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서울방향) 수소충전소와 수소전기차 ‘넥쏘’.(사진=현대차)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수소산업계의 기대와 예측은 딱 들어맞았다. 문재인 정부가 수소경제 사회 구현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힐 것이라는 것을. 

<월간수소경제>는 지난해 창간 1주년 특집호(8월호)를 통해 <문재인 정부, 수소에너지 정책 방향의 길을 묻다> 제하의 설문조사 결과 분석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2%가 문재인 대통령이 수소에너지 대한 관심이 많은 것으로 평가했으며, 실제 응답자의 50%가 일본처럼 수소사회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천명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러한 기대와 바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됐다. 정부는 지난 1월 17일 울산에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울산을 방문해 로드맵 발표회에서 수소경제 사회 구축 의지를 대내외에 공식 천명했다.

이후 수소경제 표준화 로드맵, 한국가스공사 수소사업 추진 로드맵 등 후속 전략과 방안들이 발표되고, 올 하반기에도 수소 기술로드맵 및 수소시범도시 발표가 예정되어 있는 등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제 수소경제 로드맵 전략과 방안들을 구체화해 일관되게 추진해나가야 할 중요한 출발점에 섰다.

이에 따라 <월간수소경제>는 수소 관련 업계 종사자 등 100명을 대상으로 <수소산업 현안과 과제>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이 밝힌 상반기 이슈와 수소산업 확장 및 수소 안전에 대한 의견, 그리고 기대와 바람을 정리했다.  


상반기 수소산업 이슈
먼저 올 상반기 수소경제 분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슈에 대해 물었다. 이 질문(중복 응답)에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및 후속 로드맵(수소경제 표준화 로드맵, 한국가스공사 수소사업 추진 로드맵) 발표’가 75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서 ‘강릉 수소저장탱크 폭발사고’ 58명,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수소에너지 전략 명시’ 33명, ‘규제 샌드박스 제1호 도심 수소충전소 설치 승인’ 29명, ‘수소충전소 설치·운영 특수목적법인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 출범’ 28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 1월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것은 수소경제를 중장기적으로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부는 로드맵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선도국가 도약’을 비전으로 삼고, ‘수소전기차·연료전지 세계시장 점유율 1위 달성’ 및 ‘화석연료 자원 빈국에서 그린 수소 산유국으로의 진입’을 2대 목표로 정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화석연료 시대에서 수소에너지로의 전환을 공식 천명한 만큼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수소산업계는 이러한 역사적인 순간을 희망감으로 크게 반겼지만 ‘희망감에 도취해 자만감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긴장감을 불어 넣은 사건이 지난 5월 발생했다. 바로 강릉 소재 강원 테크노파크 수전해 시험시설에서의 수소저장탱크 폭발사고였다. 이 사고로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전례가 없는 사고여서 수소산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수소저장탱크 내 소량의 산소가 유입된 상태에서 정전기가 발생해 폭발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전문기관에 따르면 수소는 석유화학, 정유, 반도체, 식품 등 산업현장에서 수십 년간 사용해온 가스로, 이미 안전관리 노하우가 축적된 분야이다. 또 수소는 가연성 및 폭발성 가스이지만 완벽하게 밀폐된 공간이 아니면 누출된 수소는 대기 중으로 빠르게 흩어져 폭발범위 농도 도달 및 유지가 어렵고, 발화점이 500℃ 이상으로 석유류에 비해 200℃ 이상 높아 쉽게 화재나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다.

수소의 종합적인 위험도 분석(자연발화온도, 독성, 불꽃온도, 연소속도 등) 결과 도시가스보다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강릉 수소탱크 폭발사고가 일어나기 힘든 믿기지 않는 사고라며 의문이 제기됐지만 결과적으로는 수소도 취급과 안전관리가 소홀하면 언제든 큰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겨줬다.

