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다시 원전 바람이 불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다. 특히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은 탄소중립을 위한 유력한 수단으로 원전 비중 확대를 천명했다. 유럽연합(EU) 집행부의 택소노미 초안에는 원자력이 포함됐다.
국제원자력기구의 전 세계 원전 정책 동향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2035년까지 520조 원을 투입해 원전 150기를 신규 건설할 계획이다. 일본은 2019년 탈원전 정책폐기 이후 원전발전 비중을 23%까지 유지하는 한편 최근 자민당을 주축으로 노후 원전을 소형모듈원전(SMR)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 연구개발에 약 1조4,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영국은 재생에너지와 원전 동시 건설을 추진하고 SMR을 포함한 대규모 원전 프로젝트 예산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원전 사용 기간 20년 연장 후 원전에 대한 보조금 지급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미국, 프랑스, 영국 등은 원자력을 이용한 수소생산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을 다시 활성화한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공약을 통해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를 조화시켜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즉시 재개하고, 안전성 평가를 토대로 2030년 이전 최초 운영허가 만료 원전(30년 기준 수명 도래)의 계속 운전 등으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40% 달성에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원전을 기저 전원으로 활용해 2017년 이후 평균 26.4%로 낮아진 원전 비중을 30%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원전과 함께 청정수소 생산기지 및 수소 액화 관련 설비 투자 확대, 원자력 이용 수소생산 등 수소산업도 육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원자력 수소 급부상
특히 원자력을 이용한 수소생산 방안이 급부상하고 있다. 대량으로 저렴하게 탄소중립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간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가 부각됐지만 국내 여건상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한계가 있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가 있어 원자력 수소생산도 병행해야 안정적으로 청정수소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박상덕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우선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반민주적으로 진행되었다. 에너지자원이 없고 국제적 계통연계도 없는 우리나라 현실상 원전을 다시 활성화하는 것은 국내 에너지산업의 당면 과제”라며 “특히 전 과정에서 탄소 발생량이 태양광발전의 4분의 1에 불과한 원전이 재생에너지보다 가장 친환경적이고, 원별 발전 단가를 보더라도 원전이 kWh당 60원으로 가장 저렴해 원전을 이용하면 대량으로 저렴하게 탄소중립 수소를 만들 수 있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도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원자력 수소 기술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원자력 수소는 열화학 반응과 수전해 기술을 통해 생산된다.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에 따르면 미국, 프랑스, 영국 등은 원자력을 활용한 수소생산 연구를 통해 2030년까지 GW 단위의 원자력 수소생산 시설 건설 계획을 가지고 있다.
미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아이다호국립연구소(INL)는 2019년 9월 수전해 실증사업과 2020년 10월 원자력 고온증기 전해 실증사업을 개시했다. 퓨얼셀에너지는 2026년까지 200MW 규모 고온수전해시스템 공급을 준비 중이다. 엑셀론(Exelon)은 지난 2021년 8월 나인마일포인트(Nine Mile Point) 원전 PEM 실증사업에 대해 미국 에너지부(DOE)의 승인을 받았다. 2021년 10월에는 APS (Parlo Verde) 저온수전해 실증이 시작됐다.
프랑스의 경우 마크롱 대통령은 2030년까지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원자력 발전소를 활용한 그린수소생산 강국으로 발돋움할 것을 천명했다.
프랑스는 산업용(47만5,000톤) 및 수송용(16만 톤), 전력생산용(4만5,000톤)을 위한 저탄소 수소가 필요하다.
프랑스의 발전량 믹스(2028년)는 원자력 65%와 재생에너지 30%로 이루어지며, 이를 기반으로 37~60TWh의 수전해 설비가 필요하다. 프랑스 국영 전력회사인 EDF는 원자력 수소생산을 위해 ‘하이나믹스(Hynamics)’를 설립했다. EDF는 영국에서 가동 중인 Sizewell B(PWR)와 건설 예정인 Sizewell C 원자력 발전소를 수소생산에 활용해 2030년까지 1GW 수전해 설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 정부는 가스파이프 네트워크에 원자력으로 생산된 수소를 활용하기 위한 타당성을 조사 중이다.
국내의 경우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지난 2004년부터 고온가스로(300MWe 이하)를 이용한 원자력 수소생산 기술개발에 착수해 실험실 규모의 수소생산 실증을 마친 상태이다.
현재 원자로는 크게 경수로, 중수로, 고온가스로(HTGR), 소듐냉각고속로(SFR), 용융염로(MSR)로 구분된다. 국내 대형원전의 원자로는 모두 가압경수로와 가압중수로이다.

