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영택 창원산업진흥원 수소산업본부장.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창원시가 적극적으로 수소산업을 육성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수소경제 선도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수소산업의 대표 분야인 수소충전소의 핵심 장비인 압축기 업체(효성중공업, 광신기계공업, 지티씨, 범한산업)를 비롯한 국내 대다수 수소 관련 기업이 창원에 있다. 또 이를 뒷받침하는 기계설비 제작 및 부품가공 등 수소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가 가능한 7,000개 이상의 기업이 포진해 있다. 

창원시는 다른 지자체보다 일찌감치 수소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선정하고, 이러한 창원의 장점을 살려 ‘국내 최초’의 다양한 수소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오며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기업지원 서비스를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2015년 8월에 개원한 창원시 출연기관인 창원산업진흥원의 수소산업본부가 수소산업 육성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수소산업본부는 수소자동차의 연료 보급을 위한 수소생산기지 및 수소충전소, CO2 포집 설비 등 수소 관련 인프라의 구축・운영을 전담하는 ‘수소인프라관리팀’과 창원 수소산업 육성정책 수립, 정부 사업 유치 및 기업지원사업을 전담하는 ‘수소기획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강영택 창원산업진흥원 수소산업본부장은 <월간수소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창원을 세계적인 수소산업의 메카로 성장시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창원 수소사업 첫 기획
“수소를 비롯한 에너지산업은 그 중심에 기계산업이 있습니다. 수소의 전주기인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모든 분야에는 기계가 꼭 필요하고, 그 기계는 창원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해왔던 전문분야입니다. 따라서 수소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기계 기반의 창원 기업이 미래산업으로 전환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입니다.”

강영택 창원산업진흥원 수소산업본부장은 창원시가 수소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배경을 이같이 말했다.  
창원 산업의 뿌리인 창원국가산업단지는 지난 50여 년간 대한민국 기계산업의 메카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리먼 사태를 비롯한 잦은 경제 위기로 인해 한국의 기계산업은 개발도상국과 글로벌 선도국 사이의 넛크래커 현상으로 경쟁 열위에 내몰리게 되었다. 

기계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기업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산업에 목말라 있었다. 창원시도 해당 기업들이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미래산업으로 전환하는 쉬프트 정책이 필요했다. 더군다나 파리기후변화협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행된 탈탄소 정책의 일환인 친환경 에너지 정책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 강영택 창원산업진흥원 수소산업본부장이 <월간수소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 본부장은 “창원시는 미래 20년을 책임질 IT・NT・BT・ET・CT 부문 산업육성정책 보고서인 ‘INBEC20’을 매년 발간하며 여러 분야의 전문가 풀로 구성된 협의체를 통해 창원시의 미래산업을 발굴했고, ET(Energy Technology) 분야에서 처음으로 수소산업 육성정책을 마련했다”라며 “수소산업을 창원의 장점(기계산업의 메카)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친환경 에너지에 부합하는 산업 중 하나로 보고 다른 지자체들이 관심을 가지기 이전인 2015년부터 중점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 개원한 창원산업진흥원에 창립 멤버로 입사한 강 본부장이 창원의 수소사업 기획을 처음 맡게 됐다.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수소사업의 대부분을 창원에서 나오게 한 장본인이다.   
 
국내 최초 수소 프로젝트 즐비한 ‘창원’
이미 현대차가 지난 2013년 수소전기차 ‘투싼’을 출시한 터라 수소차・수소충전소 보급사업을 먼저 추진했다. 

강 본부장은 “전기차 등 미래차에는 기존 내연기관의 엔진 등의 핵심 부품이 없어질 텐데, 기계산업에 강점이 있는 창원의 기업들은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된다. 수소충전소・수소차 보급사업을 통해 이 시장이 앞으로 기업들의 먹거리 될 것이라고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 창원산업진흥원이 국내 최초로 준공한 상업용 충전소인 ‘팔용 수소충전소’.

강 본부장은 환경부의 2016년 수소충전소 구축예산을 지원받아 국내 첫 상업용 충전소인 팔용 수소충전소를 2017년 3월에 준공했다.

이어서 수소충전소 구축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2, 3호기 수소충전소를 통합 발주해 팔용 충전소의 설비보다 성능이 개선되고 가격이 낮은 설비로 성주동과 덕동에 수소버스 대응이 가능한 수소충전소를 짓게 됐다. 이 과정에서 수소충전소 구축 관련 규제 완화를 이끌었다.    

