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05 (수)

INSIDE

펌프 기술 기반 액체수소충전 솔루션, 니키소 씨이앤드아이지 코리아

부산공장 확장…LNG선박용 FGSS, 액체수소충전소 대응
극저온 펌프, 열교환기 등 액화수소 충전 기술 확보
SK플러그하이버스와 액체수소충전소 11곳 구축 계약
잠수형 원심펌프‧고압펌프 조합으로 900bar 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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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SK E&S는 인천에 연간 최대 3만 톤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짓고 있다. 상온의 기체수소를 영하 253℃의 극저온 상태로 냉각하면 부피가 800분의 1로 줄어 회당 수소운송량을 기존 200kg(수소튜브트레일러)에서 2,500kg(액체수소탱크로리)으로 늘릴 수 있다. 


올해 액화수소 유통을 앞두고 액체수소충전소 구축이 한창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SK플러그하이버스 등으로부터 총 14곳의 액체수소충전소 수주 계약을 맺은 곳이 있다. 바로 ‘니키소 씨이앤드아이지(CE&IG) 코리아’다. CE&IG는 ‘Clean Energy & Industrial Gases’로 청정에너지와 산업용가스를 의미한다.


“액체수소충전소에 꼭 필요한 설비가 액체수소펌프입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900bar의 토출압력을 낼 수 있는 액체수소펌프는 니키소와 독일의 L사를 제외하고는 없습니다. 이렇게 두 곳이 양산 가능한 액체수소펌프 모델을 보유하고 있죠. 2단 잠수형 왕복동 펌프를 적용한 L사와 달리, 니키소는 별도의 부스터펌프(현 잠수형 원심펌프)로 액체수소를 약 8bar로 가압한 뒤 이를 후단의 고압왕복동 펌프를 써서 900bar로 송출합니다.”

 

니키소 씨이앤드아이지 코리아 이정한 지사장의 말이다. 

 

액체수소용 수중 펌프(Submerged Type Pump)의 경우는 상용 모델을 보유한 회사는 현재 니키소뿐이라고 한다. 잠수형 펌프는 탱크 내 액체수소를 고압 왕복동 펌프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또 해당 모델은 추후 탱크로리에서 충전소 탱크로 액체수소 이송 시 다량의 수소가스 벤트(Vent)를 줄일 수 있어 충전소 운전 경제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 대형 제품은 추후 액화수소 운반선 등에 카고 펌프로도 전용이 가능하다.

 

 

부산 공장·서비스센터 확충
고압펌프로 내보낸 액체수소는 열교환기를 거쳐 기체상태로 수소전기차에 충전하게 된다. 특히 니키소는 냉열회수공정(Cold Capture)을 열교환기에 적용해 기체수소 충전 시 수소가스 냉각용으로 필요한 별도의 냉각장비(칠러)를 사용하지 않아 전력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4톤가량 되는 대용량 액화수소저장탱크를 놓고 수소버스나 수소트럭 같은 상용차 충전에 대응할 수 있죠. 냉각기나 압축기를 안 쓰기 때문에 기체수소보다 전기효율이 좋습니다. 액화수소가 나와서 시중에 유통되기 시작하면 수소충전소 운영에 상당한 이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액체수소충전소에는 액화수소탱크와 펌프 트레인, 열교환기를 통한 냉열회수설비·열교환설비뿐 아니라 고압수소저장용기, 우선순위패널, 디스펜서 등이 들어간다. 120kg/h 용량의 액체수소펌프를 2세트로 구성할 경우 시간당 240kg의 수소를 처리할 수 있다. 이는 웬만한 수소충전소의 하루 충전량에 해당한다.


니키소(Nikkiso)는 그 이름에서 보듯 일본에서 시작된 업체다. 한국전쟁 후 특수펌프를 수입해 판매하면서 기술의 기반을 다져나갔다. 


일본의 고도 성장기에 캔드모터펌프(Canned Motor Pump)를 국산화했고, 펌프 기술을 적용한 혈액투석기를 개발하면서 의료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또 세계 최초로 항공기용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캐스케이드 개발에 성공하는 등 항공우주부문에도 강점이 있다.


캔드모터펌프는 펌프부와 모터부가 일체화된 밀폐형 구조로 씰이 필요치 않아 유체의 누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논-씰(Non-seal) 캔드모터펌프의 경우 독성이 있거나 유체 누출 시 문제가 되는 공정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한다.


또 소음과 진동이 적고 원심펌프와 비교해 50% 정도 좁은 공간에도 설치가 가능해 유지보수가 편하다. 누출 위험이 없어 프레온가스, 수소불화탄소(HFC)처럼 환경 규제가 심한 냉매를 칠러나 열교환기에 사용할 때도 활용도가 높다.


니키소는 1980년대에 미국 기업으로부터 극저온 펌프 기술을 이전받았다. 이후 JC Carter사를 인수해 니키소 크라이오제닉(Nikkiso Cryogenic)을 설립한 후 이 기술을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한국가스공사, 보령LNG터미널, GS칼텍스 등 국내 LNG인수기지 사업에 참여했으며, LNG선박을 건조하는 국내 조선소에 FGSS(Fuel Gas Supply System, 가스연료공급시스템)를 납품해왔다. 

