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주 월롱면 도내1리에 들어선 국내 최초의 도시가스 소외지역 연료전지발전소.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국내 대표적인 에너지기업인 도시가스사들이 수소사업 진출을 적극 모색할지 주목된다. 실제 도시가스사들이 수소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수소사업의 경제성 부족으로 수소충전소 등 수소 인프라 구축에 적극 뛰어들지는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제1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수소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 방안’을 통해 수소 진입기업을 위한 각종 혜택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도시가스사들의 수소 시장 진출을 유도할 수 있는 당근책이 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수소 진입기업이란 수소 산업(생산·운송·저장·활용)으로 업종을 다각화하거나 전환하는 기업을 말한다. 

이러한 기업을 충전소 구축 보조(국토부・환경부, 최대 15억 원/기), 수소추출시설 보조(산업부, 50억 원/기) 등 정부 사업의 우선 지원대상에 포함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기존 주유소를 수소충전소로 전환하거나 동일 부지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해 복합 스테이션화 하는 경우 구축 보조금 우선 지원 등의 혜택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또 도시가스사 등 가스 관련 사업 노하우와 인프라가 풍부한 가스 전문기업이 수소 생산・공급 등 수소 시장 진출 시 수반되는 설비(추출시설 등) 구축 비용을 일부 지원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러한 혜택이 도시가스사들의 수소 시장 진출을 유도할 수 있는 당근책이 될지는 미지수다. 

도시가스산업 성장 한계 직면 

국내 천연가스 산업은 도매사업자인 한국가스공사와 소매사업자인 전국 34개 도시가스 회사들이 주도한다. 

한국가스공사가 해외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해 천연가스 배관망을 통해 발전용과 도시가스용으로 공급한다. 소매 도시가스사는 가스공사로부터 천연가스를 공급받아 가정・일반・업무・산업・수송・집단에너지・연료전지용 등 다양한 용도로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도시가스사들의 최대 고객은 가정과 산업체이다. 2019년 기준 가정용은 42.2%, 산업용은 34.4%를 차지한다.   

도시가스사업은 삼천리 등 민간기업이 영위하고 있지만 국민의 생활연료인 만큼 공공서비스 성격이 강하다. 도시가스 요금(공급비용) 결정권도 해당 지자체에 있다. 

▲ 한국수력원자력, 포스코에너지, 삼천리가 출자해 2013년 12월에 준공한 경기그린에너지 연료전지발전소.

한국도시가스협회가 발간하는 도시가스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도시가스 공급가구수 약 1,966만 가구, 공급량 244억㎥, 도시가스 배관은 총 4만5,669km에 달할 만큼 도시가스는 국민연료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도시가스 판매량 정체, LPG 등 다른 연료와의 경쟁 심화, 도시가스 미공급지역 배관투자 경제성 부족 등 도시가스사의 경영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도시가스 판매량은 2007년까지 큰 폭의 성장률을 보이다가 2008년부터 완만한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는 정체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전국 도시가스사의 매출액도 2013년 22조4,800억 원에서 2015~2019년에는 14~17조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전국 도시가스 보급률은 2019년 기준 85%에 달한다. 서울(98.2%)을 포함한 수도권은 92.4%로 포화 상태다. 도심 외각 지역을 빼고는 웬만한 곳에 도시가스가 다 공급되고 있는 셈이다.  

도시가스사의 새로운 기회 ‘연료전지’

도시가스사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도시가스 신수요 확보 차원에서 연료전지용 도시가스 공급을 적극 추진해왔다. 도시가스 주용도인 가정용과 산업용에서 도시가스 공급을 확대하는 데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도시가스 용도별 구성비를 보면 연료전지용은 2019년 기준 0.8%(1억9,400만㎥)에 불과하다. 앞으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연료전지 설치가 확대되면 그만큼 도시가스 수요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연료전지가 도시가스사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이유다. 

연료전지용 도시가스 판매량이 가장 많은 도시가스사는 국내 최대 도시가스 기업 삼천리와 SK E&S이다. 삼천리와 SK E&S는 여러 발전용 연료전지 프로젝트의 컨소시엄에 참여해 지분 투자와 함께 도시가스를 공급해오고 있다. 삼천리의 경우 한국수력원자력, 포스코에너지와 함께 출자해 2013년 12월에 준공한 경기그린에너지가 대표적이다. SK E&S 산하 도시가스사 중 코원에너지서비스와 부산도시가스의 연료전지용 판매량이 가장 많다. 

▲ 부산도시가스는 부산 해운대구에 구축된 부산그린에너지 연료전지발전소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이밖에 서울도시가스와 대성에너지가 연료전지용 도시가스 판매량이 많은 도시가스사로 꼽힌다.

