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송해영 기자] 운동이나 악기 연주, 독서 등 ‘취미’가 생기면 가장 먼저 하는 일 중 하나가 관련 인터넷 카페를 찾아 가입하는 것이다. 그렇게 카페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 즐거움을 나누며 친분을 다진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이 있지만 ‘기쁨’ 대신 ‘취미’라는 단어를 넣어도 제법 어울릴 말이다. 그러나 단순히 즐거움을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고 회원들이 직접 나서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고 더 나아가 산업 생태계 개선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곳이 있어 화제다.

바로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NEXO)’에 꽂힌 동호회다. 특히 네이버에서 활동 중인 ‘넥쏘 카페’는 넥쏘 이용자, 차량 구입 신청자와 수소전기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됐다. 회원 수는 빠르게 늘어 약 1,400여 명이 가입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희덕 네이버 넥쏘 카페 서울·경기지역장을 만나 넥쏘 카페의 주요 활동과 넥쏘의 매력, 수소전기차 생태계 활성화 방안 등 ‘운전자 관점’에서의 의견을 들어 보았다.

▲ 이희덕 네이버 넥쏘(NEXO) 카페 서울·경기지역장

당장 떠오르는 차량 모델명 하나를 네이버 검색창에 입력해 보자. 십중팔구 해당 차량의 오너 모임이 하나 이상은 검색될 것이다. 이처럼 같은 차종을 이용하는 오너들의 모임이 많다.

넥쏘 카페 역시 개설 당시만 해도 일반적인 차량 오너 모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카페가 개설되자 넥쏘를 출고 받은 사람들은 물론 사전예약자와 수소전기차 구매를 놓고 망설이는 사람들, 수소에너지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넥쏘를 출고 받은 이들은 인증샷과 시승기 등을 올렸다. 사전예약자들은 자신의 순번이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넥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만약 구매보조금이 충분히 배정돼 사전예약자들이 한두 달 만에 차량을 모두 출고 받았더라면 넥쏘 카페는 여타 차량 오너 모임과 비슷한 전철을 밟았을 것이다. 차량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블랙박스나 스티커 등의 물품을 공동구매하며 종종 오프라인에서 만나 친목을 도모하는 등의 일반적인 모습 말이다.

하지만 넥쏘 사전예약자들의 기다림은 어느덧 7개월에 이르렀다. 몇몇 이들은 기다림에 지쳐 예약을 취소했지만, 남은 회원들은 넥쏘, 그리고 넥쏘를 움직이게 하는 수소에너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기다림의 시간을 채워 나갔다.

▲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네이버 넥쏘 카페.

그런데 정보를 얻고 속을 팔수록 국내 수소전기차 산업생태계의 ‘심각’한 상황이 드러났다. 차량을 충전할 수 있는 수소충전소는 전국을 다 합쳐도 10군데에 그친다. 더구나 대부분 충전소가 주말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이후 넥쏘 카페 회원들은 수소충전소 운영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수소에너지의 장점을 다룬 외국 논문을 번역해 소개했다. 수소충전소 보급 확산을 촉구하기 위해 지자체에 민원을 넣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여타 차량 오너 모임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넥쏘’ 차량에만 국한된 관심이었지만, 차츰 단순히 차 한 대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 개선과 수소에너지 인프라 확산, 수소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회원들이 자각하게 된 것이다.

왜 ‘넥쏘’인가
넥쏘가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은 ‘친환경성’이다. 넥쏘를 비롯한 수소전기차는 대기오염물질 대신 물만 배출할 뿐만 아니라 3단계 공기청정기술이 적용되어 있어 연간 성인 6명이 마실 수 있는 양의 공기를 정화하기까지 한다.

넥쏘는 친환경성을 차치하더라도 여러 장점을 갖고 있는 모델이다. 이희덕 네이버 넥쏘(NEXO) 카페 서울·경기지역장 역시 “처음에는 새로운 차에 대한 흥미가 먼저였다”고 밝혔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수소전기차를 양산 및 판매하고 있는 기업은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와 일본의 도요타자동차, 혼다 단 세 군데뿐이다. 이러한 점에서 넥쏘는 얼리아답터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다.

▲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의 내부.

이 지역장은 “편의 사양과 첨단 기능을 놓고 보면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 EQ900과 비견할 만하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넥쏘는 터치스크린 기능을 통해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으며,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를 유지해주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고속도로 주행 시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고 차로 중앙 주행을 보조하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등의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주차 보조 기능의 경우 차 바깥에서도 스마트키 버튼 하나만으로 차량을 주차할 수 있다.

문제는 ‘수소충전 인프라 부족’
지난 8월 기준, 251대의 넥쏘가 출고되었다. 넥쏘 카페에도 회원들의 시승기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그렇다면 넥쏘 이용자들은 어떤 점에서 만족하고, 어떤 점에서 불편을 느끼고 있을까.

실제 이용자의 입장에서 넥쏘를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이 지역장은 멋쩍게 웃으며 “아직 차량을 출고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인터뷰가 진행된 것은 그가 넥쏘 수령을 일주일 가량 앞둔 시점이었다. 대신 그는 현재 넥쏘를 이용 중인 회원들의 의견을 전했다.

