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행원풍력발전단지에 납품된 선보유니텍의 300kW급 PEM 수전해 설비로 엘켐텍의 신형 스택이 적용됐다.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제주에너지공사에 전화를 했다. 제주 행원풍력발전단지에서 진행 중인 3MW급 수전해시스템 실증사업의 진척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제주 현장에는 알칼라인 수전해 2MW, PEM(양이온교환막) 수전해 1MW가 들어간다. 

국내 업체인 수소에너젠에서 납품한 알칼라인 수전해 설비는 현장 설치가 끝났지만, 미국 플러그파워 사에서 공급하기로 한 PEM 설비는 아직 설치 전이라고 했다. 여기에 두산에너빌리티가 공급한 300kW급 PEM 수전해 설비가 최근 제주 현장에 들어왔다. 엘켐텍의 스택을 적용해 선보유니텍에서 제작한 제품이다. 

“수소사업에 관심이 있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일정 금액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추가로 진행된 사업입니다. PEM 수전해의 경우 플러그파워가 미국 회사다 보니, 국내 PEM 기술 확보 차원에서 참여 기회를 열어주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어요. 지금 현장에 들어와 있습니다.”

제주에너지공사 강병찬 지역에너지연구센터장의 말이다. 

시운전을 마치고 정상 운전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도 고무적인 것은 국내 PEM 수전해 기술을 이끌어온 엘켐텍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잡았다는 점이다.

▲ 제주 행원의 3MW 수전해 실증 현장.

 
적층 방식, 부품 변경으로 스택 성능 개선
선보유니텍은 지난 3월 부산에 있는 선보의 2공장에서 300kW급 제품의 시운전 시연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발주처인 두산에너빌리티 외에도 한국남부발전, 현대중공업, 한국전력연구원, 부산테크노파크 등에서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엘켐텍 스택에 문제가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제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이기도 하죠.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 안 되겠다. 수소가 제대로 나온다는 걸 눈앞에서 보여줘야겠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시연회를 열었습니다."

선보유니텍 구평공장에서 만난 김청욱 대표의 말이다. 

선보유니텍은 시간당 60N㎥(약 5.4kg)의 수소생산효율, 수소순도 99.999%에 대한 보증을 확인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 40피트 컨테이너 안에 스택과 주변장치(BOP) 모듈을 일체형으로 제작했고, 시연회를 통해 제품이 제대로 돌아간다는 걸 확인시켰다. 그런 다음 제주로 납품했다. 

“선보그룹은 투자사인 선보엔젤파트너스를 통해 5년째 스타트업 기업 투자를 이어오고 있어요. 엘켐텍도 바로 그런 회사입니다. 2003년부터 PEM 수전해를 개발해왔고, 촉매와 전극, MEA(막전극접합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죠. 엘켐텍의 스택 기술에 선보의 EPC(설계·조달·시공) 역량을 결합해서 그린수소 사업을 추진해왔다고 보시면 됩니다.”

선보엔젤파트너스는 지난 2021년 6월에 엘켐텍과 투자계약을 맺었다. 투자사이자 그린수소 사업의 공동파트너라는 점에서 한 배를 탄 사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한수원 중앙연구원 그린수소 실증연구센터에 납품한 50kW PEM 수전해가 첫 번째 사업이라 할 수 있죠. 그런데 양사가 투자계약을 맺기 이전에 엘켐텍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실증사업에서 문제가 불거졌어요. 전남 나주에 국책과제로 들어간 1MW PEM 수전해가 가장 컸다고 할 수 있죠. 아쉬운 결과를 내긴 했지만, 그 과정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한국전력의 ‘P2G 기반 마이크로그리드(MG) 실증사업’으로 울산테크노파크에 설치된 500kW 수전해 설비에도 문제가 있었다. 선보유니텍은 마냥 뒷짐을 지고 있을 수 없었다.

