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3년 전 회사를 설립할 때 모두가 수소연료전지와 수소 모빌리티 분야에 연구개발과 사업화에 집중하는 반면에 수소충전솔루션 분야에 관심을 갖는 업체들이 없다는 것을 알고 향후 수소 모빌리티 산업이 성장하게 되면 분명히 충전솔루션 분야도 크게 발전할 것이라는 직감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옳은 선택이었다고 판단하고 있고, 수소 모빌리티가 자동차 외에도 지게차·드론 등으로 더욱 성장하기를 기대하며 해당 솔루션 사업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 진출을 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설립된 스타트업 비티이의 심규정 대표는 사업 방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비티이는 현재 수소충전장비와 수소연료전지의 개발·공급을 주요 사업으로 하며, 경기도 화성시에 본사와 공장을 두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분야는 수소연료전지 스택을 외부에서 가져와 고객의 요구에 맞추어 엔지니어링 설계를 거쳐 각종 BOP와 결합해 고객맞춤형 수소연료전지 파워팩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게 기본적인 사업 방향이다. 모빌리티용은 2~50kW까지, 발전용 연료전지는 200kW 이하로 발전소용 발전기가 아닌 비상용·산업용 발전기 시장이 타깃이다.
심 대표는 국내 최초로 건물용 연료전지시스템을 상업화한 퓨얼셀파워(현 두산퓨얼셀파워)의 연구원 출신으로 누구보다 수소연료전지에 대해 잘 알고 있고, 현재의 비티이 기술력이 수소충전솔루션과 연계해 수소연료전지 파워팩의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해 하나의 사업 아이템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단계다.
또 사업 초기부터 한국수자원공사의 초기창업패키지와 창업도약패키지 등의 정부 지원사업에 힘입어 다목적 일체형 수소충전장비의 개발을 완료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컨테이너 크기의 재생에너지 기반 대용량 수소공급시스템(P2G)의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수소충전소급의 수소공급 용량을 컨테이너 크기로 일체화 한 수소공급패키징 시스템이다.
수소발전기 대형계약으로 미국시장 열어
심 대표는 최근 미국을 자주 오가는 등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미국지사를 설립했지만 미국 사업 추진과 관련해 직접 챙겨야 할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비티이는 올해 초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고에 북미지역 사무소를 설립하고, 지사장 자리에 수소 사업 분야를 잘 알면서 유관 기업의 부사장까지 역임한 스텔라 킹(Stella King) 씨를 영입했다.
심 대표는 “미국시장은 비티이가 설립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공을 들여온 시장으로 해외시장의 전초기지로서 커다란 의미가 있다”라며 “당사 제품은 판매 이후에도 사후관리가 필요한 장비이기 때문에 이를 지원해줄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미국지사를 통해 수소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 중인 캘리포니아주에서 영업마케팅을 지속하고 있고, 향후 물량 공급을 위해 수소공급부터 현지 조립과 기술지원, 고객지원 서비스 등의 역할을 해줄 협력사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비티이는 미국시장 개척에 노력한 결과 최근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 9월 13일 H2Strategics LLC와 수소전기차 연료전지 파워팩을 활용해 개발하고 있는 50kW급 연료전지 발전기(GEN50)를 3년간 미국시장에 공급하는 대형계약을 맺었다. 총 460억 원 규모다.
심 대표는 “국내시장에서라면 많은 유수의 기업들이 수소연료발전기 사업을 하고 있기에 경쟁에서 많이 뒤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결과를 이루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해외라면 한 번 해볼만 하다고 판단했다”라며 “지난 3년간 모든 임직원과 함께 기술·제품개발에 노력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달려왔고, 사업초기에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로부터 비티이의 사업역량을 믿고 큰 규모의 임팩트투자를 받은 것이 잘 어우러져 이제야 빛을 발하게 된 것”이라고 이번 계약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심 대표는 이어 “이번 계약은 대한민국 벤처 스타트업의 기술력과 스타트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해오고 있는 모태펀드와 VC의 공동성과를 해외에도 알리고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며 “사실 사업 초기에 스타트업이 기술을 인정받고 사업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인데, 당사의 기술력과 사업능력 그리고 잠재력까지 그대로 인정받고 3년이라는 장기간의 대형 공급계약까지 맺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계약한 50kW급 발전기는 수소전기차에 사용되고 있는 검증된 수소연료전지를 기반으로 제작된다. 여기에 비티이의 수소연료전지 엔지니어링 기술과 특화된 제어소프트웨어 기술, 시스템통합 기술 등을 이용해 기존의 산업용 디젤발전기와 유사한 크기로 제조될 예정이다.
H2Strategics에 공급되는 연료전지 발전기는 미국 내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농장 등의 원격지와 전기차 충전소, 영화촬영소 등에 대한 전기공급에 활용될 예정이다.
H2Strategics는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와 텍사스 털사(Tulsa)에 본사와 공장을 두고 있고, 50여 명의 직원을 보유한 수소 기업이다. 이 회사의 대표는 수소뿐만 아니라 가스산업 분야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해온 사람으로서 비티이의 사업 초기부터 그간의 성장을 지켜봐왔고, 올해 초부터 미국 내 수소연료전지 발전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비티이의 수소솔루션 엔지니어링과 제품개발 기술력 등을 높게 평가하고 과감하게 계약체결을 결정했다.
