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광 한국석유공사 저탄소추진처장.
권오광 한국석유공사 저탄소추진처장.

월간수소경제 = 이종수 기자 |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은 수십 년 이상이 걸릴 초대형 프로젝트로 전환 기간에 완충재인 석유·천연가스와 대체재인 청정에너지 모두를 균형 있게 시장에 유지·공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석유공사는 ESG 경영의 일환으로 국영 에너지기업의 고유 업무인 에너지 안보(석유개발·비축사업)와 함께 지난 40여 년간의 사업을 통해 축적한 경험과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저탄소 신에너지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완충재와 대체재 양쪽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가진 석유공사는 지난해 12월 ‘한국석유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국회 통과를 계기로 저탄소 신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토대를 확보하게 됐죠.” 

권오광 한국석유공사 저탄소추진처장은 ‘월간수소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문을 열었다.   

석유공사가 추진하는 신에너지 사업은 청정 수소·암모니아, CCS,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중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된 저탄소추진처는 해상 가스전 생산시설을 재활용한 CCS 및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CCS사업팀, 해상풍력사업팀, 그리고 해상가스생산시설물을 관리하는 무인화운영전담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청정 수소·암모니아 사업은 비축사업본부에서 추진하지만 저탄소추진처도 연계해 협력할 예정이다. 


동해가스전 CCS 사업, 경제성 확보 관건 

석유공사는 생산이 종료된 동해가스전을 활용해 연간 120만 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블루수소 생산 연계 국내 최초 CCS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998년 시추를 통해 유망 가스구조(동해가스전)를 발견했고, 생산시설 설계와 설치를 통해 2004년 7월부터 상업적 생산을 개시해 2021년 12월 말에 생산을 종료했다. 약 18년간 총 4,500만 배럴 규모의 천연가스와 초경질원유를 생산했고, 총 1조2,000억 원을 투자해 2조6,000억 원을 회수한 대표적인 수익창출 사업이었다. 

권 처장은 “동해가스전은 탐사-개발-생산 전 과정을 공사가 자체적으로 수행한 첫 개발·생산 사업으로써 우리나라를 세계 95번째 산유국으로 이끌었고, 베트남 가스전 등 해외 오일·가스전 개발 사업의 성공 진출을 위한 기술 경쟁력 확보에도 크게 기여했다”라며 “또 동해와 베트남 가스전의 해상 플랫폼은 처음으로 국내 중공업 회사가 제작한 이후 국내 해양플랜트 제작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그간의 성과를 설명했다.  

동해가스전 해양 시설들은 향후 CCS 및 해상풍력사업의 전초기지로 전환하기 위해 현재 무인화로 운영 관리 중이다. 

동해-1 가스생산시설.(사진=한국석유공사)
동해-1 가스생산시설.(사진=한국석유공사)

동해가스전 CCS 실증사업은 울산, 부산 등의 산업단지에서 포집한 연간 12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동해가스전 고갈저류층에 저장하는 프로젝트로, 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NDC) 달성과 안전하면서도 경제적인 대규모 CCS 통합 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초 주입이 예상되는 2028년 한 해 120만 톤 저장은 전기차 70~80만 대 대체효과를 볼 수 있다. 

권 처장은 “국내 최초로 고갈가스전을 활용한 대규모 CCS 사업의 시도는 지금까지 국내 연구개발로 창출된 다양한 분야의 CCS 관련 기술들의 대규모 실증 기회로 연결할 수 있는 매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와 중요성을 부여할 수 있다”라며 “국내 기업의 CCUS 기술혁신과 조기 상용화를 위한 초석을 마련해 한국이 글로벌 CCUS 신에너지 시장을 선도하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총사업비 2조9,529억 원(국비 8,169억 원, 지방비 888억 원, 민간 투자 2조472억 원), 사업 기간은 6년(2025~2030년)으로 기획된 이 사업은 지난 1월 5일 ‘2024년 제1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사업을 주관하는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향후 약 6개월 이상의 면밀한 예비타당성 조사 검토 과정을 통해 올해 안으로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비해 석유공사는 현재 진행 중인 사전 기본설계를 올 하반기에 마무리하고, 2025년 하반기부터 주요 시설에 대한 EPIC(설계·제작·구매·설치) 작업에 착수해 2028년 초에 이산화탄소 첫 주입을 수행하는 목표로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안전하고 경제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이미 2020년 전담팀을 구성해 육상터미널, 해상 운송 및 주입시설, 지하저장공간 등에 대한 심층적인 기술검토를 수행, 기초 타당성 조사를 완료한 상태다.

이 사업의 성공은 경제성 확보가 최대 관건으로 예상된다. 

