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 절개차량.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전 세계적으로 수소경제가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현재 글로벌 수소경제 시장은 초기 단계이다. 글로벌 수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국내 수소기술을 국제표준에 반영해야 한다.    

해외 평가기술을 적용한 제품개발 시 제품 출시가 지연되고 후속 기술개발에 불리해 시장경쟁력 확보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수소경제를 대비해 1990년 이후 수소 활용(모빌리티·에너지), 수소공급·계량 분야 국제표준 37종 이상이 개발됐지만 일본, 미국, 독일 등이 주도해왔다. 이들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등록한 국제표준은 단 한 건(마이크로 연료전지 파워시스템)에 불과하다.

정부가 수소기술의 국제표준화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소경제 선도기술 3건을 올해 안으로 국제표준화기구에 신규 국제표준(NP, New Proposal)으로 제안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최근 3년간 총 6건의 국제표준을 제안하는 등 전 세계 수소기술 신규 국제표준 제안의 20%를 선점할 것으로 기대된다. 

2030년까지 18건 이상 국제표준 제안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2019년 4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기반으로 국제표준화 동향, 산업계 표준화 수요 등 대내외 표준화 동향을 고려한 ‘수소경제 표준화 전략 로드맵’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 기술 주도가 가능한 분야를 중심으로 2022년까지 드론·굴삭기용 연료전지 등 5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 연계 수전해, 차세대연료전지 등 10건 총 15건 이상을 국제표준으로 제안해 수소 분야 전체 국제표준 신규 제안(60건 이상)의 약 20% 이상을 점유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수소산업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국제표준에 부합한 국가표준을 마련하고 핵심부품에 대한 KS 인증을 통해 성능과 안전성이 보증된 제품과 서비스를 보급한다고 밝혔다.

2022년까지 가정용 연료전지(SOFC) 등 13건, 2030년까지 드론용 연료전지 등 17건 총 30건을 인증 품목으로 지정하고, 2025년까지 수소충전기를 법정 계량기로 지정해 충전량의 정확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난 2020년 7월 발표한 ‘수소경제 표준화 제2차 로드맵’을 통해 국제표준 제안 목표를 2030년까지 15건에서 18건 이상으로 20% 상향 조정했다. 

이를 위해 △수소건설기계와 충전기 간 실시간 데이터 통신을 이용한 ‘수소충전 통신규약’ △선박에 수소를 안전하게 공급하는 ‘수소선박 충전’ △드론의 비행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 ‘드론 액체수소용기’ 기술 등 3건을 신규 국제표준화 과제로 추가했다.  

아울러 국제표준화 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해 그린수소의 안전한 생산을 위한 핵심 기술인 ‘수전해용 분리막 안전성평가’와 충전소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높여주는 ‘복합재 용기 비파괴검사 방법’에 대한 국제표준을 2023년 이후 개발할 예정이었으나, 그 일정을 앞당겨 국제표준으로 제안하기로 했다.  

한국 최초 국제표준 탄생

우리나라 최초의 수소경제 국제표준은 지난 2019년 5월에 탄생했다. 이홍기 우석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신재생에너지 기반구축 과제 수행을 통해 2016년 4월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 제안한 ‘마이크로 연료전지 파워시스템’ 표준안이 IEC 국제표준(IEC 62282-6-400)으로 등록됐다.   

마이크로 연료전지는 60V 직류 미만의 출력 전력을 공급하며, 메탄올을 전해질로 직접 사용하는 DMFC(Direct Methanol Fuel Cell, 직접메탄올연료전지) 방식이 대표적이다.

‘마이크로 연료전지 파워시스템’ 국제표준은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노트북, 휴대폰 등 소형 전자기기에 적용할 때 필요한 전력에 대한 요구사항과 이 전력을 안전하고 호환성 있게 공급할 수 있게 하는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현재 수소전기차와 가정·건물용 연료전지를 중심으로 실현되고 있는 수소경제가 전자기기를 비롯한 다른 영역으로 확산되려면 제품에 장착되는 연료전지의 소형화가 필수적이다. 

특히 이 표준은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전기 자전거, 전동 카트, 지게차와 같은 경량 차량, 무인주행로봇 등의 분야로도 연료전지를 확대 적용할 수 있다.

신규 6건 국제표준 제안

‘마이크로 연료전지 파워시스템’ 국제표준 제정 이후 현재까지 굴삭기용 연료전지, 노트북용 연료전지,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설비 분야에서 3건의 신규 국제표준 제안을 완료했다. 

국제표준 제정은 신규 표준안 채택 이후 위원회안, 질의안, 승인안, 표준 발간까지 단계별로 회원국의 찬반 투표를 거쳐 진행되며, 통상 2∼3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 현대건설기계의 중형 수소지게차.

먼저 ‘건설기계용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의 성능평가 기술’은 우석대학교 이홍기 교수가 2018년 6월부터 국가기술표준원의 ‘표준기술력향상사업’의 지원을 통해 개발했다.

굴삭기, 불도저 등 건설기계에 장착되는 수소연료전지와 이차전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성능평가를 규정하는 표준으로, 건설현장의 다양한 작업 환경에서 발생하는 진동, 먼지 등의 영향에 대한 성능평가 방법과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배출가스와 연비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건설기계 분야에서도 기존의 내연기관을 대체할 수소연료전지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건설기계 특유의 높은 출력을 위해 수소연료전지와 이차전지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하려는 기술개발 기조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표준안이다. 

