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7 (수)

PEOPLE

PEOPLE┃현 철 수소에너지네트워크 대표이사

정부 지원 없이도 자생하는 게 급선무
당진 수소출하센터, 회사 경쟁력 확보에 큰 역할
“셀프 충전기 도입, 인건비 절감에 도움 될 것”
“수소충전소 의무운영 시간 규제 완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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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지난 2019년 3월에 출범한 수소충전소 구축·운영 특수목적법인 수소에너지네트워크(이하 하이넷)는 국내 수소충전인프라 확산에 크게 기여하고 있지만 적자 운영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해 있다. 출범 무렵 예견된 일이었고 출자사들도 이미 각오했지만 현실로 다가온 이상 생존을 위한 노력을 가속화해야 하는 시점이다.

 

지난 5월 11일 하이넷의 제3대 대표이사로 취임한 현철 대표가 짊어질 책임감의 무게가 클 수밖에 없다. 정부 지원 없이도 자립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는 게 현 대표의 생각이다. 


현 대표는 지난 1986년 효성중공업에 입사해 △기전PU 회전기 담당 임원 △기전PU 국내 영업 및 풍력사업단 담당 임원 △기전PU 사장 및 풍력사업단 단장 △평창풍력 대표이사 및 효성중공업 PG 수소사업단장을 역임했다.
 
수소에너지네트워크 제3대 대표이사로 취임한 소감을 말해달라.
전임 대표들이 그간 고생을 많이 했다. 거의 불모지 상태에서 수소충전인프라를 구축했다. 수소에 대한 주민 수용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상당히 많은 수소충전소를 구축했다. 이를 잘 이어받아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수소충전소를 구축·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효성에서 기체수소충전소 구축뿐만 아니라 수소액화플랜트(울산)와 액체수소충전소 구축 업무를 진행하는 등 수소 분야 경험을 살려 하이넷의 사업이 경쟁력과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하이넷 수소충전소 사업의 그간 주요 성과를 설명해달라.
당초 하이넷은 2022년까지 100개소 구축을 목표로 출범했다. 올해 9월 말 현재 총 86개 중 60개를 운영 중이고, 26개는 구축 중이다. 이는 국내 수소충전소 시장 점유율 약 20%로 하이넷이 지역별 수소충전 인프라의 전략적 배치로 수소경제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하이넷에 가장 중요한 게 안정적으로 수소를 수급하는 것이다. 얼마만큼 경쟁력 있는 수소를 수급하느냐가 회사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런 차원에서 하이넷은 당진 수소출하센터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코크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스가 나오는데 거기에 다량의 수소가 포함되어 있다. 이를 COG 가스라고 하는데, 이 가스에서 추출해 정제한 수소를 공급받아 충전소에 공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물량은 연간 1,700톤 정도이다. 지난해 수소충전소에 900톤 정도를 팔았다. 올해는 크게 증가해 1,400톤 정도로 예상된다. 이처럼 당진 수소출하센터는 하이넷이 경쟁력을 갖추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또 하이넷은 국내 최초로 인천공항(T2)에서 운영 중인 50kg/hr급 수소충전소에서 셀프 수소충전기를 시범운영 중이다. 셀프 충전에 대한 실증 성과가 좋아 향후 이를 확대하면 회사의 원가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이넷이 국내 최다 수소충전소를 구축·운영하면서 수소충전 인프라 확산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적자 운영이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이를 해결할 방안이 있는지 궁금하다.
하이넷의 원래 설립 목적이 수소충전인프라를 전국에 균등하게 배치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방에 구축한 수소충전소는 가동률이 10%도 되지 않는 곳이 많다. 10개 이상 된다. 그것을 포함하면 전체적으로 가동률이 20~25% 정도로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이다. 태생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다.   


적자 운영을 개선하려면 수소를 싸게 사고 운송비를 줄이는 게 최우선이다. 수소 충전가격을 올리는 것은 차후의 문제다. 두 번째로 할 수 있는 건 내부 고정비를 줄이는 것이다. 고정비 중 가장 큰 부분이 인건비이다. 인건비를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게 하이넷의 숙제이다. 우선 셀프 충전기 도입이 인건비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다. 


