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주 월롱면 도내리 일원에 조성된 8.1MW 파주 연료전지발전소.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지자체장이나 지역 국회의원들 공약의 단골 메뉴는 ‘도시가스 공급’이다.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주민들의 도시가스 공급 요청이 쇄도하기 때문이다. 매년 열리는 국정감사에서도 도시가스 미공급지역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도시가스 소외지역 주민들은 도시지역 주민들보다 소득 수준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취사・난방 연료비 지출액은 약 2배에 달하고 있어 지역 간 에너지복지 불균형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산업부는 도시가스 미공급 지역에 대한 보급확대를 위해 가스공사 주배관 확충과 저금리 융자 지원(2020년 350억 원) 등을 통해 소외지역의 공급여건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

아울러 농어촌, 읍・면 등 도시가스 공급이 어려운 지역에 대해서는 도시가스 수준의 편리성과 안전성을 갖춘 LPG 배관망 확대를 지속 추진해 에너지복지 불균형을 해소해 나갈 계획이다.

산업부는 지난 2014년부터 ‘농어촌 마을 단위 LPG 배관망 사업’을 시작해 지속 추진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전국 13개 군을 대상으로 ‘군 단위 LPG 배관망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도시가스 공급이 어려운 지역에 대해 액화석유가스(LPG) 저장탱크와 배관망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 삼천리 직원들이 도시가스 배관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월 28일에는 도시가스 미공급지역 수급지점 개설 시 공공성을 제고하기 위한 한국가스공사의 천연가스 공급규정 개정안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

최근 경제·사회 여건 변화를 고려해 지역 균형 등 공공성 측면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 향후 신규 개설되는 수급지점 검토 시 정부 예비타당성 평가 방식을 준용한 ‘공공성 및 수익성 종합평가’를 시행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았다. 

기존에는 수익성 위주로만 평가해 경제성이 부족하면 수급지점 개설이 어려워 도시가스 공급이 지연되어 왔다. 

도시가스 미공급, 333만 가구 달해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시가스 미공급 세대수가 많은 게 현실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정재 의원(국민의힘·포항북구)이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시도별 도시가스 가정용 보급률 현황과 전망’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 공급권역 내 2,215만 가구 중 15%에 해당하는 333만 가구는 아직도 도시가스가 보급되지 않고 있다.  

지역별 도시가스 보급률을 보면 광주 100.2%, 서울 98.2%, 대구 97.1%, 대전 95.1% 순으로 광역시 이상의 대도시의 도시가스 보급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주도 14.3%, 강원 54%, 전남 55.6%, 경북 66.9%, 충북 67.5%로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전국 도시가스 보급률은 2019년 84.9%에서 2024년에는 87.7%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2024년에도 약 294만 세대는 여전히 ‘도시가스 사각지대’에 놓이는 셈이다.

김정재 의원은 “도시가스는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복지 인프라임에도 불구하고, 시설 미비나 경제성 문제로 보급받지 못하는 세대가 아직도 많다”라며 “정부는 도시가스 보급을 확대하고, 보급이 어려운 경우에는 LPG 등 대체연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에너지복지에 소외되는 국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한국가스공사 대구 본사 사옥 전경.


에너지복지 등 세 마리 토끼 잡는다 

산업부는 도시가스 소외지역 공급 확대를 위해 이미 추가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2017년 12월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서 도시가스 낙후・소외지역 연료전지발전소 설치 확대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연료전지발전소의 주 연료가 도시가스이기 때문에 도시가스 소외지역에 연료전지발전소를 설치하면 도시가스 배관이 구축되어 마을에도 도시가스를 공급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에너지복지를 실현하는 것은 물론 연료전지 확산(연료전지에 대한 지역주민 수용성 확대)으로 인한 수소경제 활성화, 도시가스 판매 증대로 인한 도시가스 요금 인하 효과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 큰 기대를 모았다.  

그동안 도시가스사들은 도시가스 소외지역에 대한 배관투자 경제성이 부족해 공급배관 구축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도시가스 소외지역에 연료전지발전소가 들어서면 연료전지가 연중 일정하게 도시가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도시가스 수요처를 확보하게 되고, 인근 마을에도 도시가스를 공급할 수 있어 도시가스사의 경제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연료전지 사업자의 경제성 확보를 위한 연료전지 전용 요금제가 지난해 신설된 바 있고, 지자체는 물론 발전사와 도시가스사가 적극 나서고 있어 도시가스 소외지역 연료전지 설치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소외지역 연료전지 설치 전국 확산

파주시는 지난해 8월 한국동서발전, 서울도시가스와 ‘농촌 상생형 친환경 연료전지발전 시범사업’ 협약을 체결하고, 국내 최초로 도시가스 소외지역 연료전지발전사업을 시작했다. 

한국동서발전, 서울도시가스, SK건설은 지분참여를 통해 총 500억 원의 사업비를 마련해 올 상반기에 파주시 월롱면 도내1리에 8.1MW급 연료전지발전소 건설을 완료하고, 지난 8월 말 상업운전을 개시했다. 지난 9월 23일부터는 도내1리 마을 74세대에도 도시가스 공급을 개시했다.   