경동도시가스도 2018년부터 한국도로공사, 한국중부발전, SK건설과 함께 남양산 연료전지발전사업에 참여 중이며 최근에는 울산시, 한국동서발전, 대원그룹과 함께 100MW급 연료전지발전사업을 추진하는 등 앞으로도 도시가스사들의 연료전지발전사업 참여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시가스 낙후·소외(미공급) 지역에 대한 연료전지 설치 사업이 도시가스사들의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17년 12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20% 달성을 위한 태양광·풍력 중심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에는 도시가스 미공급지역에 연료전지발전소를 설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연료전지발전소의 주연료가 도시가스이기 때문에 이러한 지역에 도시가스 배관이 구축되면 연료전지발전소뿐만 아니라 인근 마을에도 도시가스를 공급할 수 있어 연료전지 확산 및 도시가스 판매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연료전지 사업자의 경제성 확보를 위한 연료전지 전용 요금제가 지난해 신설되는 한편 도시가스사의 의지도 강해지고 있는 만큼 도시가스 낙후・소외지역 연료전지 설치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서울도시가스와 대성에너지가 포문을 열었다.

서울도시가스는 지난해 8월 한국동서발전, 파주시와 ‘농촌 상생형 친환경 연료전지 시범사업’ 협약을 체결하고, 국내 최초로 도시가스 소외지역 연료전지발전사업을 시작했다. 

한국동서발전(89%), 서울도시가스(6%), SK건설(5%)은 지분참여를 통해 총 500억 원의 사업비를 이번 사업에 투입해 올 상반기에 파주시 월롱면 도내리 일대에 8.1MW급 연료전지발전소 건설을 완료하고, 올해 8월 말 상업운전을 개시했다.  

서울도시가스는 4.6km의 도시가스배관을 매설하는 등 배관확충 공사를 8월 말 완료하고, 연료전지발전소에 도시가스 공급을 개시한 데 이어 지난 9월 중순부터 파주시 월롱면 도내1리 마을 74세대에도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파주시와 서울도시가스 등은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향후 마을단위별 ‘농촌 상생형 연료전지발전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대성에너지도 지난해 8월 한국서부발전과 ‘마을형 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대구광역시를 시작으로 경상북도 지역까지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2곳이 주민 동의를 얻은 상태로, 내년에 연료전지발전사업 허가를 받아 착공할 것으로 보인다. 

▲ 대성에너지는 지난해 8월 한국서부발전과 ‘마을형 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해당 지자체도 적극적이다. 대구시는 오는 2030년까지 10개 마을에 총 60MW급 연료전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대성에너지의 한 관계자는 “이제 도시가스사들이 도시가스 판매를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은 연료전지밖에 없다”라며 “전국 도시가스사들이 도시가스 미공급지역에 대한 연료전지 설치사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사업 개발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부터 건물용 연료전지에 대한 도시가스사의 관심이 부쩍 늘었다.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시가스협회와 한국가스공사는 ‘2019년 도시가스 도·소매 코마케팅 협력과제’ 중 건물용 연료전지 경제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도시가스협회 회원사 관계자들이 미코의 SOFC 제조공장을 방문해 시설견학을 하기도 했다. 

이미 도시가스업계는 2010년대 초반 정부가 추진한 ‘가정・건물용 연료전지 시범사업‘에 적극 참여한 바 있다. 이후 가정・건물용 연료전지 보급으로 인한 도시가스 수요확대를 기대했지만  연료전지의 경제성 부족 등의 이유로 발전용만큼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을 본격 펼치기 시작하면서 건물용 연료전지 확대에 다시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연료전지에 있어 국내 도시가스업계가 가장 부러워하는 국가는 일본이다. 파나소닉, 아이신 등 연료전지시스템 제조기업과 도시가스사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정부의 보조금 지원 정책과 함께 다양한 모델의 신기술 개발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530만대의 가정용 연료전지(에네팜) 보급에 힘쓰고 있다. 지난 2018년 7월 에네팜 보급 대수는 25만 대를 달성한 바 있다.     

수소충전인프라 사업 관심

도시가스사들이 연료전지 이외에도 수소충전소 등 수소 인프라 구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미 도시가스사들은 환경부의 CNG버스 보급 정책에 따라 지난 2001년부터 수송용 도시가스(CNG)를 공급하고 있다. 또 CNG충전소를 직접 구축・운영하며 고압가스(CNG)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최근 도시가스사들이 이러한 경험을 살려 위탁운영 방식으로 수소충전 인프라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에 호응하면서 투자 부담 없이 수소 산업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한편 현재로서는 직접 투자 방식의 수소충전소 구축・운영은 경제성 부족으로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대성에너지가 국내 도시가스 회사 최초로 수소충전소를 운영하기 시작해 주목을 받고 있다. 수소충전소 특수목적법인 하이넷이 대구시 달서구 갈산동에 구축한 대구 1호 수소충전소 ‘성서 수소충전소’의 상업 운영을 지난 8월 26일 개시한 것이다. 이 수소충전소는 대성에너지가 운영하는 CNG충전소 부지에 구축됐다. 대성에너지가 부지를 제공하고 위탁운영하게 된 것이다. 전기차 충전소도 운영 중으로 도시가스사 최초의 복합충전소(CNG・수소・전기) 사업 모델을 탄생시킨 셈이다.   