권 처장은 “대규모 CCS 실증사업은 막대한 초기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기간산업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정부와 민간을 통한 초기 투자비 조달이 사업 성공의 관건”이라며 “현재 낮은 국내 배출권 가격을 고려한다면 풍력사업의 REC 인센티브 제도와 같은 외부지원을 통한 사업수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지만 향후 실증사업에서 획득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주요 기술들의 톤당 처리 단가를 낮추고 추가저장용량 확보로 인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자립화를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중 이산화탄소 주입 기술은 오일·가스업계에서 오래전부터 활용되어 안전성이 이미 검증된 기술이지만 주입된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누출이 없는 안전한 사업수행이 또 하나의 관건”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을 설치해 운영할 뿐만 아니라 주입 이후에도 장기간 사후 모니터링 작업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국내외 CO2 저장소 추가 확보 

국내 이산화탄소 저장소는 동해가스전만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제1차 국가 기본계획’에 따르면 CCS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30년 연간 480만 톤에 이른다. 2050년 국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10억 톤 규모의 CO2 저장소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 권역별 종합 2D·3D 물리탐사 및 전산재처리를 통한 상용화급 대규모 CO2 저장소 확보’ 국책과제가 진행 중이다. 2023년 11월부터 4년간 총 288억 원 규모로 진행되는 이번 과제는 한반도 인접 해역 종합 탐사사업을 통해 약 2억 톤 규모의 이산화탄소 저장소 확보의 기반을 마련하고, 이산화탄소 저장소 지도와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석유공사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양대, SK어스온 등 분야별 전문기술을 보유한 7개 기관 및 기업들과 함께 참여하고 있는데, 국내 대륙붕 권역별 기존 자료 전산재처리 및 분석작업을 수행하는 역할을 맡았다. 

권 처장은 “석유공사는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내 대륙붕 중장기 개발 마스터플랜인 ‘광개토 프로젝트’와 이번 국책과제와의 연계를 통해 국내 해역에서 CO2 저장소를 확보할 계획”이라며 “한반도 인접 해역 내 추가 저장소 확보가 시급한 현재 상황에서 이산화탄소 저장소 조기 확보를 위해서는 종합적 물리탐사 작업을 통해 대규모 유망 저장구조 후보군을 반드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석유공사의 UAE 할리바 유전.(사진=한국석유공사)
한국석유공사의 UAE 할리바 유전.(사진=한국석유공사)

석유공사는 해외 CCS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말레이시아 셰퍼드 CCS 프로젝트’ 참여를 공식적으로 밝히며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내외 기업들과 업무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셰퍼드 CCS 프로젝트는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험 있는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국가간 CCS 사업으로, 국내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국내 허브 터미널에 집결시킨 후 전용 CO2 해양 운송선을 활용해 해외로 이송, 말레이시아 내 고갈가스전 또는 대염수층에 영구 저장하는 CCS 전주기(포집·수송·저장) 사업이다.

참여사들은 MOU를 맺고 사업 타당성 조사를 수행 중으로,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해 국내 허브 부지와 말레이시아 탄소저장소를 추가로 검토하면서 사업을 강화해 이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 나갈 계획이다. 

권 처장은 “석유공사는 석유 탐사·개발 사업으로 축적한 기술력과 경험을 살려 국내 허브 터미널과 해외 저장 사업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예정”이라며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석유공사의 CCS 사업영역을 국내에서 해외로 확대해 세계 CCS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하고, 국내 컨소시엄 기술력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등 공적 기여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상풍력, 안정화 이후 그린수소 생산

“ICT 융합 등 산업 간 융합이 트렌드인 것처럼 e-프로슈머와 같이 기존의 에너지 사업자가 아닌 다양한 분야의 사업자들이 자유롭게 전력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장진입 장벽이 완화되고 안정적 투자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석유공사가 생산이 종료된 동해 가스생산시설 일부를 재활용해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사업을 추진해온 배경입니다.” 

석유공사는 지난 2021년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와 발전사업허가 취득을 통해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사업의 타당성을 확보한 이후 시설 재활용 건전성 검증작업과 생산전력 공급을 위한 한전 계통망 접속점 확보에 주력해왔다. 

울산 인근 해상에서 진행되는 6GW 규모의 이 사업은 전례 없는 대규모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사업으로 그간 인허가, 주민 수용성과 관련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2028년 전력생산 개시를 목표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환경영향평가, 기본설계 등의 주요 과업을 구체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권 처장은 “이 사업은 본격 전력생산을 통한 안정화 단계 이후에는 유휴 전력을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을 통해 장기적으로 수소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청정 수소·암모니아 사업 본격화 

“석유공사는 청정 수소·암모니아 유통·공급 기반 구축을 목표로 수소·암모니아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국내 화력발전의 청정 수소·암모니아 혼소(석탄+암모니아, LNG+수소)를 지원해 2030년 국가 탄소배출 감축 목표달성에 기여하고,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수소경제 주도를 위한 기반을 구축한다는 전략이죠.”

