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멤텍 2공장의 ePTFE 강화복합막 생산라인으로 클린룸 설비를 갖추고 있다.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수소 산업은 잠재력과 성장성이 매우 크죠. 그에 반해 아직까지는 기술검증이나 인증, 관련법 정비가 진행되고 있는 터라 기술력이나 제품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곳이 많아요. 그 부작용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죠. 수소경제가 바로 가려면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코멤텍 김성철 대표이사의 말에 거침이 없다. 그는 “국내 수소 산업이 왜곡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력이 없는 업계의 플레이어들이 시장에서 과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가능성에 기댄 홍보 기사로 주가를 올리는 경우가 대표적이죠.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을 한번 보세요. 설치만 해놓고 돌리지 않는 곳이 수두룩합니다.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한 사업으로 변질됐다고 보는 게 맞아요. 이런 일이 지속되면 수소 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지게 됩니다.”

 

ePTFE 강화복합막 원천기술 보유사

코멤텍은 수소전기차 연료전지 분리막의 핵심 소재인 PTFE(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 멤브레인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이 기술을 개발한 국내 벤처회사다. 

PTFE는 열과 냉기에 모두 강하다. 프라이팬의 테프론 코팅을 떠올리면 된다. 260℃의 고온, –260℃의 저온에 노출돼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재다.

▲ 1공장에서 생산한 PTFE 시트로 처음에는 두께가 두툼하다.

“PTFE 멤브레인 생산기술은 미국의 고어라는 기업이 전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요. 특허를 취득한 지 반세기가 되도록 이런 실정입니다. 그만큼 기술개발이 어렵다는 뜻이죠. 이런 힘든 기술을 보유한 A라는 업체가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사업을 연료전지 스택 하나만 한다? 이러면 의심이 들죠. PTFE 멤브레인을 어렵게 개발했으면 수처리 사업도 하고, 에어필터도 만들어 팔고, 기능성 의류도 하고, 의료용 소재나 이차전지 분리막도 만들어 팔아야죠. 우리는 다 합니다. 마스크까지 만들고 있죠.”

마스크는 돈을 보고 하는 사업은 아니다. ePTFE 기술을 대중에 알리기 위한 홍보 목적이 크다. KF94 마스크보다 통기성이 네 배나 좋아 인기가 좋다고 한다.

“PTFE 멤브레인을 만드는 대표 회사로 네 곳을 꼽을 수 있어요. 미국의 고어와 도날드슨, 일본의 니토덴코(Nitto Denko)와 스미토모가 있죠. 이중에서 고어를 주목해야 합니다. 현대차나 도요타에 멤브레인을 납품하고 있는 부동의 탑 메이커죠.”

수소전기차 스택에 들어가는 고어의 고어셀렉트(GORE-SELECT) 강화복합막 같은 경우 PTFE라는 테프론을 당겨서 늘이는 연신(延伸, expanding) 가공으로 다공성 지지체(ePTFE)를 만든 후, 여기에 불소계 이오노머 용액을 코팅(함침)해서 만든다. 

▲ 김성철 대표가 길이 방향으로 늘린 PTFE를 가로로 늘리는 텐터 공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멤브레인 제조사는 생산라인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열과 압력을 가해 이축 연신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길이와 폭 중 어느 쪽을 먼저 늘리느냐도 기술이거든요. 이러한 부분까지 모두 보안 사항입니다. 텐터(tenter)로 연신 작업을 할 때 클립 자국이 남아요. 우리 같은 전문가들은 이것만 봐도 공정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보안에 아주 민감하죠.” 

텐터는 직물의 양 끝을 잡아 폭을 정리하면서 건조하는 기계다. 과거에는 후발주자들이 텐터 장비를 공장에 들여놓고 중국에서 샘플로 들여온 강화복합막으로 영업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 중국산을 들여와 판매했지만 성능이 제대로 나올 리 없었다. 국내에서 중국산 ePTFE 멤브레인이 퇴출된 이유다.