“울산 건은 한전의 담당자들과 논의해서 해결 방안을 찾았습니다. 구 버전 스택을 신형으로 교체하고 BOP 수정을 완료하는 등 보완을 거쳐 수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죠. 선보와 계약을 맺기 이전에 추진된 사업이라고 손을 놓으면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엘켐텍이 어려운 환경에서 일궈온 국내 PEM 기술의 기반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소명감도 한몫 했습니다.”

‘PEM 수전해’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와 더불어 선보가 수소 밸류체인 완성을 위해 추진해온 4개의 그린에너지 신사업 중 핵심 사업에 든다. 엘켐텍을 동반성장의 파트너로 선택한 만큼 함께 책임을 지기로 한 것이다.

“엘켐텍은 그동안 PEM 수전해 스택 기술 개발에 집중해왔어요. 시장이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기술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정부과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연구소에 가까운 기술회사의 성격이 강합니다. 메가와트(MW)급 제품의 양산을 위해서는 스택의 대면적화가 필수인데, 제품을 크게 키우다 보니 몇 가지 문제가 불거지게 된 것이죠. 엘켐텍의 스택을 열어본 건 선보가 처음일 겁니다. 양사의 기술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어요. 크게 두 가지 면을 개선하면서 성능 개선을 이뤄냈죠.”

▲ 선보 다대2공장에서 지난 3월 300kW급 제품의 시운전 시연회가 열렸다.

먼저 스택의 구조를 바꿨다. 크기가 큰 MEA를 높이 쌓으면 휨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단을 구분해서 스택을 적층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두 번째는 스택 내부의 소재와 부품을 변경해 성능과 내구를 개선했다. 바이폴라 플레이트(금속분리판)의 구조를 개선했고, 분리막도 수축이나 팽창에 강한 제품으로 교체했다. 

“개선된 신형 스택은 전류밀도가 2암페어(A/cm2)로 구형보다 두 배가 높습니다. 이 말은 스택 셀을 절반만 쌓아도 같은 성능을 낸다는 뜻이죠. 시스템 안전성과 운영 효율을 고려해서 BOP도 수정해서 반영했어요. 제주로 보낸 300kW 제품에는 최근에 개발한 신형 스택이 들어가 있죠.”

▲ 엘켐텍의 300kW급 신형 PEM 수전해 스택.

국내 기술기업은 보안에 민감하다. 자본력을 앞세운 큰 기업이 핵심 기술을 빼가는 순간 회사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업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투자의 타이밍을 놓칠 수 있고, 시장이 열리기 시작하는 초기 수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가 어렵다.

“중소기업이 사업화에 빠르게 대응하려면 동반성장이 필수입니다. 선보엔젤보다 큰 투자금을 써낸 대기업이 있었지만 거절했다고 들었어요. 애초에 동반성장을 목표로 손을 잡았고, 지금도 양사가 서로 합을 맞춰가는 과정에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엘켐텍은 사업 파트너, PEM 기술 확보해야”
선보유니텍 구평공장을 찾기 전 선보공업 다대2공장에 들렀다. 대우조선해양에 들어가는 ‘고압 LNG 연료공급 펌프 시스템’을 스키드에 조립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곳 공장은 액체질소를 활용해 고압테스트가 가능한 극저온성능시험센터를 갖추고 있다.

현재 PEM 수전해 패키지 제작은 A동에서 이뤄지고 있다. 연료가스공급시스템(Fuel Gas Supply System, FGSS)과 LNG 기화기를 생산하는 건물 한쪽에서 40피트 컨테이너 작업이 한창이었다. 

전남 영광의 고등기술연구원(발주처)에 납품할 100kW 수전해 설비의 튜빙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수전해 후에 나오는 수소와 물, 산소와 물을 분리하는 기액분리탱크에 가는 배관을 연결하게 된다.

