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01 (금)

HOT ISSUE

니콜라 & 보쉬, 북미 수소트럭 시장의 향방

갈 길 바쁜 니콜라, 전기트럭 화재로 ‘삐끗’
HYLA 수소충전 사업 등 정상화 ‘관심’
獨 보쉬, 니콜라-이베코 손잡고 수소트럭 개발
보쉬 연료전지 탑재한 ‘니콜라 트레’ 곧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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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2020년 8월로 기억한다. 현대차가 스위스로 엑시언트 수소트럭 10대를 처음으로 수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다. 현대차 전주공장을 찾아 엑시언트 수소트럭을 생산하는 파일럿 생산동을 돌아본 적이 있다.


“니콜라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다만 보쉬의 행보가 궁금할 따름이죠.”

 

당시 현장을 책임지고 있던 현대차 임원의 말이다. 그는 힌덴버그 리서치에서 니콜라의 사기 행각에 대한 보고서를 펴내기 전부터 회사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눈치였다. 


이 사건으로 창업자인 트레버 밀턴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니콜라는 수소트럭 개발을 포기하지 않았고, 이탈리아의 상용차 제조기업인 이베코(IVECO)와 함께 전기트럭과 수소트럭 개발에 매진해왔다.

 

니콜라는 스타트업으로 일생일대의 위기를 겪었고, 지금도 여전히 시장의 기대와 불안을 안고 좌충우돌하는 중이다. 한 달 넘게 1달러 밑으로 떨어진 주가 때문에 나스닥 상장폐지 경고를 받았고, 수소트럭 주문 소식이 이어지며 회복세를 보이는가 싶더니, 니콜라 트레 전기트럭의 배터리 문제가 불거지며 주가에 악재가 되고 있다.

 

지난 6월에 일어난 차량 화재에 대한 조사 결과가 최근에 나왔다. 배터리팩 내부 냉각수 누출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200대가 넘는 전기트럭의 리콜 조치에 들어갔고, 차량 판매도 잠정 중단됐다. 트레 전기트럭에는 작년에 2천억 원 가까이 투자해서 인수한 배터리팩 공급업체인 로미오파워(Romeo Power)의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진다. 니콜라는 현재 로미오파워의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서 올해 초 취임한 마이클 로쉘러(Michael Lohscheller) 사장이 가족 건강을 이유로 사임했다. 그럼에도 니콜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꺼지지 않은 것은 수소트럭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보쉬의 연료전지시스템을 단 니콜라 트레 수소트럭의 수요는 여전히 살아 있다. 이 차량에는 프로테라(Proterra)의 배터리가 들어간 만큼 화재 이슈와는 무관하다. 보쉬가 배후에 든든히 버티고 서서 니콜라를 ‘하드캐리’하는 형국이다.
 
유럽 시장은 이베코, 북미 시장은 니콜라
보쉬는 7월 중순에 열린 ‘보쉬 테크 데이’에서 의미 있는 발표를 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포이어바흐 공장에서 수소연료전지 파워모듈의 대량생산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며, 앞으로 열릴 수소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2026년까지 수소 기술 개발에 총 25억 유로(약 3조6,00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연료전지 파워모듈은 니콜라의 클래스8 수소트럭에 공급된다.

 

“보쉬는 수소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수소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전체 수소 가치사슬에 따라 회사가 운영되며, 수소 생산과 응용을 위한 기술을 개발한다. 보쉬는 2030년까지 수소 기술로 약 50억 유로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보쉬그룹 회장인 스테판 하퉁(Stefan Hartung) 박사는 수소 기술 투자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15억 유로를 투자하기로 했고, 향후 2년을 더해 10억 유로를 더 투자하기로 하면서 수소사업에 대한 열의를 밝혔다. 

 

 

연료전지 모듈 생산을 위한 공급망도 확정했다. 유럽의 수소모빌리티 시장이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프랑스 로데스 공장의 역할을 축소하면서 생산라인을 독일에 집중시켰다. 보쉬 밤베르크 공장에서 연료전지 스택을 공급하고, 공기압축기나 재순환 블로워 같은 시스템 장치는 홈버그 공장에서 생산한다.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중국이다. 보쉬는 국외 생산시설로 수소전기차 시장이 살아 있는 중국을 선택했다. 이는 현대차의 행보와 일치한다. 현대차는 광저우에 연 6,500대 분량의 HTWO 연료전지시스템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보쉬는 장쑤성 충칭에 생산공장을 두고 연료전지 파워모듈 생산에 나설 참이다. 보쉬의 우시(Wuxi) 공장에서 부품을 공급받기로 했지만, 연료전지 스택 등 핵심 부품은 독일에서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

