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9일 일산 킨텍스에서 H2KOREA를 포함한 13개 수소산업협회가 ‘국제수소산업협회얼라이언스’ 발족을 위한 공동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전 세계는 기후변화 및 환경문제 대응을 위해 수소에너지를 주목하고,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수소경제 전환은 한 국가와 소수 기업만의 노력으로는 실현할 수 없기에 긴밀한 국제협력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수소 분야에서는 주요국 정부 중심 협의체나 국제기구 중심으로 수소 국제협력 안건이 제시되고 있으나 수소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전 밸류체인에 걸친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 또  수소경제의 신속한 이행을 위해 정부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의 참여를 통한 수소산업의 전반적인 성장과 확대가 필요하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 주도로 각국의 수소산업을 대표하는 민간 협회로 구성된 국제수소산업협회얼라이언스(GHIAA)가 2022년에 설립될 예정이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는 지난 2000년부터 미국(FCHEA), 유럽(HE) 등 각국 수소산업협회와 GHIAA 설립을 긴밀히 논의해왔고, 지난 9월 9일 일산 킨텍스에서 H2KOREA를 포함한 13개 수소산업협회가 참여한 가운데 ‘국제수소산업협회얼라이언스’ 발족을 위한 공동의향서(LOI)를 체결했다.

H2KOREA는 GHIAA 발족을 통해 수소산업 선도국 지위를 확고히 하고, 한국의 수소 관련 중소·중견 기업들의 국제협력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글로벌 수소경제 확산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글로벌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수소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수소는 친환경성과 실용성을 두루 갖춘 에너지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이며 연료로 사용하면 전기와 열, 순수한 물만 배출되기 때문이다. 

수소경제 관련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에 따르면 2050년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18%를 수소에너지가 차지하게 될 것이고, 시장 규모는 2조5,000억 달러(약 2,750조 원), 연간 CO2 감축효과는 60억 톤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고용창출 효과는 3,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수년간 주요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수소 로드맵을 발표하며 수소로의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탄력이 붙고 있다.

▲ 2019년 6월 15~16일 일본 가루이자와에서 열린 ‘2019 G20 에너지·환경 장관회의’에서 ‘수소경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한국은 204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내용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2019년 1월 발표했고, 이에 앞서 일본은 2017년 ‘수소기본전략’에서 2050년까지의 장기적인 수소사회 비전을 공개했다.

독일은 2020년 6월 국가수소전략을 발표한 뒤 연방정부 차원에서 수소시장 개발 및 기술 제고를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같은 해 7월에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수소경제전략을 통해 전 산업 분야에서 수소 활용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같은 해 10월 중국은 에너지 절감 및 신에너지차 기술 로드맵에서 2035년까지 수소전기차를 누적 100만대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어 11월엔 미국이 에너지부 주관으로 수소 프로그램을 발표해 그동안 추진해온 다양한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통합해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했고, 최근 바이든 정부에서는 미국 교통·환경센터가 2035년까지 수소버스 1만7,000만대 도입 방안이 포함된 대중교통 전동화 전략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글로벌 수소경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시작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간의 수소경제 성과

한국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 이후 후속대책으로 수소경제 표준화 전략 로드맵, 수소 기술개발 로드맵, 미래자동차 산업 발전전략, 수소시범도시 추진전략, 수소 인프라 및 충전소 구축방안, 수소 안전관리 종합대책 등 분야별 세부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세계 최초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안전관리법’을 제정해 올해 2월 시행해 지속적·체계적 수소경제 추진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 스위스로 수출된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트럭.

한국의 수소전기차 글로벌 판매는 1위를 유지하고 있고, 수소경제의 핵심 인프라인 수소충전소 구축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7월 100번째 수소충전소가 개소했고, 올해까지 총 180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연료전지 발전량도 총 408MW(2019년 말)로 세계 보급량의 40%인 세계 최대 발전시장을 조성했다. 

이처럼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한국 수소경제의 글로벌 위상이 빠르게 부상 중이다. 

글로벌 수소경제 선도하려면 

그러나 아직은 미진한 부분이 많다. 수소산업 밸류체인 전반의 경쟁력 향상과 글로벌 수소경제 대응을 위한 수소 생태계 활성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민관이 글로벌 수소경제를 선도하기 위한 국제협력 노력이 더욱 긴요해졌다. 

