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윈테크에너지는 삼성물산이 주관한 국책과제인 K-MEG 사업에서 ‘석탄가스화 플랜트 개발’의 핵심 기술인 스팀 플라즈마 토치를 개발했다.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마이크로웨이브 스팀 플라즈마를 활용한 수소생산기술’. 윈테크에너지는 지난해 열린 ‘제2회 지식재산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플라즈마 기술로 우수상(특허청장상)을 받았다. 처음엔 플라즈마로 천연가스를 개질하는 업체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윈테크에너지가 주목한 것은 훨씬 지저분한 원료였다.

“처음엔 갈탄을 가지고 했어요. 벌써 10년 전 일이죠. 마이크로웨이브 토치 두 기를 반응기 상단과 하단에 꽂아 500kW 가스화기를 만들었어요. 인도네시아산 갈탄을 100미크론 굵기의 미분으로 만들어서 스팀 플라즈마 반응로에 넣으면 합성가스가 생성되죠. 이 가스를 PSA로 분리해 수소와 일산화탄소를 얻게 됩니다.”

윈테크에너지의 박정철 대표가 말한다. 이 연구는 국책과제인 K-MEG(Korea Micro Energy Grid) 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2012년도만 해도 ‘석탄가스화 플랜트’에 관심이 많았다. 유연탄 가격의 10분의 1에 불과한 저급 석탄을 가스화화는 유용한 기술로 큰 주목을 받았다. 

▲ 갈탄 미분을 노즐로 분사할 때 관찰되는 플라즈마 화염.

▲ K-MEG 국책과제로 화성 비봉면에 설치했던 500kW 마이크로웨이브 플라즈마 가스화기.


GS칼텍스와 15년 장기 수소공급 계약 체결

윈테크에너지는 2015년에 설립됐다. 사업 목표는 명확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플라즈마 토치 기술을 기반으로 한 수소생산이다. 반응 원리는 이렇다. 주원료는 물이다. 물을 끓여 나온 수증기에 강력한 마이크로웨이브(전자파)를 쏘면 한순간에 수증기가 플라즈마 상태로 변하면서 수소와 산소로 분리된다. 

이때 탄소(C) 성분이 들어 있는 미분탄이나 폐플라스틱가루, 폐유 등을 보조원료로 주입해 산소와 결합시키면 수소(H2)와 일산화탄소(CO), 이산화탄소(CO2)로 이뤄진 합성가스가 만들어진다. 플라즈마 기술을 활용했을 뿐, 천연가스(CH4)를 원료로 하는 증기메탄개질(SMR) 방식과 그 결과물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마지막에 이 합성가스를 정제·분리해서 수소를 생산하게 된다. 

“윈테크에너지에는 화학공장을 비롯해 기존 SMR 플랜트 사업에 잔뼈가 굵은 엔지니어링 전문가들이 속해 있어요. 회사 설립 후 처음 한 도전이 잔사유 테스트입니다. 잔사유는 원유에서 휘발유, 경유, 등유 같은 경질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 기름이죠. 벙커C유나 아스팔트 원료인 중질유가 여기에 들어요. 황 성분이 많아서 IMO(국제해사기구)에서 규제하는 대표적인 선박 연료에 들죠.”

2020년 이후로 선박에 벙커C유를 쓰려면 값비싼 스크러버 설비(황산화물 저감장치)를 달아야 한다. 정유사나 석유화학회사가 고도화 설비를 통해 잔사유 활용에 나서고 있지만, 플랜트 건설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에쓰오일이 잔사유 고도화 시설을 짓는 데 들인 돈만 4조8,000억 원이다. 

“잔사유 전용 토치 개발을 2018년에 완료했어요. 세계 최초라 할 수 있죠. 연구개발에 2년 정도 시간이 걸렸어요. 플라즈마 반응으로 얻은 갈탄의 수소 비율이 39.8%, 잔사유의 수소 비율은 47.9%로 나왔어요. 수소생산율을 놓고 보면 갈탄보다 잔사유가 훨씬 높아요. 잔사유의 경제성이 더 좋다는 뜻이죠.”

▲ 국가핵융합연구소에서 잔사유 테스트를 진행했다.

GS칼텍스가 이 기술에 큰 관심을 보였다. GS칼텍스는 기술검증 기간을 거쳐 지난 2019년 3월에 윈테크에너지와 수소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윈테크에너지는 GS칼텍스로부터 잔사유를 받아 수소를 생산한 후 이를 15년간 장기 공급할 수 있게 됐다. GS칼텍스는 이 수소로 중질유를 분해해 휘발유를 만들 계획이다. 

“계약까지는 좋았는데, 그 이후로 진도가 잘 안 나가고 있죠. GS칼텍스 여수공장 인근에 수소생산 공장을 짓는 데 드는 비용이 1,700억 원이에요. 투자자를 쉽게 구할 줄 알았는데, 일이 뜻대로 안 풀리더군요. 기술력만 믿고 기다린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규모를 작게 해서 분산형으로 가는 것도 생각하고 있어요.”

