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수십 개의 거짓말을 기반으로 한 복잡한 사기’.
2020년 2월 힌덴버그 리서치가 니콜라에 대해 펴낸 보고서의 제목이다. 이 보고서의 내용은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고, 니콜라의 창업자인 트레버 밀턴은 유죄 판결까지 받았다.
이런 대형 스캔들에도 니콜라는 무너지지 않았다. 아무도 니콜라가 제시한 ‘비전’을 의심하진 않았다. 다만 이를 실현할 기술력과 자금, 전문 인력이 문제였다.
이탈리아의 상용차 제조기업인 이베코는 니콜라와 기술 개발을 이어갔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 회사인 보쉬도 자사의 연료전지시스템을 니콜라의 수소트럭에 넣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삼각동맹은 굳건했다. 이베코의 에스웨이(S-WAY) 플랫폼을 기반으로 ‘니콜라 트레’ 전기트럭과 수소트럭이 개발됐다. 수소트럭에는 보쉬의 연료전지 파워모듈과 핵심 부품이 들어간다.
폭스바겐, 오펠 등을 거친 자동차 업계의 베테랑인 마이클 로쉘러가 올해 초 사장으로 부임해 니콜라를 이끌었다. 수소 생산·유통 전문 브랜드인 HYLA를 새롭게 출범시켰고, 시장에 대한 교통정리도 마쳤다. 이베코그룹이 ‘니콜라 이베코 유럽(합작법인)’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유럽 시장은 이베코’, ‘북미 시장은 니콜라’라는 구도를 명확히 했다.
니콜라는 이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수소트럭에 앞서 출시한 전기트럭의 배터리 화재가 악재가 되고 있다. 지난 8월 마이클 로쉘러 사장은 사임했고, 캐리 멘데스 니콜라 에너지부문 사장도 회사를 떠났다.
니콜라는 리더십의 부재, 기술력에 대한 시장의 불신, 재정적인 어려움이라는 난관에 봉착해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니콜라의 수소트럭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살아 있다는 점이다. 그 배후에 보쉬가 있다. 보쉬는 연료전지 사업에 진심이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포이어바흐 공장에서 연료전지 파워모듈 양산에 나섰다.
“사업과 사기는 한 끗 차이”라는 우스갯말이 있다. 9월 말에 출시되는 니콜라 트레 수소트럭에 회사의 운명이 달려 있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려면 수소트럭이 길을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