▲ 선보의 다대2공장에서 전남 영광에 들어갈 100kW 패키지의 배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질소 고압테스트가 가능한 선보에 임시 작업장을 둔 셈이죠. 현재 전남 영암의 대불공단에 선보유니텍 신규 공장을 짓고 있어요. 5월에 완공이 되면 수전해 관련 양산설비를 대불공장에 갖추게 됩니다. 전남테크노파크에서 발주한 1MW 실증사업의 수주에 성공할 경우 영암에서 생산을 진행하게 되겠죠.”

선보유니텍과 엘켐텍은 지난해 한수원 50kW 급을 시작으로 100kW, 300kW, 1MW, 2MW로 사업의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2MW는 한국남부발전이 주관하는 제주 동복·북촌풍력단지의 ‘12.5MW급 그린수소 실증사업’을 말한다. PEM 외에도 알칼라인, AEM(음이온교환막), SOEC(고체산화물) 등 네 가지 방식의 수전해 설비를 현장에 설치해 운전하게 된다.

“2024년 중순에 현장에 설치가 되는데, 시간당 400Nm2(약 36kg)의 수소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제주 2MW를 포함해서 국내 실증을 통한 포트폴리오는 그림이 다 나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와트급 수전해 현장의 경우 1MW 단일 스택을 기반으로 용량을 늘려가게 돼요. 단일 스택의 규모를 키워가는 문제는 시장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엘켐텍과 논의해서 결정하게 되겠죠.”

▲ 선보유니텍 김청욱 대표이사는 “엘켐텍의 스택 기술에 선보의 EPC 역량을 더해 그린수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엘켐텍은 국책과제를 통해 단일 스택으로 국내 최대인 3,000cm2 대형 스택 개발을 마쳤다. 원형 셀의 크기만 해도 지름 60cm가 넘는다. 분리막을 제외한 전극 소재를 직접 다루면서 이 정도 크기의 MEA를 생산해서 적층하는 기술을 갖춘 국내 업체는 엘켐텍이 유일하다.

김청욱 대표는 “알칼라인이나 PEM 수전해는 실증 단계를 거쳐 빠르게 양산 단계에 들어섰다”며 “실전에서 바로 뛰어야 하는 기업의 특성상 스택 대면적화 기술을 갖춘 엘켐텍과 손을 잡은 건 당연한 행보였다”고 말했다. 

“발전용 SOFC(고체산화물 연료전지) 시장을 보면 답이 나옵니다. SK가 미국의 블룸에너지와 합작사를 세워서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블룸에너지의 SOFC 원천기술에는 손을 못 대고 있잖아요. 국부가 그냥 해외로 넘어가는 겁니다. 규모가 작은 기술회사가 한 번에 잘하기는 어려워요. 사업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시행착오를 해소해가는 단계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국내 알칼라인 수전해 하면 수소에너젠, PEM 수전해 하면 엘켐텍이었다. 이 양대 산맥의 한 축이 흔들리면서 시장의 불신이 자라난 것이 사실이다. 

한화솔루션이 평창에서 진행하는 2.5MW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 사업만 해도 프랑스 엘로젠(Elogen)의 PEM 수전해시스템이 들어올 예정이다. 엘로젠은 LNG선박의 화물창 기술 라이선스 시장 세계 1위 사업자인 프랑스 GTT그룹의 자회사다. 엘로젠은 발맥스기술과 협력해 PEM 수전해 설비를 국내에 설치해 운영할 예정이다. 

▲ 프랑스 엘로젠의 PEM 수전해 스택.

또 현대건설이 전북 부안에서 추진하고 있는 2.5MW급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도 눈여겨봐야 한다. 현재 PEM 수전해 입찰이 진행 중으로 선보유니텍에서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에 나서고 있다. 

