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앨 화성공장에서 만난 임근영 대표.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서해의 궁평항으로 넘어가는 길목이다.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광평리에 있는 디앨 본사를 찾는다. 디앨의 전신은 다임폴라특장이다. ‘특장(特裝)’에서 알 수 있듯 특별히 개조된 운반용 화물차량의 제작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지난 10월 20일로 기억한다. 디앨은 전북 군산의 새만금 산업단지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새만금개발청과 ‘액체수소·액화천연가스 컨테이너 및 충전소 시설 제조공장’ 건립에 관한 투자협약을 맺었다. 새만금 국가산단 1공구에 들어서는 모빌리티 클러스터 3만4,000㎡ 용지에 107억 원을 들여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내년 초에 착공해서 이르면 8월에는 공장이 완공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봅니다. 디앨이 LNG에 입문한 게 20년 정도 됩니다. 그동안 초저온 설비를 다루면서 수소 쪽을 눈여겨봤어요. 기체수소는 우리랑 기술적으로 겹치는 갈래가 없어요. 액화수소 시장이 열리기를 기다렸고, 이제는 그 때가 됐다는 판단을 하고 있죠.” 

강원도 과제로 ‘액체수소 탱크로리’ 개발 중

디앨 본사 2층에서 임근영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그는 “좀 일찍 오셨네요”라며 인사를 건넨다.  

“우리는 기술로 먹고사는 사람들이라 말보다 실적으로 증명하겠다는 의식이 강해요. 아직 실물로 내지 않은 걸 두고 가타부타 의견을 내기가 쑥스럽다는 말입니다. 제품을 눈앞에 딱 내놓으면 그걸로 다 설명이 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좀 일찍 오셨다는 말을 드리는 겁니다.” 

수소 산업이 뜨면서 CNG나 LNG를 다루는 업체들이 앞 다퉈 기체수소나 액체수소 쪽으로 넘어가는 추세다. LNG 탱크로리 전문 제작사인 디앨의 행보도 이 흐름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디앨은 액화천연가스(-162℃)를 비롯해 액화산소(-183℃)와 아르곤(-186℃), 액화질소(-196℃) 등 초저온 액화기술을 적용한 탱크로리 차량이나 트레일러 탱크를 시장에 공급해왔다. 온도를 크게 낮춰 기체를 액화하면 부피가 크게 줄어 운송이나 저장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SK, 효성, 두산 같은 대기업이 주축이 돼서 2023년에는 액화수소플랜트를 가동하게 됩니다. 액화수소가 시중에 나오고 나서 운반차량 개발에 들어가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죠. 시기를 얼추 맞춰서 같이 가야 돼요. 늦어도 내년 연말까지는 준비를 마쳐야 하죠.”

▲ 화성공장에서 한 직원이 탱크로리의 배관 연결 작업을 하고 있다.
▲ 새 트럭을 받아 LPG, LNG 탱크로리로 만들어 업체에 납품한다.

창원산업진흥원과 두산중공업이 공동출자한 하이창원이 내년 말에는 하루 5톤 규모의 액화수소플랜트를 완공할 계획이다. 여기에 린데수소에너지와 효성하이드로젠이 울산에 하루 30톤 규모의 플랜트를 짓고, SK E&S는 인천에 하루 90톤 규모의 플랜트를 2023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GS칼텍스도 한국가스공사의 LNG 인수기지 안에 연산 1만 톤 규모의 액화수소플랜트를 2024년까지 짓기로 했다.  

“디앨이 작년부터 강원도 액화수소산업 규제자유특구에 참여하고 있어요. 액화수소의 수송, 저장과 관련한 국책과제에 이름을 올리고 있죠. 초저온 탱크로리는 기화를 막기 위해 진공보온병처럼 이중 또는 삼중 탱크로 제작해 열전도를 최소화해야 해요. 단열이 가장 중요한 만큼 내조 탱크에 다층단열(Multi Layer Insulation) 필름을 시공해서 진공 상태를 유지하게 되죠.”

디앨은 자체 기술로 액체수소 탱크로리를 개발 중이다. 최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H2WORLD 울산국제수소에너지 전시회’의 강원테크노파크 부스에서 디앨이 개발 중인 액체수소 탱크로리 모형을 본 적이 있다. 