한국의 수소 관련 국제협력은 주요국 국제 수소 공급 체인망 구축과 비교 시 초기 단계로, 중장기 전략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수소융합얼라이언스와 주한호주대사관은 지난 4월 27일 한국무역협회 대회의실에서 ‘한-호주 수소협력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현재 정부는 세계 각국과 MOU(2019년 6월 노르웨이, 사우디, 2019년 7월 이스라엘) 및 LOI(2019년 9월 호주) 체결 등 글로벌 수소경제 협력을 추진 중이다. 청정에너지장관회의, 베를린 에너지전환 대화, 수소각료회의, IPHE 등에서 다자 관련 기후변화대응・수소경제 등 에너지 분야 글로벌 협력 논의가 활발히 전개 중이나 우리나라는 그간 다소 소극적으로 참여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간 차원에서는 현대차, 두산 등 대기업 중심으로 국제협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가 프로젝트화 하거나 글로벌 수소경제를 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한국이 글로벌 수소경제를 선도하기 위해선 선언에 그치는 국제협력은 지양하고, 구체적·실질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함으로써 국내 수소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 채널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해외 수소 수입은 중장기적인 과제로 2030년 본격 도입을 위해서는 지금부터 체계적인 국제 다자협력과 국내외 투자유치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수소경제 초기라서 어떤 한 국가나 몇몇 기업만의 힘으론 수소경제를 확산하기 어렵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과 주요 수소 기업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를 선도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월 글로벌 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 공동회장으로 취임했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브느와 뽀띠에(Benoit Potier) 회장(에어리퀴드 CEO)과의 공동명의로 다보스포럼에 발송한 기고문에서 본격적인 수소경제 사회의 구현과 에너지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위해 세계적 차원의 국가·기업 간 협력을 제안하며 3가지 아젠다를 제시했다.

우선 개별 국가나 기업 차원에서 수소경제 사회 실현은 불가능하므로 민간투자는 물론 정부 차원의 규제 조정 및 수소전기차 공공 조달 등 새로운 수요 창출을 위한 민관영역의 병행 활동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서 수소 모빌리티, 후쿠시마 수소 프로젝트 등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민관 협력 수소 프로젝트의 공유를 통해 미래 수소산업을 예측하고, 2030년까지 수소경제 영역에 2,8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민관 협력 강화를 통한 수소경제 확장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 회장은 또 지난 9월 7일 ‘수소비전 2040’을 제시하는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에서  “수소는 인류가 환경재앙을 극복하는 데 있어 강력한 솔루션 중 하나임이 확실하다”라며 “하지만 일부 국가나 기업의 노력만으로 우리가 바라는 수소사회로 빠르게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동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수소산업협회얼라이언스 설립 본격화

지금이 바로 민관이 원팀이 되어 글로벌 수소경제를 확산하고 글로벌 수소경제를 선도하기 위해 글로벌 국가・기업들과도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골든 타임이다.   

마침 한국 주도로 민간이 중심이 되는 국제수소산업기구 설립이 추진되고 있어 주목된다. 수소산업진흥전담기관인 수소융합얼라이언스(H2KOREA)는 지난 2020년부터 민간 차원의 수소협력을 추진하고, 국제 수소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FCHEA), 유럽(HE), 호주(AHC), 뉴질랜드(NZHA), 캐나다(CHFCA), 중국(IHFCA) 등 각국의 수소산업을 대표하는 민간 협회・단체와 함께 ‘국제수소산업기구’ 설립을 긴밀히 논의해왔다. H2KOREA는 2020년 2월 FCHEA(미국), HE(EU)와 관련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한국 주도의 국제수소산업기구 설립 추진을 적극 지원해왔다. 

산업부 관계자는 “청정에너지 장관회의 수소이니셔티브, 수소각료회의 등을 통해 정부 주도로 수소 관련 국제협력을 논의 중이나 진정한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H2KOREA 관계자는 “현재 주요국 정부·기업 중심의 협의체와 IEA, IPHE 등 국제기구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글로벌 수소경제 활성화와 시장의 성숙도를 높이고 있으나 수소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와 국제기구의 정책 방향뿐만 아니라 기업이 참여하는 수소산업 확대·발전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민간 중심의 산업협력 강화를 통한 수소경제 이행과 수소산업 확대를 위해 각국을 대표하는 수소산업협회들과 협력해 입체적·효율적으로 기업활동을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제1회 한-러시아 수소협력 세미나’가 2020년 10월 28일 삼성동 무역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H2KOREA는 2021년 내 국제수소산업기구 설립을 목표로 참여국 결정, 정관 및 기구 운영계획 마련 등 설립 준비 협의를 지속해 왔지만 공식 출범은 2022년으로 미뤄졌다. 우선 국제수소산업기구의 명칭은 ‘국제 수소산업협회 얼라이언스(Global Hydrogen Industrial Association Alliance, 이하 GHIAA)’로 결정됐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는 지난 9월 9일 H2KOREA를 포함한 주요국을 대표하는 13개 수소산업협회가 참여한 가운데 ‘국제수소산업협회얼라이언스(GHIAA)’ 발족을 위한 공동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참여국(협회)은 한국(H2KOREA), 유럽(Hydrogen Europe), 미국(FCHEA), 호주(AHC), 캐나다(CHFCA), 프랑스(FH), 노르웨이(NHF), 영국(UK HFCA), 스페인(AeH2), 네덜란드(NWBA), 칠레(H2CHILE), 중국(IHFCA), 싱가포르(HFCAS) 등 총 13개국이다. 

