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30 (목)

FOCUS

유리 도브로볼스키 박사에게 듣는 ‘러시아의 수소 정책’

러시아 ‘2024 수소에너지 개발 로드맵’ 적극 추진
사할린 클러스터 통한 수소생산…한국‧일본 시장 주목
“세계 1위 천연가스 보유국으로 블루수소 생산에 큰 강점”
NTI 센터에서 수소연료전지‧수소발생기‧자율주행 트럭 등 개발
하이파워랩과 컨소시엄 통해 수소 기술 상용화 추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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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러시아에서 가장 큰 연구소에 드는 국가기술역량(NTI) 센터의 유리 도브로볼스키(Yuri Dobrovolsky) 소장이 한국을 찾았다. 그는 ‘H2WORLD 울산 국제수소에너지 포럼’에 강사로 나서 ‘러시아의 수소 정책’이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울산에서 포럼이 열리기 이틀 전 하이파워랩 서울 본사 사무실에서 도브로볼스키 센터장을 만났다. 그리고 울산에 내려가 11월 10일 오후에 진행된 강연을 들었다. 


유리 도브로볼스키 센터장은 러시아 물리화학과학기술아카데미(IPCP RAS)에서 화학에너지원 기능성소재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있으며, 특수재료그룹 연구소 소장이기도 하다. 현재 NTI 센터, 일명 ‘NP에너지’에서 수백 명의 연구진을 이끌며 러시아 정부의 수소 로드맵 달성을 위한 정책 입안에 기술자문을 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10월 ‘수소에너지 개발 로드맵’을 통해 2024년까지 수소경제 구축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2030년까지 국제 수소에너지 시장 점유율 목표는 15%에 이른다. 러시아는 사할린 수소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탄소 포집·저장(CCS)을 활용한 블루수소 생산과 유통에 집중할 방침이다. 대규모 수소 수요처로 한국과 일본을 눈여겨보고 있다. 


사할린 수소클러스터는 로스아톰(Rosatom)의 자회사인 러스아톰 오버씨즈(Rusatom Overseas)가 사할린 주정부와 함께 진행 중인 사업이다. 향후 사할린에 연간 3~10만 톤에 이르는 수소생산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세계 1위의 천연가스 보유국인 러시아는 가스 운송 인프라, LNG 산업을 기반으로 장기적인 블루수소 개발이 가능하다. 여기에 수소 관련 기술의 잠재력도 뛰어나다. 1980년대에 이미 액체수소를 연료로 하는 우주선 발사에 성공했다. 연료전지, 수전해, 극저온 액화기술 등 기초기술도 확보하고 있다. 


글로벌 수소경제에서 한러 양국은 서로 협력할 분야가 많다. 실제로 러시아의 ‘2024 수소에너지 개발 로드맵’과 ‘한국판 그린뉴딜 정책’은 지향점이 같다. 지난 2020년 10월 양국은 ‘제1차 수소협력 세미나’를 통해 수소경제 분야 협력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수소전기차 공유서비스 등 협력 추진을 위한 기반을 구축한 바 있다. 


최근 러시아 극동북극개발부 알렉세이 체쿤코프 장관이 방한해 삼성물산, 효성중공업, 롯데케미칼 등 국내 주요 기업에 사할린 수소클러스터 구축 참여를 요청한 바 있다. 한국가스공사만 해도 지리적으로 가까운 러시아의 수소·천연가스 개발에 관심이 많다. 


유리 도브로볼스키 NTI 센터장에게 관련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들었다. 그와 나눈 인터뷰, ‘러시아의 수소 정책’ 강연 내용을 묶어 한 번에 정리했다. 

 

하이파워랩과의 관계에 대해 말해 달라.

러시아 IPCP RAS 산하의 NTI 연구센터는 20여 년간의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PEM 기반의 연료전지, 수소발생기 등을 자체 개발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각종 드론, 경비행기, 자율주행 상용트럭,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수소발생기, 기존 탄소섬유탱크의 단점을 보완한 그래핀 수소탱크 등 시제품을 출시해 상용화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NTI 센터가 보유한 수소 관련 핵심 기술들을 하이파워랩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글로벌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수소 신기술 관련 사업을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 사라 할 수 있다. 

