피앤비는 지난 7월 14일 이에 대한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국비 2억원(25%), 시비 2억원(25%), 민간 4억원(50%) 등 8억원을 투입키로 뜻을 모았다.

태양광 발전으로 수소를 생산해 수소전기차에 공급한 후 이를 다시 수소전기차 카셰어링에 활용하는 친환경에너지와 공유경제를 결합시킨 것. 향후 수소전기차 2대를 10대로 늘려 카셰어링 시범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왜 충남 아산에서 이 같은 신산업이 추진되는 걸까. 무엇보다 국내외 상황이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파리기후변화 협약이 발효되면서 2020년 신기후체제에 진입한다는 국제적인 목표와 더불어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BAU대비 37%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저탄소 에너지 기반의 지속가능한 경제체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에서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에너지시장 변화를 이끈 주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으로 2020년까지 수소전기차 1만대, 수소충전소 100개소를 보급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다음 달인 7월, 에너지신산업 성과 확산 및 규제개혁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RPS 의무비율을 2020년 6%에서 7%로 상향조정하고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에 30조원을 투자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기업형 프로슈머 등 민간참여를 확대한다고도 밝혔다.

 

동시에 충남 아산에서는 화석연료 감축여론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과 제철, 석유화학산업 등이 밀집해 대기오염물질 다량 배출 전국 1위의 불명예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풍부한 수소자원을 활용해 신산업을 창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보탰다. 부생수소, 바이오 등을 기반으로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최적지라는 이유 때문이다.

 

결국 아산시는 지난해 12월 ‘수소경제사회 구현 전략’을 수립했다. 이를 통해 충남도가 밝힌 수소사회 실현 비전과 뜻을 같이하고 적극 실행에 나서겠다는 포부다. 아산시는 수소차 23대·충전소 1개소 운영, 수소차 부품산업 육성사업 등을 우선 추진한다. 지역 거점의 수소충전소 인프라 구축으로 수소전기차 보급을 확산시키고 저변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 충남 아산시청 전경.


장점 눈에 띄는 ‘패키지형 스마트 수소충전소’

지난 8월말 기준 국내 수소충전소는 연구·실증 14개소, 민간구축 3개소, 보급사업 1개소 등 전국에 18개소가 구축돼 있다. 그러나 이들의 운영 성적표는 저조하다는 시각이 많다. 산업부와 민간이 운영하는 충전소 중 휴·폐업 상태가 9곳으로 서울 상암, 경기 화성, 대전 유성, 전북 부안, 울산 매암, 여수 중흥, 제주 김영 등의 충전소들은 정상 운영이 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수소충전소 형태는 크게 △외부 수급형(트레일러 수소 공급) △온사이트(자체 수소생산) △이동형(고압·액화식) 등 3가지로 구분된다. 이동형 충전소를 제외한 외부 수급형과 온사이트 방식은 사업비가 최소 30억원이 드는 고비용 투자 사업이다. 초기 설치비와 대규모 시설부지 등이 비용에 큰 부담을 안기면서 충전소 구축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 해결책으로 투자비를 절감하고 수소 생산가격을 최소화해 수소의 생산·저장·충전을 패키지화한 스마트 수소충전소를 구축함으로써 수소경제사회를 구현한다는 것이 아산시의 큰 그림이다.

 

아산시와 투자협약을 맺은 도원피앤비의 이봉구 대표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 대표는 튜브 트레일러 등이 불필요하고 별도의 건축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만큼 기존 30억원이 투입돼야 설치가 가능한 수소충전소를 3분의 1 수준인 8억원으로도 설치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스마트수소충전소는 가로 4.2m 세로 2.14m, 높이 2.1m의 소형으로 제작되고 전해조, 압축기, 저장탱크, 충전기기가 패키지화돼 최소의 비용으로 구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충남 아산시가 추진하는 패키지형 스마트 수소충전소는 태양광 전력과 수도수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게 된다. 규모가 작고 간편해 상용화에 적합한 도심설치형 소형 시스템이 특징이다.

 

충남도는 수소충전소를 내년까지 아산시 관내에 설치한 뒤 주중에는 관공서 업무용으로, 주말과 휴일에는 관광객 대여용 등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아산시에 따르면 스마트 수소충전소는 20kW 태양광을 설치해 일일 3.5kg의 수소를 생산하고 30kg급 수소탱크에 저장한 후 700bar 충전 압력으로 수소전기차에 충전하게 된다. 아산시는 수소전기차 한 대당 5.4kg 충전을 기준으로 일일 평균 40km 운행 시 월 2.5회 충전을 가정해 월 판매수입을 집계하면 대당 수입액 1만7,232원, 10대 기준 17만2,320원으로 총 수입액은 43만800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이번 공모 사업을 통해 설치할 수소충전소는 작고 간편하며 상용화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1kg당 7,000원 대인 부생수소 튜브트레일러 공급 수소에 비해 가격이 싸고 수소전기차 셰어링 역시 사용료가 저렴해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국내 첫 수소충전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사업”이라고 말했다.