이 표준안은 건설기계용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제안된 것이며 트랙터, 컨테이너 리프트 트럭 등 농기계와 물류·광산기계 분야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에 따라 향후 우리나라가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중장비 분야 전반의 국제표준 개발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홍기 우석대 교수는 ‘노트북용 마이크로 연료전지 시스템 성능시험 방법’에 대한 국제표준도 제안했다.

이 표준안은 노트북 전자기기와 내장 배터리를 갖지 않는 마이크로 연료전지 파워시스템 간의 전력과 데이터 호환성의 성능, 전자기기 성능 및 요구사항을 규정한 것이다. 

노트북 PC, 태블릿 PC, 휴대폰 등 소형 전자기기의 기존 배터리와 마이크로 연료전지 시스템의 하이브리드 전력제어를 통해 실시간 배터리를 충전함으로써 배터리 충전 대기시간 없이 연료의 충전만으로 연속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하다.

마이크로 연료전지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국제표준을 등록한 경험을 기반으로 관련 제품인 노트북용 연료전지에 대해 국제표준안을 개발해 신규 국제표준으로 제안했다.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알칼라인 수전해 스택.

최재우 포항공대 교수가 제안한 ‘재생에너지 이용 수전해 설비의 안전 요구사항과 시험방법’(수전해용 분리막 안전성 평가)’ 표준안은 당초 2023년 이후 국제표준으로 개발할 예정이었으나 그린수소 기술의 국제표준 선점 경쟁에 본격 나서기 위해 2020년 12월에 제안한 것이다. 

이 표준안은 그린수소 생산 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간헐성·변동성에 따른 불안정한 전기 생산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수전해 설비의 수소 생산성 저하, 분리막 성능 저하 등을 방지하는 표준으로, 선진국의 관련 전문가로부터도 안전한 수소 생산을 보증할 수 있는 그린수소 생산기술의 핵심 표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 표준안은 지난 5월 국제표준화기구 수소 기술위원회의 투표에서 수소기술 분야 경쟁국의 반대 없이 신규작업과제(NP)로 채택됐고, 미국·영국·프랑스·독일·중국 등 12개 주요 국가는 국제표준화 작업에 참여 대표단을 지정하는 등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신규작업과제는 국제표준 제정 절차의 첫 단계로, 기술위원회 투표 결과 정회원국 2/3 이상이 찬성하고, 5개국이상이 표준개발 작업에 참여하는 등 2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신규 작업과제로 채택된다. 

▲ 울산에서 실증 운영 중인 이동식 수소충전소.

또한 우리나라는 올해 안으로 수소차 비상 시 안전요구사항, 이동식 수소충전소의 성능·안전 평가기술, 연료전지 시스템의 고장 진단 평가기술 등 3건을 국제표준화기구에 신규 국제표준으로 제안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수소경제 표준화 로드맵의 제안 목표 1/3을 달성(목표 18건 중 6건 제안)하게 되며, 이를 통해 전 세계 국제표준 신규 제안의 20%를 선점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미래형 수소 모빌리티 기술과 관련한 국제표준화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0월 7일 현대모터스튜디오(일산)에서 개최된 ‘2021 수소경제 표준포럼’에서 미래형 수소 모빌리티 기술개발에 기반을 둔 표준화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 현대차의 수소전기 트랙터.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하는 대형 수소전기트럭부터 도심항공교통(UAM)에 이르는 다양한 미래 수송 수단으로 수소 기술개발을 확대하고, 이와 연계한 국제표준화의 추진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표준포럼에서는 포럼 산하에 세부 기술을 논의하는 표준작업반 등을 설치해 산업계의 기술개발과 표준화 활동이 연계될 수 있도록 민관이 협력해 공동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연료전지 시스템 KS 인증 확대

수소경제 국가표준과 관련해서는 스쿠터와 지게차 등 소형 운송장비에 주로 사용되는 직접메탄올연료전지(DMFC)와 수소충전소용 밸브장치에 대한 국가표준(KS) 인증을 지난 2019년 9월과 11월에 각각 도입했다.

지난해 7월에는 차세대 연료전지로 불리는 건물용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에 대한 KS를 개정하고 KS 인증을 도입했다. 

▲ 미코파워의 2kW SOFC 시스템.

정부는 연료전지 시스템에 대한 KS 인증을 현행 10kW 이하(DMFC는 5kW 이하)에서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PEMFC)는 50kW 이하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30kW급 이동형 연료전지 표준개정안 개발과 KS 인증을 위한 성능평가 설비 구축이 진행 중으로, 2022년 하반기에 KS가 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SOFC 시스템에 대해서도 중대형으로 KS 인증 규모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수소경제 표준포럼 위원장인 이홍기 우석대 교수는 “수소경제 표준포럼은 산업계와 함께 수소기술 국제표준화를 추진해 기업이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도록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상훈 산업통상자원부 국표원장은 “수소경제 표준포럼을 중심으로 민관이 협력한 결과 수소 국제표준화 전략 목표 이행이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가 시장의 룰(Rule)이 되는 국제표준을 선점해 수소경제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수소경제 표준포럼과 산학연의 표준화 활동을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8년 12월 출범한 수소경제 표준포럼은 올해 7월 분과 개편을 통해 정책분과, 4개 분야(수소모빌리티, 수소에너지·발전, 수소공급·계량, 수소안전·홍보) 12개 전문분과로 확대돼 위원도 기존 40여 명에서 1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9월 말 현재 참여 기업은 현대차, 두산퓨얼셀, 현대모비스, 포스코에너지 등 37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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