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넷 당진 수소출하센터 전경.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최근 수소전기차 보급 증가와 함께 수소충전소 구축이 활발해지고 있다. 3월 말 현재 수소전기차 등록 대수는 1만2,439대를 기록했고, 수소충전소는 연구용 8기를 포함해 총 80기가 구축됐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1일 ‘제1회 혁신성장 BIG3 추진회의’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110기(누적)를 구축할 계획임을 밝히고, 충전소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소차 대비 충전소가 부족한 수도권에 우선적으로 충전소를 구축할 예정이다. 수도권(서울)의 수소충전소를 2021년 53기(13기), 2022년 80기(30기)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수소 수요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수소 승용차에 이어 버스・화물차 등의 수소 상용차도 본격 보급될 예정이어서 대량의 수소가 필요해질 것은 당연지사다.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2022년까지 2,000대의 수소전기버스 보급 계획을 밝혔다. 

국토부는 2022년부터 사업용 수소차에 대한 연료보조금 지원을 위해 우선 올해 수소전기버스 100대 이상을 대상으로 연료보조금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올해 수소전기트럭에 대한 국가보조금(2억 원)도 신설해 수소 화물차 시범사업(CJ대한통운 2대, 현대글로비스 2대, 쿠팡 1대)이 시작되고, 2022년부터는 단계적으로 다양한 모델의 수소 상용차 출시가 예정되어 있다.

이러한 계획에 발맞춰 상용차용 수소충전소 구축・운영 특수목적법인 ‘코하이젠’이 지난 4월 19일 현판식을 갖고 본격적인 사업추진에 들어갔다. 코하이젠은 2025년까지 상용차용 수소충전소 35개소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수소 사용량이 많은 상용차까지 보급될 예정임에 따라 대량의 수소생산・출하 인프라가 필요한 상황이다. 

▲ 강동 수소충전소에서 덕양의 수소 튜브트레일러가 교체되어 나오고 있다.

전국 수소충전소는 주로 울산과 충남 대산, 전남 여수지역에서 튜브트레일러를 통해 부생수소를 공급받았다. 울산과 대산, 여수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일수록 운송비가 늘어나 이에 비례해 수소 공급가격(수소생산지 → 수소충전소)도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수소충전소 운영사업자들은 수소연료 도입가격(7,000~8,000원/kg)이 높은 반면 수소 판매가격(충전소 → 수소차)은 정부의 정책 가격(8,000~9,000원/kg, 경유차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연료비)에 묶여 있다 보니 아직은 경제성 확보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늘어나는 수소전기차에 대응하기 위한 수소충전소의 신속한 구축과 경제성 있는 운영이 수소경제 이행의 성공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는 만큼 수소 공급가격(수소생산지 → 충전소) 인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수소 공급가격을 6,000원/kg대로 낮추고, 2030년 4,000원/kg, 2040년에는 3,000원/kg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소출하센터 및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이 대량의 수소공급과 함께 수소 공급가격 인하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SPG수소의 수소 튜브트레일러.

수소출하센터는 수소생산공장에서 생산된 수소를 저장한 후 수소 전용 특수차량인 ‘튜브트레일러’에 적재해 수소충전소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곳으로, 수소유통 과정에서 필수적인 시설이다. 

사실 수소출하센터와 수소생산기지는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간 수소를 공급해왔던 덕양, SPG수소 등의 기업들은 수소생산지에 기본적으로 압축기, 튜브트레일러 등의 수소 출하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산업부의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 지원예산에 수소출하센터 구축예산이 포함된 이유다. 

당진 수소출하센터, 수소 가격 인하 ‘신호탄’ 

정부는 오는 2022년(수송용 수소 수요 3만 톤)까지 부생수소와 LNG 추출수소로 수소 공급(수송용)이 가능하지만 해외 그린수소를 도입하기 전인 2030년(수송용 수소 수요 37만 톤)까지는 추가적인 부생수소 발굴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선 발굴된 곳이 바로 당진에 있는 현대제철이다. 수소충전소 구축・운영 특수목적법인 하이넷은 현대제철 당진 수소생산공장으로부터 부생수소를 공급받기로 협의하고, 산업부의 지원을 받아 약 60억 원을 투자해 ‘하이넷 당진 수소출하센터’를 준공, 지난 4월 26일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현대로템이 설계・시공한 당진 수소출하센터(충남 당진시 송산면 가곡로 185)는 현대제철 수소생산공장 인근 약 1만㎡(3,026평) 부지에 수소 승용차 ‘넥쏘’ 기준(5kg/대) 하루 990대 공급(시간당 최대 207kg) 규모로 구축됐으며, 현대제철 수소생산공장과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되어 15bar 압력으로 99.999% 순도의 수소를 공급받는다. 

