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가 출시 5년 만에 글로벌 누적 판매량 3만 대를 돌파했다.

[월간수소경제 박상우 기자] 2023년 1월까지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수소차는 총 2만9,689대다. 이 중 승용이 2만9,396대, 승합(버스)이 288대, 화물이 5대다. 현대자동차가 2013년 세계 첫 수소전기차 양산 모델인 ‘투싼iX FC’를 출시하며 수소차 대중화에 나선 지 10년 만에 3만 대에 육박한 것이다.

현대차는 1998년 연료전지 개발 조직을 신설하며 수소전기차 개발에 착수, 2년 만인 2000년에 싼타페 기반 수소전기차를 개발했다. 5년 후인 2005년에는 연료전지시스템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0년 양산 모델 개발에 착수, 2013년 세계 첫 수소전기차 양산 모델인 투싼iX FC를 출시했다. 그러나 높은 가격과 인프라 부족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투싼iX FC의 초기 판매가격은 1억5,000만 원이었다. 그런데 2014년 도요타가 미라이를 7,000만 원대 가격으로 판매하자 현대차는 투싼iX FC의 가격을 8,500만 원으로 인하했다. 

정부가 구매 보조금을 지급했음에도 높은 가격에 판매가 부진했고 수소충전소 구축도 더뎠다. 2017년 말까지 설치된 수소충전소는 12개에 불과했다. 충전소가 부족하니 소비자들은 수소차를 외면했다. 그 결과 투싼iX FC는 단종될 때까지 총 207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현대차는 투싼iX FC를 판매하는 동안 가솔린 차량과 동등한 수준의 동력성능, 1회 충전 시 600km 이상의 주행거리 확보, 시스템 운용효율이 이전보다 10% 향상된 연료전지시스템 적용 등을 목표로 차세대 수소전기차 개발에 착수, 2017년 8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세운 ‘수소전기하우스’에서 차세대 수소전기차 양산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 투싼iX FC.

물의 정령, 넥쏘 등장 
그로부터 5개월 후인 2018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기술 전시회인 ‘CES 2018’에서 현대차는 차세대 수소전기차인 ‘넥쏘(NEXO)’를 선보였다.

넥쏘는 현대차가 2013년 세계 첫 수소전기차 양산 모델인 ‘투싼iX FC’를 내놓은 지 5년 만에 선보인 차세대 수소전기차다.

‘NEXO’는 덴마크의 섬 이름이자 ‘첨단 기술(High Tech)’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고대 게르만어로는 ‘물의 정령(Water Sprit)’을 라틴어와 스페인어로는 ‘결합’을 뜻하는 단어로, 산소-수소의 ‘결합(NEXO)’으로 오직 에너지와 ‘물(NEXO)’만 발생되는 궁극의 친환경차의 특성을 정확히 표현한다는 점에서 차세대 수소전기차의 이름으로 명명됐다.

현대차는 2017년 CES에서 공개한 3대 미래 모빌리티 비전인 △Connected Mobility(연결된 이동성) △Freedom in Mobility(이동의 자유로움) △Clean Mobility(친환경 이동성)의 실체를 제시하고, 미래 자동차 기술을 현재화(The Touchable Future, at the moment)한다는 개발 철학을 바탕으로 개발됐다고 밝힌 바 있다.

두 달 후인 2018년 3월 넥쏘의 국내 판매가 시작됐다. 넥쏘는 판매 첫해인 2018년 부족한 충전인프라에도 정부 목표치인 130대를 훌쩍 넘는 727대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이후 2019년 4,194대를 기록하며 꾸준히 판매량을 늘리더니 2020년 10월 30일 출시한 지 2년 7개월 만에 국내 누적 판매량 1만 대를 달성했다. 단일 모델로 단일 국가에서 누적 판매량 1만 대를 달성한 것은 세계 최초다.

현대차는 이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 2021년 1월 안전과 편의성을 강화하면서 판매가격을 낮춰 가성비를 높인 2021년형 넥쏘를 출시했다.

먼저 기존 모델보다 3.25인치 넓어진 10.25인치 디지털 클러스터(계기판)는 운전자 시인성을 높이고 노멀, 에코, 에코+ 주행모드별로 다양한 색상의 그래픽이 적용돼 운전자에게 더욱 즐거운 주행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내비게이션 무선 업데이트 기능이 기본 적용돼 최신 내비게이션 정보를 자동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다.

▲ 넥쏘에 탑재된 연료전지.

물 배출 기능은 운전자가 물 배출 버튼을 누르면 머플러를 통해 물이 밖으로 빠지도록 조정하는 장치로, 차량 머플러로 배출되는 생성수로 인한 바닥오염을 방지해준다. 레인센서는 와이퍼 오토모드에서 강우량에 따라 최적의 작동 횟수를 자동 조절한다.