 



NTI 연구센터는 어떤 곳인가? 소개를 부탁한다.

2017년 12월에 설립된, 러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에너지융복합 연구소다. 러시아 정부가 추진하는 거의 모든 수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곳으로 보면 된다. 연구소뿐 아니라 50개 가까운 기업들과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모스크바주립대학(MGU)을 비롯해 로스아톰, 가즈프롬(Gazprom), 카마즈(Kamaz) 같은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PEM 연료전지나 실험용 장비, ESS 등을 개발하는 인에너지(InEnergy), 자율주행 물류운반 차량 개발사인 이보카고(EvoCargo) 같은 스타트업도 함께하고 있다. 

 

러시아도 지난해부터 수소 전략을 발표했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

탄소 배출이 많은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옮겨가자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에너지 전환에 수소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수소는 비료, 석유화학, 메탄올, 기타 유기물 생산에 사용돼온 친숙한 기체다. 과거에는 수소기체라는 것이 사실상 따로 존재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수소는 탄소 배출이 관찰되는 산업의 주요 부문에서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그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발전용 외에도 모빌리티, 건설과 건축 자재, 유틸리티, 제철, 화학 등 산업의 전 부문에서 수요가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수소경제를 빨리 알아차렸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하고 있다. 작년에 전 세계 주요국이 수소 로드맵을 채택했고, 러시아도 이 흐름에 동참했다. 러시아만 해도 논쟁의 불씨는 남아 있다. 일부는 러시아 국내 경제에 수소 무용론을 펴면서 수출용 수소만 생산하자고 말한다. 그러나 오늘날 주요 관점은 수소의 생산과 함께 국내 소비를 진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수전해, 연료전지 같은 수소 기술들이 이미 러시아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수소 산업은 아직 초기이고 비슷한 출발선에 서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러시아는 사할린을 중심으로 블루수소 생산에 주력하게 된다. 여기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알다시피 그린수소는 재생 가능한 전류 공급원에서 전기분해로 얻은 수소를 말한다. 가까운 미래에 가장 필요한 수소의 형태이지만, 비용 대비 효율성을 따져봐야 한다. 수소 개질 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그레이수소가 현재로서는 가장 값이 싸고 기술 성숙도가 높지만, 여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블루수소는 이를 피해갈 수 있다. 수소생산의 초점은 탄소 처리 여부에 있다. 러시아는 수소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지중에 저장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CCS는 원유회수증진(EOR, Enhanced Oil Recovery)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 이 연구의 결과물이 올해 안에 발표될 예정이다. 러시아 정부는 주변 국가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들여와 지중에 저장하는 CCS 사업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또한 핵에너지를 이용한 황색수소 생산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블루수소를 유통하는 방안에 대한 질문이다. 암모니아와 액화수소 중 어떤 형태로 수출될 가능성이 높나?

기체 유통에서 운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파이프라인을 통한 이송이 가장 저렴하지만, 기반 시설 구축에 상당한 비용이 든다. 암모니아와 액화수소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액화수소 쪽이다.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생산(분해)하는 일이 쉽지가 않다. 또 암모니아의 합성과 분해에 에너지가 많이 든다. 에너지 소비 면에서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일본만 해도 수입한 암모니아를 바로 연소해서 쓰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다만 액화수소 운반선 개발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 5년에서 10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 액화수소뿐 아니라 유기화합물과 무기화합물로 결합된 금속수소화물 형태로 수소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기술도 한창 개발 중이다. 아직은 어느 쪽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단언하기가 어렵다.

 

사할린 클러스터에 참여하는 기업들로 어떤 곳이 있나?

정부의 지원을 받아 로스아톰, 카마즈, 러시아철도 등 여러 국영기업이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수소를 유통하고, 각종 수소 장비를 현장에서 활용하는 복합클러스터를 건설할 예정이다. 내년 말에는 사할린에 수소생산공장이 들어선다. 여기에 액화수소 플랜트도 짓게 된다. 러시아는 이미 1970년대에 액체수소 로켓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기술을 완성했다. 이 분야에 분명한 강점이 있다. 또 사할린,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을 위한 수소전기차와 수소열차가 개발되고 있다. 충전인프라가 확보되면 운송 부문의 탈탄소화도 가능해진다.

