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수소경제 성은숙 기자] 최근 해외 선사들을 중심으로 메탄올 추진 선박 발주가 크게 늘자 친환경 대체연료로서 메탄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메탄올은 LNG에 비해 보관과 운송이 용이하며, 간단한 개조로 기존 연료설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바이오 연료나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그린수소를 원료로 한 그린 메탄올은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매우 크다.
하지만 그린 메탄올은 제한적인 공급량, 높은 생산비용 등으로 경제성이 낮다는 지적이 있다. 그린 메탄올의 원활한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느냐, 그린수소의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메탄올 추진 선박 발주 증가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2,1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 운반선 ‘로라 머스크(Laura Maersk)호’가 지난 9월 14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명명식을 가졌다.
이 선박은 글로벌 해운그룹 ‘에이피 몰러-머스크(A.P. Moller Maersk, 이하 머스크)’가 국내 조선소에 의뢰한 19척의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 선박 중 첫 번째로 건조된 선박이다. 이 선박은 그린 메탄올과 바이오디젤을 연료로 사용한다. 그린 메탄올은 유기폐기물 등에서 생산한 바이오가스를 합성한 연료다.
해당 선박은 지난 7월 18일 울산항을 출발해 수에즈 운하,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등을 거쳐 덴마크 코펜하겐까지 총 2만1,500km를 운항했다.
출항 전날인 17일에는 울산항에서 그린 메탄올 1,000톤과 폐식용유 약 90만 개(가정용 1.8L 기준)를 활용한 규모의 바이오디젤 1,250톤을 공급받았다.
선박연료 공급사는 각각 OCI글로벌, 제이씨케미칼이다. 그린 메탄올은 오드펠터미널코리아(OTK) 1부두에서 PTS(Pipe to Ship, 배관으로 선박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바이오디젤은 본항 8부두 안벽에서 STS(Ship to ship, 벙커링선을 활용해 선박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공급됐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해양수산부는 국내 무역항에서 액화천연가스, 메탄올 등 친환경 선박 연료공급과 관련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7월 3일부터 10일까지 ‘항만 내 친환경 선박 연료공급 실증사업’에 참여할 선사 등을 공모했다.
국제 해양환경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친환경 선박연료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해운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에 달한다.
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는 지난 7월 런던 본부에서 열린 ‘제80차 회의’에서 2050년 국제 해운부문 탄소중립 달성에 합의했다. 2030년까지는 2008년 대비 최소 20% 감축·30% 달성 노력, 2040년까지는 2008년 대비 최소 70% 감축·80% 달성 노력을 하는 것으로 목표를 정했다. 이번 잠정 합의안은 기존 IMO의 온실가스감축목표(2050년까지 2008년 총배출량 대비 50% 감축)보다 한층 강화된 내용이다.
물류 공급망 전반과 항만의 탈탄소화 추진 등의 기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친환경 선박은 해양오염을 저감하는 기술을 적용하거나 선박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사용해 설계된 선박, LNG(액화천연가스) 등 친환경 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한 선박 등을 말한다. 국내법령상 환경친화적인 에너지에는 LNG를 비롯해 압축천연가스(CNG), 액화석유가스(LPG), 메탄올, 수소, 암모니아 등이 있다.

최근 친환경 선박 발주가 증가하는 추세인 가운데 주목할 부분은 대형 컨테이너선을 주력으로 운영하는 글로벌 선사들을 중심으로 메탄올 추진 선박 발주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선박 대체연료 기술개발 동향 조사’ 연구보고서 등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머스크는 현대미포조선에 발주한 2,1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 운반선을 비롯해 HD현대중공업에 18척을 발주, 총 19척의 메탄올 추진선을 발주했다.
또한 △프랑스 선사 CMA CGM은 중국 대련조선소(DSIC)에 6척 △중국 선사 COSCO는 중국 조선소 DACKS에 5척 △홍콩 선사 OOCL은 중국 조선소 NACKS에 7척 △한국 선사 HMM은 현대삼호중공업에 7척, HJ중공업에 2척 등을 발주했다.

세계 유수 선사들과 메탄올 생산·공급 업체들은 메탄올 공급망 구축을 위한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재 메탄올 추진 선박 시장을 선도하는 머스크는 2023년~2025년 자사의 그린 메탄올 추진 선박 19척이 운항하는 데 약 75만 톤의 그린 메탄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중국의 CIMC ENRIC, GTB, Debo 등과 메탄올 연료공급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또 덴마크의 European Energy와 Orsted, 미국의 WasteFuel과 Carbon Sink, 스웨덴의 Proman 등과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 상하이 국제항만그룹(SIPG)과 그린 메탄올 연료를 STS 방식으로 공급하는 벙커링 운영 방안을 모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스페인 정부와 친환경 연료(녹색 연료) 생산 확대 방안을 찾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국내 국적선사인 HMM은 지난 2월 9,000TEU급 메탄올 추진 선박 총 9척을 발주하면서 안정적인 연료 수급을 위한 공급망도 확보했다. Proman, PTTEP, European Energy, 현대코퍼레이션 등 국내외 5개사와 메탄올 생산·공급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주요 항만에서 메탄올 공급에 대한 타당성 조사와 친환경 메탄올 생산에 대한 협력을 진행할 예정이다.
