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엄지발가락이 아파 병원을 찾는다. 일주일 넘게 방치하다 회사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정형외과를 찾는다. 내성발톱진단을 받고 바로 수술에 들어간다.

의사의 손놀림이 능숙하다. 침대에 누워서도 알 수 있다. 부분 마취를 하고 안쪽의 고름을 짜낸 뒤 살 속을 파고든 발톱을 뿌리까지 일자로 잘라낸다. 그런 다음 실로 꿰맨다.

아침에 슬리퍼를 신고 출근하는 사람은 내성발톱 수술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드레싱을 하고 골무를 씌운 엄지발가락을 꼼지락대며 지금, 이글을 쓰고 있다.

내향성발톱(Ingrowing nail)은 발톱이 살 속으로 파고들어 염증과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겉만 봐선 모른다. 염증과 통증이야말로 치료의 시작이다.

우리 몸은 통증을 통해 신호를 보낸다. 여기가 잘못 됐으니 얼른 고쳐 주세요, 하고 보챈다. 지구도 마찬가지다. 

봄을 맞아 꿀벌이 자취를 감추면서 양봉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전국의 산과 들에 피어나는 꽃들도 비상이다. 잘 꾸미고 소개팅 자리에 나갔다 비를 맞은 꼴이다.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진다.”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다. 벌과 나비의 실종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수분을 못하면 과일과 채소를 얻기가 힘들어진다. 지구의 생태계는 이렇게 엮여있다.

수소산업도 그렇다. 수소의 생산, 운송과 저장, 활용이 고리를 이루며 돌아가는 전주기 산업이다. 이 중 어느 하나가 막히면 균형이 깨지며 다른 부문에 영향을 미친다.

이제 곧 새 정권이 들어선다. 지난 정권은 수소산업에 적극적이었다. 지원도 많이 했다. 탄소중립은 시대의 사명이다. 그 기조가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잘 들여다보면 수소산업에도 내성발톱이 있다. 안으로 파고들어 곪 은부분이있다. 여전히 걸을 만해서 그 병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안양천을 타고 여름을 닮은 봄이 흐른다. 그동안 당연시했던 것들을 다시 들여다보기에 좋은 계절이다. 닷새 뒤면 실밥을 푼다. 그때까지는 슬리퍼를 신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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