 


“2004년 5월에 ‘크라이오제닉 인더스트리즈 코리아(크라이오제닉 인더스트리즈 그룹 계열사)’가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초기에는 산업용 가스시장에 초저온 관련 장비를 납품했고, 애프터마켓 시장을 시작으로 천연가스 연료 2행정 선박엔진이 상용화되기 시작한 10여 년 전부터 LNG 추진 선박용 FGSS 장비나 설비를 납품하기 시작했죠. 그러다 2018년에 모그룹이 니키소에 합병되고 니키소 그룹의 정책에 따라 2021년에 사명을 ‘니키소 씨이앤드아이지 코리아’로 변경하면서 부산(녹산공단)에 생산설비를 확충했습니다.”


FGSS 설비의 경우 그간 협력사를 통해 최종 조립한 후 국내 조선사에 납품해왔다. 그러다 품질 개선을 통한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 위해 직접 공장을 세우고 FGSS 스키드를 제작, 지난 2월부터 첫 출고를 시작했다.

 


이는 조선업계의 회복세와 관련이 있다. 니키소 씨이앤드아이지는 한국 부산과 중국 항저우에 LNG 추진 선박용 설비를 생산하기 위한 제조공장 신설을 확정하고 지난 2021년 하반기에 국내 해양산업의 본거지인 부산 시설의 확장을 진행했다. 


약 6,600㎡ 규모의 통합시설을 마련하고 초저온 펌프, FGSS 기화기용 스키드, 액체수소충전소용 스키드 조립라인을 확보했다. 액체질소로 펌프 스키드를 테스트하는 최신 시설을 비롯해 324㎡ 규모의 서비스센터도 확장 설치했다.


부산의 제조공장은 2022년 6월부터 가동에 들어가 그 해 7월부터 고압펌프 스키드 제조에 들어갔다. LNG 추진 선박을 비롯해 향후 LNG·암모니아 이중연료엔진 선박, 수소연료전지 선박 등의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극저온 펌프, 열교환 시스템 기술 보유
크라이오제닉 인더스트리즈(Cryogenic Industries) 그룹 안에는 초저온 펌프 생산업체인 ACD, 산업용 가스생산 설비 엔지니어링 회사인 Cosmodyne, 열교환기 업체인 Cryoquip이 속해 있다. 크라이오제닉 인더스트리즈는 1950년대부터 초저온 관련 산업용 가스시장, LNG 관련 에너지시장, 수소 관련 사업을 선도해왔다.


니키소 산업부문에 속한 미국의 초저온 펌프 전문기업인 니키소 크라이오(Nikkiso Cryo)의 주도로 지난 2018년에 크라이오제닉 인더스트리즈를 합병하면서 니키소 씨이앤드아이지 그룹으로 조직이 재편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니키소 씨이앤드아이지의 방대한 조직은 크게 6개 부문으로 사업이 나뉜다. 극저온 펌프, 극저온 공정 시스템, 열교환 시스템, 연료 공급 및 솔루션, 에너지 인프라 및 전략 프로젝트, 서비스 부문이 여기에 든다. 그룹 본사는 미국에 있으며, 전 세계에 20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니키소는 지난해 펌프 자회사였던 레와(LEWA)와 게벡(Geveke)의 주식을 모두 양도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조정했다. 카이 도시히코 니키소 사장은 저탄소·탈탄소 사회가 불러올 중요한 사업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올해 초 ‘니키소 2025 2단계’ 사업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산업부문에서 에너지 확보와 저탄소·탈탄소화 촉진을 통해 LNG, 수소, 암모니아 관련 투자를 지속해서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씨이앤드아이지 그룹에서 매출과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카이 도시히코 사장의 예상은 현실이 되고 있다. 수소가 탄소중립 연료로 주목을 받으면서 한미일 삼국을 중심으로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올해 액화수소 플랜트가 준공되면서 수소 인프라 부문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수소의 대량 소비처 확보를 위해 지난해부터 액체수소충전소 구축이 시작됐고, SK플러그하이버스가 발주한 11개 액체수소충전소 사업에 니키소가 이름을 올리면서 국내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SK 관계사까지 더하면 국내에서 수주를 확정한 곳이 총 14곳입니다. 니키소 씨이앤드아이지는 미국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전 세계 50개 이상의 수소충전소 구축에 참여한 경험이 있어요. 쉘과 쉐브론의 수소충전소뿐 아니라 액화수소를 기반으로 하는 퍼스트엘리먼트의 수소유통 허브 구축에도 참여했죠. 2021년 10월 기준으로 니키소 ACD에서 공급한 액화수소 펌프 대수만 420대에 이릅니다.”

 


미 캘리포니아를 기반으로 한 퍼스트엘리먼트 퓨얼(FirstElement Fuel)은 ‘트루 제로(True Zero)’란 브랜드로 세계에서 가장 큰 소매 수소충전소 네트워크를 운영 중이다. 또 캘리포니아 베이커스필드의 대중교통 운영사인 골든엠파이어교통(Golden Empire Transit)에서 발주한 액체수소충전소 구축에도 참여했다. 