또한 수소전기차 확산에 필수적인 수소충전소 구축 확대를 위한 큰 획을 긋는 정책이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지난 1월 17일부터 본격 시행된 규제 샌드박스 제1호로 ‘도심 수소충전소’가 선정된 것. 특히 세계 최초로 국회 내 수소충전소 설치를 허용해 수소충전소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 입지규제를 해소함으로써 수소충전소 설치 확산의 큰 계기를 마련했다.


수소산업 확장
다음으로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대한 만족도를 물었다. ‘(매우)만족스럽다’고 답한 응답자(‘매우 만족 스럽다’ 8.9%, ‘만족스럽다’ 38.6%)가 47.5%로, 가장 많은 비 중을 차지했다.

‘만족스럽다’고 답변한 이유를 묻는 질문(주관식 답변)에는 △우리나라가 대내외에 수소경제 사회 실현을 공식적으로 선포한 의미가 있고, 체계적으로 수소경제 사회를 구현할 전략을 담았다 △그동안 액션이 전혀 없어 답답한 상태였는데, 늦었지만 방향성을 제시해서 다행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고, 이를 선점하기 위한 국가별 로드맵이 계속 발표되고 있는 시점에 우리나라도 수소에 관심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점 △기존의 사문화된 로드맵보다는 공격적이고 장기적인 로드맵인 것 같다 △수소 생산에서 소비까지 수소 생태계 전반에 대한 발전 계획으로 평가하고 싶다 △수소경제는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수소경제 로드맵은 잘 구성된 것 같다. 다만 실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수립과 범정부 차원의 투자 의지의 확대로 볼 수 있다 등의 의견들이 제시됐다.

반면 ‘(매우)만족스럽지 못하다’는 13.9%(‘만족스럽지 못하다’ 12.9%, 매우 만족스럽지 못하다 1%)로 조사됐다. 그 이유에 대해 묻는 질문(주관식 답변)에는 △더 상세한 방향 제시 필요 △현장의 상황을 잘 반영하지 않은 책상에서 만들어진 계획 같아 보이고, 장기적으로 이 정책이 지속될 것인 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너무 성급하게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 △사업 경제성 분야에서 너무 장밋빛 전망이다 △ 일부 분야에 치우쳐 급조된 감이 있다. 향후 20년 이상 앞을 내다보는 로드맵을 위해서는 로드맵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분과회의 기록 등을 잘 정리해야 하 고, 기업의 참여를 보다 확대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보다는 실제 국민이 느끼는 수소화 시대에 대한 기대나 인프라가 너무 뒤처져 있고, 특히 안전·위험성에 대한 대국민 인식의 전환을 위한 다양한 정책 홍보 및 안내가 부족하다 △실행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 △수소산업의 수용성 제고를 위한 안전 기술의 중요성 부각이 필요하다는 등의 의견들이 나왔다.

이처럼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만족스럽지 않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정부 정책의 일관된 추진과 수소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확대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수소경제 정책이 흐지부지 끝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소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수소충전소, 수소생산기지 등 수소 인프라 구축에 장애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소에 대한 국민 인식 제고를 위한 홍보도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서 수소경제 로드맵에 따라 수소산업이 확장되기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를 묻는 질문(중복 응답)에서는 ‘수소경제법 및 안전관리법 제정 등 법·제도 기반 완비’가 55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의 구체적인 실행방안 마련’ 41명, ‘수소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확대’ 38명, ‘수소 인프라 구축 및 기술개발 관련 규제 완화’와 ‘우리나라가 취약한 수소 생산·저장·운송 분야 기술개발 및 산업생태계 확충’ 각각 36명, ‘민간투자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 강화’ 30명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체계적인 수소경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한 법·제도 기반을 완비하는 것이 필수다. 현재 △수소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안(박영선 의원)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안(김규환 의원) △수소연료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안(전현희 의원) △수소경제법안(이원욱 의원) △수소경제 활성화 법안(이채익 의원) 등 다수의 수소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올해 중으로 수소경제법(가칭)을 제정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지만 이마저 내년으로 넘어간다면 법·제도에 기반한 수소경제 활성화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수소산업계의 지적이다. 