▲ 강원도 액화수소 규제자유특구 사업으로 개발 중인 디앨의 ‘액체수소 탱크 트레일러’ 모형.

액체수소 1톤, 즉 16KL의 내조 용량에 설계 압력은 12bar를 적용했다. 내조 재질은 오스테나이트계 스테인리스강(A240-316L)을 쓰고, 다층단열을 위해 슈퍼 인슐레이션(Super Insulation) 기술을 적용하게 된다. 여기에 진공단열 밸브와 배관 기술도 필요하다. 또 차량의 주행 안전을 위해 RSS(Roll Stability Support, 전복 안전지원) 시스템이 적용된다.

“영하 253℃에서 액화가 되는 수소는 천연가스보다 훨씬 온도가 낮은 극저온의 영역에 들어요. 그래서 기술적으로 더 힘이 들죠. 현재로서는 삼중단열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지금 한창 제작 중에 있는데, 관련 코드가 정리가 덜 된 부분이 있어요. 내년 상반기에는 국산 기술이 적용된 액체수소 운송용 트레일러 1호를 내놓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죠.”

다만 국내에서 1톤가량의 액화수소를 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연구용이나 드론 실증용으로 제작된 소규모 극저온 냉동기가 대부분이다. 어쨌든 소량이라도 확보해서 단열 효율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내년 연말에는 두산중공업이 액화수소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고, 한국기계연구원도 김해에 하루 500kg 규모의 액화수소 실증 플랜트를 짓고 있는 만큼 대규모 액화수소 유통에 대한 수요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LNG 탱크로리 개발로 초저온 입문

기술연구소 기술개발팀의 배종훈 팀장을 따라 공장을 둘러본다. 공장 한쪽에 출고를 앞둔 LNG 탱크로리가 서 있다. 디앨은 2002년에 한국가스공사와 LNG 운송용 트레일러를 처음으로 개발했다. 2003년에는 LNG탱크 운송용 차량의 국산화에 성공했고, 이를 한국가스공사에 납품하면서 도서 벽지에 천연가스를 보급하는 일에 물꼬를 텄다. 

“2002년에 LNG를 다루면서 초저온에 입문을 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특장업체로 출발했기 때문에 초저온 탱크만 만드는 게 아니라 이동형 차량에 대한 전문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큰 강점이라 할 수 있죠.”

공장 안쪽에서는 캐나다 수출을 위해 지난 1년 동안 개발에 매달렸던 기차 운송용 53피트 LNG 컨테이너 제작이 한창이다. 11월 말에는 선박으로 출고가 될 예정이라고 한다. 53피트면 가로 길이가 16m를 넘는다. 스테인리스 SUS로 내조 탱크를 만들고, 여기에 슈퍼 인슐레이션 단열 처리를 해서 온열기로 잘 말린 후 외피가 되는 금속제와 체결하게 된다. 해외에서 요구하는 각종 안전 인증을 받아야 하는 제품이라 개발에 긴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 캐나다 수출용 53피트 LNG 컨테이너 제작이 한창이다.
▲ 기술연구소의 배종훈 팀장이 슈퍼 인슐레이션을 적용한 내조 탱크의 건조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공장 앞마당이 놓인 53피트 LNG 컨테이너 2개를 보고 있자니 너른 부지가 비좁게 느껴진다. LNG, LH2(액화수소)를 합친 초저온·극저온 부문을 뚝 떼어 새만금 산업단지로 이전하겠다는 전략이 이해가 간다. 

“군산 정도면 여기(화성)서 그리 멀지 않죠. 특장차의 특성상 새 트럭을 받아서 탱크를 장착한 후 업체에 납품하는 일이 많아요. 타타대우상용차 군산공장이 지척에 있고, 현대차 전주공장도 가까운 편이죠. 인근의 항구도 이용할 수 있고요. 이런 연결성을 고려해서 최종적으로 새만금을 택했다고 들었습니다.”

타타대우상용차는 국내 상용차 업계 최초로 친환경 LNG트럭을 개발해 상용화했다. 여기에 들어가는 LNG 탱크도 디앨에서 만들고 있다. 전국에 LNG 충전소는 대여섯 개에 불과해 LNG트럭의 보급은 더딘 편이다. 전라북도가 친환경자동차 규제특구사업으로 이동식 LNG 충전소 개발에 나선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 타타대우상용차의 LNG트럭에 들어가는 LNG 탱크를 제작 중이다.