 


“충전소의 전체 구성을 보면, 탱크에 든 액체수소를 잠수형 원심펌프로 뽑아서 8bar로 보내면 HP 고압펌프가 받아서 한 번에 900bar로 밀어내게 되죠. 액체수소는 기화기를 거쳐 고압탱크에 저장했다 기존 수소충전소와 동일하게 기체상태로 700bar 충전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정한 지사장은 신속한 서비스 대응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니키소 씨이앤드아이지 코리아는 부산서비스센터와 별개로 경기도에 이동 서비스팀을 꾸려 서비스망을 구축했다. 


부산서비스센터의 경우 펌프의 정기점검(Overhaul) 작업 시 제품을 입고해 분해와 점검을 진행하게 되고, 이동 서비스팀은 지역의 수소충전소 현장을 전담해 현장 점검, 부품 교환·수리 등의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 
 
액체수소충전소 인프라 확산에 기여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지난 3월 3일 켄텍(한국에너지공과대)에서 SK플러그하이버스 등 8개 기관과 ‘액체수소충전소 구축 연계 안전성 평가·실증 및 안전기준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가스기술공사가 주관하는 이 과제에 니키소 씨이앤드아이지 코리아도 이름을 올렸다. 


이번 실증은 액체수소충전소 인프라 구축에 맞춰 충전소의 안전성·신뢰성을 추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액체수소충전소에 대한 안전기준과 KGS 코드안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모빌리티 부문의 수소충전 인프라가 액체수소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니키소 씨이앤드아이지의 펌프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니키소 씨이앤드아이지는 니키소 산업부문에 속한다. 니키소는 한때 일본이 선두를 달리던 반도체·전자부품 산업에서 고품질 대량생산을 위해 꼭 필요한 ‘웜 아이소스태틱 라미네이터(Warm Isostatic Laminator)’를 개발했다. ‘온간 정수압 프레스(WIP)’라 부르는 장비로 모든 방향에서 균일하게 높은 압력을 가해 세라믹이나 금속을 성형할 수 있다. 압력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장비인 만큼 펌프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저탄소·탈탄소 기술이 주목을 받으면서 이산화탄소 포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니키소는 지난해 독일의 ‘크라이오텍 안라겐바우(Cryotec Anlagenbau)’를 인수하면서 CO2 포집, 생산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크라이오텍 안라겐바우는 독일 노이언부르그 암 라인에 있는 니키소 씨이앤드아이지에 소속되어 있다. 글로벌 플랜트 엔지니어링·건설 분야에서 크라이오텍의 맞춤형 CO2 기술을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니키소는 크라이오제닉 인더스트리즈 그룹을 인수하면서 LNG 사업을 확대해왔습니다. 천연가스에서 탄소를 포집해서 영구저장하거나 활용하는 CCUS 사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CO2 포집과 액화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죠. 기체를 효율적으로 저장해서 운반하려면 액화가 기본입니다.”


수소는 천연가스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 액체가 된다. 영하 253℃의 극저온 환경에서 냉각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펌프가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기술을 요한다. 또 안전을 위한 방폭 하우징, 간단한 유지보수 기능도 중요하다. 


“50년 동안 수소 서비스를 위한 극저온 장비를 제조한 경험이 있죠. 글로벌에 400개 이상의 액체수소 펌프를 납품했고, 100개가 넘는 기화기 열교환 시스템을 배치했어요. 또 10곳에 이르는 수소충전소를 구축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런 장점을 앞세워 액체수소충전소 사업을 주도하고 있죠.”

 


니키소 씨이앤드아이지 코리아의 수소사업부 직원들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번 H2WORLD 전시회에도 타 부서 직원이 지원 요청을 받아 현장을 지켰다. 이정한 지사장과의 인터뷰도 전화로 이뤄졌다. 


도면과 사진으로 접하긴 했지만, 펌프와 열교환기를 써서 충전에 활용하는 액체수소충전소 방식이 확실히 설비가 간단하다. 부지를 적게 차지하면서 많은 양의 수소를 처리할 수 있어 수소전기 트럭이나 버스 운행에 필요한 대용량 수소 공급에 유리하다. 


부스터펌프로 액체를 밀어내는 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압축기를 따로 쓰지 않아도 되고, 기화 시 냉열을 수소충전에 활용할 수 있어 충전소 운영비를 아낄 수 있다. 액체수소탱크로리로 한 번에 많은 양의 수소를 나르는 것도 이점이다.


이런 장점이 현장에서 구현되려면 많은 설비와 장비가 문제없이 돌아가야 한다. 니키소 씨이앤드아이지 코리아는 수소를 직접 구매해서 차량에 충전하는 인프라의 끝단에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충전 인프라 없이는 수소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가 어렵다. 액체수소충전소는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데도 일조한다. 모쪼록 글로벌에서 얻은 노하우가 국내로 전해져 액체수소충전소의 본보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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