H2Strategics는 수소공급과 A/S도 가능해 비티이가 공급하는 연료전지 발전기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심 대표는 “3년간 500대의 수소발전기 공급은 적지 않은 물량이다. 그동안 비티이는 협력사들과의 관계를 공고히 해왔고,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번 계약물량을 성공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 협력사들과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고, 주요부품의 공동개발과 사용을 통해 국산화에도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티이는 2024년 6월 1차 초도 물량 납품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부산항을 통해 LA로 순차적으로 수소발전기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초까지 양산공장을 구축할 예정이다. 공장설립이 완료되면 GEN50을 우선 양산하고, 순차적으로 수소충전장비, UGV 등을 양산할 계획이다.
심 대표는 미국 이외에 독일과 호주에 관심을 두고 있다. 실제 독일이 추진 중인 함부르크 클린포트(Clean port) 수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함부르크 항만에 수소를 공급·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사업으로, 함부르크항만공사(HHLA)를 비롯해 린데, 에어프로덕츠, 쉘 등의 세계적인 수소 기업들이 컨소시엄에 포함되어 있다.
비티이는 함부르크 항만에서 사용하는 지게차 등의 모빌리티에 수소충전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계획이다.
비티이는 지난 2022년 독일 하노버전시회를 통해 함부르크 항만공사와 협력관계를 맺어 이 프로젝트의 수소충전솔루션 기업으로 선정되었고, 올 초에 해당 컨소시엄의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정식 멤버로서 향후 단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가는 데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소충전 솔루션 시장서도 대박 기대
심 대표는 비티이의 주력 제품 중 하나인 다목적 일체형 수소충전장비와 수소차충전 디스펜서의 국내외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해외는 역시 미국시장을 크게 바라보고 있다.
우선 미국의 고객 기술지원·유지관리 전문기업으로 잘 알려진 Fortress UAV와 수소 모빌리티의 최대 시장인 북미지역의 물류, 창고, 수리·정비, 고객서비스, 기술지원 등과 관련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3 전시회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국내외의 많은 전시회에 참여해 다목적 수소충전장비를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장비는 자동차 이외의 드론·자전거·지게차·UGV(무인지상차량) 등 다양한 수소 모빌리티에 수소연료를 충전할 수 있다.
심 대표는 “전시회 참가를 통해 많은 수소 기업과 정부 기관 등에 다목적 수소충전장비가 많이 알려지고 있지만 국내는 해당 제품의 상용판매에 대한 관련 법안이 마련되지 않아 정식판매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으로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기회를 만들고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심 대표는 이어 “해외의 경우 제품 판매가 가능해 미국의 유명 물류유통회사에서 추진 중인 수소 드론의 충전장비로써 실증테스트를 성공리에 마쳤고, 다음 단계를 기다리고 있다”라며 “미국지사를 통해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영업마케팅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비티이는 CES 2023에서 다목적 수소충전장비와 수소UGV(지상무인차량) 등 2점 출품으로 2개의 혁신상을 수상했다.
수소UGV는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이 수소드론에 다년간 적용해 검증된 연료전지 스택을 공급받아 비티이의 시스템통합·패키징 기술력으로 제품화한 것으로,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과 함께 영업마케팅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수소UGV는 배송용과 순찰용 외에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미래형 모빌리티로, 북미시장에서도 많은 수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티이는 다목적 일체형 수소충전장비의 유럽 수출을 위해 CE인증 획득을 추진 중이다. 미국시장에 우선 집중하다 보니 추진 일정이 다소 늦춰져 내년 상반기에는 CE인증을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수소충전소 EPC 기업인 제아이엔지와 공동개발한 수소차충전 디스펜서에 대한 영업마케팅도 진행 중이다. 심 대표는 북미시장에서 수소차충전용 디스펜서가 가격과 기술적인 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사업적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평택제천고속도로 안성맞춤휴게소 수소충전소에 처음 설치됐다.
한편 한국자동차연구원은 비티이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지난 2022년 8월에 기술투자를 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비티이는 자동차연구원의 수소충전과 장비에 관한 특허 2건을 기술이전 받음으로써 상호 전략적인 관계를 구축했다.
비티이는 사업 성장세에 따라 지난 10월 12일 환경부로부터 환경 분야 일자리 창출 으뜸 기업으로 선정되어 정부 표창을 받았다. 이미 2022년 4월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로부터 25억 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했고, 최근에는 본격적인 사업 확대를 위해 2차 투자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환경과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는 친환경 기업으로서 수소충전 솔루션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까지는 한 발 한 발 계획대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를 위해 함께하는 임직원들에게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든 임직원이 일하고 싶어 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기업 근로 환경 조성에도 더 많은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에 따르면 글로벌 수소에너지솔루션 시장은 수소 모빌리티의 다양성 증가와 규모의 성장에 힘입어 2040년까지 839조 원 규모를 이룰 전망이다. 창업 3년 만에 미국서 대박을 터뜨린 비티이가 글로벌 시장에서 큰 활약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