 

보쉬는 중국의 상용차 제조업체인 칭링모터스와 충칭시에 합작 투자회사인 ‘보쉬 수소파워트레인 시스템(Bosch Hydrogen Powertrain Systems)’을 설립한 바 있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보쉬는 이미 지난 2021년에 자사의 연료전지 모듈을 장착한 70대의 물류트럭으로 충칭과 청두를 잇는 고속도로 실증을 진행했다. 

 

 

칭링자동차는 일본 기업인 이스즈와 관련이 있다. 이스즈의 3.5톤 트럭에 보쉬의 연료전지를 장착, 약 12kg의 수소를 채워 500km 이상을 달리는 주행거리 연장형 하이브리드 수소전기 트럭으로 볼 수 있다. 보쉬는 실증을 통해 연료전지 기술을 한 단계 발전시키면서 이베코, 니콜라와 함께 독일 울름에서 대형 수소트럭 개발을 병행해왔다.

 

울름은 독일 자동차산업의 심장부로 통한다. 포르쉐, 다임러, 보쉬의 본거지로 이베코 또한 이곳에 자사의 연구시설을 두고 있다. 유럽연합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H2Haul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곳이다.

 

H2Haul은 운송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해 16대의 대형 수소트럭을 개발해 유럽 4개국에 배치하는 5년짜리 프로젝트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일정이 잡혀 있다. 엘링크링거(ElringKlinger), 하이드로제닉스(Hydrogenics), 파워셀(PowerCell)이 연료전지시스템 개발업체로 참여했고, 보쉬는 2020년 7월에 합류했다. 

 

이베코와 니콜라의 관계는 돈독하다. 다국적 기업인 ‘CNH 인더스트리얼’의 상용차 부문인 이베코는 공매도 기관인 힌덴버그 리서치의 폭로 이후에도 니콜라와의 관계를 정리하지 않았다. 곧바로 ‘손절’을 선언한 제너럴모터스(GM)와는 다른 행보다. 

 

사실상 니콜라 트레는 이베코의 에스웨이(S-WAY)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전동화 차량이다. 양사의 수소트럭은 차량 디자인만 살짝 다를 뿐 기술의 뿌리는 같다고 볼 수 있다. 보쉬의 연료전지와 핵심 부품, 프로테라의 배터리를 동일하게 탑재하고 있다.

 

 

이베코와 니콜라는 ‘니콜라 이베코 유럽’이라는 합작법인으로 동행을 이어왔다. 양사는 4,000만 유로를 투자해 독일 울름에 대지면적 5만m2, 연면적 2만5,000m2 규모로 연간 1,000대(1교대)의 대형트럭을 생산할 수 있는 조립공장을 지었다. 순수전기트럭(BEV)과 수소전기트럭(FCEV)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다만 이베코그룹이 지난 5월 이베코와 니콜라의 유럽 합작법인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울름 공장의 독점 소유권을 확보했다. 두 회사는 지분, 라이선스 소유권 등을 명확히 정리하면서 ‘유럽 시장은 이베코, 북미 시장은 니콜라’로 구분해 각자의 영업망을 구축했다. 보쉬는 이 두 회사를 통해 대형트럭을 위한 연료전지 파워트레인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배터리 화재…니콜라엔 큰 악재
보쉬와 니콜라의 관계를 논할 때 꼭 등장하는 인물이 크리스티안 아펠(Christian Appel)이다. 2020년 2월부터 보쉬의 수석엔지니어로 니콜라의 수소전기트럭 개발에 참여한 상징적인 인물이다.

 

아펠은 ‘니콜라 투’ 수소트럭 개발을 맡았고, 이후 트레 수소트럭 개발과 양산 업무를 진행해왔다. 이베코, 니콜라의 개발진과 교류하고 보쉬의 내부 개발팀과 소통하며 기술조정 업무를 맡았다. 

