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규제자유특구에서 진행 중인 실내 물류운반기계의 운행 실증에 투입된 이동식 수소충전소.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그간 수소 승용차에 집중되었던 수소 모빌리티가 물류운반 기계로도 확산될 전망이다. 지게차, 무인운반차 등의 수소연료전지 물류운반기계와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이동식 수소충전소가 국내 최초로 울산에서 실증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번 실증은 수소 물류운반기계와 이동식 수소충전소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해 특례고시를 추진함으로써 사업화 기반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고정식 수소충전소나 이동식 수소충전소는 자동차만 충전이 가능하다. 지게차, 무인운반차 등의 물류운반 기계에도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하려면 이를 위한 수소충전인프라 개발이 시급하다. 

이동식 수소충전소는 대형트럭 1대에 저장용기, 압축기, 충전기 등을 모두 장착해 여러 장소를 이동, 주차한 후 충전이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어 수소 물류운반 기계에 최적화된 수소충전인프라로 꼽힌다. 

이와 함께 고정식 수소충전소 설치에 대한 지역주민 민원이 발생하는 곳이나 기존 고정식 충전소의 고장·사고 등에 의해 수소연료 공급이 끊길 수 있는 상황에서 이동식 수소충전소를 긴급 투입하면 수소차 충전의 불편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소 물류운반 기계 실증 

중소벤처기업부와 울산광역시는 국내 최초로 수소연료전지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실내 물류운반기계(지게차, 무인운반차)의 운행 실증을 지난 3월 15일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전국 최대의 수소 생산·유통도시(약 50%, 82만 톤/년)인 울산은 지난 2019년 11월 규제자유특구(수소 그린모빌리티)로 지정돼 실증 착수를 위한 사전준비(책임보험 가입, 이용자 고지, 안전에 관한 부대조건 이행 등)와 수소연료전지 파워팩 등의 기술개발에 매진해 왔다.

▲ 실내 물류운반기계의 운행 실증을 위해 개발된 이동식 수소충전소와 수소연료 무인운반차.

이번 실증은 물류창고나 일반 실내작업장에서 활용되는 물류운반기계의 에너지원을 기존 전기에서 수소로 대체하는 것으로, 수소연료 지게차, 수소연료 무인운반차, 이동식 수소충전소 구축 실증 등 3개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그간 실내 물류운반기계는 전기 충전방식에 의해 운행되어 왔지만 긴 충전시간에 비해 운행시간은 짧아 생산성은 떨어지고 운반기계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이런 이유로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한 물류운반기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나 본격적인 상용화에 들어간 미국 등 해외 선진국과 달리 국내에는 작업장 내 수소연료전지 지게차 및 무인운반차의 안전·인증 기준이 없어 수소 물류운반 기계 제작・운행이 힘든 상태다. 

물류운반기계를 위한 수소충전인프라도 없는 상황이다. 산업부 특례고시(융복합, 패키지형 및 이동식 자동차충전소 시설기준 등에 관한 특례기준)를 통해 이동식 수소충전소를 도입할 수 있지만 고정식 수소충전소와 마찬가지로 충전 대상이 자동차로만 국한되어 있어 실내 물류운반 기계에 대한 수소연료 충전이 불가능하다.

울산 규제자유특구는 이 같은 산업현장의 애로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특례를 부여받아 실내 물류운반기계의 제작을 마치고 운행 실증에 들어갔다. 

이번 실증사업에는 한영테크노켐, 에스첨단소재, 일진복합소재, 원일티엔아이, 유니팩, 하나티피에스, 에스아이에스, 가온셀, 비나텍, 알티엑스, 코멤텍,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건설기계, 울산테크노파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가스안전공사, 건설기계부품연구원 등 18개 기업・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 울산시 울주군 KCC일반산업단지 내에 있는 하나티피에스에서 수소 지게차에 충전하는 모습.

실증을 위해 제작된 수소 지게차는 적재 능력 2.5톤급으로, 5kW급 연료전지 파워팩(가온셀 제품)이 탑재됐다. 수소저장량은 1.5kg, 수소 충전압력은 500bar이다. 수소 1.5kg 완충 기준으로 6시간 운행이 가능하다.   

