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부생수소는 특정 공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되는 수소를 일컫는다. 부산물이나 그냥 얻어지진 않는다. 공들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건 어디에도 없다. 한번 들여다보자.   

부생수소는 크게 3개 업종에서 생산된다. 정유, 석유화학, 제철 산업이다. 생산량으로만 따지면 정유산업이 압도적이나 외부 유통은 기대할 수 없다. 탈황, 분해공정의 중요한 첨가제로 거의 대부분 재사용되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산업에서는 납사 분해공정 등에서 다량의 수소가 생산된다. 외부 수소 공급 여력이 가장 큰 업종이라 할 수 있으나 대부분 연료로 자체 소비된다. 마지막으로 제철산업에서는 원재료인 철광석 환원 시 사용되는 코크스를 얻는 과정에서 COG(혼합가스)가 나온다. 이를 정제해 수소를 얻게 된다.  

이들 수소의 유통구조는 어떨까. 석유화학사, 제철소 등의 일부 수소를 유통사들이 받아 외부로 공급한다. 바로 보내지는 것은 아니다. 수요처에 맞게 정제(PSA공정)처리 후 공급된다. 제강, 반도체, 용접·절단, 광섬유, 유리 제조, 식품산업 등이 주요 고객이다. 이송은 생산지 주변 파이프라인 공급이 절대적이고 먼 거리는 튜브트레일러가 담당한다. 여러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산업용가스로서의 역할을 해온 것이다. 

이러한 방식이 전통적인 부생수소 유통구조이나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중심에는 수소차가 있다. 수소차의 연료로 수소가스가 사용되기 시작했고, 그 시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첫 발은 현대제철이 내디뎠다. 수소충전소에 공급할 ‘수소 출하센터’를 당진공장에 구축키로 했다. 부생수소를 대량으로 저장했다가 이를 수소충전소에 이송할 튜브트레일러에 옮겨 담는 시설이다. 이른바 ‘터미널’로 이해하면 쉽다. 연간 2천 톤의 수소를 충남은 물론 충북, 경기, 서울 등지로 실어 나르게 된다. 향후 공급 상황에 따라 최대 3만 톤까지 공급 규모를 키울 모양이다. 

제대로 일냈다. 이렇게 해야 한다. 사실 부생수소는 유통량이 많지 않아 ‘수소차’ 보급 초기 수소공급 역할로 제한됐다. 이후 LNG 추출수소를 통해 전국 수소유통망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나, 역할에서 ‘기간’이나 ‘비중’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현대제철부터 당진 공급량을 열 배가량 늘린다는 계획이고 SK인천석유화학 역시 연간 5만 톤의 부생수소(지금은 태워 없앤다) 공급 방안을 찾고 있다. 출하센터가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뿐이 아니다. 철강업계 맏형인 포스코 역시 광양과 포항 2곳에서 생산되는 부생수소가 연간 수십만 톤에 이른다. 이를 지역거점의 수소공급 출하센터로 유도하면 수소경제 확산의 걸림돌인 수소공급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 필요한 수소 공급 문제로 주저했던 다양한 사업모델 실증이 이뤄져 상용화에 기여할 것은 불문가지이다.  

‘부산물로 그냥 얻어지는 가스’, ‘소형트럭 뒤 칸에 여러 산업용가스 봄베(용기)와 섞여 여기저기 팔려가는 가스’로 덧씌워진 숙명을 벗어던질 기회이다. 순도 99.99% 이상의 친환경차 연료로의 전환. 가능하다. 그리고 이러한 '부생수소의 변신'은 당연히 무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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