최근 해외 주요국에서 초기 투자비용이 낮고 증설이 쉬운 소형모듈원전(SMR; Small Modular Reactor)이 부상하는데, 고온가스로형 SMR이 수소생산에 최적의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고온가스로는 핵분열반응에서 생성된 고온의 열을 견디도록 세라믹 피복 입자 핵연료를 사용하고 감속재로 흑연을, 냉각재로는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는 헬륨을 각각 사용하는 원자로로, 750℃ 이상의 고온 열을 안전하게 생산하기 때문에 수소생산에 최적화한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또 초고온가스로(VHTR)는 고온가스로의 원자로 냉각재 출구 온도를 850~950℃로 높인 것으로, 온실가스를 방출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수소생산에 활용할 수 있는 4세대 원자로이다.
지난 2019년 10월에 발표된 ‘수소 기술개발 로드맵’에는 미래형 수전해 수소생산기술로 ‘고온수전해(SOEC)’와 함께 ‘초고온가스로 시험로’ 기술개발이 반영되어 있다.
SOEC 기술은 750℃ 이상의 고온 열로 물을 끓여 발생하는 증기를 전기분해해 이산화탄소(CO2) 배출이 없는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기술로, 이미 상용화된 알칼라인 및 고분자전해질(PEM) 수전해(저온형) 기술보다 효율이 높다.
울진, 원자력 수소생산 중심지로 부상
국내에서는 울진군이 원자력 수소생산 중심지로 부상할 전망이다. 경상북도와 울진군이 ‘울진군 대규모 원자력 청정수소 생산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 과기부, 한수원이 주관하는 이 사업은 오는 2030년까지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전 인근(죽변면 후정리 일원) 50만㎡ 부지에 원자력 활용 청정수소 R&D 실증・생산단지(5MW, 100MW)와 소형원자로(SMR) 활용 대규모 고온수전해 청정수소 생산 플랜트(100MW)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로, 총사업비는 1조9,000억 원~2조 원으로 추산된다.
산업부와 과기부는 총사업비 중 5,000~5,500억 원의 국비 지원이 필요해 올 상반기에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울진군에 대규모 원자력 청정수소 생산단지를 조성하는 이유는 우선 동해안 송전제약 비(非) 발전 전력이 대량(5.4GW)으로 발생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2024년 발전용량이 17GW로 늘어날 전망이지만 현재 송전수용 가능 용량은 11.6GW이다. 단기에 송전망 증설 전망이 불투명해 5.4GW는 송전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다수 호기 원전의 열과 값싼 전기 활용 시 ‘무탄소・저비용’ 청정수소 대량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올해 3월 현재 전원별 생산단가 중 원전이 kWh당 60원으로 가장 저렴하다.
최근 3년간 한울원전(6개 호기) 연평균 발전량은 4만3,896GWh(이용률 평균 80.5%)로, 가동률을 85%로 높이면 수소 생산단가를 3,500원/kg으로 맞출 수 있어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제시한 2030년 수소가격 목표인 4,000원/kg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게 울진군의 설명이다.
울진의 입지 여건도 최상이다. 국토부가 지난 2021년 3월 발표한 ‘동해안권발전종합계획’에 울진군이 ‘동해안 수소경제 벨트’에 포함됐다. 울진군은 국내 원전 최다(8기) 보유지역이다. 강원도(시멘트), 포항(철강), 울산(화학), 대구(수소차) 등 인근에 수소 수요지도 많다.
울진군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지자체(울진군)의 강력한 추진 의지와 함께 지역주민의 수용성 조사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얻은 점도 원자력 청정수소 사업 성공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울진군에 따르면 울진 주민은 현재 가동 중인 원자력 발전소의 예비 전력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에 대해 좋다는 의견을 보였다. 또 기존 개질 방식보다는 원자력을 이용한 수소생산(수전해)이 더 나은 방식이라고 응답했다. 지역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응답했다.
다만 원자력 수소생산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안전성에 대한 주민 참여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정책 결정에 대한 주민 참여가 가장 필요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울진군은 이 같은 지역주민의 의견을 반영해 실제 사업 추진 시 주민위원회와 경제성 및 안전기술 자문위원회, 주민 수용성 연구팀을 운영해 수용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울진군은 지난 2021년 11월 산업통상자원부 수소경제홍보T/F, 수소융합얼라이언스와 함께 원자력 청정수소 생산단지 조성사업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
전문가 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델파이 설문을 통해 중요한 방향성도 도출했다.
