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강씨엔티 한재윤 기술연구소장(왼쪽)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이신근 책임연구원.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수소가 뜨면서 덩달아 주목을 받는 것이 ‘암모니아’다. 사우디아라비아만 해도 네옴시티에서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그린수소를 암모니아로 전환해 유통할 계획이다. 항만의 인수기지 등 기반시설을 구축하기 쉽고, 액화수소 대비 저장이나 운송 면에서 경제성이 높기 때문이다.

향후 해외에서 생산한 그린암모니아를 국내로 도입할 경우 이를 분해해서 수소를 활용하는 기술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너지연’) 고온에너지전환연구실의 이신근 책임연구원이 중심이 되어 개발한 ‘팔라듐 분리막 기반 암모니아 반응·정제’ 기술도 여기에 든다.

저온 촉매·튜브형 복합막으로 암모니아 분해
이신근 박사를 만난 건 경기도 의왕에 있는 금강씨엔티의 기업부설연구소다. 금강씨엔티는 2003년에 설립된 벤처기업으로, 산업용 스프레이 노즐을 활용한 대기오염물질 저감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 기술연구소를 세우고 미래 사업으로 수소사업을 준비해왔습니다. 쓰레기소각장, 발전소, 석유화학 플랜트 같은 탄소 다배출 사업장을 고객사로 두다 보니 관련 기술에 관심이 많았죠. 회사에 수소에너지사업부를 만든 게 2017년입니다. 에너지연과 협약을 맺고 국가과제를 수행하면서 이신근 박사와 인연을 맺게 됐죠.”

금강씨엔티 민윤식 대표의 말이다. 금강씨엔티는 이신근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팔라듐 분리막 제조기술을 이미 3년 전에 이전받았다. 올해는 이 기술을 활용한 암모니아 분해기술에 대한 이전도 완료했다. 애초에 이 기술은 천연가스(CH4) 개질을 통한 수소생산을 목표로 개발됐다. 이신근 박사는 모듈화에 어려움이 있는 ‘평판형’ 복합막 대신 ‘관형’ 복합막에 주목했고, 지난 2019년에 시간당 10N㎥급 수소 반응·정제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2015년부터 튜브(관)형 복합막 개발에 뛰어들었어요. 실제로 사업을 하려면 여러 개의 분리막을 넣어서 모듈화를 진행해야 하는데, 평판형은 여기에 약점이 있죠. 수요자가 원하지 않는 기술은 상업화로 넘어가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튜브형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기술연구소 안쪽에 이신근 박사팀이 개발한 팔라듐 분리막이 진열돼 있다. 언뜻 보면 스테인리스나 알루미늄으로 만든 쇠막대 같다. 길이는 45cm다.

▲ 튜브형 금속지지체에 세라믹 차폐층, 팔라듐을 차례로 코팅해서 만든 분리막.

“관 모양의 다공성 금속지지체 위에 ‘세라믹 차폐층’을 코팅한 다음 여기에 ‘무전해도금법’을 써서 팔라듐 분리막을 입히게 되죠. 차폐층을 두는 건 팔라듐이 고온에서 금속지지체의 성분인 철, 니켈, 크롬과 반응해서 합금이 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죠. 세라믹 차폐층, 팔라듐 무전해도금법 이 두 가지가 핵심 기술입니다.”

둘 다 코팅기술에 든다. 알루미나 세라믹을 지지체로 쓰면 차폐층을 둘 필요가 없지만, 알루미나(Al2O3) 소재는 잘 깨지기 때문에 내구성에 취약하다. 그래서 금속지지체를 쓰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천연가스나 바이오매스의 메탄을 깨서 수소를 만드는 수소추출 기술이 주목을 받았다. 정부도 현장에서 천연가스로 수소를 개질하는 온사이트형 수소생산기지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바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이르러 국내 수소사업의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현대차가 수소전기차 개발의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그동안 뜨거웠던 열기가 식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수소 정책 또한 메탄 개질을 통한 그레이수소보다는 탄소포집기술(CCUS)을 적용한 블루수소, 수전해 기술을 접목한 그린수소를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원전과 연계한 수소생산 기술에 대한 지원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 에너지연에서 개발한 팔라듐 분리막 반응기 모듈.

“팔라듐 분리막 기술을 어디에 쓰느냐의 차이죠. 분리막의 구조나 모듈의 작동 원리는 3년 전과 동일합니다. 메탄을 깨서 수소를 포집하느냐? 암모니아를 깨서 수소를 포집하느냐? 이 부분에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죠.”