 

태양광이나 풍력을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러시아는 땅이 넓고 지리적인 조건이 좋아 재생에너지를 할 곳이 많다. 풍량도 좋고 태양광을 할 곳도 넘쳐난다. 이런 곳들은 대부분 천연가스가 나는 곳이다. 블루수소를 하다 가스가 고갈되면 그 부지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된다. 주민이 살지 않는 곳이라 민원의 우려도 없다. 러시아는 블루수소가 우선이다. 그린수소는 천천히 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린수소는 아직 비용이 많이 들고 기술개발에 시간이 필요하다. 유럽의 나라들도 수전해가 활발히 적용되는 시기를 2050년 정도로 보고 있다.


현재 러시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흥미로운 사업이 하나 있다. 바로 북극에서 진행 중인 ‘스노우플레이크 기지’ 사업이다. 이곳은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최초의 북극 기지가 될 전망이다. 풍력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해서 배터리에 전기를 저장하거나 수소로 변환하게 된다. 기지 건설과 관련 설비 제작은 이미 시작됐다. 2023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은 수소 활용, 러시아는 수소 생산에 강점

한국과 러시아는 수소 산업 부문에서 장단점이 뚜렷하다. 한국은 수소전기차, 연료전지 등 수소 활용 분야에 뛰어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석유화학 산업과 LNG 수송 분야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에 수소공급 능력은 제한적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기반 에너지 생산 인프라가 부족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블루·그린수소의 해외 도입이 불가피하다.  


러시아는 막대한 수소생산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주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극저온 기술 등 수소의 저장과 운송 등에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반면에 축적된 기초과학 기술을 활용한 상용화에 아직 어려움이 있다. 


NP에너지만 해도 수소 관련 연구 결과물을 상용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NP에너지에서 개발한 제품을 보자. 중소형 연료전지를 적용한 수소드론, 36kW 연료전지를 적용한 자율주행트럭(1.5톤 적재), 2인승 러시아제 시그마4 항공기를 개조한 75kW 수소연료전지 경량항공기(최대 비행거리 300km), 시간당 30N㎥의 99.9998% 고순도 수소생산이 가능한 수소발생기가 있다. 




30N㎥면 시간당 2.7kg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24시간 가동으로 하루 65kg가량 수소를 생산할 경우 15~20대의 넥쏘 차량을 충전할 수 있다. 자체 개발한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의 발전효율은 45% 이상으로 블룸에너지와 비교하면 10% 정도 효율이 떨어진다. 그에 반해 금속 라이너를 활용한 타입3 수소탱크 쪽은 분명한 강점이 있다. 


도브로볼스키 센터장이 지난 9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콤트란스(comtrans) 국제상용차전시회에서 찍은 수소버스 사진을 보여준다. GAZ 그룹에서 내놓은 Citymax 차량이다. 카마즈 사도 이번 전시회에 수소버스를 전시했다. 실제 도로주행 등을 거쳐야 하지만, 러시아의 수소상용차 시장이 꽤 활발하게 움직이는 걸 알 수 있다.




“수소연료전지만 해도 드론, 차량, 열차 등 다양한 모빌리티에 쓰임이 있죠. 이러한 기술을 적용하는 데 경험이 풍부한 한국 등 다른 나라와 협력하는 일은 아주 흥미롭습니다. 수소 기술을 기반으로 양국이 더 많은 일들을 함께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러시아는 호주나 일본, 독일보다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이 적은 나라에 든다. 러시아의 발전 체계를 보면 가스가 48%로 가장 많다. 그 뒤를 원자력(18%)과 수력(17%), 석탄(16%)이 잇는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블루수소 생산에 집중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노르드스트림(Nord Stream) 같은 가스 공급망을 잘 갖추고 있다.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인 가즈프롬은 LNG 가스관에 수소를 20~70%까지 혼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곧 기존 배관을 통해 유럽으로 블루수소를 수출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다만 정치적인 배경을 무시할 순 없다. 정치적 알력이 에너지 시장의 권력다툼으로 표출된 사례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양국 모두에 ‘수소’는 새로운 기회이자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수소 협업을 통해 ‘정치 리스크’라는 불확실성을 제어할 여지가 있다면, 이 또한 나쁘지만은 않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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