트레일러로 원료(잔사유)를 받아 저장탱크에 채워놓고 마이크로웨이브 스팀 플라즈마를 써서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100kW급 마이크로웨이브 발생기 4대를 적용, 하루에 1.7톤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 정도 사양이면 중규모 수소생산시설에 든다. 윈테크에너지는 시설 투자비로 12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여기엔 탄소포집(CCU) 설비도 들어간다. 

▲ 75kW 플라즈마 토치 시연 현장.


플랜트의 핵심 설비는 ‘플라즈마 토치’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0년에 낸 자료에 따르면, 수소 1kg당 석탄은 2.5달러, LNG는 3.39달러의 생산비가 든다. 윈테크에너지가 잔사유를 원료로 대형 수소생산 플랜트를 운영할 경우 이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수소생산이 가능하다. 소형 분산형을 적용해 잔사유와 타르를 원료로 할 경우에도 석탄보다 경제성이 높다. 

“경제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플라즈마 기술을 상용화해서 수소를 제조하는 전문업체가 되겠다는 포부를 안고 시작한 일이죠. 현재 안산시와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하는 분산형 수소생산시설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요. 시범사업으로 가는 만큼 처음에는 PET병처럼 깨끗한 걸로 시작하고, 이후에 PVC 같은 걸로 난이도를 높여갈 생각이죠.”

스팀 플라즈마 수소생산에 드는 비용은 대부분 원료 값, 전기료에서 나간다. 폐플라스틱처럼 돈을 받고 원료를 처리할 수 있다면 운영비뿐 아니라 수소 판매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경의 이점이다.

“스팀 플라즈마 설비에는 굴뚝이란 게 없어요. 밀폐 공정의 특성상 미세먼지 배출이 적고 필터와 스크러버를 통해 완벽히 차단하거나 제거할 수 있죠. 잔사유 공정을 예로 들면, 플라즈마 반응에서 황화합물(SOx)은 고체 황 상태로 90%가 제거돼요. 나머지는 황화수소(H2S)로 전환되어 흡착공정으로 없애게 되죠. 또 공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질소화합물(NOx)은 거의 나오지 않아요.”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눈에 띄게 적다. 윈테크에너지는 자사의 플랜트에 기본적으로 탄소포집 설비를 반영하고 있다. 기본 SMR 공법이 수소 1kg당 6.9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면, 윈테크에너지의 스팀 플라즈마 공법은 0.13kg에 불과하다. 이는 CCU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때 소량의 이산화탄소가 수소에 함유되고, 이를 PSA에서 분리할 때 소량이 배출된 것이다. 현재 이 소량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술개발도 진행 중이다. 

마이크로웨이브 스팀 플라즈마의 장점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SMR은 고온·고압 설비가 필요해 투자비가 많이 들고, 별도의 촉매가 필요하다. 또 고가의 원료인 천연가스를 사용하고, 그레이수소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마이크로웨이브는 집중 조사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전기 전달 효율이 높다. 전자레인지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전자파를 쓰기 때문에 분해 반응속도가 기존 열분해에 비해 매우 빠르다. 또 기존 가스화기가 고압(25~35bar)에서 운전되는 데 반해 마이크로웨이브 가스화기는 상압에서 운전하고, 별도의 촉매가 필요 없다. 유지관리 면에 장점이 있다.

다만 고가의 마이크로웨이브 발생기가 필요하고, 이를 구동하는 데 전기료가 많이 든다. 연료전지를 붙여 플라즈마 발생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도시가스 개질 방식이 아닌, 현장에서 생산한 순수소를 그대로 쓰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마이크로웨이브 발생기는 독일과 미국 제품이 유명해요. 중국산도 있는데, 가격은 훨씬 저렴하지만 성능이 어느 정도 나오는지는 토치를 연결해서 테스트를 해봐야죠. 실제로 제품을 받아 테스트할 기회가 있을 것 같아요.”

▲ 리차드슨 마이크로웨이브 발생기 설치 후 토치 시운전을 진행하고 있다.

마이크로웨이브 발생기에는 마그네트론이라는 2극 진공관이 들어간다. 이게 8,000시간, 2만4,000시간 식으로 수명이 있다. 고장이 나면 교체를 해야 하는데, 교체 작업에 15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10% 정도 스페어 부품을 확보해두고 수리를 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된다.

“플랜트의 핵심 설비는 ‘플라즈마 토치’입니다. 단순히 수소를 뽑는 게 아니라, 얼마나 높은 비율로 수소를 뽑아내느냐가 관건이죠. 효율이 높아야 상업화가 가능하니까요. 토치의 위치를 일일이 바꿔가면서 온도를 제어하고 데이터를 비교하면서 최적화하는 작업이 매우 어렵죠. 토치 하나 개발하는 데 2년이 걸린 게 그 때문입니다. 달리 보면 토치 기술을 모방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죠.”

▲ 플라즈마 토치가 기술의 핵심이다.