울진군에 따르면 우선 원자력 수소 기술 실증 관련 정부의 지원 필요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우리나라와 주요국과의 원자력 수소 기술 격차가 6년 이상이므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전문가들 간 수소 생산단가 하락 시기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수소 생산단가가 현재 기준보다 30~40% 정도 하락할 시기에 대해 2036년을 평균으로 도출했다. 국내 주요 에너지원의 비중에서 수소가 20%에 도달하는 시기에 대해 2041년경을 가장 높은 빈도로 응답했다. 약 15년 뒤 현재 대비 30%의 가격하락이 예견된다면 추세상 연간 약 2%의 기술진보 효과를 가정할 수 있게 되어 연구개발 예산 마련 시 기준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원자력 청정수소 생산단지 조성
경북과 울진군은 지난 2020년 4월 원자력 청정수소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그해 10월 입지분석 조사를 완료한 후 사전 예비타당성조사 용역을 시행했다.
2021년 9월에는 원자력 청정수소 사업이 ‘경북 K-원자력 전략’ 핵심분야에 반영되고, 수소경제위원장인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면담을 통해 대규모 원자력 청정수소 생산단지 조성을 건의해 공감을 이끌어냈다. 2021년 11월에는 ‘동·서·남해안 및 내륙권 발전 특별법’에 따른 ‘동해안권 발전종합계획(변경)’에 반영되어 확정 고시됨으로써 법적 근거도 확보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29일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울진군 신한울 원전 방문 시 원자력 수소생산단지 조성을 공약으로 발표해 강력한 사업 추진동력을 얻게 됐다.
사업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활동도 본격화하고 있다. 경북도와 울진군은 지난 2021년 6월 포스텍, 한국원자력연구원, 포스코, 현대엔지니어링,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등 5개 연구기관・기업과 원자력 활용 청정 수소생산 기술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또 울진군은 지난 2021년 12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전력기술, 두산, 미래와도전,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엘코젠(에스토니아), 넥스트에너지 등 8개 연구기관・기업과 대규모 청정수소 생산・실증단지 조성사업 지원 및 참여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울진군은 예비타당성조사 기획용역을 올해 5월까지 마무리하고 올 상반기 중 예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우선 원자력 활용 청정수소 R&D 생산・실증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사업비 4,000억 원(국비 2,000억 원, 지방비 500억 원, 민자 1,500억 원)을 투입해 상용 원전(한울 원전)과 재생에너지(태양광) 전력을 활용한 저온수전해 수소생산・실증(5MW급, 1,095톤/년)과 고온수전해(SOEC) 수소 생산기술 실증(100MW급, 2만7,400톤/년), 원자력 수소 R&D센터 건립, 원전연계기술 및 원자력-재생에너지 상생 기술개발, 인력양성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2024년부터는 사업비 1조5,000억 원(국비 3,000억 원, 지방비 500억 원, 민자 1조1,500억 원)을 투입해 소형원자로를 활용하는 대규모 고온수전해 청정수소 생산 플랜트(100MW급)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고온증기(750℃)를 활용해 저비용・고효율 청정수소를 대량생산(3만2,000톤/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문재인 정부 때 탈원전 정책에 따라 신한울 3, 4호기의 건설 추진이 중단된 바 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신한울 3, 4호기 건설 추진이 재개된다. 향후 신한울 3, 4호기를 수소생산에 활용할 경우 연평균 이용률 91% 및 SOEC 기술 적용 시 연간 약 56만 톤의 수소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저온수전해 적용 시에는 연간 약 45만 톤의 수소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업을 통해 원자력 수소생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4세대 초고온가스로 소형모듈원전 전문기업인 미국의 USNC,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함께 추진 중인 캐나다 초크리버 초소형원자로(MMR) 실증 플랜트를 기반으로 고온가스로를 국내에 도입하고, MMR을 이용해 경제성을 확보한 100MWe급 대용량 전기분해 수소생산 플랜트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엔지니어링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과 USNC는 2012년 3월 고온가스로 기술개발 협력을 시작으로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함께 고온가스로 개념설계 및 기본설계를 수행해왔으며, 2019년 2월에 캐나다 원자력규제기관의 사전 인허가를 통과했다.
올해는 캐나다 동부 토론토 북동쪽 초크리버원자력연구소 부지에 MMR 실증 플랜트(15MW) 건설에 착수하고, 2025년 상업운전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USNC가 개발한 4세대 초고온가스로 MMR은 소형모듈원전 중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MMR 원자로 설계에 마이크로 캡슐화 세라믹 삼중 코팅 핵연료 특허기술을 적용하는데, 이 기술은 섭씨 1,800도에서도 방사능 물질의 누출 가능성이 없고,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중대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핵연료 용융이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안전성이 강화된 원자로”라며 “기존 원자로보다 고온(750도 이상)의 증기를 생산할 수 있어 이를 활용해 전력생산뿐만 아니라 고온의 공정 열 공급과 전기분해를 이용한 수소의 대량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최근 용융염원자로 개발사인 덴마크 시보그(Seaborg)와 소형 용융염원자로를 활용한 ‘부유식 원자력발전 설비’ 개발을 위한 기술 협력 MOU를 체결했다. 올해 안에 최대 800MW급 부유식 원자로 발전설비 모델을 개발해 선급 인증과 영업 활동을 전개한 후 부유식 원자력발전 설비에서 생산된 전력을 활용한 수소・암모니아 생산설비 개발까지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두산은 울진 원자력 수소 생산단지 조성사업에서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증기를 활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고체산화물수전해시스템(Solid Oxide Electorlysis Cell, SOEC) 기술을 개발한다.