▲ 이명실 하이넷 당진 수소출하센터장이 압축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당진 출하센터는 냉각 타워, 버퍼 역할을 하는 수소 드럼(49.9㎥), 최대 하루 5,400kg 처리가 가능한 압축기(토출압력 200bar, 토출용량 500N㎥/h, 총 5대), 수소 출하시설(200bar 튜브트레일러, 2만2,900L)로 구성됐다. 

현대제철에 비상용으로 수소를 다시 보내는 백업공정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수소 튜브트레일러는 총 12대(2대는 현대제철 백업용)로 출발한 이후 하이넷의 수소충전소 구축이 늘어나는 숫자에 비례해 튜브트레일러도 늘려갈 예정이다.  

▲ 하이넷 당진 수소출하센터 여유 부지 전경.

수소 수요 확대에 대비하기 위해 사무동(제어실) 옆으로는 여유 부지를 확보해 놓았다.   

당진 수소출하센터는 현재 수소충전소에 공급되는 수소 가격(약 7,000원대 초반)보다 최소 20% 이상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최대 2,000톤의 수소(연간 수소 승용차 1만3,000대분)를 서울·경기·충남·충북(일부)·전북(일부)까지 공급할 예정이다. 

하이넷의 관계자는 “하이넷은 2022년까지 100기의 수소충전소를 구축・운영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로,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서는 충전소 운영에 있어 합리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이에 수소전기차 운전자의 편익과 수소충전소의 수익성 향상을 위해 수소충전소 구축 후 가장 높은 운영비를 차지하는 수소구매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고민해왔고, 이번에 당진 수소출하센터를 건립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당진 출하센터는 중부권에 있어 인근 충청도 지역뿐만 아니라 수소충전소와 수소차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는 수도권의 수소충전소에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수소공급이 가능할 것”이라며 “하이넷은 자체 수소충전소뿐만 아니라 타사에서 운영하는 인근 지역 수소충전소에도 공급함으로써 수소충전소의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 ‘하이넷 당진 수소출하센터’ 사무동 건너편에 현대제철 수소생산공장과 SPG수소 당진공장이 보인다.

하이넷은 수소공급원가 절감 방안으로 현대제철로부터 직접 구매하는 부생수소의 저렴한 매입가격, 전문 운영・운송업체와의 계약을 통한 경쟁력 있는 출하센터 운영비와 운송비, 단계별 마진이 최소화된 공급 체인(Supply Chain)을 제시하고 있다.   

하이넷이 당진 수소출하센터의 전체 운영을 총괄하지만 보다 안정적인 운영・관리를 위해 수소 관련 전문 기업과의 공동운영 방식의 계약을 체결했다. 출하센터 설비운영은 현대제철 수소생산공장에 인접해 있는 SPG수소, 수소운송 운영은 현대글로비스가 담당한다. 

하이넷 관계자는 “출하센터 상업운전 시작 후 약 1년간은 하이넷 수소충전소로의 수소공급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에서 구축・운영하는 수소충전소에도 필요 시 공급이 가능하며, 출하센터 상차도(구매자가 판매자의 공장이나 하치장으로 차량을 보내면 제품을 실어주는 방법) 판매조건으로 거래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2022년 하반기부터는 순차적으로 구축되는 하이넷 수소충전소로의 공급을 통해 대부분 물량을 하이넷 수소충전소에서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 하이넷 당진 수소출하센터 사무동(제어실) 내부.

한편 현대글로비스는 자체 개발한 ‘수소 공급망 관리 최적화 플랫폼’을 이용해 적재적소에 수소를 공급해 수소 물류 효율화를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충전소의 수소 잔량, 튜브트레일러 운영현황, 일일 수소 출하량 등의 실시간 데이터에 운영 알고리즘을 적용해 최적의 수소공급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안전관리 시스템을 통해 차량 위치, 급가속, 긴급상황 발생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운행하는 모든 차량에 통합단말기를 설치해 위험 발생 요인을 사전 차단하는 등 안전운행 확보에도 힘을 쏟는다. 

정부, 올해 수소출하센터 2개소 구축 지원

정부는 올해 2개소 이상의 수소출하센터 구축사업을 지원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월 24일 ‘2021년 수소출하센터 구축 보조사업’을 공고했다. 이번 공고를 통해 총 63억 원의 국비를 투입해 새롭게 발굴된 부생수소 생산지 등에 수소출하센터 시설 2개소(개소당 최대 31억5,000만 원 지원) 이상 구축을 지원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그간 정부는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수소공급 체계 마련을 위해 지역별 수소생산기지 등 생산 인프라 구축을 추진해왔다. 올해는 수소출하센터와 같은 유통 인프라까지 확대해 지원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업을 통해 신규 부생수소 생산지 등을 발굴해 수소차 등 모빌리티 전용 수소출하센터를 구축함으로써 증가하는 수송용 수소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수소출하센터는 내년에 완공되면 1개소당 수소 승용차 1만3,000대분의 공급량인 연간 최대 2,000톤까지 수소공급이 가능하다. 