“고어가 대단한 회사인 건 분명해요. 자체적으로 멤브레인을 자유롭게 생산하고 코팅에 대한 오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죠. 고어사 막을 받아서 멤브레인을 제조하는 회사들이 있지만, 한계가 있어요. 막을 바꾸지 못하다 보니 손댈 수 있는 곳이 한정돼 있죠. 후속 코팅작업으로 이오노머에 손을 댄다든지, 진공을 쓴다든지 해서 해법을 찾더라도 단가나 품질 면에서 고어를 앞설 수가 없어요.”

고어는 강화복합막 표면 개질과 이오노머 코팅에 진공을 활용한다고 한다. 그래서 세 개 층(3 layer)으로 된 강화복합막 단면이 아주 깨끗하다. 한데 이 진공을 유지하기 위한 설비비용이 아주 비싸다. 

“PTFE 멤브레인은 물과 안 친해요. 소수성이 강하죠. 시중의 고어텍스 점퍼가 방수 기능이 뛰어난 것처럼요. 연료전지용 복합막의 경우 이런 소수성을 친수성으로 바꿔줘야 해요. 이때 화학 처리를 하게 되면 시간이 지나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가 없죠. 그래서 우리는 플라즈마를 활용해 상온, 상압에서 개질을 합니다.”

플라즈마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코멤텍은 배리어 방전(Barrier discharge)을 통해 낮은 전압을 걸어 고르게 개질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진공의 효율보다는 떨어지지만 목표 수준까지 충분한 성능 구현이 가능하고, 공정 과정에 드는 비용을 줄여 파격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 기술연구소 윤영신 주임이 트라니아 강화복합막 샘플을 보여준다.

“ePTFE 강화복합막의 최신 트렌드는 내구성과 가격입니다. 이제 분리막 성능은 박막화로 인해 어느 정도 상향 평준화됐다고 보고 있죠. 따라서 값비싼 이오노머를 얼마나 적게 쓰느냐가 관건이라 할 수 있어요.”

코멤텍은 이오노머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이오노머를 재분산, 재배열 과정을 거쳐 동일한 성능을 내겠다는 것이다. 이 방식으로 이오노머 사용량을 20% 정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코팅 방식에도 변화가 있어요. 고어사의 3레이어 복합막만 해도 위아래로 이오노머가 많이 들어가요. 향후 이걸 1레이어의 단층 복합막으로 갈 생각이죠. 현재 여기에 맞는 코팅 방식을 개발하고 있어요. 수소투과도를 낮추면서 인장강도를 높여야 하죠. 다층이냐, 단층이냐에 따라 열처리 기술도 달라집니다.”

▲ 2공장 클린룸에 있는 트라니아 제품의 이오노머 코팅, 건조 라인 설비.

기술적으로 보완할 점은 또 있다. 강화복합막이 10마이크로미터(μm)보다 얇을 경우 산화방지제를 넣어 내구를 높이는 처리를 하게 된다. 산화방지제로 금속계 고분자를 쓰는데, 그 종류가 업체별로 다 다르다고 한다. 바로 이 산화방지제의 분산기술도 중요하다.

 

3공장 신축…건물용 연료전지 시장 진출

코멤텍은 지난해 연말 홍콩에 본사를 둔 홍콩쉔롱기술유한회사와 200만 달러(약 24억 원) 규모의 ePTFE 강화복합막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2020년에 11억 원 정도 판매했고 작년에 24억 원을 했으니, 벌써 35억 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죠. 중국의 경우 기존에 깔린 전기버스의 배터리 성능이 한계에 이르자 정부 보조를 받아 연료전지 스택을 붙이는 개조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어요. 일종의 주행거리 연장형 하이드리드 수소전기버스인 셈이죠. 고어사 멤브레인은 비싸고, 중국산은 성능이 안 나오고…. 홍콩의 회사가 트라니아(Trania)로 그 시장을 파고든 거죠.”

트라니아는 코멤텍의 강화분리막 브랜드다. 김성철 대표는 중국 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본다. 중국 정부는 탄탄한 내수를 기반으로 ‘굴기(崛起)’라는 정부 정책 사업을 과감히 추진하고 있다. 수소 쪽도 마찬가지다. 국가 주도로 가다 보니 속도전이 가능하다. 수소충전 인프라도 빠르게 늘려갈 수 있다.