다양한 편의사양 외에도 탑승자의 안전성을 고려해 창문을 닫을 때 장애물이 끼면 창문이 자동으로 내려가는 세이프티 파워윈도우 기능을 기존 운전석에서 1열 동승석까지 확대 적용했다.

또한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음성 인식 차량 제어 범위를 확대해 운전자가 음성으로 풍량이나 풍향을 조절할 수 있고 시트 및 스티어링휠, 사이드미러의 열선 제어가 가능하게 했다.

이에 힘입어 넥쏘는 2021년 4월 1,265대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월간 판매량 1,000대를 돌파했다. 그 결과 넥쏘의 2021년 판매량은 8,473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46.5% 증가한 것이다.

2022년에 들어서면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원자재 가격 상승, 우크라이나 사태 등 여러 악재로 자동차 시장이 위축됐으나 넥쏘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2022년 국내 전체 신차 판매량은 168만5,028대로 전년대비 2.9% 감소했다. 그러나 넥쏘는 2021년보다 20.1% 늘어난 1만176대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국내 연간 판매량 1만 대를 돌파했다.

이러한 선전에 넥쏘는 출시 5년 만에 국내 누적 판매량 3만 대를 이뤄냈다.

넥쏘 덕분에 세계 1위 오른 현대차
현대차는 넥쏘를 앞세워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2018년 한국, 유럽, 미국에 순차적으로 넥쏘를 출시했다. 넥쏘는 호평을 받으며 꾸준히 판매량을 늘리더니 2020년 7월 글로벌 누적 판매량 1만 대를 돌파했다.

이같이 넥쏘가 글로벌 수소차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던 중 경쟁모델인 도요타의 미라이가 2020년 11월 단점을 보완한 2세대 모델로 등장했다. 1세대 미라이는 스택과 수소탱크 때문에 트렁크와 뒷좌석이 협소하고 실제 연비가 공인연비에 크게 못 미쳤다. 여기에 디자인이 너무 앞서갔다는 혹평도 있었다.

도요타는 이를 보완하고자 이름 빼고 모든 것을 바꿨다. 먼저 뼈대가 되는 플랫폼은 렉서스의 대형세단인 LS 등에 사용되는 고급 승용차 전용 플랫폼인 GA-L 플랫폼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수소탱크와 전기모터 배치를 최적화해 트렁크와 뒷좌석의 공간을 크게 개선했다.

여기에 수소탱크 1기를 센터터널에 종방향으로, 나머지 2기를 뒷좌석 하단과 트렁크 하단에 각각 횡방향으로 배치해 수소탱크의 저장량을 기존 4.6kg에서 5.6kg로 확대했다. 스택은 소형화와 고출력화를 이뤄내고 촉매 재생 제어 개념을 도입해 발전 효율이 향상됐다. 그 결과 연비는 기존보다 최대 10%, 주행거리는 최대 30% 향상됐다.

▲ 한 직원이 생산이 완료된 넥쏘를 최종점검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는 가성비를 높인 2021년형 넥쏘를 출시하며 반격했으나 2세대 미라이의 추격은 거셌다. 현대차의 2021년 상반기 글로벌 수소차 판매량은 4,700대로 전년 대비 62.7% 늘었다. 그러나 시장점유율은 2020년 상반기 70.7%에서 2021년 상반기 51.7%로 급격히 감소했다. 

도요타의 2021년 상반기 글로벌 수소차 판매량은 3,700대로 전년 대비 6배가량 증가했다. 시장점유율은 10.9%에서 40.9%로 급증했다. 

이같이 미라이가 턱밑까지 추격했으나 넥쏘는 기세를 유지하며 격차를 벌렸다. 그 결과 현대차는 2021년 9,300대를 판매하며 5,900대에 그친 도요타를 제치고 3년 연속 연간 세계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2022년에 들어서면서 기업들의 전기차 중심 전략,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원자재 가격 상승,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수소차 시장이 위축됐다. 

그런데 현대차와 도요타의 성적표는 달랐다. 현대차의 2022년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은 5,469대로 전년 대비 16.7% 늘었다. 반면 도요타는 38.3% 줄어든 2,287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시장점유율 격차는 10.8%p에서 22.6%p로 두 배가량 벌어졌다. 

현대차는 여러 악재에도 선방하며 넥쏘 판매량을 꾸준히 늘린 반면 도요타는 일본 내 공급망 이슈와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미라이 생산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이러한 현상은 연말까지 이어졌다.

현대차는 2022년 한 해 동안 글로벌에서 전년 대비 21.2% 늘어난 1만1,179대를 판매하며 4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 반면 도요타는 2021년보다 37.8% 줄어든 3,691대에 그쳤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도요타의 시장점유율은 2021년 52.8% 대 34.0%에서 2022년 54.0% 대 17.8%로 나타났다.

