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생산개발본부 전동차인프라개발팀의 이우형 매니저와 조수환 팀장.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내연기관에서 수소차, 전기차로 넘어가면서 좋은 차를 만들어 파는 것 못지않게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절실히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 현대차 생산개발본부에 전동차인프라개발팀이 신설됐다. 10명의 팀원으로 출발해서 올 3월에 12명으로 늘었다. 이 팀을 이끄는 조수환 책임매니저를 서울 H강동수소충전소에서 만났다. 현대차가 GS칼텍스와 함께 구축한 여덟 번째 상업용 수소충전소로 지난해 5월 정식 개장한 곳이다.

방폭 사양 갖춘 에어 히팅 방식

“휘발유든 경유든,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연료를 주입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별로 없을 거예요. 하지만 전기로 움직이는 친환경차량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충전인프라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죠.”

현대차는 2018년 3월부터 넥쏘를 양산해 판매하고 있다. 차가 많이 팔릴수록 충전인프라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수소충전소 수가 부족하다 보니 차들이 한 곳에 몰리게 되고, 충전소가 고압설비로 운영되다 보니 고장이 잦다. 이런 고객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꾸려진 팀이 전동차인프라개발팀이다.

▲ 조수환 팀장과 이우형 매니저가 현장의 아이디어를 기록하는 중이다.

충전에 대한 불만은 차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이는 자동차 판매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생산개발본부에 전동차인프라개발팀을 꾸리고 나서 처음 한 일이 고객의 불만을 듣는 일이었다. 충전소 부족 문제는 현대차만 나선다고 될 일은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 관련 기업들이 함께 손발을 맞춰야 하고 기존 가스·정유업계의 참여도 필요하다. 수소안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꿔 나가는 노력도 중요하다.

“고객 불만 중에서 가장 큰 게 노즐 결빙이었어요. 충전이 끝나서 바로 출발하려는데, 리셉터클(차량 충전구)에 노즐이 딱 들러붙으면 그걸 녹이는 데 10분, 20분을 더 기다려야 하죠. 팀이 신설되고 나서 맡은 첫 업무가 노즐 결빙 문제 해결이었습니다.”

영하 40℃에 이르는 저온으로 충전되는 수소연료의 특성상 습기가 많은 날은 결빙이 잦을 수밖에 없다. 더운 장마철이나 겨울철이 특히 심하고, 날이 건조한 봄가을은 그나마 낫다. 

노즐 결빙은 충전소 운영사 입장에서도 큰 문제다. 핫팩이나 드라이어로 녹여서 떼어내느라 시간이 걸리고, 손목이나 어깨도 성할 날이 없다. 완력을 쓰는 과정에서 차가 울렁거리고, 충전을 위해 늘어선 차량들로 눈치를 보게 된다.  

“국내 노즐은 대부분 독일의 WEH사 제품을 쓰고 있어요. TK17이라는 신형 모델의 경우 끝단에 짧은 공압 배관이 있죠. WEH사에 문의를 했더니 노즐 안으로 질소를 불어넣어 결빙을 방지할 목적으로 구조 반영을 해놨더군요. 1,500만 원이 넘는 질소발생기는 가격이 너무 비싸고, 질소 봄베를 구입해 쓰는 데도 한계가 있죠. 그래서 단순하게 갔어요. 따듯한 바람을 불어넣어서 온도를 영상으로 유지해주면 얼지 않겠구나, 라고 생각했죠.”

▲ 조수환 팀장이 충전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질소는 불활성 가스라 안전하지만, 비용 문제로 제외가 됐다. 국내 수소충전소에서 주로 쓰는 노즐 제품은 대부분 독일산이다. 독일의 WEH사 외에도 발터(WALTHER)사 제품이 있다. 발터사 제품은 손잡이가 없는 일자형이다. 이 제품도 질소 퍼징이 가능하지만, 그 방식은 전혀 다르다. 충전 시 노즐 안으로 질소를 불어넣는 방식이 아니라, 충전이 끝난 후 디스펜서 거치대에 걸어둔 상태로 1분에서 2분가량 수동으로 질소 퍼징을 한다. 질소 구매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정말 급한 때가 아니면 쓰지 않는 기능이다. 

“시중에서 구한 자재들로 두 달 만에 시제품을 만들어 실증을 했어요. 현장 설치는 또 다른 문제라 가스안전공사와 협의를 해야 했죠. 충전기 주변은 의무적으로 방폭 설비를 갖춰야 합니다. 에어히터는 충전기 옆에 있어야 열손실이 덜하기 때문에 방폭 사양이 꼭 필요하죠.”