▲ 양재 그린카스테이션에 수소를 공급하기 위해 입고된 수소 튜브트레일러.

산업부는 수소 공급가격의 경제성 확보 방안, 수소유통 운영체계 투명화 및 효율화 방안, 수소 수요처 공급 방안, 450bar 이상 트레일러 도입에 대한 시설 확장 방안 등을 위주로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5월 7일까지 사업신청 접수를 완료하고, 5월 중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신규 부생수소 생산지가 어디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이 지난 4월 7일 온라인 화상회의(Zoom)로 진행한 ‘2021년 수소출하센터 구축 사업설명회’에는 포스코, 덕양, 에어리퀴드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특히 포스코가 주목된다. 현재 연간 7,000톤의 부생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는 단기적으로 수소 생산설비 가동률을 80% 수준까지 확대, 연간 2,000톤의 수소를 추가 생산해 외부에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이 하이넷 당진 수소출하센터에 공급하는 부생수소의 양이 연간 최대 2,000톤이고, ‘2021년 수소출하센터 구축사업’의 1개소당 공급량도 연간 2,000톤임을 감안하면 포스코도 이번 수소출하센터 구축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신규 부생수소 생산지로 SK인천석유화학이 있다. SK는 약 5,000억 원을 투자해 SK인천석유화학단지 내에 연 3만 톤 규모의 수소 액화플랜트를 2023년까지 완공해 SK인천석유화학으로부터 공급받은 부생수소를 고순도로 정제하고 액체 형태로 가공한 뒤 수도권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소출하센터 구축이 수소차 보급 초기 단계에서 수소 가격의 경제성 확보와 안정적인 수소공급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며 “향후 정부는 우선적으로 지역별 수소생산·공급체계를 고려한 수송용 수소 수요가 큰 지역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 ‘박차’

정부는 수소출하센터 구축과 함께 대량의 수소를 생산・공급할 수 있는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을 추진 중이다. 수소생산기지는 충전소와 직접 연계해 그 자리에서 천연가스로부터 수소를 추출·생산하는 시설로, 수소추출기 설치로 초기 투자비는 많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소를 외부에서 공급받을 때의 높은 수소 운송비용을 낮추어 수소충전소의 수소 공급단가 인하 및 경제성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1일 ‘제1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수소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 방안’을 통해 수소생산기지 구축 계획을 구체화했다. 

▲ 국내 1호 수소생산기지인 ‘창원 생산기지’에는 제이엔케이히터의 수소추출기가 설치됐다.

수소생산기지는 소규모(연간 365톤), 중규모(연간 4,000톤)로 구분된다. 특히 중규모 수소생산기지는 현지(On-site) 수소충전소용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수소공급용으로 활용된다. 

정부는 수소버스·트럭 보급을 위해 대규모 충전소 구축이 대폭 확대될 필요가 있음에 따라 2025년까지 총 40개(1만4,000톤)의 소규모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1단계로 2022년까지 총 17개를 구축해 2022년 예상 수소버스 보급물량의 1/3가량인 650대를 충당한다는 계획으로, 수소버스 보급 의지가 큰 지역(서울・부산・창원・광주・평택・울산 등)을 중심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2019년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을 통해 3개(삼척, 창원, 평택) 중 창원 수소생산기지가 처음으로 지난 4월 준공했다. 창원 수소생산기지는 연간 수소차 2,400대 또는 수소버스 37대 분량의 수소생산 규모(연산 360톤)로 구축됐다.  

▲ 지난 4월 19일 창원 수소생산기지 준공식이 개최됐다.

특히 창원 수소생산기지에서는 천연가스로부터 수소 추출 시 발생하는 CO2를 포집해 드라이아이스 등으로 재처리해 친환경성을 높여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2020년 소규모 생산기지 구축사업’을 통해서는 부산, 대전, 춘천, 인천, 완주 등 5곳에서 수소생산기지 구축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2025년까지 추가로 소규모 생산기지 23개를 구축해 2023~2025년 예상 보급물량의 1/5가량인 850대를 충당할 계획으로, 1단계(2022년까지) 구축지역 이외 지역에 1개씩 구축해 수소버스 보급을 전국으로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정부는 균형 있는 전국 수소 공급기반 조성을 위해 수소공급(부생수소) 공백 지역에 중규모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단기 수소 수요를 감안해 우선적으로 2022년까지 호남・경남권 각 1개씩, 2023년부터 2025년까지는 중부・강원권에 추가로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020년 ‘중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이 처음 시작되어 광주와 창원에서 중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을 추진 중이다. 

산업부는 지난 4월 9일 ‘2021년 소규모(9개) 및 중・대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을 공고하고, 5월 10일까지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을 통해 사업계획서를 접수한다. 5월 말까지 선정평가위원회 등의 절차를 통해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한편 수소생산기지의 경우 수소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처리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국내 최초의 수소생산기지인 창원 생산기지에서 CO2 포집・처리도 병행한다는 점이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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