‘카셰어링’으로 수소 활용 극대화

충남도와 아산시는 수소전기차 카셰어링을 통해 수소전기차 1대당 한 달에 100만~200만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관공서 및 교통관광 연계형 복합모델로 추진되는 카셰어링 사업은 주중에는 관공서 업무용으로, 주말에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이용될 예정이다. 향후에는 산업단지 중심의 업무중심형으로 확대될 계획이다.

 

카셰어링을 통한 수익은 월 운영수익 기준으로 주중 70만원, 주말 103만6,800원으로 모두 합쳐 173만6,800원이 예상된다. 이는 주중 관공서 업무용 임대와 주말을 월 96시간, 시간당 1만800원의 수익을 가정할 때의 수치다. 이를 10대로 운영을 확장할 경우 매출액 1,736만8,000원, 상환·보험·시스템·차량관리·운영비 등을 합한 지출액 1,083만원으로 순수입액은 653만8,000원이 예상된다.

 

아산시 관계자는 “공유경제와 친환경 에너지를 결합한 수소충전소 연계 카셰어링 사업을 통해 수소 충전 인프라 확충과 친환경 차량 저변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충남도와 아산시는 수소충전소 인프라 구축과 수소전기차 보급 확산의 디딤돌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소형 패키지형 스마트 수소충전소 운영으로 수소전기차 인식을 증대시키고, 소형과 대규모형 수소충전소의 복합운영 여건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충남의 풍부한 수소자원 활용과 수소생산 산업 육성을 활성화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려는 의지도 담겨 있다.

 

또한 부생수소 튜브트레일러 공급가격(8000원/kg)의 60% 수준으로 공급함으로써 수소 생산가격 절감을 통한 공급가격 최소화에 기여할 계획이다. 저렴한 수소를 활용해 카셰어링 이용료를 낮추고 이용객에 편익을 제공하려는 목적도 있다.

 

아산시는 사후관리 방안에 대해서도 고심 중이다. 유지보수와 정비, 수리, 분해 정밀검사를 뜻하는 MRO (Maintenance and Repair Overhaul)를 통해 수소전기차와 수소충전소에 대한 유지보수·관리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수소전기차는 △긴급출동 서비스 △부품 이력관리 △정기점검을 위주로 하고, 수소충전소는 △긴급복구 서비스 △정기점검 △안전성 검증 등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 혼다가 개발해 출시한 모듈형 수소충전소 ‘SHS(Smart Hydrogen Station)’. 이 제품은 하루 1.5kg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저장능력은 총 19kg으로 압축기없이 차압으로 수소충전이 이뤄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日, 스마트 수소충전소도 한 발 ‘먼저

스마트 수소충전소를 우리보다 먼저 도입한 일본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자동차 기업인 혼다는 2014년 12월 이와타니산업과 공동으로 혼다의 고압 물전기분해 시스템을 사용한 패키지형 스마트 수소충전소를 기타큐슈시 에코타운센터에 설치했다.

 

당시 혼다는 기타큐슈시 에코타운센터의 태양광발전시스템으로 발전한 전력을 수소생산으로 활용하고 이 외에도 풍력발전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제조를 계획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의 현지생산과 현지소비가 가능해져 수소전기차에서 가정에 전력을 공급하는 V2H나 배터리의 추가충전(비상용 V2L)의 실증시험도 실시했다. 설치한 스마트 수소충전소는 공기압축기가 필요 없는 고압 물전기분해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으며 고압수소탱크에서 충전노즐까지의 주요 구성품을 패키지화해 공기압축기 방식의 시스템에 비해 설치공사 기간이나 점유면적을 대폭 줄였다.

 

혼다는 2012년에도 일본 최초로 고압 물전기분해 시스템을 탑재한 ‘솔라(solar) 수소충전소’를 사이타마현청에 설치한 바 있다. 이 때 설치한 시스템도 혼다가 독자 개발한 고압 물전기분해 시스템을 적용해 수소제조와 압축을 일체화했다. 또한 이 솔라 수소충전소는 태양광과 상용전원을 병행해서 이용하고 24시간 동안 1.5kg의 수소를 제조할 수 있으며 다른 수소 제조방법에 비해 25% 효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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