세계적으로 풍력,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크게 높아지면서 여기서 나오는 전력을 활용한 수전해 사업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수전해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유럽, 중국, 인도의 수전해 시장이 폭발하면서 수전해 시스템 수주 물량을 싹쓸이해갔다. 수십, 수백MW 단위로 발주가 나간 상태라 1, 2MW 규모의 국내 실증사업은 명함도 못 내민다. 그래서 해외 수전해 업체의 스택을 구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출고 대기 시간이 1, 2년 뒤로 밀린 인기 차종을 떠올리면 된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재생에너지 강국이 아니다. 북해에 해상풍력발전기를 설치하고 있는 벨기에, 영국,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의 수요를 이길 수 없다. 

중국만 해도 내몽골의 풍력·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대규모 수전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중국의 국영 석유회사인 시노펙은 내몽골에서 생산한 수소를 동부의 에너지 소비처로 이송하기 위해 400km가 넘는 수소배관을 건설할 계획이다.

중국은 지난해 글로벌 수전해 설비 생산량 ‘탑 3’에 업체 세 곳을 올렸다. 알칼라인 전해조를 생산하는 론지 하이드로젠(LONGi Hydrogen)이 1등, 알칼라인과 PEM 수전해 기술을 모두 보유한 중국의 페릭(Peric), 선그로우(Sungrow)가 2,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회사는 사실상 공기업에 가깝다. 정부의 지원 아래 재생에너지, 정제 사업 등 기존 사업을 영위하면서 수전해 사업화를 준비해왔고, 전기차 대중화에 성공한 것처럼 탄탄한 내수시장을 앞세워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앞도적인 우위를 확보했다. 그에 반해 한국은 엘켐텍 정도가 정부과제를 통해 PEM 기술의 명맥을 이어온 셈이다. 

‘엘켐텍의 위기’는 ‘한국 PEM 수전해의 위기’라는 말과 같다. 선보유니텍의 김청욱 대표는 “사업 파트너로서 이 점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도 했다. 

태양광 기술을 보유한 한화솔루션도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지만 PEM 기술은 아니다. 한화솔루션은 차세대 수전해로 불리는 AEM(음이온교환막)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AEM은 분리막의 내구성 이슈로 대면적화에 어려움이 큰 것으로 알려진다. 이 분야 최고 기술을 보유한 독일의 인앱터만 해도 2.4kW 스택 420개를 멀티코어로 연결해 1MW급 제품을 개발 중이다. 
 
‘정면 돌파’로 시장 신뢰 회복 중
제주에 납품하기로 한 300kW급 수전해 설비를 놓고 업계 관계자를 초대해 시연회를 연 까닭이 이해가 간다.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많은 제주에선 태양광·풍력 생산 전력이 수요를 넘어서서 과부하나 정전이 우려될 때 출력제한 조치에 들어간다.  

지난 12년간 출력제한으로 제주의 민간 발전사업자가 입은 손실만 1조2,6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상황에 수전해는 큰 도움이 된다. 잉여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해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PEM은 알칼라인에 비해 부하대응이 빠르고 한쪽으로 기체만 나오기 때문에 가압이 가능하다. 엘켐텍은 국책과제를 통해 스택의 350bar 가압 기술도 확보한 상태다. 

수전해 스택에서 나오는 수소를 가압하면 수소정제 유닛으로 이동하는 수소 내 수분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수소 발생 압력을 350bar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10bar 발생 압력과 비교해서 수소 중 수분 함량을 1만ppm에서 100ppm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후단 공정의 제습과 압축에 드는 에너지를 20% 이상 아껴 시스템 효율은 그만큼 높아진다.

“선보 다대2공장에서 보셨겠지만, LNG 연료를 선박 엔진에 공급할 때 300bar 가압이 기본입니다. 선박이나 플랜트 쪽에서 고압을 기본으로 다루고 있지만, 수전해 장비를 돌릴 땐 10bar 밑으로 운전 세팅을 잡고 있어요. 이는 국내 수소법 때문에 그렇습니다. 수소법에 수전해 스택은 압력용기로 분류가 돼요. 이 경우 5배의 압력을 가해 파괴테스트를 통과한 제품을 쓰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죠.”