▲ 트라니아 강화복합막을 생산하는 코멤텍 2공장.

중국 최대 디젤엔진 업체인 웨이차이만 해도 캐나다를 대표하는 연료전지 업체인 발라드파워시스템즈와 ‘웨이차이 발라드’라는 합작사를 세우고 수소 상용차나 지게차 등을 위한 연료전지 스택과 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발라드는 고어의 주요 고객사 중 한 곳이다.

“조만간 트라니아 셀(Trania Cell)이라는 별도 홈페이지를 열어 강화복합막 판매에 나설 겁니다. 20마이크로미터 멤브레인을 대표 제품으로 해서 1m 단위로 팔 생각이죠. 시장이 깜짝 놀랄 만한,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을 겁니다.”

▲ 2공장 내 연구실에서 강화복합막 샘플의 인장강도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코멤텍은 현재 이오노머 확보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트라니아 제품에 들어가는 고품질 이오노머를 비롯해, 가격 면에서 큰 장점이 있는 중국산 이오노머 제품도 용도에 따라 재분산·코팅 기술을 적용해 모두 제품화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다.

“올해 코멤텍이 MEA(막전극접합체) 시장에 진출합니다. MEA를 하려면 막, 전극, 촉매가 모두 필요해요. 막은 우리가 이미 하고 있고, 촉매 쪽은 관련 회사와 독점 공급 논의를 마친 상태죠. 강화복합막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어요.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과의 관계를 이어가면서 드론·지게차 같은 모빌리티, 건물용 연료전지, 수전해 사업 쪽으로 사업 범위를 넓혀갈 생각이죠.”

김 대표는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눈빛이 단호하다. 벼르고 벼려온 칼을 칼집에서 뽑아 들 시점이 왔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이미 한계점에 도달한 기존 MEA 시장에 들어가겠다는 게 아니라, 새로운 소형 연료전지 시장으로 불러도 무방한 신사업 모델을 추진하고 있어요. 우리가 영업도 하고, 시스템도 공급하고, AS도 하겠다는 뜻이죠. MEA에 들어가는 소재는 이미 확보했고 최적화도 마쳤어요. 스택을 조립할 OEM 업체 선정도 끝났죠. PEM 연료전지 

개질기에 넣을 촉매 테스트도 완료했어요. 10kW급으로 시작해서 50kW급으로 출력을 높여갈 생각이죠.”

▲ 김성철 대표는 MEA 기술을 기반으로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에스퓨얼셀과 두산이 쥐고 있는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을 타깃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말로 들린다. 현재 48억 원을 들여 3공장을 신축 중이다. 여기에 수소모빌리티, 건물용 연료전지 관련 설비를 들일 예정이다. 

“수소라고 해서 보조금 시장에 마냥 기댈 순 없어요. 전기차를 보세요. 보조금을 줄여가면서 자구책을 찾도록 유도하고 있죠. 좋은 제품을 값싸게 공급해서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실력 있는 업체들이 전면에 나서면 옥석이 가려진다고 봐요.” 

 

수소드론 파워팩 시장에도 도전장

코멤텍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선임연구원이던 김 대표가 PTFE를 개발하면서 2007년에 창업했다. 2015년에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1기 보육 기업으로 선정됐고, 이듬해 본사와 공장을 전남 영광의 대마산업단지로 이전했다.

2016년 당시와 비교하면 주변 분위기가 다르다. 지금은 쎄보모빌리티, 대풍이브이, 에이치비 같은 전기차 관련 업체들이 입주해 활기가 돈다. 또 차로 30분 거리에 현대차 캐스퍼를 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있다. 

“사실 어디에 있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누가 얼마나 뛰어난 ‘가성비’ 제품을 시장에 내놓느냐가 중요하죠. 브랜드파워가 약하다 보니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어요. 20, 30% 정도 가격을 내려서는 시장이 반응하지 않죠. 절반 아래로 뚝 떨어뜨려야 눈길을 줍니다. 그렇게 트라니아 제품을 경험하고 나면 시장의 평가도 조금씩 달라지겠죠.”