수소경제법안에는 △수소경제 사회 이행을 위한 5개년 기본계획 및 연도별 시행계획 수립 △수소경제 관련 법령의 개선 권고(산업부 장관 → 해당 중앙행정기관의 장) △수소전문 기업 지원(보조금, 세제 등) △특화단지 지정·육성 △충전소 설치 촉진 △인력양성 △수소 관련 제품·시설 등의 안전관리 규정, 사업자의 안전 등록·허가 기준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수소경제법과 연계해 정책 총괄·조정 기구로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범부처 수소경제 추진위 원회’를 구성·운영할 계획이다. 정부 내 여러 부처와 관련되는 로드맵의 차질 없는 이행과 성과창출을 위해 관련 부처 및 민·관 협력 추진체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소경제 추진위원회는 수소경제 이행 정책 방향 수립, 부처 간 역할 및 협력방안 조정, 이행 목표(기술개발, 인프라, 산업생태계 등) 점검, 규제 개선 등을 논의하게 된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독일의 NOW(The National Organisation Hydrogen and Fuel Cell Technology)와 같은 수소경제 산업육성을 전담할 전문기관 설립도 검토할 예정이다.

정부가 수소경제 추진 의지를 가지고 있어도 수소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부족하고 수소경제 이행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정부 정책을 추진하기 힘들다는 점이 이번 문항에서도 드러났다.

정부는 수소경제 로드맵에 ‘수소안전’에 대한 국민 인식 제고 방안으로 ‘수소안전 가이드북’ 보급 및 교육과정 반영, ‘수소의 날’ 지정 및 박람회 개최, 수소안전 체험관 구축 등 세 가지를 제시했지만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정책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은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한다. 먼저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를 물었다. 예상대로 수소충전 인프라 설치 확대(65.3%)가 압도적으로 수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수소전기차 차종 다양화’ 10.9%, ‘수소전기차 가격 저감’ 8.9%, ‘수소전기차 보조금 및 세제 지원 확대’ 7.9% 순으로 집계됐다.

수소충전소 운영자들이 수소전기차 운전자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수소전기차는 좋은 데 충전소가 극히 부족해서 불편하다’는 것이다. 충전소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수소전기차 운전자의 충전 편의를 만족하기 힘든 수준이다.

지난해까지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수소충전소는 10여 개소에 불과했지만 올해 들어 충전소 구축이 활발해지면서 올 상반기까지 총 20여 개소의 충전소가 운영 중이다. 정부 목표대로라면 올해 말까지 86개소(누적)의 충전소가 구축될 전망이다.

특히 정부는 2019년 추경 예산안에 수소전기차(승용 1,467대) 및 수소전기버스(2대) 구매보조금과 함께 25기(일반 20기, 버스 전용 5기)의 수소충전소 설치보조금을 반영했다.

정부가 수소충전소 설치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운영보조금까지 지원해야 민간기업들이 수소충전소 구축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번 설문조사에서 수소충전소 구축 활성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를 묻는 질문에 ‘충전소 유형별 설치보조금 차등화 및 운영보조금 신설’이 2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수소충전소 안전성 제고’ 25%, ‘충전소 핵심부품 및 충전기술 국산화율 제고’ 15%, ‘충전소 설치 규제 완화’ 13%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대부분 튜브트레일러 방식의 충전소가 구축·운영되고 있지만 앞으로 도시가스 추출형, 이동식, 패키지형 등 다양한 충전소 모델이 구축될 전망이다. 특히 개질형(온-사이트) 충전소 는 1기당 구축비용이 50억 원 이상 소요된다.