▲ 방폭 사양을 적용한 에어히터의 설치 당시 모습이다.

‘볼텍스 튜브’ 적용한 2세대 장치 개발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수소충전을 하는 동안 에어히터로 데운 80~90℃의 뜨거운 공기를 에어컴프레서로 노즐 안쪽에 불어넣는 방식이다. 바람의 양은 충전을 하는 작업자가 밸브 레버를 재량껏 개방해서 쓴다. 전동차인프라개발팀의 이우형 매니저는 보통 두 가지 방식을 권한다.

“충전에 들어갈 때부터 밸브를 모두 여는 방식이 있고, 처음엔 절반 정도 개방해서 80% 정도 충전을 하고 나머지 20%가 남았을 때 완전 개방하는 방식이 있죠. 에어컴프레서로 바람을 불어넣다 보니 모두 개방하면 70데시벨 정도로 소리가 커져요. 소리에 민감한 분들이 불안해하면 조금만 개방해서 가도록 하고 있죠.”

5.5마력 에어컴프레서 2대를 설치해 한 대로 바람을 불어넣고(한 대는 예비용이다), 수분을 걸러주는 수분필터,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레귤레이터를 달았다. 에어히터는 수소 방폭 사양을 적용해 디스펜서 옆에 설치했다. 충전 전후 수소연료에 미치는 온도 변화는 0.2℃로 거의 변화가 없다. 독일 WEH사에도 이런 자료를 보내 문제가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 5.5마력 에어컴프레서 한 대로 바람을 불어넣는다.

전동차인프라개발팀은 지난해 9월까지 현대차에서 상업용으로 구축한 H수소충전소 8곳에 ‘노즐 결빙방지 장치’ 설치를 완료했다. 하지만 히팅 방식이라 전기료 부담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에어컴프레서 1.9kW, 에어히터 5.3kW의 소비전력을 단순 계산해도 월 35만 원의 전기료가 나온다. 

전동차인프라개발팀은 이를 보완한 2세대 모델을 새로 개발했다. 충전기 한 기를 증설하게 될 국회수소충전소에 이 모델을 최초로 적용할 방침이다. 

“볼텍스(Vortex) 튜브라는 무전원 히팅 장치가 있어요. 압축공기를 넣으면 튜브 안에 와류가 일면서 냉기와 열기로 분리가 되죠. 냉기 사용을 위해 개발된 장비로 자동차 금형을 식힐 때 써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21℃의 압축공기를 넣으면 와류가 일면서 영하 40℃의 찬 공기가 만들어지고, 반대쪽으로 최대 110℃의 뜨거운 공기가 배출된다. 전동차인프라개발팀은 볼텍스 튜브의 뜨거운 바람에 주목했다.

“75데시벨로 소음이 있는 편인데, 흡음박스에 넣으면 50데시벨 이하로 낮출 수 있어요. 무전원이라 방폭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설치비를 크게 아낄 수 있죠. 공간도 덜 차지하고요. 7.5마력짜리 에어컴프레서 한 대를 돌리는 전기료만 계산에 넣으면 됩니다. 기술 검증은 이미 마쳤고, 특허출원도 완료한 상태죠.”

이우형 매니저가 가방에서 볼텍스 튜브 샘플을 꺼내 보여준다. 시중에서 40만 원대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이다. 조수환 팀장이 말을 받는다.

▲ 볼텍스 튜브는 무전원으로 열을 얻을 수 있다.

“노즐에 배관이 달려 나오는 WEH사 신형 모델에 쉽게 설치할 수 있어요. 향후 국내 수소충전소에 한정해서 특허를 무상으로 공개할 예정이죠. 설치 사양서도 만들어서 배포를 하고요. 수소충전소를 지을 때 ‘충전 노즐 결빙방지 장치’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정부 측에 제안을 해둔 상태입니다. 산업부나 가스안전공사 담당자들도 충전소 운영에 꼭 필요한 설비라는 점에 공감을 하더군요.”

노즐의 설계 구조상 발터사 제품에 장착이 어렵다는 점을 빼면 현장 적용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방폭에서 제외되면 설치비도 저렴하다.

수소 충전인프라 관련 기술 협의체 구성

덕양 서산공장에서 수소를 싣고 올라온 튜브트레일러의 교체 작업이 한창이다. 조수환 팀장과 이우형 매니저가 이 광경을 유심히 지켜본다. 강동수소충전소는 하루 60대에서 70대의 차량이 찾는 곳이다. 370번 수소버스 4대도 이곳을 이용한다. 충전소 개장 전인 오전 6시에서 8시 사이에 충전이 이뤄진다. 