두산 관계자는 “향후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이 완료되면 수소 수요지 인근에 SMR을 건설하고, SOEC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대량의 수소생산과 저장·운송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라며 “두산은 향후 원자력발전소 외에도 열병합발전소, 화력발전소, 소각로 등에 폐열을 활용하는 SOEC 기술을 적용해 대량의 청정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OEC 셀・스택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에스토니아 수소 기업 엘코젠은 이번 사업에서 울진에 1,000억 원 규모의 200MW급 ‘수전해 스택’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울진 원자력 청정수소 생산단지에서 생산된 원자력 수소를 활용하게 된다. 포스코는 2028~2030년 수소환원 시범 플랜트용으로 연간 10만 톤, 2030~2040년 수소환원공정 전환용으로 연간 370만 톤의 수소가 필요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원자력 수소 인력양성 사업도 주목된다.
원자력 수소 분야 교수 인력 및 전문가 양성을 위한 석·박사과정을 개설해 관련 분야 교육・연구를 수행하고, 원자력-수소에너지 분야 현업종사자 및 취업준비생 등을 대상으로 직무 수행에 필수적인 실무 교육과정을 개설할 계획이다. 원자력-수소에너지 분야 석·박사 및 박사 후 과정 파견 기간 등 연구원 양성 교육과정도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안춘섭 울진군 원자력정책팀장은 “원자력을 활용한 대규모 청정 수소생산을 통해 국내 수소 수요를 충당하고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된다. 환동해권 수소 공급망 확산을 통한 수소 인프라 조성은 물론 탄소배출 없는 청정수소 생산을 통해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울진군 대규모 청정수소 생산단지 조성사업이 예타 사업으로 무난히 선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진 원자력 청정수소 생산단지 조성사업이 성공적으로 가기 위해선 규제샌드박스가 필요하다.
이번 사업의 기획 총괄을 담당하는 박상덕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법적으로 원자력발전 회사는 전기만 생산할 수 있고, 수소를 생산・판매할 수 없기에 이번 사업 기간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특구로 지정해 여기서는 원전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라며 “실증사업이 끝난 후에는 원자력발전 사업자든 누구든 전기와 수소를 자유롭게 팔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수석연구위원은 “원전에서 전기와 증기를 생산하기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SOEC도 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법적 절차를 잘 밟아서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 수소 활성화 방안
원자력 수소생산의 활성화를 위해선 원자력 수소가 청정수소에 포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청정수소인증제와 CHPS(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긴 수소법 개정안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청정수소 범위에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만 포함해야 한다는 여당 측과 원자력 수소도 포함해야 한다는 야당 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소경제는 새 정부에서 축소가 불가피한 재생에너지보다 탈이념적이고, 수소경제 추진이 지극히 산업계의 현실적 요구에서 기인했다는 점과 수소가 에너지 저장수단인 물질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새 정부가 역점을 두고 부흥시킬 원전과의 ‘콜라보’도 가능해 새 정부에서도 수소경제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재정립을 통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그 첫걸음은 수소산업의 다급한 현안인 청정수소인증제 법제화이고,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반영해 인증 대상 청정수소에 원전 수소도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유럽에서는 원자력 기반 수소생산 방식이나 CCS 설비가 추가된 천연가스 추출수소 등 현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저탄소 수소생산 방식도 청정수소로 인정하고 있다”라며 “현실적으로 경제성 등을 감안해 단기적으로 확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수소만을 고집하기보다는 수소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비용 효과적인 다양한 방식들도 함께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수명연장 원전을 수소생산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새 정부는 2030년 이전에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 10기의 수명연장을 추진할 계획인데, 전부 연장할지 아니면 안전성 기준에 근거해 몇 개만 연장할지 등에 대해 전문가 검토를 통해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은 수명연장 원전의 수소생산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어 우리도 수명연장 후 계통에 연결하지 않는 수소생산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원자력 수소가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와 함께 청정수소 및 탄소중립 시대를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