이에 따라 현재의 단일화된 수소충전소 설치보조금(개소당 15억 원)으로는 다양한 유형의 수소충전소 구축에 한 계가 많다는 지적이다. 일본처럼 보조금을 세분화해 차등 지원하는 방안을 지금부터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도 이미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수소충전소 보급 확대를 위해 충전소 유형별로 설치보조금을 차등화하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재로선 수소충전소 운영 시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 미국 등과 같이 정부가 일정 기간 운영보조금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 제기된다. 최근 평택 등 일부 지역에서 수소충전소를 구축·운영키로 한 민간사업자가 운영적자를 고려해 사업을 철회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두 번째로 응답자 수가 많았던 ‘수소충전소 안전성 제고(25명)’는 최근 발생한 강릉 수소저장탱크 폭발사고와 노르웨이 수소충전소 화재사고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수소전기차 다음으로 연료전지 보급 확대를 위한 과제를 물었다.

먼저 발전용 연료전지 보급 확대를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를 묻는 질문에서는 ‘연료전지 REC 유지 등 경제성 확보를 위한 지원제도 강화’가 37.6%로 가장 많이 응답했으며, 이어서 ‘연료전지 핵심부품 국산화율 향상 및 부품 표준화·공용화’ 34.7%, ‘산업단지 등 전력 다소비 시설 보급 확대’ 11.9%, ‘연료전지 홍보 강화로 사회적 수용성 확대’ 8.9% 순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누적)를 2018년 308MW에서 2022년 1GW, 2040년 8GW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발전용 연료전지 설치 확대를 통해 경제성을 확보하고 수출 산업화한다는 목표다.

정부는 연료전지 경제성 확보를 위해 연료전지 전용 LNG 요금제를 신설하고, 일정 기간 연료전지 REC를 유지해 투자 불확실성을 제거할 계획이다. 이미 연료전지 전용 LNG 요금제는 지난 5월부터 시행 중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그린 수소’를 활용한 경우 REC 우대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또 안정적으로 연료전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장기(20년) 고정가격 계약제도 도입(현재 태양광에만 적용)도 검토할 계획이다.


발전용 연료전지에 이어 가정·건물용 연료전지 보급 확대를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에 대해 물었다. 이 질문에서 ‘공공기관 및 민간 신축건물 연료전지 설치 의무화’가 36.3%로 가장 많은 응답률을 나타냈으며, ‘정부 보급사업 예산 지원 확대’ 18.7%, ‘운영 경제성 확보를 위한 인센티브 강화’ 15.4%, ‘설치장소나 사용유형별 특징을 고려한 다양한 모델 개발·출시’ 11%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국내 가정·건물용 연료전지(누적)를 2018년 7MW에서 2022년 50MW, 2040년 2.1GW로 확대할 계획이다. 분산전원의 장점을 활용한 설치 확대를 통해 수출기반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정부도 수소경제 로드맵을 통해 시장 창출을 위한 방안으로 공공기관 및 민간 신축건물 연료전지 설치 의무화를 검토키로 했는데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제시됐다. 대표적인 예로 공공기관 가스냉방 의무화 제도는 1,000㎡ 이상 공공기관 신축·증축 건물 냉방수요의 60%에 대해 도시가스를 의무 사용토록 하고 있다.

정부는 보급사업 예산의 단계적 확대로 연료전지 보급 확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 신재생에너지 보급 지원사업에서 연료전지에는 126억 원이 지원된다. 현재 주택은 2,340만 원/kW, 건물은 2,240만 원/kW이 지원된다.


우리나라는 수소 이용 분야(수소전기차, 연료전지)는 강점이 있지만 수소 생산·저장·운송 분야는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생산 분야는 부생수소 외에 천연가스 추출수소 및 수전해 등에 대한 핵심 원천기술과 상용화 실증이 부족하다. 저장·운송 분야는 고압기체 저장·운송은 가능하지만 장거리·대용량 운송에 필요한 액화·액상기술은 개발단계다.