디앨은 지난해 말 국내 최초로 27KL 거점형 이동식 LNG 충전소를 개발, 전북 군산에 있는 타타대우상용차 출고사무소에 설치해 실증을 벌이고 있다. LNG 탱크로리가 해당 사이트에 주차한 뒤 디스펜서와 연결해 LNG트럭에 연료를 충전하는 방식이다.

배종훈 팀장은 “LNG 패키지 충전소 개발도 진행 중”이라며 “내년 상반기 중에 군산이나 전주 중 한 곳에 설치가 될 예정”이라고 한다. LNG 패키지 충전소는 이동식과 달리 액화천연가스 저장탱크와 디스펜서가 일체형으로 제작되어 좁은 공간에도 설치할 수 있다.

▲ 지난해 연말 타타대우상용차 출고사무소에 이동식 LNG 충전소를 설치했다.
▲ 내년 상반기에 ‘LNG 패키지 충전소’를 내놓을 예정이다.

자체 기술로 액화수소 수송·저장에 도전

디앨의 임근영 대표는 대형트럭 부문에서 액화천연가스를 연료로 하는 LNG 차량의 가능성을 높게 본다. 디젤에서 수소트럭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LNG트럭이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운송 부문의 탄소중립 연료로 수소를 쓰는 게 가장 좋죠. 장기적으로 그렇게 가는 게 맞습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대형트럭에 수소를 적용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예요. 그 과도기에 LNG의 역할이 있다고 보는 거죠. 그린수소로 넘어가기 전 블루수소의 역할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어요.”  

전북은 태양광,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해 LNG와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쪽에 집중하면서 RE100 산단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디앨이 새만금을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수소 시장을 오랫동안 면밀히 지켜봤어요. 가스의 경우 운송이나 저장으로 넘어가면 액화로 갈 수밖에 없어요. 그동안 액화수소 시장이 열리기만을 기다려왔죠. 이제 나설 때가 된 겁니다. 내년에는 강원도에서 액체수소 탱크로리 실증을 진행해야죠.”

▲ 임근영 대표가 진공 작업 중인 53피트 LNG 컨테이너를 찾았다.

임근영 대표는 지난 6월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제조업이라는 것이 결국 인력에 치이고, 조금 수익이 나면 다른 업체들에 뒤처지지 않으려 개발에 매진해야 하기 때문에 너무도 어렵다”는 심정을 토로한 바 있다. 

신제품을 어렵게 개발해 시장에 내놓으면 유행처럼 번진다. 그래서 늘 한 발 앞서기 위해 연구개발(R&D)을 게을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디앨은 1993년 3월에 다임폴라특장으로 시작했다. 미국 폴라 사의 알루미늄 탱크 트레일러를 수입하면서 기술을 익혔고,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기존 철제에 비해 무게가 절반이나 가벼운 알루미늄 탱크로리는 특장업계의 표준으로 자리를 잡았다. 

“과거에는 외국의 선진회사 제품을 수입하면서 기술을 습득했죠. 오래전 이야기지만 영국의 ‘M1 엔지니어링’(초저온 유통장비 전문 제조사) 제품을 수입해 팔면서 현지에 직원을 보내 AS 교육도 받고 하면서 초저온에 대한 기본 지식을 쌓았어요. 그런 과정을 거쳐 지난 1998년에 국내 최초로 초저온 이동탱크의 국산화에 성공했죠. 지금은 기술력이 많이 올랐어요. 3년 전부터는 슈퍼 인슐레이션을 적용하고 있죠. 자체 기술로 도전할 수 있는 역량이 생긴 거죠.”

임 대표가 회사에서 만든 탁상달력을 보여준다. ‘에너지 수송·저장의 글로벌 파트너’란 문구가 박혀 있다. 회사의 모토이자 슬로건이다. 고체분말, 유류, 고압가스, 액화가스 등 다루지 않는 분야가 없다.

“우리는 기술로 먹고사는 사람들입니다.”

이 말이 메아리처럼 귀에 남는다. 업(業)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사람이 강한 도전의식과 자신감으로 뱉은 말이다. 극저온 액화기술은 쉽지 않다. 영하 253℃의 영역을 다뤄야 한다. 디앨은 이 차가운 승부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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