친환경 대체연료로서 메탄올의 가능성
글로벌 선사들이 메탄올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메탄올의 연료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메탄올은 해양에 배출되더라도 물에 빠르게 녹고 생분해돼 해양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메탄올은 에너지 밀도가 낮아 LNG 탱크보다 2.2~2.5배 이상 더 큰 연료탱크가 필요하지만, 높은 압력과 극저온이 요구되는 LNG와 달리 대기압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저장·이송이 쉽다는 특징이 있다. 항만의 기존 연료설비를 간단히 개조해 활용할 수 있어 LNG에 비해 벙커링(연료공급)시설 구축도 용이하다. 메탄올 연구소(Methanol Institute), 노르웨이선급협회(DNV) 대체연료인사이트(AFI) 등은 전 세계 메탄올 항구 숫자를 100여 개 이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현재 주로 사용되고 있는 화석연료(석탄, 천연가스 등) 기반 메탄올의 경우 온실가스 저감효과는 크지 않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지난 9월 19일 공개한 ‘해상 탄소중립을 위한 선박 대안연료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저탄소 대안연료로는 그린 메탄올이나 블루 메탄올이 사용돼야 한다.
메탄올은 원료와 제조 방식에 따라 △석탄을 이용한 ‘브라운 메탄올’ △천연가스를 이용한 ‘그레이 메탄올’ △그레이 메탄올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2)를 포집한 ‘블루 메탄올’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e-메탄올’,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바이오(bio)-메탄올’을 일컫는 ‘그린 메탄올’ 등으로 구분된다.
그린 메탄올 중 바이오 메탄올은 펄프나 농업폐기물 등 바이오원료에서 추출한 것을 말한다. e-메탄올은 재생에너지로 수전해한 그린수소에 바이오원료 또는 공기 중 포집을 통해 얻은 이산화탄소를 합성해 생산한 것을 말한다.
이 보고서는 독일 환경생태 전문연구기관 Öko-Institut e.V.의 올해 3월 연구 내용을 인용했다. 해당 연구는 “현재의 화석에너지 추출 메탄올은 온실가스 저감효과가 미미하나, 재생에너지 등으로 온실가스 발생 없이 생산한 그린수소와 공기 중 직접 포집하거나 바이오매스에서 추출한 이산화탄소를 결합한 그린 메탄올은 공정과정에서 제거한 온실가스와의 상쇄를 통해 배출이 사실상 ‘0’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선박 기술진보를 고려한 탄소 배출량 추정 연구’ 보고서에서 소개한 제4차 IMO 온실가스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2020년에 발표된 이 연구는 기술진보에 따른 시나리오를 두 가지 방안으로 적용했다.
시나리오 1은 2019년 이후 신규 건조된 모든 선박에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는 것이다. 2030년 기준 총 54%의 선박(폐선에 따른 교체 45%, 추가 선대 증가 9%)에 신기술이 적용되는 것으로 가정했다. 시나리오 2는 이보다 신기술 적용률을 보수적으로 산정했다. 연구 결과 2050년 기준 대부분의 신기술이 10% 이하의 이산화탄소 감소율을 보인 반면, ‘탄소를 포함하지 않은 대체연료 사용’은 각 시나리오에서 64.08%와 20.00% 감소율을 보였다.