일본·미국·유럽 등은 수소 생산·저장·운송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다수 업체가 기술개발 및 상용화를 적극 추진 중이다. 그러나 국내는 활용 분야와는 달리 기술개발 역량과 투자 여력이 부족한 소수의 중소기업 위주로 산업생태계가 형성돼 있다.

이에 따라 수소생산·저장·운송 분야 기술경쟁력을 제고하고 산업생태계를 확충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물었다. 이 질문에서 ‘정부 차원의 기술개발·실증사업 활성화 및 관련 예산 지원 강화’가 35.6%로 수위를 차지했으며, ‘수소전기차·충전소 등 수소 이용 분야 활성화’ 20.8%, ‘해외 선진기술 先 적용 후 국산화’ 14.9%, ‘대기업-중소기업 협업 기술개발 활성화’ 11.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수소 저장·운송 방식은 ‘기체수소’이다. 최근 기체수소와 함께 ‘액체수소’도 시급하게 병행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러한 주장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에 대해 ‘현재로서는 시기상조다’가 40%로 가장 많이 응답했으며, ‘액체수소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가 34%를 차지했다.

‘시기상조’라고 답한 이유를 묻는 추가 질문(주관식 답변)에서는 △아직 기체수소의 활용단계도 초보 수준이다 △아직 국내에는 액화수소플랜트 기술이 부족해 기술개발 후 액화수소를 보급해야 한다 △기술 축적이 없는 상황에서 정책 또는 기술개발을 진행하면 제2의 강릉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대량의 에너지 소비와 많은 투자비용을 필요로 하는 액화수소 이용의 당위성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음 △수소 액화를 위해서는 막대한 에너지가 손실된다. 국내의 경우 전기 생산에 필요한 원료는 해외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에서 막대한 전기 에너지가 투입되는 액화 기술은 시기상조이며, 에너지 절감 기술이 개발된 후 보급되는 것이 타당하다 △액체수소를 사용해야 할 만큼 시장이 활성화가 되지 않았다 △해외 교역을 위한 것이 아닌 한 국내 유통은 꼭 액체수소일 필요는 없다 △기술 및 비용에 대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등의 의견들이 제시됐다. 

반면 ‘액화수소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답한 이유를 묻는 질문(주관식 답변)에서는 △기체수소 방식이 현재로서는 대안이지만 안전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는 액화수소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수소의 물류비용 저감을 위해 꼭 필요하다 △기체수소는 이동 및 충전에 한계가 있다. 액체수소 생산 및 저장·운송 기술력 도입이 시급하다 △내수 유통용이 아닌 일본처럼 해외 수입을 위한 목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이미 액체수소를 사용하고 있다 △보다 안전하고 적은 물류비용을 위해 액화수소 기술개발이 시급하다 등의 의견들이 나왔다.

현재 미국·유럽·일본 등은 액화수소플랜트를 상용 운영 중이지만 국내 수소액화 플랜트는 전무하다. 정부는 2030년 이후 액화수소 저장·운송을 목표로 액화 플랜트 및 액화탱크, 펌프, 밸브 등의 국산화 기술개발을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기 시작했다.  


최근 전국 지자체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바로 ‘수소도시 조성 사업’이다. 수소도시는 수소경제의 조기 구현 모델로, 도시 내 주거·교통·사업 등 수소 활용이 가능한 전 분야에 수소가 적용되는 도시를 의미한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3개의 수소시범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 하반기 중으로 수소시범도시 3곳 내외를 선정, 발표할 예정이다. 수소도시 조성을 위한 법제 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다.

수소도시가 성공적으로 조성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이 질문에는 ‘수소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과 ‘수소도시 모델 정착을 위한 정부의 강한 의지와 재정적 뒷받침’이 동률(33.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서 ‘지역적 특성에 맞는 수소도시 모델 개발’ 19.8%, ‘수소도시를 조성하는 지자체 의지’ 6.9%, ‘수소도시 조성 관련 법·제도 기반 마련’ 4% 순으로 나타났다.