안갯속에 들어간 현대차 수소모빌리티 전략

그러나 넥쏘의 성적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먼저 넥쏘의 국내 판매량이 정부가 매년 발표한 수소차 보급계획에 한참 못 미친다. 

지난 2020년 정부는 수소승용차 목표보급대수를 1만100대로 설정했다. 그러나 실제 판매량은 목표치의 절반가량인 5,783대였다. 2021년에는 정부 목표치인 1만5,000대의 절반 수준인 8,473대가 판매됐다. 

이러한 결과에도 정부는 2022년 수소승용차 목표보급대수를 2021년보다 약 1만3,000대 많은 2만7,650대로 설정했다. 그러나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원자재 가격 상승,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악재로 인해 4월까지 2,708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이에 정부는 2만 대를 넘기는 것이 어렵다고 보고 목표대수를 1만7,650대로 조정하고 구매보조금 관련 예산을 2,250억 원 삭감했다. 정부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현대차는 2022년 한 해 동안 넥쏘를 감축된 목표보다 약 7,500대 적은 1만176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22년까지 수소차 누적 보급대수를 5만4,130대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끝내 이루지 못하고 겨우 3만 대에 도달했다.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생산 지연과 부담스러운 판매가격, 수소충전소 부족 등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외면이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명분을 앞세워 핑크빛 전망으로 목표치를 과도하게 잡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넥쏘의 글로벌 판매량 중 90% 이상이 내수 판매라는 점도 있다. 

현대차는 현재 넥쏘를 유럽, 미국, 일본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중국, 호주 등에서는 판매준비를 하고 있다. 진출 국가가 늘어나고 있으나 부족한 충전인프라와 넉넉하지 않은 생산여력 등으로 인해 해외판매량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2021년 넥쏘 내수 판매량은 8,473대로, 이는 같은 기간 현대차의 글로벌 수소차 판매량 9,300대의 91%에 달한다. 넥쏘의 미국 판매량은 430대, 유럽 판매량은 214대로 집계됐다. 

2022년에는 넥쏘가 한국에서 1만176대 판매됐다. 이는 같은 기간 현대차의 글로벌 수소차 판매량 1만1,179대의 91%에 해당된다. 미국에서는 408대, 유럽에서는 508대가 판매됐다. 미국과 유럽을 합쳐도 916대에 불과하다.

특히 현대차는 2022년 2월 일본 승용차 시장에 넥쏘와 순수전기차 아이오닉5를 투입했다. 지난 2010년 판매 부진으로 철수한 지 12년 만에 판매를 재개했다. 그러나 충전인프라 부족 등으로 아이오닉5만 518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넥쏘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전세계에서 3만2,318대가 판매됐는데 한국에서만 90.8%에 해당하는 2만9,353대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1,321대, 유럽에서는 1,644대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는 곧 중국과 호주에 넥쏘를 공식 출시할 계획이나 충전인프라 부족 등 현지 사정으로 인해 정확한 출시 시점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이같이 해외 판매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넥쏘 후속모델 출시 시점이 안갯속에 빠졌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9월에 열린 ‘하이드로젠 웨이브’에서 ‘수소비전 2040’을 제시하면서 현행 모델인 2세대 연료전지시스템보다 크기와 가격은 낮추고 출력과 내구성을 높인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개발에 난항을 겪으면서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 양산 시점이 2027년으로 미뤄졌다. 이에 따라 넥쏘 부분변경 모델의 출시 시점을 2023년에서 2024년으로 연기했다. 또 2025년에 내놓기로 했던 현대차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수소차는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 개발 수준을 살핀 뒤 개발 지속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2025년 하반기로 예상됐던 스타리아 FCEV의 출시 시점도 미뤄졌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2021년 말 조직 개편을 통해 기술개발과 사업 부문으로 이원화했던 수소연료전지사업부를 2022년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수소연료전지개발센터로 다시 일원화했다. 

이 과정에서 수소연료전지개발센터장을 지냈던 김세훈 부사장과 수소연료전지사업부장이었던 임태원 부사장이 물러났다. 그리고 박정국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과 김창환 수소연료전지개발센터장이 이끌도록 했다.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 개발 지연과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요타는 넥쏘보다 우수한 상품성을 지닌 2세대 미라이로 넥쏘를 거세게 추격하면서 수소엔진차인 코롤라 크로스 H2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코롤라 크로스 H2의 상용화 과정은 40%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다.

클래리티를 단종시켰던 혼다자동차는 오는 2024년 중형 SUV CR-V에 연료전지 레인지 익스텐더 구동방식을 적용한 새로운 수소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또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와 협력해 2025년까지 클래리티에 탑재된 연료전지시스템보다 성능과 가격경쟁력을 높인 차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같이 넥쏘는 우여곡절 끝에 국내 누적 판매량 3만 대를 돌파했으나 성적표 곳곳에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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