성주 수소충전소는 CNG충전소 옆에, 덕동 수소충전소는 버스차고지 내 CNG충전소 옆에 구축하게 됐는데, 당시 CNG・LPG 충전소와는 이격거리 문제가 있었다. 이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던 광주, 울산과 함께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융복합 수소충전소 특례로 이격거리 문제를 해결했다.  

덕동 버스차고지는 그린벨트 안에 있어 수소충전소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수소충전소 설비가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다. 강 본부장은 환경부, 산업부 등 관련 부처를 찾아가 규제 완화를 건의해 덕동 차고지 내 CNG충전소 옆에 수소충전소를 지을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8개의 법령을 개정하게 됐다. 

▲ 창원 수소에너지 순환시스템 실증단지에 구축된 ‘성주 수소충전소’.

이후 창원산업진흥원은 여러 곳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게 됐다. 그중 하나로 정부로부터 버스용 수소충전소 구축비용(개소당 42억 원)을 지원받아 대원동 덕정공원에 세계 최초로 700기압 노선용 수소버스에 대응할 수 있는 대원수소충전소를 구축했다. 

특히 트램, 드론, 이륜차, 건설기계 등 다양한 수소모빌리티의 개발・실증을 지원하기 위해 대원 수소충전소에 별도로 이들 모빌리티의 수소충전장까지 설치해 통합형 수소충전소(2022년 10월 준공)로 운영하고 있다.

  
강 본부장은 “기존 법령과 규제로는 수소 승용차・버스 이외의 모빌리티에 대한 수소 충전이 불가능해 산업부에 규제샌드박스를 신청, 실증 특례를 승인받아 국내 최초로 통합형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창원에 수소버스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수소 조달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현지에서 수소를 생산키로 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국내 최초로 성주동에 분산형 수소생산기지(하루 1톤)를 준공,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천연가스를 원료로 한 수소생산기지에서 수소생산 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문제점도 해결했다. 환경부의 예산을 지원받아 시범사업으로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를 구축한 것이다.  

“수소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쓰임새가 많은데, 그냥 대기 중으로 버리면 아깝지 않습니까. 국내 이산화탄소 수요는 1년에 170~180만 톤 정도입니다. 조선소 용접, 드라이아이스, 음료 등에서 이산화탄소 수요가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다고 하더군요. 이산화탄소 공급단가가 약 3년 전에 kg당 90원이었는데, 현재 400원 정도로 많이 올랐어요. 친환경적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죠. 천연가스에서 수증기 개질을 통해 수소를 생산하면 독성물질이 섞이지 않은 고순도 이산화탄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콜라, 사이다 등의 음료에 넣을 수 있는 이산화탄소를 만들 수 있는 겁니다. 이처럼 창원 수소생산기지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순도와 품질이 좋으니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배출하지 않고 포집해서 활용하는 방향으로 추진키로 하고 정부에 시범사업을 제안했어요. 환경부(15억 원)와 창원시(15억 원)의 지원을 받아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를 구축했죠. 수소생산기지와 연계된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로는 국내 1호이고, 국산화까지도 성공했습니다.”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는 하루에 8톤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규모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정제 과정을 거쳐 액화 탄산가스로 만들어져 트레일러를 통해 수요처에 공급된다. 창원산업진흥원은 시범 가동을 마친 후 안정화를 거쳐 조달청을 통해 공식 판매할 예정이다.  판매 수익금은 운영 여건이 어려운 수소충전소에 지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국내 최초 액화수소플랜트 준공 ‘눈앞’
아울러 창원산업진흥원은 수소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체수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두산에너빌리티와 함께 액체수소 생산을 위한 하루 5톤 규모의 액화수소플랜트를 구축 중이다. 지난 2월 7일 기준 공정률이 99%로, 국내 인허가 기관의 완성검사 일정에 따라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강 본부장은 액화수소플랜트 구축・운영을 위해 국가산업단지 구조고도화 펀드와 창원산업진흥원(경남도・창원시 보조), 두산에너빌리티가 공동 출자한 SPC인 ‘하이창원’의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 상공에서 내려다본 하루 5톤 규모의 창원 액화수소플랜트.

강 본부장은 창원 액화수소플랜트가 국내 최초의 액체수소 생산시설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어려움도 많았다. 

