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9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청정수소 인증제 설명회'가 개최됐다.
지난 2월 29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청정수소 인증제 설명회'가 개최됐다.

월간수소경제 = 이상현 기자 | 청정수소 인증제 시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청정수소 인증제는 ‘수소의 생산수입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일정 수준 이하인 경우 청정수소로 인증하고, 이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가능한 제도’를 말한다. 인증제 도입으로 캐즘(chasm) 현상 초입에 들어간 수소산업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수소산업 투자 불확실성 해소,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 활성화 등에 기여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학연 전반에 퍼진 청정수소 인증제 관련 궁금증 해소를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청정수소 인증제에 대한 기업의 이해를 돕고, 원활한 인증서비스 활용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지난 2월 29일 에너지경제연구원 주관하에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청정수소 인증제 설명회’가 개최됐다. 

청정수소 인증제 운영을 위해 배출량 산정, 제도 운영방안 등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한데 이를 구축하는 일을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담당했다. 이날 에너지경제연구원 이혜진 부연구위원이 청정수소 인증제 운영방안을 소개했다. 

배출량 산정 방식 가닥
청정수소 인증제 핵심은 배출량 산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Well-to-Gate(원료채굴에서 수소생산까지) 기준으로 99% 순도 수소 1kg을 생산하는 과정에서의 배출량을 산정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4kgCO2e(이산화탄소 환산킬로그램) 이하이면 청정수소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청정수소 인증등급은 △1등급 0~0.1kgCO2e/kgH2 △2등급 0.1~1kgCO2e/kgH2 △3등급 1~2kgCO2e/kgH2 △4등급 2~4kgCO2e/kgH2로 구분된다. 수소 순도가 99%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제공하는 보정식을 통해 배출량을 산정한다.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세계 최초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로라 머스크호'.(사진=HD한국조선해양)

배출량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수소생산 원료인 천연가스를 확보하거나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이송하는 등 선박 운송 과정의 배출량은 일시적으로 제한다. 친환경 선박 기술개발 추이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게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설명이다. 폐열 등의 에너지는 청정수소 생산 사업 이전 미활용되던 경우에만 대안 경로와 비교 등을 통해 배출량 제외가 가능하다. 수송 과정의 가압 공정 배출량, 설비제조 관련 배출량 등 수소생산과 직접적 상관이 없는 활동은 배출량 산정 시 모두 제외된다. 

수소 배출량 산정 시스템 경계 내 공정에서 발생하는 감축 활동 중 수소에 직접 할당 가능한 감축량만을 인정하며 수소생산 활동과 무관한 감축량은 허용하지 않는다. 

기업들이 각자 구축하고 있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감축량을 제시하는 건 인정받지 못한다. 사업장에서 반드시 도매 기준 공정에서 탄소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기존 시설에서 생산된 수소 혹은 기존 화합물·혼합가스로부터 생산된 수소를 활용할 시, 수소 생산 사업 이전과 이후의 배출량을 비교한 후 순감축 효과를 고려해 배출량을 산정한다. 신규 시설에서 부산물로 수소를 생산하는 경우에는 대안 경로와의 비교 등을 통해 타당성을 검토한다. 

①그린수소
그린수소(수전해 수소)의 경우 생산 과정에서 전력이 사용되기에 전력원의 출처, 적정성 등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2030년 전까지 수소생산을 개시하는 설비에 한해 1개월 단위로 평가가 반영된다. 수소생산설비와 동일한 그리드 내에서 전력 활용이 이뤄져야 한다. 

12.5MW급 제주 그린수소 생산 실증단지 조감도.(이미지=한국남부발전)

수전해 수소는 재생에너지 설비와 PPA(Power Purchase Agreement, 전력구매계약) 체결 혹은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구매 등 재생에너지 설비와 직·간접적인 연결 방식 모두 허용된다. PPA는 재생에너지 발전업체와 수소생산 업체 간에 체결되는 전력구매계약을 말한다. REC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인증하는 제도로, 재생에너지 설비에서 생성된 전력을 수소생산 과정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 다만 REC로 전력을 조달하게 되면 사업자의 수소생산용 전력원 중 일부가 제한될 예정이다. 

이혜진 부연구위원은 “REC를 허용하면 현물 시장에서 전력을 조달해 청정전력원 확보가 어려질 가능성이 있다”라며 “REC의 경우 전체 전력 조달분의 10% 수준으로 제한을 두는 등의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망의 평균 배출계수는 검증 시점 기준 최신 승인 통계값을 사용해야 한다. 사업장이 외부로부터 스팀을 조달하거나 자체적으로 연소용 연료를 활용하는 경우, 스팀과 연소용 연료의 업스트림·공정 배출량을 산정해야 한다. 업스트림 배출은 기업의 구매, 취득 상품·서비스와 관련된 간접적 온실가스 배출을 말한다. 수소생산을 위해 사용되는 원료나 에너지 생산, 추출, 운송 등의 활동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포괄한다. 

②개질·가스화수소
질·가스화수소 관련 부산물 처리 규정도 공개됐다. 이산화탄소 등 탄소 포함 부산물을 외부로 판매할 때 해당 부산물이 친환경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로 대체돼 사용된다면 배출량 감축효과를 고려해 크레딧을 부여한다. 대체제가 도입됨으로써 발생하는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효과는 수치로 측정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ISO 14044(LCA 지침) 및 IPHE 방법론 등과 같은 평가 도구를 활용할 것을 권장했다. 