수소 지게차(4대)는 울산시 울주군 KCC일반산업단지 내 사업장(하나티피에스, 유니팩)에서 운행 실증을 한다.  

추가적으로 현대글로비스가 울산KD센터에 5톤급 수소연료전지 지게차를 투입해 실증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건설기계는 2023년 상용화를 목표로 지난해 9월 5톤급 수소 지게차 시제품 개발에 성공해 성능평가를 위한 실증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26일 ‘울산 수소산업의 날’ 행사에서 울산시, 현대차, 현대건설기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은 ‘수소 건설・산업기계 실증・보급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 울산시 울주군 반천산업단지에 있는 에스아이에스에서 수소 무인운반차에 충전 중인 모습.

또한 수소 무인운반차는 적재 능력 0.5톤급으로, 5kW급 연료전지 파워팩(가온셀 제품)이 탑재됐으며, 수소저장량은 1.5kg, 수소 충전압력은 500bar이다. 수소 1.5kg 완충 기준으로 6시간 운행이 가능하다. 

     

수소 무인운반차(1대)는 울산시 울주군 반천산업단지 내 사업장(에스아이에스)에서 실증운행이 진행된다. 

에스아이에스는 울산지역을 거점으로 자동화 시스템 및 자율주행 물류이송 시스템 등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기업으로, 자체 투자를 통해 ICT 기반의 수소연료전지 무인운반차 및 드론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 실증에서 운행하는 수소 지게차와 무인운반차에 수소연료를 충전하는 이동식 수소충전소(차압식)는 한영테크노켐이 제작한 것으로, 23톤 차량 위에 컨테이너 구조로 설치됐다. 컨테이너 내부는 압축기, 저장용기, 충전기, 칠러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압축기와 저장용기는 모두 820bar급이다. 수소저장량은 최대 45kg으로, 1시간에 수소 지게차(1.5kg) 10대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이동식 수소충전소 구축을 위한 안전기준은 한국가스안전공사와의 협의를 거쳐 수립됐고, 지난해 10월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을 받았다. 

이번 이동식 수소충전소는 국내 최초로 도입되는 만큼 실증현장에 약 2,600장의 안전필름을 부착하는 등 안전성 확보에 많은 신경을 썼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이동식 수소충전소 완성검사 전 안전점검 차원에서 지난 2월 25일 안전설비 배치 최적화, 충전시설 주변 안전 확보, 사고유발 요인 제거 등 시설기준 26개 항목과 안전성 향상방안 19개 항목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했다.  

▲ 이동식 수소충전소에서 수소연료 충전을 마친 하나티피에스의 수소 지게차가 작업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 실증은 수소 지게차(4대)와 무인운반차(1대)를 실제 작업환경에서 운행하는 형태로 진행되며, 운행을 통해 확보된 데이터(충전빈도, 사용시간, 부하전압 등)를 통해 안전성 검증과 인증에 필요한 세부기준이 마련될 예정이다. 

특히 연료전지 파워팩의 핵심 소재인 막전극접합체(MEA)와 수소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고체수소저장시스템’의 국산화도 추진해 올 상반기 중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비나텍, 알티엑스, 코멤텍이 MEA, 원일티엔아이가 ‘고체수소저장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원일티엔아이는 이미 잠수함용(장보고-Ⅲ 1, 2, 3번) 연료전지에 수소저장합금과 수소실린더를 납품하고 있다. 아울러 자체 투자를 통해 울산지역을 거점으로 수소저장합금 및 수소실린더를 개선하는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며, 수소연료전지 동력시스템과 수소충전소 등에 고체수소저장시스템의 적용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실증사업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지게차의 충전시간은 기존 8시간에서 5분으로 대폭 단축(약 1/100 수준)되고, 무인운반차의 운행시간도 기존 2시간에서 6시간으로 3배가량 확대돼 생산성 향상과 상용화의 초석이 다져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송철호 울산광역시장이 지난 2월 26일 ‘울산 수소산업의 날’ 행사에서 수소 지게차에 시승한 모습.