그는 “지난 2016년부터 액체수소 제조설비에 대한 기획을 추진했는데,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사업이다 보니 국내 액화수소 기업이 전무한 데다가 글로벌 기업도 실현 가능성을 낮게 봄에 따라 견적조차 받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라며 “이후 수소충전소・수소차 보급 등 창원의 수소산업 육성의 성과를 확인하면서 액화수소플랜트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루 5톤 규모의 액체수소를 제조·판매할 예정인데, 국내에 관련 산업이 전무하다 보니 현재는 수요처를 확보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코하이젠, SK, 효성 등 액체수소충전소 구축을 추진 중인 기업들과 계속 논의 중”이라며 “꾸준한 수요처 발굴로 대형 수소모빌리티에 필요한 액체수소의 생산・공급의 초석을 다지는 등 국내 액화수소 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창원의 핵심 ‘수소에너지 순환시스템 실증단지’
창원산업진흥원이 그간 추진해온 수소사업들은 강 본부장이 지난 2016년부터 기획한 국내 최초의 ‘수소에너지 순환시스템 실증단지’에서 시작된 것이다. 실증단지(성주동) 내에 수소 전주기(생산-저장・운송-활용)를 실증하도록 개념을 잡고, 단계적으로 수소충전소, 수소생산기지 및 출하설비,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 등의 수소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료전지 발전설비도 구축할 예정이다.   

다만 액화수소플랜트는 당초 실증단지 내 500kg 규모로 구축할 계획이었는데,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하루 5톤 규모로 변경하고 두산에너지빌리티 부지에 구축하게 됐다. 

▲ 국내 최초로 준공한 창원 분산형 수소생산기지.

또 ‘수소에너지 순환시스템 실증단지’는 국내 기업들의 국산화 개발・실증의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다. 

강 본부장은 “수소충전소의 경우 처음엔 외산 압축기로 시작했지만 국내 업체 ‘지티씨’와 손잡고 정부 R&D 사업을 진행해 외산 대비 성능이 3~4배 좋은 국산 압축기를 설치했고, 수소생산기지의 수소추출기(제이엔케이히터)와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하나플랜트)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강 본부장은 이어 “대부분의 사업들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수행하는 것들이라 관련 법과 행정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게 가장 어려웠다. 특히 기존 법과 상충하거나 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경우 회의를 통한 의견수렴을 거쳐 하나하나 해결해야 하고 물리적으로 주어진 기한도 지켜야 하는 등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라며 “많은 전문가와 정부 및 지자체 관계자의 도움과 수소산업본부 직원들의 노력으로 해당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며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루고, 이를 통해 창원의 수소산업이 발전하는 것에 큰 보람과 자긍심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창원 수소산업, 해외 진출 지원
창원의 수소산업은 해외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제5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국내 수소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임을 밝혔다.  

창원시와 창원산업진흥원도 지난 2021년부터 수소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국내외 유관기관과 협력해 여러 국가를 상대로 세일즈를 진행해왔다. 

강 본부장은 “창원의 수소 프로젝트 수출을 위해 UAE 현지와 한국을 오가며 여러 차례 미팅을 가진 결과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의 UAE 국빈방문 행사에서 UAE 교통부 장관격인 아부다비 지방자치·교통부(DMT) 의장과 MOU를 체결하고 후속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영국・호주・중국・말레이시아 등과도 국내 기업의 진출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강 본부장은 올해 주요사업으로 액화수소플랜트 준공・운영, 액체수소충전소 구축,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 준공・운영, 일부 기체수소충전소의 민간위탁 등을 제시했다.

또 수소생산기지에서 수소생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포집해 창원시가 운영하는 정수장과 창원 지역 내 이산화탄소 수요처에 공급해 수소산업이 탄소중립 정책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추가로 물재생센터의 혐기성소화조에서 생산된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수소생산으로 청정수소 산업생태계를 조성하는 데도 힘쓸 예정이다. 

강 본부장은 “창원은 수소산업 전주기 분야에 있어 국내 최대 기술력을 보유한 거점도시로, 100개 이상의 수소산업 관련 기업과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재료연구원, 한국자동차연구원 등 다수의 수소 관련 전문기관이 밀집해 있다”라며 “유관기관 및 기업과의 협업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해 창원을 세계적인 수소산업의 메카로 성장시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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