이번 LOI의 주요 내용은 △각 국가의 수소산업 관련 정책·규제·산업·보급 관련 정보 교류 △다양한 글로벌 프로젝트 공동 개발 및 실증 프로젝트 발굴·추진 △각국 민간 협회 간 정기 교류회 주최·참여를 통한 교류 활성화이다. 

GHIAA는 앞으로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친 뒤 2022년 중 정식 발족식을 열 예정이다. 정식 발족 전까지 H2KOREA를 임시 사무국으로 지정했다. 

GHIAA는 공식 발족 이후 민간 중심의 교류 플랫폼, 데이터 허브 구축과 더불어 국제 수소산업 협력·지원 기반을 마련해 글로벌 수소경제 시장의 민간투자를 촉진하고 수소 산업과 시장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문재도 H2KOREA 회장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수단인 수소산업 분야에서 정부와 민간의 파트너십 구축 지원과 국제협력 활성화를 위한 컨센서스를 형성하고, 더 나아가 민관 차원의 수소협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GHIAA를 통해 산학연 간 소통을 촉진하고, 국제협력 시너지를 창출해 글로벌 수소경제 조기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관 협력 글로벌 밸류체인 구축

이처럼 글로벌 수소경제 시장에서 민간이 선도적으로 뛰고, 정부는 뒤에서 정책적 지원으로 기업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1일 ‘제1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수소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 방안’을 통해 미래지향적 글로벌 밸류체인 구축 전략을 제시했다. 

▲ 2020년 6월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해외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을 위한 MOU’ 체결식에서 참석자들은 수소 국제협력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먼저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를 발굴해 추진한다. 수소 생산(수출)국과의 상호 호혜적인 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수소가격 안정화와 글로벌 수소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저가 대량의 CO2-free 해외 수소를 안정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2050년까지 40개의 해외 수소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수소 활용 인프라(수소전기차・연료전지 등)를 수출해 생산국의 자체 수소 수요를 확대하고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해외수소 생산・도입에 대한 타당성 연구, 사업성・기술성 실증・검토, BM 개발 등 국제 공동사업 기획・투자를 위한 국내 플랫폼인 ‘그린수소 해외사업단’이 지난해 6월 발족했다. 그린수소 해외사업단에는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현대차, 에쓰오일, 삼성중공업, GS칼텍스 등 수소산업 관련 30개 기업·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해외 기술협력과 해외기업 투자유치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해외 프로젝트별 중점 기술에 관한 해외기업과의 공동 R&D 실증 등을 추진해 국내 기업의 국제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필요시 미국・독일 등 수소 기술선진국과의 기술제휴, 라이센싱, 원천기술 도입 등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수소 핵심소재·부품·장비·플랫폼 분야의 타깃 글로벌 기업을 선정하는 등 전략적 투자유치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수소산업진흥전담기관(수소융합얼라이언스) 내 투자유치 TF 조직을 구성해 투자설명회, 외투기업 간담회 등 다양한 투자유치 활동을 지속 전개하고 현금지원, 입지지원, 매칭지원, 규제완화, 인프라 지원 등의 기업별 맞춤형 협상안(인센티브)을 마련해 기업유치를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기업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해 수소전문기업의 해외진출 지원 전담센터를 신설해 기업 중심의 맞춤형 해외 마케팅과 관련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수소전문기업 공동 브랜드 구축과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해외 마케팅 채널을 일원화하고, 해외 진출 전략 컨설팅, 해외규격 인증획득, 해외시장 정보제공, 바우처 지원, 수출금융・무역보험 우대 지원 등을 한다는 것이다.  

IEA, CEM H21, IPHE 등 수소 분야 국제 협력체에 적극 참여해 글로벌 기업들과의 기술교류, 공동 프로젝트 발굴 등 전략적 협력을 확대해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정부, 공공기관, 민간기업 등으로 국내 국제협력협의체를 구축해 CEM H21, IPHE 등에서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전략적으로 제안함으로써 다자회의 리더십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 2019년 10월 24일 서울 오크우드프리미엄호텔에서 ‘국제수소연료전지파트너십(IPHE)’ 운영위원회 회의가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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