기업들, 그린 메탄올 사업 ‘잰걸음’
국내외 기업들은 그린 메탄올 생산·공급·활용에 적극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울산항을 출발한 ‘로라 머스크호’에 그린 메탄올을 공급한 OCI글로벌은 지난 9월 1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보몬트에 있는 설비의 그린 메탄올 생산 능력을 연간 약 20만 메트릭톤(metric tons)에서 약 40만 메트릭톤으로 두 배 가량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OCI글로벌은 현재 전 세계에 주문 중인 메탄올 추진 선박 225대를 고려하면, 오는 2028년까지 그린 메탄올 시장이 600만 톤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인 플라젠은 강원도 동해시에 연간 1만 톤 규모의 그린 메탄올 생산 공장 설립을 추진 중에 있으며, 타당성 평가 진행을 거친 후에 올해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지난 3월 밝혔다. 이후 7월에는 양평군산림조합과 그린 메탄올 제조사업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동해시 그린 메탄올 생산 플랜트에 사용될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또 같은 달 효진이앤하이, 리카본과 손을 잡았다. 플라젠이 추진 중인 그린 메탄올 생산플랜트에 플라즈마 기술을 적용해 연간 2만 톤 규모의 메탄올을 생산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리카본과 효진이앤하이는 대구광역시와 충청남도 당진군에서 플라즈마를 이용해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수소와 일산화탄소로 전환하는 파일럿 플랜트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종합 건설기업 DL이앤씨가 설립한 탈탄소 솔루션 전문기업 카본코는 지난 8월 31일 제주에너지공사, 티센크루프 가온셀 등과 함께 그린수소를 활용한 e-메탄올 사업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2022년 9월 제주도에서 발표한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 구축 계획’ 이행을 위해 그린수소 생산·저장·활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카본코는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을 활용해 e-메탄올의 원료인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공급한다. 제주에너지공사는 풍력 등을 활용한 재생에너지를 공급,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여기에 이산화탄소를 결합해 e-메탄올을 생산하도록 할 예정이다. 티센크루프는 e-메탄올 생산 공정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라이센서로서 기술과 설비를 제공한다. 메탄올을 원료로 하는 연료전지 공급업체인 가온셀은 추후 생산되는 e-메탄올의 구매자로서 전반적인 사업개발과 운영에 참여할 예정이다.
SK에코플랜트는 해외에서 생산한 그린수소를 활용한 그린 메탄올을 선박 연료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린 메탄올 추진 선박 대량 발주 계획을 갖고 있는 한 글로벌 선사와 이같은 내용에 대해 협의 중이다.
SK에코플랜트는 풍력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기로 물을 분해해 탄소 배출 없이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다시 그린 암모니아로 전환해 유럽 등으로 운송하는 ‘뉴지오호닉(Nujio’qonik)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의 주관사인 캐나다 월드에너지GH2는 지난 8월 31일(한국시간) 캐나다 주정부로부터 풍력발전을 위한 국유지 사용 승인을 획득했다.
그린 메탄올, 경쟁력 가지려면
메탄올 추진 선박은 무탄소 연료 수소추진 선박으로 가는 중간단계로 손색없지만, 문제는 그린 메탄올의 공급과 가격이다. 메탄올 추진 선박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그린 메탄올 연료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가격이 적정한 수준에서 형성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 메탄올 생산량 약 1.1억 톤 중 그린 메탄올 생산량은 1% 미만 수준으로 추산되는 등 공급이 제한적이다. 확실한 수요가 있기 전까지 대량 생산체계 구축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 기존 화석연료에 비해 비싸다는 지적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최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와 메탄올 연구소(Methanol Institute)는 지난 2021년 공동으로 작성한 ‘재생에너지로서의 메탄올 전망’ 보고서를 통해 단기적으로 바이오 메탄올 생산비용은 GJ(기가줄)당 약 16달러~51달러, e-메탄올 생산비용은 41달러~81달러 수준으로 추정했다.
특히 e-메탄올 생산비용은 DAC(대기 중 탄소 직접 포집) 기술만으로 이산화탄소를 생산할 경우 최대 약 120달러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향후 2050년의 성숙된 생산체제에서는 바이오 메탄올은 GJ당 11달러~42달러, e-메탄올은 12달러~32달러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엔 기술발전, 공정의 대량화(재생에너지 비용, 그린수소 생산비용, 바이오매스 원료 가격 등의 변화), 탄소배출권(carbon credit)의 보상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이 고려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체연료로서의 메탄올에 대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4월 열린 ‘2023 맥넷(MacNet, 해양산업통합클러스터) 전략세미나 & KR(한국선급) 컨퍼런스’에서 발표자들은 연료 생산·공급 인프라 확대 정책, 탄소세 부과, e-메탄올 생산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천연연료 사용에 따른 인센티브, 규제 완화, 금융지원 등을 제언했다.
이날 컨퍼런스에는 한성종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장, 김영선 HMM 부장, 김학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 조원준 바이오프랜즈 대표이사, 엄항섭 올시데이터 대표이사 등이 발표자로 참석했다.
한성종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장은 “메탄올 연료 추진 선박이 시장에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메탄올을 어디서 공급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공급망 체인 구축이 가장 필요하다고 보며 이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학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는 “메탄올 연료는 아직 경제성을 갖추고 있지 않아 정책적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며 “탄소세 부과, 메탄올을 만드는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이나 천연연료 사용 인센티브 등이 제공되어야 국내에서 재생합성연료(e-fuel)를 만드는 메탄올 생산업체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9월 19일 국내 산·학·연·관 전문가 등 63개사 67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청정메탄올산업협회(가칭)가 출범 소식을 전했다. 협회는 청정메탄올의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전주기 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의 정책개발과 규제개선 등을 지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