▲ 덕양의 튜브트레일러 교체 작업을 지켜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도심 도로에선 튜브트레일러가 확실히 크게 느껴지죠. 2023년부터 액화수소가 유통되기 시작하면 액체수소충전소가 들어서기 시작할 겁니다. 향후에는 차량에도 액체수소를 그대로 넣을 가능성이 크고요. 그런 준비도 천천히 해나가야죠.”

튜브트레일러 차량이 빠지자 넥쏘 차량 3대가 줄줄이 들어온다. 안전관리자가 30% 정도 레버를 상시 개방한 채 충전을 한다. 차량에 체결된 노즐 커버 뒤에 손을 대보니 미지근한 바람이 느껴진다. 

▲ 왼쪽 밸브로 따듯한 바람이 공급된다. 30% 정도 개방한 상태다.
▲ 손을 대면 하단의 틈으로 미지근한 바람이 느껴진다.

습도가 높은 날 연속충전을 하면 결빙이 자주 생긴다. 충전건이 차에 꽁꽁 얼어붙으면 전기포트로 팔팔 끓인 뜨거운 물을 캠핑용 물주머니에 채워 노즐 위에 올려두고 녹이던 일도 이젠 추억이 됐다.  

현대차 전동차인프라개발팀은 노즐 결빙방지 장치 외에도 점검 표준, 정비 표준을 만들고 있다. 또 수소누기 감지테이프도 새로 도입하기 위해 검토 중이다. 충전설비 안쪽의 배관이나 체결부 등 리크(Leak)의 발생 우려가 있는 곳에 테이프를 감아두면 눈으로 한번 슥 훑어보는 것만으로 수소 누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미량의 팔라듐 소재가 들어 있어 수소가 닿으면 테이프 색이 변해요. 휴대용 감지기를 들고 일일이 측정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고 빠르게 기체 누설 여부를 판별할 수 있죠. 또 국내 기업, 대학 등과 협업해서 노즐 국산화에도 참여할 예정입니다. 노즐의 현장 실증 등을 지원할 계획이죠.”

협의체를 통한 정기모임도 준비하고 있다. 가스안전공사, 운영사, 설비업체를 비롯해 정부, 지자체 담당자들과 분기별 모임을 기획하고 있다. 규제, 인허가 같은 정책이 아니라 기술적인 세부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다. 지난해 봄 첫 모임을 열었고, 올해부터는 분기별 모임을 계획하고 있다. 3월 말에 비대면 화상회의를 열어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가스기술공사 질소 퍼징 방식과 경쟁

충전기 노즐 결빙방지 장치를 개발한 곳은 현대차 외에도 한국가스기술공사가 있다. 가스기술공사는 멤브레인(중공사막) 방식의 질소발생기를 새롭게 개발했다. WEH사의 신형 노즐에는 바로 연결할 수 있고, 구형은 따로 개발한 케이스를 제공한다.

1,850만 원에 이르는 질소발생기를 구입해야 하지만, 수분이 제거된 질소를 7bar의 압력으로 배관에 바로 공급할 수 있어 질소 봄베를 주기적으로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이 있다. 지난해 연말 평택에 문을 연 블루에너지 수소충전소에 설치가 완료되어 운영 중이고, 현재 발터사 노즐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 한국가스기술공사에서 개발한 결빙방지 장치로 질소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 양재 그린카스테이션에 설치된 발터사 노즐로, 상단에 질소 퍼징 장치가 달려 있다.

현대차의 히팅 방식이 됐든 가스기술공사의 질소 퍼징 방식이 됐든, 노즐 결빙방지 장치가 차주와 운영사 모두에 큰 도움이 되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세부 기술에 업계가 주목하고 경쟁을 벌이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두 기술의 차이와 이점이 명확한 만큼 선택은 시장의 몫으로 남겨두면 된다.

“바람 소리가 거슬린다고 하는 분들도 사정을 듣고 나면 고개를 끄덕끄덕하세요. 노즐이 얼어붙어 한바탕 고생하느니 이 정도 소음은 애교라 할 수 있죠.”

현장의 목소리에 답이 있다. 수소 충전 중에 바람 소리가 나더라도 그러려니 하고 넘길 일이다.

고객도 수긍하고 운영사도 좋아한다. 이 정도 만족도면 옵션이 아닌 기본 사양에 넣어야 한다. 수소충전소를 구축할 때 예산에 반영하면 불필요한 중복 투자를 줄일 수 있고, 운영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하나둘 바꿔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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