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차세대 고효율 연료전지로 불리는 고체산화물형 연료전지(SOFC; Solid Oxide Fuel Cell)의 국내 상용화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700~1,000℃의 고온에서 작동하는 SOFC는 PEMFC, PAFC 등 현존하는 연료전지 방식 중 발전효율이 가장 높아 ‘발전특화’ 연료전지로 각광 받을 전망이다. 특히 건물 관리를 위해 야간에도 항상 전력이 필요한 중대형 건물이 많은 대도시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일본 등에서는 이미 상용화돼 건물·주택에서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경기도 분당에 발전용으로 처음 도입된 이후 발전용 SOFC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반면 건물용으로는 국내 개발 제품이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올해 중으로 상용화를 위한 정부의 제도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현재 미코, STX중공업, 경동나비엔, 에이치앤파워 등의 업체들이 순수 국내기술로 건물용 SOFC를 개발한 상태다. 이들 기업 중 미코가 상업화를 위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주목된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장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 작년 9월에 열린 미코 SOFC 제조공장 준공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전선규 미코 회장이 SOFC 개발・보급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2kW SOFC 시스템 실증 

글로벌 소재부품 전문기업 미코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정 장비용 세라믹 소재·부품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 2008년부터 SOFC 기술개발을 시작했다. 2011년 SOFC 시스템의 핵심부품인 스택(stack)을 구성하는 단전지 제조 기술, 2015년에는 평판형 SOFC 스택(모델명: 큐브파워_Qube Power) 제조 기술을 각각 확보했다. 

미코는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SOFC 시스템 개발을 시작했다. 미코가 개발한 2kW SOFC 시스템 ‘TUCY’(Tomorrow LUCY의 합성어)는 세라믹을 전해질로 하는 연료전지로, 700~750℃의 고온에서 작동한다. 지난 2018년 9월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시행하는 가스기기 설계단계 검사합격(KGS AB934)을 획득해 상업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  

당시 가스안전공사의 검사 결과 정격출력에서 51.3%의 발전효율을 나타내 국내 공식 최고효율을 기록했다. 이는 일본 교세라의 3kW 건물용 SOFC 시스템의 발전효율 52%와 견줄 만한 높은 수준이다.

또 열효율과 합산되는 종합 시스템 효율은 90% 이상 구현이 가능해 고효율 열병합발전 시스템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미코는 지난 2018년 11월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기술개발사업(전담기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으로 추진되는 ‘kW급 건물용 SOFC 시스템 실용화 기술개발 사업’에 참여기업으로 선정돼 본격적인 시스템 상용화를 위한 실증 기반을 마련했다.  

미코의 SOFC 시스템은 UNIST와 KoMiCo에 3대, 서울 물연구원과 부안군 수소하우스에 2대가 설치돼 실증 운전 중으로 최근 약 27MWh의 누적 발전량을 달성했다. 올해 말까지 50MWh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미코는 실증 운전을 통해 고효율·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 UNIST 캠퍼스 내 ‘과일집’에서 실증 운전 중인 미코의 2kW SOFC 시스템.

특히 수소를 테마로 한 부안군 자연에너지 공원 내 수소하우스에 설치된 미코의 SOFC 시스템은 수소에너지의 수용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부안군은 미코의 SOFC 전력을 이용해 수소하우스를 운영 중이며, 군민들에게 생소한 수소산업을 홍보하고, 수용성을 높이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미코는 KT와도 협력사업을 추진 중이다. 양사는 지난해 11월 ‘수소연료전지 융·복합 사업 공동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양사는 이번 협약에 따라 연료전지 관련 신규 사업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건물 에너지 이용 패턴에 따라 부하 대응을 할 수 있는 연료전지 발전시스템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실시간 관제가 가능한 연료전지 EMS(Energy management system)를 개발할 예정이다.

KT는 인공지능 기반 KT-MEG 플랫폼으로 연료전지 발전설비의 실시간 운영 현황을 파악하고, 미코는 연료전지시스템 공급과 유지보수 등을 담당한다.

국내 유일 SOFC 전주기 공장 준공

미코는 이미 지난해 SOFC 양산체제를 갖춰 그간 국산 SOFC 상용 제품이 없어 상용화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국내 에너지 시장의 오해를 불식시켰다. 지난해 9월 안성에 국내 최초의 SOFC 제조공장을 준공했다. 

미코는 총 110억 원을 투자해 3,893㎡(1,293평) 부지에 연간 1MW 규모의 생산공장을 건설했다. 국내 유일의 SOFC 전주기 생산공장이다. 미코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국산 셀, 스택, 시스템에 대한 원스톱 생산라인을 구축한 것이다.  

정부 국책과제와 회사 자체 기술개발 투자 등으로 셀과 스택은 현재 90%, 시스템은 80% 이상의 높은 국산화율을 달성했고, 이 모든 것들이 한 공장에서 생산되는 첫 사례로 꼽힌다. 미코는 향후 10MW, 100MW로 생산 규모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미코는 공장 준공 이후 장기운전을 위한 품질 향상과 내구성 있는 부품 개발, 원가 절감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전선규 미코 회장은 SOFC 제조공장 준공식 때 “스택 기술력이 있어 우리는 생각보다 빠르게 시스템의 구현을 실현했다”라며 “2kW에만 머무르지 않고, 8kW를 개발하고 MW급까지 실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 UNIST 김건태 교수 연구실에서 본 미코의 12cm 평판 셀.