이 지역장은 “서울에서 넥쏘를 이용 중인 회원들은 양재충전소가 수소충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가격 면에서는 불만이 없지만 앞으로 수소전기차의 보급 대수가 늘어나면 충전소에 부하가 걸려 고장이라도 날까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울산에서 넥쏘를 이용하는 회원들의 경우 충전 문제로 불편함을 겪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려면 왕복 거리는 물론 충전소와의 거리까지 일일이 검색해가며 여행 계획을 치밀하게 짜야 한다”면서 “여행은 주말에 가는 경우가 많은데 울산 외 수소충전소는 주말에 운영을 하지 않아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소충전소 운영시간’이 문제가 된 것이다. 그는 “현재 전국에 10개의 수소충전소가 운영 중인데 이 중 4개 충전소가 모여 있는 울산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수소충전소가 1~2기에 불과한 서울이나 창원, 광주의 경우 주중에는 9시부터 18시까지만 운영하고, 주말에는 아예 운영하지 않아 많은 차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

회원들의 활발한 참여
이처럼 수소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카페에서는 수소충전소의 구축 및 운영 현황에 대한 공유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단순히 운영진들이 공지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에 거주 중인 회원들이 각자의 이용 경험을 바탕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 지역장은 “수소충전소가 고장 나거나 혹은 점검 때문에 운영을 하지 않으면 회원들이 그 사실을 직접 카페에 공유하고, 수소충전소 직원들 역시 카페에 가입돼 있어 진행 중인 이벤트에 대해 알려주거나 서비스 등에 대한 평을 묻기도 하는 등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라며 “1,400여 명이라는 회원 수가 적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열성 회원들이 많기 때문에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수소전기차 및 충전 인프라 보급과 관련해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지자체는 울산이다. 그 뒤를 창원과 광주가 바짝 쫓고 있다.

“처음에는 서울, 울산, 창원, 광주에서 회원 가입률이 높았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이외 지역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천, 대구, 대전, 경기도의 경우 아직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수소충전소가 한 군데도 없지만 많은 분들이 카페에 가입하는 추세다. 언젠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도 수소충전 인프라가 구축되고 수소전기차 보조금이 배정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그 기대감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각 지자체를 대상으로 수소전기차 보급 확산을 촉구하는 민원을 적극 넣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로 나뉜 창구…일원화할 필요 있어
정부는 내년 수소경제 분야에 2,260억 원의 국비를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소전기차 구매보조금 지급 가능 대수도 2,000대로 대폭 확대된다. 그렇다면 수소전기차 수가 늘면서 수소충전 인프라 역시 자연스럽게 확산되지 않을까.

이 지역장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정부의 구매보조금과 별개로 각 지자체에서 구매보조금 액수를 배정하는 현 상황에서는 지역 간 불균형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 지난 8월 29일, 넥쏘 카페 회원들은 현대자동차 마북 환경기술연구소를 방문해 감사패를 전달했다. 왼쪽부터 정응재 넥쏘 카페 회장, 이희덕 넥쏘 카페 서울·경기지역장,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개발실장.

이 지역장은 “최근 몇 달 동안 카페 회원들이 발 벗고 나서서 정부 부처뿐 아니라 각 회원들이 거주 중인 지자체에 민원을 넣고 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이 ‘창구가 분산’돼 있고 정부와 지자체간 바라보는 지점이 다르다는 점이다. 정부(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와 지자체로 이원화되어 있는 것이다. 각 정부 부처는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 실적을 내기 위해 앞 다퉈 계획안을 내놓고 있지만 수소산업에 큰 관심이 없는 대부분의 지자체는 ‘예산이 배정되면 추진한다’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수소전기차 및 수소충전 인프라 보급 사업은 수소산업의 기반을 닦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지자체장이 수소에너지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지역 간 격차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지역장은 “지자체별로 분산된 보조금 지원 체계를 정부 차원에서 일원화해 지역별로 안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이 주는 감사패’의 의미
지난 8월 29일, 넥쏘 카페 회원 30여 명은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마북 환경기술연구소를 방문해 현대차에 감사패를 전달했다. 완성차 제조사가 일부 충성 고객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적은 있어도, 고객이 회사에 감사패를 증정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현대자동차를 대표해 감사패를 전달 받은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 연료전지개발실장은 충전 인프라 구축 확산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회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전국 각지에서 모인 넥쏘 동호회 회원들을 위해 수소전기차 및 현대자동차의 기술 개발 현황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진행했다.

▲ 감사패 전달 이후, 김세훈 현대차 상무는 수소전기차 및 현대자동차의 기술 개발 현황과 관련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차량을 구매한 고객이 굳이 감사패까지 만들어 전달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 지역장은 “지난 20년간 현대자동차는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수소전기차를 개발해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에 성공했다. 이에 대한 감사의 의미가 가장 컸다. 또 넥쏘가 출고되기만을 기다리는 2,000명의 대기자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차량을 잘 만들어 달라는 부탁의 의미도 함께 담겼다”고 의미를 전했다.

한편 넥쏘 카페는 제품 불량이나 고장, 개선사항을 비롯해 서비스나 마케팅 등에 대한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주기적으로 현대자동차 측에 전달하고 있다. 수소전기차 구매에 그치지 않고 제조사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상호 이익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지역장은 “회원들이 처음에는 ‘새 차를 한 대 마련’하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넥쏘라는 차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며 “내가 갖고 있는 차량이 환경을 보호하고 수소 인프라 구축 및 수소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 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희덕 네이버 넥쏘 카페 서울·경기지역장은 오는 10월 10일부터 사흘간 창원에서 개최되는 ‘H2WORLD 2018(제1회 창원국제수소에너지전시회 & 포럼)’의 컨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넥쏘 이용자 입장에서 차량, 충전인프라, 시장, 관련산업 확장 필요성 등을 언급할 계획이다. 이 지역장은 “먼저 일반시민을 전문 컨퍼런스 기조연설자로 초청해 준 조직위원회에 감사함을 전한다”라며 “정책과 시장동향 등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최종 소비자가 느끼고 공유하는 수소전기차 산업생태계에 대한 솔직한 얘기를 전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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