이미 미국에서는 수소연료전지 지게차 2만5,000여 대가 대형마트 등에서 운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인천공항공사가 경유·전동지게차 500대를 단계적으로 수소연료전지 지게차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동식 수소충전소는 기존 자동차용 수소충전소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산업현장 수소 모빌리티를 대상으로 특화된 수소공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수소배관망이 도달하지 못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활용성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서는 현재 40여 기의 이동식 수소충전소가 운영 중이다.  

수소 고체저장시스템은 100기압 이하 저장으로 수소충전시스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상용 고압충전시스템을 수용할 수 없는 건축물과 시설에서 활용성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중이 필요한 건설기계, 고압 적용이 어려운 물류 상가 운반차 등을 중심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시의 관계자는 “배터리 기반의 기존 실내 물류운반기계를 수소연료전지로 대체해 국내 공장, 물류단지 등에 수소연료전지 무인운반차와 지게차를 보급하고, 수출시장 개척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공장 중심으로 초기 실증을 추진하고, 향후 안전성 기준 확보 후 시장성이 우수한 물류단지 등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식 수소충전소 관심 고조

수소경제 초기 고정식 수소충전소 설치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비상상황 대응용으로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이동식 수소충전소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울산 규제자유특구에서의 이동식 수소충전소 실증사업 이외에도 한국형 이동식 수소충전소 개발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인 한편, 올 하반기 서울에서는 이동식 수소충전소 시범운행도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소충전소 부지확보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구축비용과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융복합 수소충전소, 패키지형 수소충전소, 이동식 수소충전소의 도입을 검토하고 ‘융복합, 패키지형 및 이동식 자동차충전소 시설기준 등에 관한 특례기준’의 제·개정을 공포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이동식 수소충전소 도입의 타당성을 분석하기 위해 실시한 선행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2018년 10월 1일 기존 융복합, 패키지형 충전소 시설기준 특례에 이동식 수소충전소 관련 내용을 추가해 개정·공포함으로써 이동식 수소충전소 도입이 가능해졌다. 

▲ 일본 도쿄 도심에서 운영 중인 이동식 수소충전소.

그러나 선행연구에서는 실제 도입에 따른 영향분석이나 3차원 누출모델 등 정밀 시뮬레이션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2019년도 에너지기술개발사업’ 과제로 2019년 5월부터 2022년 4월까지 3년에 걸쳐 이동식 수소충전소 설계·제작·실증을 통해 이를 검증하고 제도화하기 위한 실증연구가 진행 중이다. 

가스안전공사는 이번 실증사업에서 이동식 수소충전소 위험분석(HAZOP) 및 설계 최적화, 정량적 위험성 평가(QRA) 및 3차원 화재폭발 시뮬레이션, 특례기준에 부합하는 이동식 수소충전소 제작 및 실증·운영, 충전 프로토콜(SAE J2601) 검증 등을 통한 한국형 제도화와 운영상 안전확보를 위한 가상현실 기반 안전훈련 프로그램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선행연구 시 고려되지 않은 좁은 공간에서의 설비 간 영향과 안전확보를 위한 설비 간 격벽 설치, 환기 적정성 검토, 이동 및 주행 안전성 확보 등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 이동식 수소충전소를 제작 중으로, 빠르면 오는 5월부터 실증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실증사업 공모에서 충북도가 선정됨에 따라 충주기업도시(충청북도 충주시 주덕읍 화곡리 156) 안에 이동식 수소충전소가 배치된다.

현대차는 수소충전소가 극히 부족한 서울시의 수소 충전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오는 8월부터 대규모 공원 등에서 이동식 수소충전소(2기)를 시범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의 관계자는 “이동식 수소충전소는 공장생산 방식인 패키지형 충전소의 장점과 더불어 이동이 가능해 1대의 설비로 인근 2~3개 지역에 수소를 공급할 수 있다”라며 “다만 공간과 저장용량 등의 제약으로 인해 수소전기차 초기수요에 대한 시장 확보와 기존 충전소 고장 시 대체용도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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