 

보쉬는 전동공구나 파는 작은 회사가 아니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 회사이자 가전, 빌딩 등 산업 전 부문에 영향력을 미치는 글로벌 기업이다. 보쉬는 자동차 부품이나 전장(전기장치) 분야에 특히 강점이 있다. 연료전지 파워팩뿐 아니라 전기모터, 차량제어장치 등에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자동차 열쇠 없이 앱 기반으로 작동하는 보쉬의 퍼펙트 키리스 시스템, 트럭의 사이드미러를 대체하는 보쉬의 미러카메라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보쉬는 니콜라의 수소트럭 개발에 함께했고, 자사의 전장 기술을 니콜라에 제안해 상품성 확보에 일조해왔다. 

 

니콜라 트레는 200kW 연료전지, 164kWh 배터리를 갖추고 있다. 700bar 고압으로 수소 70kg을 충전할 수 있고, 최대 주행거리는 500마일(약 800km)에 이른다. 사양만 놓고 보면 현대차 엑시언트보다 조금 우위에 있지만, 주행 데이터나 내구 면에서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 

 

니콜라의 대형트럭은 미국 애리조나 쿨리지 공장에서 생산된다. 배터리 전기트럭을 먼저 출시했지만 큰 악재를 만났다. 지난 6월 애리조나 본사에 주차돼 있던 트레 전기트럭 한 대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총 5대의 차량이 불에 탔다. 

 

니콜라는 “쿨리지 공장에 주차된 기술 검증 트럭이 충격을 받아 배터리팩이 경미한 열 사고를 일으켰다”고 발표했고, 제3자 조사에서 차량 한 대에서 배터리팩 내부 냉각수 누출로 화재가 난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이에 니콜라는 209대의 전기트럭을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생산된 3,100대 이상의 니콜라 트럭 중 2대에만 문제가 있었다(0.07% 미만). 배터리팩은 니콜라가 지난해 인수해 청산 과정을 밟고 있는 로미오파워에서 만들었다. 회사에서 출시 예정인 수소전기트럭은 로미오에서 만든 전기트럭(BEV)의 9개 팩과 달리 프로테라에서 만든 2개의 배터리팩이 장착되기 때문에 이번 화재와 관련이 없다”는 것이 니콜라의 공식 답변이다.

 

 

니콜라는 LG에너지솔루션에서 공급받은 배터리 셀을 로미오파워에서 패키징 작업을 진행해 생산비용을 낮출 계획이었다. 하지만 로미오파워의 청산 절차로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배터리팩 이슈로 전기트럭 판매에도 제동이 걸렸다. 

 

폭스바겐, 오펠 등을 거친 자동차 업계의 베테랑인 마이클 로쉘러도 이 파고를 넘기 힘들다고 판단한 모양새다. 마이클 로쉘러의 갑작스런 사임으로 현 니콜라 이사회 의장이자 전 GM 부회장이었던 스티브 거스키가 신임 사장에 임명됐다.

 

위기는 실적에 그대로 반영된다. 니콜라는 올해 2분기에 2억1,780만 달러(약 2,9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해 지난해 2분기 손실액(1억7,300만 달러)보다 규모가 커졌다. 또 판매 실적은 1,540만 달러(약 2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10만 달러(약 240억 원)보다 오히려 줄었다. 

 

니콜라는 이번 사태가 수소트럭으로 번지는 걸 막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고객이나 투자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만은 분명하다. 고객은 전기트럭과 수소트럭을 구분하기보다는 ‘니콜라’라는 브랜드를 믿고 차량을 구매하거나 월정액 요금제로 차를 빌리게 된다.

 

니콜라는 최근 미국의 물류업체인 J.B. 헌트(J.B. Hunt Transport Services)로부터 13대의 트럭 수주 소식을 전했다. 수소트럭 3대, 전기트럭 10대로 전기트럭 수가 훨씬 많다. 수소트럭 출시가 늦은 것도 있지만, 차량 운행을 위한 수소충전소가 턱없이 부족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 

 

니콜라는 올해 초 ‘하일라(HYLA)’라는 수소 생산·유통 전문 브랜드를 야심차게 출범시켰다. 파트너사와 손을 잡고 북미 5개 지역에서 하루 최대 300톤의 수소를 생산해 유통하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일라는 첫 번째 수소충전소 완공 시기를 내년 2분기로 예상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온타리오, 콜튼 지역, 롱비치 항구 등 3곳에 충전소를 세우는 것을 시작으로 향후 5년간 총 50개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볼테라(Voltera)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볼테라는 지난해 설립된 전기차 충전 솔루션 스타트업으로 세계적인 재벌인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의 사모펀드 운용사인 ‘EQT파트너스’의 지분 투자로 자금력이 탄탄하다. 전기·수소차 충전 인프라 설립부터 운영·관리까지 서비스 전반을 제공한다. 