▲ 지난 9월 23일 파주시 농촌 상생형 연료전지 발전시설 준공식과 도시가스 공급 개통식이 열렸다.

서울도시가스는 이번 사업을 위해 4.6km의 도시가스 배관을 설치했다.   

동서발전은 향후 파주시 인근과 다른 지역의 도시가스 소외지역을 대상으로 50MW급 규모 이상의 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파주시와 동서발전은 지난 11월 18일 행정안전부, 국무조정실, 인사혁신처가 공동주관하는 ‘2020 하반기 적극 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이번 연료전지 사업으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한국서부발전과 대성에너지는 지난해 8월 ‘마을형 연료전지발전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대구광역시를 시작으로 경상북도 지역까지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2곳이 주민 동의를 얻은 상태로, 내년에 연료전지발전사업 허가를 받아 착공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오는 2030년까지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10개 마을에 총 60MW급 연료전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포항시는 지난 10월 6일 한국동서발전, 영남에너지서비스, 한울, 대각2리와 ‘포항시 생활 SOC 연료전지발전사업’ 추진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동서발전과 한울은 이미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와 연료전지발전소 견학을 실시해 연료전지의 친환경성과 안정성을 확인해주었다. 대각2리 주민들은 연료전지발전소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협조하기로 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생활 SOC 연료전지발전사업은 주민 수용성을 확보한 연료전지 발전사업과 도시가스 소외지역을 접목해 에너지복지 실현과 주거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주민 상생 협력사업”이라며 “이번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포항시 도시가스 미공급 농어촌지역에 확대·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포항시는 지난 10월 6일 한국동서발전, 영남에너지서비스, 한울, 대각2리와 ‘포항시 생활 SOC 연료전지발전사업’ 추진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경북 칠곡군은 지난 10월 28일 경북도, 한국서부발전, 태환에너지개발, SK디앤디, 영남에너지서비스와 연료전지발전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국서부발전 등 협약업체는 칠곡군 내 도시가스 미공급 지역에 1,0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3MW 규모의 연료전지발전소 5개소를 건립할 계획이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연료전지는 정부와 에너지 전문가가 인정하는 친환경, 고효율 청정에너지 시설”이라며 “앞으로도 군민의 에너지복지 실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11월 13일 춘천시, SK건설, 강원도시가스, 글로벌에너지인프라와 ‘춘천시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연료전지발전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수원은 춘천시 신북읍 지내리 일원에 총사업비 약 2,200억 원을 투입해 30MW 규모의 춘천연료전지발전소를 건설키로 했다.

▲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11월 13일 춘천시, SK건설, 강원도시가스, 글로벌에너지인프라와 ‘춘천시 생활 SOC 연료전지발전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생활 SOC 연료전지발전사업은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소외지역에 에너지복지를 실현하고, 생활 편익을 높여 주거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사업”이라며 “춘천을 시작으로 생활 SOC 발전사업을 전국적으로 적극 확대해 깨끗한 에너지공급과 지역민의 편의 증진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천시는 지난 5월 26일 한국서부발전, 코원에너지서비스와 ‘신에너지(연료전지) 발전사업 공동개발을 추진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엄태준 이천시장은 “도시가스 미공급지역에 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도시가스 공급 확대에 따른 농촌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주시도 지난 9월 14일 한국서부발전, 코원에너지서비스와 함께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 경기도 광주시는 지난 9월 14일 한국서부발전, 코원에너지서비스와 함께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도시가스 소외지역 연료전지발전소 설치사업은 다른 지역에서도 급속도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유승영 평택시의회 의원은 지난해 10월 의정 발언을 통해 “평택시 도시가스 공급 소외지역 해결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라며 “파주시에서 한국동서발전, 서울도시가스가 농촌 상생형 친환경 연료전지발전시설을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평택시도 이러한 사업을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형우 울산연구원 시민행복연구실 박사는 지난 8월 26일자 ‘울산도시환경브리프’를 통해 울산 수소연료전지 확대를 도시가스 소외지역에 접목시킬 것을 제안했다. 

김 박사는 “편의성 제공, 에너지복지, 주민 수용성 확보 등의 차원에서 도시가스 소외지역 연료전지 설치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라며 “2019년 도시가스 보급률이 85.3%인 울주군에서 언양읍, 두서면, 두동면을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도시가스 소외지역 연료전지 발전설비는 미국 블룸에너지의 SOFC 제품이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 SK건설이 국내 최초의 도시가스 소외지역 연료전지발전사업인 파주 연료전지발전소에 블룸에너지 제품을 공급했다. SK건설은 파주에 이어 한수원이 추진하는 ‘춘천시 생활 SOC 연료전지발전사업’에도 참여한다.  

▲ 블룸SK퓨얼셀의 구미 연료전지 제조공장.

SK건설은 전략적인 제휴를 통해 블룸에너지의 연료전지 제품을 국내에 공급해왔으며, 본격적인 사업을 위해 합작사 ‘블룸SK퓨얼셀’을 설립하고 지난 10월 경북 구미 국가산단에 연료전지 제조공장을 개관했다.    

한국서부발전이 추진하는 경북 칠곡군 연료전지발전사업에 참여하는 SK디앤디는 블룸에너지와 지난해 2월 블룸에너지 제품의 국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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