수소 안전
최근 강릉 수소저장탱크 폭발사고, 노르웨이 수소충전소 화재사고로 인해 수소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수소안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인지를 물었다(중복 응답). 이에 대해 ‘수소 부품·제품 안전성 기준 강화 및 인증체계 구축’이 61명으로 가장 많았고, ‘안전성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 강화’ 34명, ‘수소산업 안전관리 법적 근거 및 제도적 기반 마련’ 31명, ‘안전관리 전문인력 양성’ 26명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번 강릉 사고로 인해 정부의 수소경제 정책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었다. 수소에너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 감이 증폭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 일부 지역에서 주민들이 연료전지 발전소 및 수소생산시설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수소산업계가 경각심을 갖고 수소 안전관리 및 관련 기술개발에 더욱 힘써야 한다는 자각론이 제기된다.


정부 또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수소 안전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지난달 8일부터 수소안전관리 전담 조직으로 ‘수소안전추진단’을 확대·설치해 운영 중이다. 산업부는 수소 생산·운송·저장·활용 전 주기에 걸친 ‘수소 안전강화 종합대책’을 올 하반기 중으로 수립할 계획이다.

오는 11월 1일부터 ‘수소충전소 안전설비 인증제도’가 시행된다. ‘산업표준화법’ 제15조에 따라 KS인증을 취득하도록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KS인증대상 품목에 수소충전소용 밸브 7종이 지정됐다. 이 중 체크밸브·유량조절밸브·수동밸브 3종에만 KS인증제도가 우선 적용된다. 

또한 수소 생산, 저장·운송, 이용 등 수소산업 전 주기의 관련 부품 및 제품 안전성 제고를 위한 기술 개발과 성능 평가를 지원하는 ‘수소 전주기 제품 안정성 지원센터’가 오는 2021년까지 대전에 구축될 예정이다.



기대와 바람
올 하반기 수소경제 분야에서는 수소전기차 및 수소충전소 추경 예산, 수소 기술개발 로드맵 발표, 수소 시범도시 선정·발표 등이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가장 기대되는 정책에 대해 질문했다. 그 결과(중복 응답) ‘정부의 수소 기술개발 로드맵 발표’가 4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수소전기차 및 수소충전소 보조금 추경 확보’ 42명, ‘전국 수소충전소 구축전략 발표’ 40명, ‘수소시범도시 선정·발표’ 36명, ‘수소경제법 제정’ 35명 순으로 조사됐다. 

국내 수소에너지 기술 수준은 지난 십 수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지속적으로 향상돼 왔지만 선진국과 비교할 때 여전히 기술경쟁력 제고가 필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와 과기정통부, 기재부, 환경부, 국토부, 해수부 등 6개 부처는 지난 3월 수소경제 이행을 위한 상세 기술로드맵 수립에 착수했다. 수소에너지 기술을 크게 △생산 △저장·운송 △활용(수송) △활용(발전·산업) △안전·환경·인프라 등 5개 분야로 분류하고, 100여 명의 산·학·연 전문가들과 함께 기술개발 로드맵 수립 작업을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수소경제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물었다.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림 없이 수소경제를 추진하는 정부 정책 일관성(60.6%)’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서 ‘다양한 수소산업 연계 기술개발을 위한 R&D·실증 활성화’ 16.2%, ‘수소 로드맵 달성을 위한 꾸준한 재정투자 및 정책’ 14.1%, ‘수소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확대’ 7.1% 순으로 나타났다.

실제 수소산업 현장에서는 지난 1월 발표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이 정권이 바뀌어도 중장기적으로 일관되게 추진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아직도 제기된다.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한 수소경제가 정권이 바뀌면서 흐지부지된 점을 경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수소에너지 전략이 명시됐고, 수소경제법까지 제정되면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수소경제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회도 여야 모두가 수소경제에 특별한 이견이 없고, 이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의 중심이 ‘재생에너지’와 ‘수소’라는 점에서 국내 수소경제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