이를 위해 석유공사는 경제성 있는 해외 청정 수소·암모니아 생산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해 안정적인 청정발전 연료 공급망을 구축하는 동시에 청정 암모니아의 국내 도입 및 유통을 위한 인수기지 건설 역시 단계적으로 계획 중에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미국 멕시코만 광구.(사진=한국석유공사)
한국석유공사의 미국 멕시코만 광구.(사진=한국석유공사)

석유공사는 석유사업으로 확보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 청정 수소·암모니아의 해외 생산을 위해 가격 경쟁력이 있는 동남아, 중동, 북미, 호주를 핵심 전략 국가로 선정하고, 해당 지역의 생산 프로젝트에 대해 국내 민간기업과 공동으로 사업 타당성 조사와 기본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청정발전을 준비하는 발전사와 협력해 청정 암모니아 인수기지 건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와 기본설계도 추진 중이다. 화력발전소 인근에 항만시설, 저장탱크 및 기화기, 크래킹 설비 등을 설치해 청정 연료 혼소 발전이 차질없이 이루어지도록 인프라를 갖출 예정이다. 향후 혼소 발전 비중 확대와 산업 수요 증가에 대비해 시설 확충과 전략비축을 통해 거점형 인프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권 처장은 “우선은 정부가 추진 중인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 일정에 맞춰 저렴한 청정 수소·암모니아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더 나아가 청정에너지 공급선 다변화와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천연수소 개발, 넘어야 할 산 많아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알바니아 크롬광산 하부 1km 갱도 물웅덩이에서 올라오는 자연(천연)수소 기포가 확인되었습니다. 비록 방출량은 연간 200톤의 소규모지만 철분이 풍부한 감람석이 고온고압에서 물과 반응해 사문석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철이 물 분자로부터 산소 원자를 빼앗아 수소를 방출하는 수소 생산 메커니즘을 이해했다는 사실에 과학자들은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죠. 해외에서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자연수소에 대한 검토 결과 자연수소 탐사 방법이 기존 오일·가스 탐사 방법과 매우 유사해 석유공사가 이미 보유한 탐사 기술력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석유공사 직원들이 국내 천연수소 부존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토양에 약 1m의 측정공을 굴착한 후 수소검지기를 활용해 지표조사를 하고 있다.(사진=한국석유공사)
한국석유공사 직원들이 국내 천연수소 부존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토양에 약 1m의 측정공을 굴착한 후 수소검지기를 활용해 지표조사를 하고 있다.(사진=한국석유공사)

석유공사는 지난해 국내 자연수소 부존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육상지역의 토양가스를 측정하는 자체 연구 과제를 수행했고, 올해 1월에는 안정적 토양가스 측정 방법에 대한 특허등록을 완료했다. 국내 다수 지역에서 토양가스를 측정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유의미한 결과도 확인했다. 향후 이 지역에 대한 장기 모니터링 작업을 통해 중장기 탐사의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오일·가스개발 사업들과 마찬가지로 자연수소 또한 탐사 이후 본격 개발·생산사업 추진 전에 경제성이 확인되어야 하는 동시에 관련 제도 정비, 환경 영향, 주민 수용성 등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매우 많고, 실제 추정매장량 (1,000만 톤 이상)의 상업적 탐사 성공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권 처장의 전망이다. 


저탄소 사업, 정부 지원 필요

“수소·암모니아, CCS,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 모두 초기 인프라 투자 비용이 막대하고, 합리적 시장이 형성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초기에는 공기업 주도의 사업 모델이 합리적이라고 보는 이유입니다. 또 기존 화석연료 기반의 인프라와 운영 경험을 최대한 활용하면 기존 자원안보 체제도 유지하면서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비용 효과적인 탄소중립의 실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권 처장은 수소·암모니아, CCS, 해상풍력 사업이 상호 연계를 통한 융복합 비즈니스 모델과 시너지 창출도 가능해 정부 및 연관 기업들과 상생하면서 국내외 저탄소 신에너지 사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저탄소 사업의 초기 핵심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생소하게 느껴지는 저탄소 사업의 사회적 수용성 제고, 인허가 절차 간소화, 사업 초기 합리적 수준의 정부 인센티브, 세제 혜택 등 법적·제도적 지원 정책 수립이 매우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석유공사 석유비축시설.(사진=한국석유공사)
한국석유공사 석유비축시설.(사진=한국석유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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