변동비도 줄일 필요가 있다. 충전소의 변동비 중 전기 비용이 15% 정도로 상당히 높다. 하이넷이 운영하는 수소충전소는 정부의 자금을 지원받기에(구축비용의 50%) 의무운전(운영) 시간 규정이 있다. 통상 10시간을 의무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수소차가 몇 대밖에 들어오지 않는데 10시간을 가동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무운영 시간에 대해 정부와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소충전소를 가동하면 영하 40℃ 정도에서 수소연료가 차량에 충전된다. 집의 에어컨이 돌아가는 셈이다. 충전소를 계속 가동해놓으면 전기 비용이 많이 든다. 현재 충전소들의 운영 패턴을 조사 중이다. 실제 충전소가 작동하는 것은 차량에 충전할 때로 봐야 한다. 충전소를 운영(가동)하는 10시간 중 차량 충전 시간은 몇 시간도 안 될 것이다. 패턴을 분석해 차량이 몰리지 않는 시간대에 충전소 가동을 멈추면 전력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수소차 운전자들에게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오해 없이 잘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다면 운전자들도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간당 25kg짜리 디스펜서 2기가 있는 충전소는 이렇게 해도 된다. 차량이 많을 때는 2기 모두 운전하고, 차량이 적으면 1기는 끄면 된다. 


이런 방법들을 찾아야 하이넷의 생존이 가능할 것이다.  


수소차가 현재보다 4~5배 정도 늘어나면 수익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이넷이 직접 나설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현재로선 출자를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하이넷이 흑자로 갈 수 있다(자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사업 확대를 위해 출자사들이 움직일 것이다.


지금은 자체적으로 경비 절감에 노력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정부가 충전소 운영 시간 등 규제를 완화해 경비 절감을 지원해주길 희망하고 있다.   
 
수소액화플랜트와 액체수소충전소가 구축되고 있고, 정부는 버스·트럭 등 수소상용차 보급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정책과 시장 변화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나갈 계획인가.
정부가 지난 2022년 11월 발표한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방안’을 보면 수소상용차와 액체수소충전소 보급계획이 본격적으로 제시됐다. 


하이넷은 수소승용차와 기체충전소 중심으로 출발했다. 버스 충전도 일부 하고는 있다. 하이넷 충전소는 시간당 25kg, 50kg 등 두 개의 타입이 있다. 50kg 충전소는 상용차 대응이 가능하다. 그런데 25kg 충전소는 대기시간 등을 감안하면 상용차 대응이 거의 불가능하다. 


수소승용차(넥쏘)는 1년에 1만5,000km를 운행한다고 하면 연간 150kg 정도의 수소를 사용하는데, 버스는 연간 6~8톤 정도로 승용차보다 40~50배 많은 수소를 사용한다. 충전소 사업자에게 수소상용차는 굉장히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하이넷도 상용차 부문에서 어쩔 수 없다고 손 놓고 있을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존 기체충전소를 액체충전소로 전환(개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체충전소의 튜브트레일러를 배치하는 자리에 액체수소탱크와 기화기를 넣으면 된다. 국내 업체가 액체수소 관련 설비를 개발하고 있어 얼마만큼 품질을 보증할 수 있을지가 문제지만 설비 구성은 간단하다. 


내부적으로 분석해보니 액체로 전환하면 매달 2,000만 원 정도의 수소 운송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시범적으로 몇 곳의 기체충전소(시간당 25kg)를 액체충전소로 전환할 방침이다. 그 성과가 좋으면 액체충전소 전환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SK, 효성 등의 민간기업들이 액체수소충전소를 구축 중이다. 액체수소충전소 구축비용이 너무 비싸다. 시간당 100kg급으로 용량이 크긴 하지만 1기당 100억 원 정도 든다. 하이넷은 신규로 액체충전소를 짓는 것보다는 기존 기체충전소를 활용해 액체로 개조하는 게 더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수소충전소의 충전가격이 인상 추세에 있다. 수소전기차 운전자들의 반응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국내 충전소에서 사용하는 수소는 대부분 부생수소이다. 원가를 매긴다는 자체가 굉장히 모호하다. 기존에는 석유화학단지에서 수소를 대부분 연료로 사용했다. 그 수소를 팔면 천연가스로 연료를 대신해야 한다. 그래서 열량을 계산해서 수소 원가를 책정하고 있다. 국내 수소 가격은 천연가스 가격에 연동된다. 원유가 오르면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고,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 수소 가격도 오르게 된다.   