▲ 선보의 시스템 패키지 제어실에서 질소 고압테스트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30bar 이상의 압력으로 작동하는 외국계 PEM 스택의 경우 150bar 이상 파괴테스트를 통과한 검증 서류를 제출해야 하지만, 규제특례를 적용받아 이 부분은 면제가 된다. 

“30bar 정도는 가볍게 돌릴 수 있지만 현장에선 6~8bar 정도로 운전이 됩니다. 규제특례가 오히려 국산 제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역차별을 낳고 있는 셈이죠. 외국만 해도 1.5배 정도의 압력으로 파괴테스트를 진행한다고 들었어요. 이런 세부 항목이 하루 빨리 바로잡혔으면 합니다.”

선보유니텍 구평공장은 바닷가 부두에 접해 있다. 선보공업에서 생산한 LNG선박용 유닛을 주변장치와 결합해 블록화한 뒤 조선소로 실어 나르는 해상운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유럽으로 난 천연가스 배관이 잠기면서 LNG선 발주가 늘었지만, 성장의 한계는 분명하다.  

▲ PEM 수전해는 선보의 수소 밸류체인 중 그린수소 부문의 핵심 사업이다.

선보유니텍은 조선업이 구조조정 위기를 겪을 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시작했다. 지난 2016년 2월에 선보유니텍에 있던 신사업기획팀이 선보엔젤을 세우고 중장기 전략을 마련했고, 첫 번째로 선정한 분야가 바로 그린수소였다. 선보엔젤이 엘켐텍에 투자한 배경이다. 

선보유니텍은 부산의 조선기자재 기업에서 그린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전략을 따르고 있다. 엘켐텍이 수전해 스택 생산을 전담하기로 하고, 선보유니텍의 시스템 기술과 영업력을 더해 P2G(Power to Gas) 그린수소 사업을 벌이고 있다. 

어떤 일이든 첫 도전이 어렵다. 지난해 한수원에 납품한 50kW 수전해 제품에 큰 규모의 플랜트 기술을 그대로 적용했다 설계를 수정하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또 수소정제 시 99.999%의 수소순도를 잡기 위해 지속적인 개선 활동을 펼쳐 현장 수정 작업으로 수소 품질을 확보했다. 

▲ 한수원 중앙연구원 그린수소 실증연구센터에 들어가 있는 50kW PEM 수전해 설비(왼쪽).

“현장 설치 후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가서 AS 대응을 했습니다. 선보가 조선해양 설계를 기본으로 하다 보니 초기 제품은 설계가 무겁게 됐어요. 다음 버전은 이런 점을 보완해서 반영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청정연료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면서 수전해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여건이 좋고 청정수소에 대한 보조금 혜택을 받게 되는 해외 국가의 수요가 뜨겁다. 김청욱 대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등지에 직원을 파견해 영업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엘켐텍과 선보유니텍의 파트너십은 동반성장의 선례가 될 수 있다. 엘켐텍의 스택 기술에 선보유니텍의 EPC, 양산 역량을 더해 서로 부족한 점을 메울 수 있다. 그러자면 양사의 신뢰와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에 제주에 납품한 300kW 설비는 7월 말까지 시운전을 완료하게 된다. 현장에서 수소가 제대로 나와야 일정대로 수소버스나 수소청소차가 제주에 투입될 수 있다. 또 해외 PEM 기술에 대응하는 국내 기술을 확보해야 고용을 늘리면서 제품 단가도 낮출 수 있다. 

“죽 쒀서 개 준다”는 말이 있다. 남 좋은 일만 해서는 곤란하다는 뜻이다. 그간의 문제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발 빠른 대응에 나선 것은 칭찬할 일이다. ‘정면 돌파’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일 수 있다. 

이젠 앞으로가 중요하다. 제주는 국내외 수전해 기술의 격전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쟁에서 살아남아 유의미한 성과를 내야 한다. 업체가 공언한 효율과 보증을 담보하면서 더 나은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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