▲ 대성에너지가 위탁운영하는 대구 성서 수소충전소.

대구시와 하이넷, 대성에너지는 대구지역 수소전기차 운전자들의 충전소 부족에 따른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 매년 수소충전소를 추가로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성에너지는 하이넷이 CNG충전소 부지에 구축하기로 한 관음 수소충전소(2021년), 매곡 수소충전소(2022년), 동호 수소충전소(2023년)도 운영할 계획이다. 

대성에너지는 회사 1호 CNG충전소인 성서충전소를 시작으로 동호・매곡・관음 충전소 등 총 12개소의 CNG충전소를 구축・운영하고 있다.   

▲ 대구 성서 수소충전소 안전점검 장면.

한편 대성에너지는 지난 6월 회사 업무용 수소전기차를 구입하는 등 도시가스업계 중 수소경제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7월 수소·환경·신재생·에너지신산업·도시가스 등 5개 분야에서 적정기술 기반의 에너지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대성그룹 신성장 사업 발굴의 원동력으로 삼기 위한 ‘적정에너지 전략위원회’를 출범한 바 있다. 수소에너지 분야에서는 박진남 경일대학교 교수와 정군우 대구경북연구원 박사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대성에너지에 이어 삼천리도 수소충전소를 처음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삼천리는 지난해 8월 용인시, 삼성물산,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와 ‘수소 융복합충전소 구축 및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 삼천리는 지난해 8월 용인시, 삼성물산, 수소에너지네트워크와 ‘수소 융복합충전소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용인 에버랜드 주차장 부지에 CNG・수소・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융복합충전소가 들어선다. 삼성물산이 수소충전소 부지를 제공하는 한편 하이넷이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고, 삼천리가 위탁운영하게 된다. 

삼천리는 지난 4월 20일 ‘용인 에버랜드 CNG충전소’의 상업운전을 개시했다. 수소충전소는 올 하반기에 완공될 예정이다.  

▲ 삼천리가 운영하는 용인 에버랜드 CNG충전소 부지에 수소충전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한편 삼천리는 해외 그린수소로 시야를 넓히고 있다. 산업부가 저가·대량의 해외 그린수소(CO2-free) 도입을 위해 지난 6월 출범시킨 ‘해외 그린수소사업단’에 민간기업으로는 삼천리가 에쓰오일, 현대글로비스, GS칼텍스,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과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경동도시가스도 자사의 CNG충전소 부지에 복합 형태로 지어지는 수소충전소를 위탁운영할 예정이다. 천안・아산・세종시 등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JB(舊 중부도시가스)도 세종시에 들어서는 수소충전소를 운영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지역 도시가스 공급기업인 해양도시가스는 향후 온사이트 충전소에 대한 도시가스 공급 모델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해양도시가스의 광산CNG충전소 부지에 지어진 광주 동곡수소충전소(광주그린카진흥원이 운영 중)는 향후 CNG 개질기를 설치해 온사이트 충전소로 전환할 계획을 갖고 있다.     

▲ 해양도시가스가 운영 중인 광산CNG충전소 부지에 지어진 광주 동곡수소충전소(사진 왼쪽)가 보인다.

귀뚜라미에너지(舊 강남도시가스)는 서울시 양천구에 지어지는 수소충전소를 운영할 예정이었지만 충전소 건립이 취소되는 바람에 아직 수소충전인프라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등을 통해 수소충전소 입지・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존 CNG, LPG 충전소 및 주유소 중 수소충전소 설비 구축이 가능한 입지를 융복합 충전소로 적극 전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CNG충전소 구축・운영 경험을 보유한 도시가스사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올해 7월 말 기준으로 전국 CNG충전소 총 195개소 중 80개소 정도를 도시가스사들이 운영하고 있다. 

또한 도시가스업계는 수소생산기지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구축보다는 수소생산을 위한 도시가스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은 천연가스 개질을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수소전기버스 대응형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같은 경우 도시가스사가 직접 공급할 수 있어 도시가스 신수요 창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시가스협회는 수소충전소 구축 시 CNG충전소 활용, 규제완화 및 지원확대 방안을 마련하는 등 수소경제 관련 사업참여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할 계획이다. 

한국도시가스협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수소사업의 경제성이 부족해 도시가스사들의 수소 시장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정책인 만큼 앞으로 도시가스사들과 함께 수소사업 참여방안을 계속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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