미코는 2kW에 이어 8kW급 SOFC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현재 8kW 시스템의 테스트 및 시운전을 병행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가스안전공사(KGS) 인증을 통해 내년 1/4분기 KS 인증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8kW 시스템의 스택 모듈을 기본으로 한 50kW 시스템도 준비하고 있다. 오는 2022년 50kW 시스템 기반의 발전용 SOFC 시스템을 출시해 현재 국내 보급 중인 미국 블룸에너지의 SOFC 제품과 경쟁한다는 계획이다.     

미코는 향후 자체 기술로 개발한 SOFC를 바이오가스 및 BOG, P2G, 잠수함·군용 등과 연계해 관련 시장에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본격 시장 진출 예상

SOFC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따라 국산 SOFC 시스템 보급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SOFC 시스템은 기존 규격으로는 안전성과 성능 등을 평가할 수 없어 시장 출시가 지연되는 상황이었다. 정부가 올해 중으로 SOFC에 대한 KS표준 및 원별 보정계수를 마련할 예정이어서 미코의 SOFC 시장 진입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미코의 2kW SOFC 시스템은 이미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산업융합촉진법’에 의거 ‘산업융합 신제품 적합성인증’을 부여받았다. ‘적합성인증’은 융합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제품이 기존의 인증을 받을 수 없을 때 별도의 인증기준을 신속히 마련해 인증을 부여함으로써 융합 신제품의 조속한 시장 출시를 돕는 제도다.

미코의 SOFC 시스템은 적합성인증 시험·검사를 통해 성능과 안전성을 입증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설비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적합성인증을 통해 마련된 기술기준을 국가표준에 반영해 올 하반기 중 SOFC에 대한 KS표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 하태형 미코 부회장(좌)과 김영명 KT 에너지플랫폼사업단장 전무(우)가 ‘수소연료전지 융·복합 사업 공동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KT)  

미코가 SOFC 시스템에 대한 KS 인증을 획득하게 되면 건물용 연료전지의 안정적인 시장인 정부 보급사업 및 의무화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지난 6월 3일 ‘제107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SOFC의 배기통 설치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배기통을 SOFC마다 각각 설치토록 해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 고분자전해질형 연료전지(PEMFC)에 준해 배기통 1개에 SOFC를 여러 대 설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소방설비 비상전원에 연료전지도 추가토록 함으로써 SOFC 보급에 날개를 달게 됐다.  

서울시가 SOFC 지원에 나선 것도 미코에 좋은 기회 요인이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연면적 3,000㎡ 이상 건물 신축 시 의무화된 신재생에너지 설치 가능 대상에 SOFC를 추가하고 원별 보정계수를 마련해 민간 신축 중대형 건물에도 SOFC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3월 26일 이후로 제출되는 신축 인허가 사업부터 적용된다. 

미코의 SOFC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한국도시가스협회와 회원사 총 17개 도시가스사 관계자 50여 명은 올해 1월 미코의 SOFC 제조공장을 방문해 SOFC 시스템의 생산라인을 견학하고 상호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방문은 일본의 도시가스사와 연료전지시스템 제조사 간 협력체계와 같은 국내 SOFC 협력체계 구축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미코와 대전 지역 도시가스 공급업체인 CNCITY에너지는 CNCITY에너지 본사 복지동에 미코의 2kW SOFC 시스템 2대를 설치・운영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도시가스사들 사이에서 이와 같은 사례가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미코의 SOFC 보급이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의 수요처에서도 설명회를 요청받는 등 사전 고객 확보를 위한 활동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미코는 본격 출시를 위해 2kW SOFC 시스템을 기존 모델인 ‘독립형’에서 ‘연계형’으로 슬림화하고, 일부 부품의 내구성을 향상하는 등 시스템 최적화를 완료하고, 안성 본사 내 카페에 설치해 실증 운전 중이다. 연계형 모델은 2의 배수로 확장이 가능하다.      

▲ 미코 안성 본사 내 카페에서 실증 운전 중인 연계형(좌) 및 독립형(우) 모델의 2kW SOFC 시스템.

앞으로 진행되는 시범사업이나 실증사업, 시장 출시는 연계형 제품으로 할 예정이다. 8kW, 50kW SOFC 시스템도 연계형으로 개발 중이다.  

미코는 SOFC에 대한 KS표준이 나오면 KS 인증을 취득해 정부 보급사업과 의무화시장에 적극 뛰어들 계획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제로 에너지 빌딩과 관련한 마케팅 방안도 강구 중이다. 

SOFC 사업을 지휘하고 있는 하태형 미코 부회장은 “서울시의 신축건물 SOFC 설치 허용과 함께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건물 SOFC에 대한 KS표준이 마련되면 미코가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SOFC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SOFC 시스템의 친환경성과 안전성을 적극 홍보해 연료전지의 사회적 수용성을 확대해 나가는 데도 힘써 수소경제 사회 구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코 측은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바람도 조심스레 내비치기도 했다.    

미코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건물용 연료전지시스템 단가가 왜곡되어 있는 것 같다”라며 “앞으로 건물용 연료전지 보급 시 제품 보증 방법으로 몇 년 무상보증 등 기간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처럼 가동시간을 기준으로 보증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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