물론 수소 가격을 올리면 경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본인은 그게 우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부적으로 수소 구매가격과 고정비용을 어떻게 낮출지를 고민하는 게 우선이다. 특히 수소 구매비용의 상당 부분인 운송비를 낮추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 노력 없이 가격을 올리면 국민이 반발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노력을 다했는데도 원가를 낮추기 힘들어서 인상했다고 하면 국민이 이해할 것이다. 

 

 

하이넷은 지난해 12월 출범 이후 처음으로 수소 충전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의 상승과 국제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한 환율 상승 등으로 수소 제조·구매 원가가 급등했고, 2022년 6월 화물연대 파업 등의 요인으로 수소 운송비가 상승한 데 따른 것으로, 인상 요인 금액을 모두 반영한 것도 아니다. 


이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단순히 경영 개선 수단으로 가격을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앞서 계속 강조한 것처럼 내부적으로 원가를 낮추는 노력이 최우선이다. 
 
인천공항(T2) 수소충전소에서 셀프 충전기를 운영 중인데, 앞으로 셀프 충전을 어떻게 확대해 나갈 계획인가.
인천공항 수소충전소에서는 셀프 충전 이용자로 등록된 고객만 셀프 충전이 가능하다. 이들에게는 충전가격 5%를 인하해주고 있어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 다만 일부 충전기 부품의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수소 충전건은 고가이면서 상당히 무겁고 여러 센서들이 장착되어 있다. 순간 충전건을 떨어뜨려 센서가 깨지거나 하면 충전 자체가 불가능하다. 


가동률이 떨어지는 충전소 위주로 셀프 충전을 확대할 생각이다. 또 완전 무인체제로 발전시켜나간다는 방침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를 가보면 셀프 충전소에는 충전소 직원이 하나도 없다. 운전자가 충전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콜센터에 연락하면 된다. 

 

 

현재 하이넷이 운영하는 인천공항 셀프 충전소는 충전기 2기 중 1기는 하이넷 직원이 충전해주고, 나머지 1기는 하이넷 충전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소차 운전자가 직접 충전하는 방식이다. 무인체제로 하려면 원격 모니터링시스템이 있어야 하고, 안전시스템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무인체제를 통해 운영비를 줄이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할 필요가 있다. 
 
당진 수소출하센터 운영과 관련해 향후 계획을 말해달라.
당진 수소출하센터는 수소를 직접 수급하는 것이기에 하이넷에 도움이 되는 사업이다. 지금 당장은 물량이 충분한데, 충전소의 가동률이 크게 올라가면 물량을 어떻게 늘릴지가 이슈가 될 것이다. 그 물량을 늘려서 확보할 수 있다면 하이넷의 수익 개선과 함께 수소차 운전자들의 충전가격 안정화(저렴한 가격)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직은 신규 출하센터 구축 계획은 없다. 지자체들이 여러 그린수소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실증 과정에서 생산되는 수소는 그냥 버리게 된다. 이런 수소의 양이 충분하다면 그린수소 실증 프로젝트와 연계해 새로운 수소출하센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몇 개 회사와 협의하며 검토 단계에 있다. 
 
회사 운영 목표와 함께 재차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말해달라.
하이넷의 수소충전소 구축 목표인 100기 중 9월 말 현재 86개를 운영(60개)하거나 구축(26개) 중인데, 올해까지는 70개 정도를 운영하는 게 목표다.   


일단 내실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 원가절감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충전소를 운영하는 회사이니까 효율적인 운영·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최종적으로는 정부 보조금 없이도 자생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 이상의 포부는 아직 없다. 그것부터 해야지 그다음 목표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이넷은 전 세계적으로 수소충전소 분야에서 독보적인 실적을 가지고 있다. 해외 여기저기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곳이 많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이넷 고유의 운영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한 시스템과 방법, 어느 데이터를 중점 관리할 것인지 등을 고민해야 하이넷의 자산이 되는 것이다. 그런 관리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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