 

지난 7월 캘리포니아 교통위원회는 남부 캘리포니아에 6개의 중대형 수소충전소를 건설하기 위한 4,190만 달러(약 560억 원)의 보조금을 승인했다. 수소충전소 구축비용의 절반에 해당하는 돈으로 나머지는 니콜라와 볼테라가 메우게 된다. 

 

니콜라는 이동형 수소충전소 보급을 계획하는 등 충전 인프라 구축 계획을 밝혔지만 여기에는 큰돈이 든다. 내부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하일라를 통한 수소충전소 사업 구상을 주도하면서 볼테라와의 거래를 주도한 캐리 멘데스(Carey Mendes) 니콜라 에너지부문 사장도 최근 사임했다. 

 

니콜라는 리더십의 부재, 기술력에 대한 시장의 불신, 재정적인 어려움이라는 큰 난관에 봉착해 있다. 이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보쉬는 수소사업에 ‘진심’
다행히 니콜라의 수소트럭에 대한 시장의 수요는 여전히 살아 있다. 니콜라는 클래스8 수소트럭 주문이 200대를 돌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티브 거스키 신임 사장은 프라이트웨이브스(FreightWaves)와 진행한 최근 인터뷰에서 “일정대로 9월 말에 첫 번째 수소트럭을 고객에게 인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니콜라와 보쉬는 전기트럭의 배터리 품질 문제가 수소트럭 기술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걸 극도로 경계한다. 니콜라 트레 수소트럭에는 프로테라의 배터리팩 2개가 들어간다. 프로테라도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셀을 쓴다. 다만 프로테라도 운영 자금 부족으로 파산보호 신청에 들어가면서 회사 사정이 좋지는 않다. 

 

전기차 기술은 수소전기차 기술과 양립하지 않는다. 동일한 차체 프레임에 전기모터와 배터리, 전력 계통의 부품 등을 공유한다. 니콜라는 전기트럭 판매로 매출을 일으켜 시장의 신뢰를 얻고 투자금을 확보해 본업인 수소트럭 생산과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에 나설 계획이었다. 시장이 다를 뿐 이베코도 같은 전략을 쓰고 있다. 

 

배터리 화재는 품질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어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 이는 니콜라를 통해 북미 수소트럭 시장 진출을 노리는 보쉬에도 큰 고민거리가 된다. 현 상황을 타개하려면 정공법이 최선이다. 시장이 신뢰할 만한 좋은 차를 출시해서 부정적인 평가를 불식시켜야 한다. 

 

보쉬는 연료전지시스템 개발에 진심이다. 내연기관 중심의 파워트레인이 전기모터로 대체되면서 배터리 기술이 주목을 받았고, 수소연료전지가 배터리의 크기를 줄이면서 충전시간에도 이점이 크다는 판단을 내렸다. 
보쉬는 대형트럭의 전동화를 위한 PEM(고분자전해질막) 연료전지시스템을 개발해왔고 이베코, 니콜라와의 협업으로 상품화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이제 독일에 연료전지 파워모듈 양산시설을 마련하고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다. 

 

보쉬는 올해 열린 ‘테크 데이’에서 수소엔진 기술을 소개했다. 보쉬 모빌리티 사업부문 회장인 마르쿠스 하인(Markus Heyn) 박사는 “연료전지 파워트레인 외에도 수소엔진을 연구 중으로 포트, 직접분사 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소엔진은 디젤엔진이 하는 모든 일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탄소중립적이다. 또 큰 비용 없이 수소 기반 모빌리티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한 가지 중요한 장점은 수소엔진 개발과 제조에 필요한 기술의 90% 이상이 이미 존재하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보쉬는 2024년에 수소엔진을 출시할 예정이다.”

 

수소충전 인프라의 경우 맥시메이터 하이드로젠(Maximator Hydrogen)과 협업하고 있다. 보쉬 렉스로스(Bosch Rexroth)의 전기 유압식 드라이브를 장착한 맥시메이터 하이드로젠 압축기가 대표적이다. 맥시메이터 하이드로젠은 압축기, 디스펜서, 수소저장탱크 등의 설비를 제공하는 수소충전소 전문업체다.