탄소 포함 부산물의 경우 최종 사용·폐기에 따른 배출량 발생을 합산해 처리하며 탄소가 포함되지 않은 부산물은 추적 관리가 어려워 에너지 기반 할당만을 허용한다. 이는 해당 부산물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에너지양을 기준으로 배출량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스팀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경우 배출량 할당을 통한 감축량이 인정되나 질소, 산소 등은 할당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혜진 부연구위원은 “질소, 산소 등의 배출물은 수소 대비 경제적 가치가 낮아 일일이 추적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블루수소 연계 CCS 실증사업에 활용되는 동해-1 가스생산시설.(사진=한국석유공사)

블루수소 생산에 사용되는 주요 원료인 천연가스의 경우 업스트림 배출계수를 정확히 파악해 산정한다. 현장 데이터를 활용한 정확한 산정이 요구되는데 천연가스의 채굴 및 조달·운송 등 업스트림 부문의 현장 데이터 제출이 필수다. 이 부연구위원은 “블루수소는 제시해야 하는 업스트림 배출계수가 많다”라며 “기기 효율 등 업스트림 부문의 현장 데이터를 정확하게 제출해야 한다”고 전했다. 

CCS 배출량 차감은 이산화탄소 포집 과정에서 발생하는 누출 비율을 고려해야 한다. 영구저장 비중을 반영해 배출량을 차감하는 방식이다. 주의할 점은 전체 저장 시설에 이산화탄소가 완전히 저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CCS를 통한 배출량 상한은 회계 연도에 포집된 양을 기준으로 한다”라며 “중간에 발생하는 리크(유출) 등을 염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누출 비율을 제시해주면 추후 인증 취소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운영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③바이오수소  
수소생산에 쓰이는 바이오 원료는 주로 폐기물로 분류되는데 이 폐기물이 수소생산 외 다른 활용방안이 없는 경우에 한해 청정수소로 인증받을 수 있다. IPHE 수소생산 배출량 산정방법론에 따르면 폐기물 정의는 ‘국가에서 가치를 부여할 가능성이 희박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퇴·액비 혹은 다른 고효율 바이오 연료 등으로 활용이 가능한 경우는 인증에서 배제하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청정수소 생산 세액공제 규정에서 수소생산을 위해 최초 활용된 바이오가스 또는 비산 배출가스에 한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인정하고 있다.   

수소 승용차가 국내 최초의  바이오가스 기반 수소충전소인  ‘ 충주  바이오그린수소충전소’에서 충전을 마치고 빠져 나오고 있다.
수소 승용차가 국내 최초의  바이오가스 기반 수소충전소인 ‘ 충주 바이오그린수소충전소’에서 충전을 마치고 빠져 나오고 있다.

바이오수소 배출량 산정 시 폐기물 성상 조사자료가 필요하다. 폐기물 내 바이오원료 함유율과 명확한 유통경로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업스트림 배출량의 경우 바이오가스 또는 바이오가스 혼합을 얻을 때까지 공급원료의 전처리, 운송, 추출, 처리 등의 과정에서 배출량을 산정해야 한다. 바이오매스 공급원료의 수확·수거·처리·운송을 위한 전기 사용 또는 연료 연소 배출량과 유기성 폐기물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 혼합물 누출 또는 부패로 인해 비산 배출되는 바이오메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비산 배출은 석유 정제품 제조업 등의 배출시설에서 나오는 오염 물질을 자동 측정기를 부착한 배출구를 통하지 않고 대기로 직접 내보내는 것을 말한다. 

기업 입장 적극 반영
청정수소 인증제 도입을 가장 반기는 곳은 기업이다. 정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도적 구색이 갖춰지면 투자를 통해 다방면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 근거한다. 인증운영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도 이를 인식해 인증 절차, 방법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청정수소 인증절차는 크게 설비심사, 인증서 발급, 현장심사 등 3단계로 구분된다. 생산 후 인증보다는 설비 확인을 먼저 하는 절차를 채택했다. 설비심사를 받으면 ‘청정수소 설비 확인서’가 발급된다. 최초 인증 단계에서는 운전 데이터가 제한적이기에 설계 데이터 기반으로 심사를 진행한다. 설비 확인서를 발급받은 기업이 물량 증빙서류를 첨부해 인증서 발급을 신청하는 게 두 번째 단계다. 이후 6개월간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심사가 진행되면 모든 단계가 종료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전경.(사진=에너지경제연구원 브로슈어)

이 부연구위원은 “수소를 생산한 후 인증받게 되면 기업의 리스크가 커지기에 이러한 인증절차를 도입했다”라며 “또 기업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인증서 발급, 등록을 온라인으로 수행하는 ‘청정수소 인증정보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청정수소 배출량 자가 산정툴도 개발한다. 사업개발, 공정 설계 등의 과정에서 기업의 배출량 산정방법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현재는 글로벌 DB를 사용하고 있다 보니 라이센스 중재 등의 제한이 있어 서울대학교와 손잡고 자체 DB를 구축하고 있다. 13개의 표준경로, 기본 데이터 650건 이상을 제공할 방침이다. 우라늄·천연가스 조달 등 핵심 연료에 대해서는 자체 배출계수를 적용할 계획이다. 다만 상류부문·간접배출 등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경우 기본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부연구위원은 “올해 개설될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 참여를 앞둔 기업들을 위해 입찰시장 참여 시 인증등급과 배출량 결괏값 등을 증빙서류로 제출할 수 있도록 전력거래소와 협의하겠다”고 전했다. 

청정수소 인증에 대한 최종 결정, 업무규정 변경 등 제도운영과 관련된 주요사항을 심의하는 ‘인증 심의위원회’도 운영한다. 동영상으로 심의와 의결을 진행해 기업들의 접근성을 높이게 된다. “정책 분과와 기술 분과로 나눠 실무협의회를 출범해 전문화된 운영·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이 부연구위원은 설명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을 고려한 운영방안을 마련한 것은 느껴진다”라며 “다만 기업들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세액공제 등 정부의 인센티브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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