코멤텍은 수소드론 개발 계획도 마련했다. 우선 1kW 공랭식 PEM 연료전지 파워팩을 만들 계획이다. MEA를 만들어 공급하는 방식으로 중국의 파워팩 제작사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드론이 차 한 대 값이라면 누가 구매를 할까요? 드론용 파워팩을 드론 회사와 개발하는 게 아니라, 어떤 회사든 파워팩만 연결해서 쓸 수 있는 별도의 파워팩을 시장에 내놓을 생각입니다. 수소 실린더를 체결해서 40분 정도 비행하는 드론을 혁신적인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어요. 1kW 파워팩 같은 경우 200~300만 원에 일반에 팔아도 되죠. 연료전지 가격을 떨어뜨려야 대중화에 속도가 붙습니다. 막부터 시작해서 MEA, 스택, 시스템 쪽으로 분야를 넓혀간다는 로드맵을 오래전부터 그려왔어요. 각 단계별 프로세스를 훤히 꿰고 있어야 비용을 낮추면서 품질을 유지하는 포인트를 찾아낼 수 있죠.”

▲ 라미레이팅 설비를 갖춘 롤투롤 장비로, ePTFE를 부직포에 감아내는 합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말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코멤텍은 소부장 회사다. 소재와 부품에 대한 전문성을 살려 이제는 시스템 개발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시장에 큰 파급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임에는 분명하다. 

코멤텍은 멤브레인 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또 그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정부 개발 과제인 ‘반도체 클린룸 공기질 관리용 공조소재 개발’ 1단계 사업을 통해 지난해 반도체 클린룸용 고성능 헤파·울파 필터 개발에 성공했다. 이 또한 ePTFE 멤브레인 기술이 핵심이다.

반도체 클린룸용 여과재는 기술의 난이도가 매우 높다. 헤파(HEPA) 필터는 0.3μm보다 작은 초미세 입자를 걸러내고, 울파(ULPA) 필터는 최소 입자인 0.12μm 포진율이 99.99%를 넘어선다. 30여 년간 국산화를 하지 못해 100% 수입에 의존해온 고성능 필터 개발에 성공한 셈이다.

코멤텍은 국내 반도체 클린룸 필터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한국캠브리지필터와 필터 원단 공급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력을 검증받은 뒤 이를 기반으로 유럽, 미국 시장으로 진출할 방침이다.

▲ 반도체 클린룸용 고성능 필터 제작을 위해 개조한 라미네이팅 장비.

“원천기술 쪽은 2, 3년 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KIST 연구원 시절을 합쳐 지난 20년간 PTFE 연구에 매진해왔어요. 오랜 시간과 노력, 경험이 없이는 성과를 낼 수 없는 분야죠. 수소가 뜨자 너도나도 수소 사업을 한다고 나서고, 그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가 몰리지만 거품은 꺼지게 마련입니다. 진짜 실력을 갖춘 업체들이 전면에 나서고, 이들을 밀어주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코멤텍은 PTFE 원천기술에 기대고 있다. ‘이게 아니면 다른 걸 해야지’가 안 되는 회사라 늘 사활을 걸고 임했다고 한다. 코멤텍은 창업 이후 연구개발에만 약 400억 원의 돈을 투입했다. 고비 때마다 투자를 받아 설비와 연구장비, 전문 인력을 늘리며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기술개발을 통해 풀어야 하는 지점이 있고, 이 기술을 꼭 사업화해야만 풀리는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이전까지는 전자에 집중했다면, 올해부터는 후자에 좀 더 집중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죠. 그만한 자신감도 붙었고요.”

코멤텍은 KB증권과 함께 기술특례 상장을 준비 중이다. 3공장은 이미 외관 공사를 마쳤다. 늦어도 5월에는 반도체 클린룸용 고성능 필터, MEA, 건물용 연료전지 생산시설이 들어선 3공장을 만날 수 있다. 올봄에 코멤텍이 필드에서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지, 프로야구 개막전만큼이나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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