 

보쉬의 수소사업은 모빌리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보쉬는 올해 초 PEM을 활용한 수전해 설비의 프로토타입 제작에 나섰다. 올가을부터 1.25MW급 시제품으로 수소생산 실증에 들어가고, 양산화 과정을 거쳐 2025년부터 대량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보쉬는 지난 2018년부터 영국의 연료전지 업체인 세레스파워와 손을 잡고 SOFC(고체산화물 연료전지) 시스템을 개발해왔다. 10kW급 SOFC 시스템의 경우 밤베르크, 홈부르크, 잘츠기터 등 독일 내 보쉬 공장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보쉬는 쾰른 인근의 한 병원에서 SOFC 시스템의 전기와 열을 모두 써서 전체 효율 90% 달성을 목표로 한 실증도 진행한다. 현재 천연가스를 연료로 하고 있지만, 향후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그린수소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천연가스에 수소 혼소가 가능한 산업용 H2-ready 스팀 보일러를 공급하고 있으며, 영국의 우스터 보쉬(Worcester Bosch)를 통해 가정용 수소보일러 개발도 완료했다. 
 
수소트럭 시장의 경쟁자들
보쉬그룹의 스테판 하퉁 회장은 ‘보쉬 테크 데이’에서 수소사업의 향후 전망이 정치적 환경에 달려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 등 다른 나라가 수소사업에 빠르게 도전하면서 정책적인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고, 이에 대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유럽도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독일과 유럽의 정책 입안자에게 다음 네 가지 제안을 했다.

 

 

“첫째, EU의 수소생산 속도를 높여야 한다. 둘째, 글로벌 공급사슬을 구축해야 하고 셋째, 경제의 모든 분야에서 수소를 사용해야 하며 넷째, 유럽 내 수소 보급을 위한 인프라를 신속하게 구축해야 한다.”

 

SNE리서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수소전기차 판매대수는 8,290대로 1만 대에도 못 미친다. 현대차(3,198대), 도요타(2,328대), 킹롱(765대), 위퉁자동차(336대) 순이다. 2022년 상반기 판매대수(9,377대)와 비교해도 11.6%가 감소했다.

 

수소승용차의 경우 전기차와의 경쟁에서 완전히 밀렸다. 수소충전소 건설에 큰 비용이 들고, 압축기 등 핵심 설비 기술도 아직은 초기라 개선이 필요하다. 규모의 경제를 갖추면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가격 인하에 나선 전기차와 달리, 수소전기차는 여전히 비싸고 차종도 한정돼 있다. 충전을 위한 수소가격도 비싼 편이다.

 

그나마 수소상용차 쪽은 경쟁력이 살아 있고, 탄소 무배출에 대한 대안을 찾기도 어렵다. 수소트럭의 경우 대량의 수소 소비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전소 운영에 이점이 있다. 그럼에도 수소사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 지원 없이는 시장의 기반을 다지기가 어렵다.

 

연료전지는 수소전기차의 핵심이 되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보쉬는 이 상품성을 보고 기술개발에 도전했다. 이베코, 니콜라와 손을 잡고 유럽, 북미 시장을 타깃으로 디젤 트럭을 대체하는 미래 전동화 사업의 밑그림을 그려왔고, 조만간 차량 납품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 시점에 “보쉬의 행보가 궁금하다”고 한 현대차 임원의 말을 다시 떠올려본다. 

 

보쉬는 니콜라나 이베코의 브랜드를 달고 자사의 연료전지시스템으로 현대차와 경쟁하게 된다. 경쟁자는 즐비하다. 도요타와 히노, 이스즈와 혼다 같은 일본 업체들도 꾸준히 실증을 진행해왔고, 다임러트럭이나 볼보트럭도 수소트럭을 개발 중이다. 

 

 

자본력이 약한 스타트업이 수소트럭 개발을 지속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하이존모터스만 해도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회사 매각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수소트럭 시장을 두고 장밋빛 기대와 불안이 교차한다. 보쉬만 잘해서 될 일은 아니다. 관련 기술과 산업이 함께 성장하면서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국가별 정책 지원이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수소사업이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르헨티나의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가 미국 MSL로 이적하면서 꼴찌 팀이었던 인터 마이애미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이는 미국 메이저리그 축구의 인기를 몇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된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바로 테슬라가 이 일을 해냈다. 

 

수소모빌리티 시장도 이런 극적인 반전이 필요하다. 대형트럭 시장의 파이는 충분히 크다. 수소트럭이 앞장서서 막힌 혈을 뚫어줬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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