캐나다서 ‘메탄 열분해’ 청록수소 생산에 도전

박정철 대표가 캐나다 업체와 맺은 계약서 두 장을 보여준다. Binding Term Sheet, 즉 ‘구속력이 있는 거래조건’으로 최종 계약을 맺기 전 LOI(Letter Of Intent) 문서에 해당한다. 윈테크에너지는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는 ‘청록수소’ 사업을 올해부터 캐나다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메탄(CH4)을 깰 때 스팀(H2O)을 넣지 않는 거죠. 흔히 ‘메탄 열분해’라고 하고, 여기서 나오는 수소를 청록수소로 구분해 불러요. 메탄을 마이크로웨이브 플라즈마로 열분해하면 탄소(C)가 그라파이트 형태로 나옵니다. 카본 사이클론으로 그라파이트를 캡처해서 배터리 음극재로 판매할 수 있죠.”

SK의 직접 투자로 화제가 된 미국의 모놀리스(Monolith)가 바로 ‘메탄 열분해’ 회사다. 모놀리스는 아크 플라즈마 방식의 상업용 개질 플랜트인 OC1을 네브라스카주에 가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카본블랙 1만4,000톤을 생산한다. 윈테크에너지는 카본블랙이 아닌 그라파이트 형태로 탄소를 회수하게 된다. 시중의 판매가는 카본블랙이 그라파이트보다 비싸다. 카본블랙은 톤당 약 1,300달러, 그라파이트(스몰)는 900달러 정도 한다. 

SK가스도 최근 미국의 메탄 열분해 스타트업인 씨제로(C-Zero)와 투자계약을 맺었다. 천연가스를 고온 반응기에 주입한 후 촉매와 반응시켜 수소와 고체탄소를 얻는다. 현대기아차그룹도 영국의 스타트업인 하이록(HiiROC)에 신규 투자를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하이록은 2019년에 설립된 수소기술 전문 회사로, 열 플라즈마를 이용한 혁신적인 전기분해 공정으로 바이오메탄, 플레어가스, 천연가스 등을 수소와 카본블랙으로 변환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윈테크에너지가 계약한 업체는 ‘세인트 조지 에코마이닝(St-Georges Eco-Mining)’과 그 자회사인 EVSX다. ‘세인트 조지 에코마이닝’은 금속광물 탐사, 배터리 재활용, 지속가능한 채굴, 가공기술 개발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배터리 사업은 EVSX가 전담한다. 

“캐나다는 전기세가 저렴하고 원료인 셰일가스 생산국이라 사업을 하기에 좋아요. 윈테크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해서 투자를 하겠다고 나선 경우죠. 500kW급 실증사업을 생각 중인데, 국내보다 캐나다에서 사업이 더 빠르게 진척될지도 모르겠네요. 메탄용 플라즈마 토치를 개발하고 그라파이트 회수 설비의 완성도를 높여야겠죠.”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플라즈마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 잔사유를 활용한 수소생산 기술의 경우 중동의 폐유 처리에도 수요가 있다. 또 인도네시아의 경우 갈탄을 활용한 수소생산에 관심이 있다. 실제로 K-MEG 사업에서 인도네시아산 갈탄으로 실증에 성공했다.  

“기술회사다 보니 영업이나 마케팅 쪽으로 크게 신경을 안 썼어요. ‘지식재산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상을 받은 계기도 H2KOREA(수소융합얼라이언스) 담당자 분의 권유 덕분이죠. K-MEG 사업 이후에 플랜트를 철거한 상태예요. 그래서 국내에 데모 플랜트가 없죠. 이 점이 가장 후회가 됩니다. 설비가 가동되는 걸 눈으로 보면 바로 이해가 되니까요. 조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야죠.”

▲ 윈테크에너지의 박정철 대표는 “높은 효율과 친환경성이 플라즈마의 장점”이라고 말한다.

▲ 지난해 열린 ‘제2회 지식재산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플라즈마 기술로 우수상(특허청장상)을 받았다.

플라즈마는 SMR의 대안이 된다. 수전해 기술이 상용화되기 전까지, 아니 그 후로도 널리 쓰일 수 있는 유용한 기술이다. 폐플라스틱, 폐유, 잔사유, 타르. 윈테크에너지는 이 네 가지 물질에 대한 테스트를 완료했다. 단순히 도시가스를 개질하는 게 아니라, 폐기물에 준하는 물질을 원료로 해서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해낸다. 

“플라즈마가 상용화되려면 경제성이 있어야 해요. 경제성이 있으면서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플랜트를 짓는 게 우리 일이죠. 잔사유를 활용하면 원료비를 아낄 수 있고, 수소가격 또한 크게 낮출 수 있어요. 폐플라스틱의 경우에는 처리비용을 받으면서 수소를 생산할 수 있죠.”

그레이, 블루, 청록, 그린…. 수소의 색은 그 기술의 다양성을 의미한다. 효율과 친환경 면에서 플라즈마는 ‘열분해’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마이크로웨이브 플라즈마 기술이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려면 일단 토치에 불부터 붙여야 한다. 윈테크에너지가 그 검증의 시험대를 차근차근 통과해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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