분리막을 활용하면 암모니아를 분해하는 것과 동시에 수소를 뽑아낼 수 있다. 통상 암모니아를 분해할 때 PSA(압력순환흡착)나 TSA(온도변동흡착) 설비가 붙게 된다. PSA로 질소를 제거할 경우 질소 흡착제의 한계로 고순도 수소생산이 어렵다. 팔라듐 분리막 모듈의 경우 이런 설비 없이도 99.99%의 고순도 수소를 얻을 수 있다.

추가 공정 없이 99.99% 고순도 수소 생산

암모니아(NH3)는 열과 촉매를 통해 질소와 수소로 분해가 된다. 국내 촉매 연구 추세를 보면 초기에는 산화니켈을 주로 썼고, 이후 백금이나 팔라듐, 루테늄 같은 귀금속 촉매를 써서 분해효율을 시험해왔다.

이신근 박사팀이 개발한 모듈에는 저온 촉매, 분리막 기술이 함께 들어간다. 반응기 내부를 보면 팔라듐 분리막 사이에 비드 촉매가 가득하다. 온도를 높인 반응기에 암모니아를 불어넣어 수소를 생산하는 간단한 시스템이다.

“알루미나에 루테늄(Ru)이 코팅된 비드 촉매를 쓰고 있어요. 촉매 쪽도 개선의 여지가 있죠. 상업용 촉매의 경우 비드나 펠릿 형태를 주로 쓰는데, 벌집 모양의 허니컴 구조로 된 펠릿형 촉매 개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서 이신근 박사는 분리막 코팅의 핵심 기술로 두 가지를 언급했다. 먼저 관형 금속지지체에 올리는 ‘세라믹 차폐층’ 코팅기술이다. 이 박사가 블로윙 코팅 장비의 문을 열고 작동 방식을 설명한다.

▲ 에너지연의 이신근 박사가 블로윙 코팅 장비의 작동법을 설명하고 있다.

“평판형에 쓰는 스프레이 코팅기술을 응용해서 직접 개발한 장비입니다. 튜브형 코팅에 적용한 건 제가 처음이죠. 금속지지체를 안에 넣고 슬러리를 뿌린 후 고압에어로 뿜어서 얇게 코팅을 하게 돼요. 지지체 표면에 100나노미터 이하의 두께로 세라믹 막을 균일하게 입힐 수 있죠. 이게 돼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세라믹 차폐층 위에 ‘무전해도금법’으로 팔라듐을 코팅한다. 무전해도금(Electroless plating)은 금속이온을 수용액 상태에서 석출시키는 방법으로 외부 전기를 쓰지 않는다. 화학도금(Chemical plating) 또는 자가촉매도금(Autocatalyticplating)으로도 불린다.

“분리막을 얼마나 얇고 치밀하게 코팅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반응조 안에서 물질전달을 향상시켜서 팔라듐 사용량을 99.9% 이상으로 끌어올렸어요. 도금 효율이 그만큼 높아 팔라듐 사용량을 줄일 수 있죠. 또 반응시간도 1시간 정도로 짧습니다.”

분리막의 길이는 45cm다. 더 길게 만든 적도 있지만, 앞단에서 대부분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길이를 더 늘릴 필요는 없다고 한다. 반응기 내부의 온도가 475℃가 되면 암모니아 분해가 일어나면서 관 내부로 수소가 빠진다. 기존 공정보다 100℃ 이상 낮은 온도에서 반응하는 셈이다.

“암모니아 분해 온도를 475℃에서 400℃ 이하로 낮추는 게 향후 목표죠. 반응 온도가 낮으면 분리막의 내구성에도 유리하고 에너지 효율 면에서도 이점이 커요.”

이신근 박사는 연구실 시험으로는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른 기술이라고 말한다. 반응기 온도를 500℃ 정도로 낮췄음에도 98%의 암모니아 분해율을 보였고, 93% 이상 수소를 회수해 2kg/day 이상 수소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99.99%가 넘는 고순도 수소라는 점도 고무적이다.

▲ 분리막이 체결된 반응기 내부의 모습.

▲ 비드 촉매를 45cm 분리막이 든 반응기 안에 채워 넣고 모듈을 체결한다.

금강씨엔티는 무전해도금법을 개선해 팔라듐 사용량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 기존 시스템과 비교해 정제공정 없이 고순도 수소를 바로 생산하는 단순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금강씨엔티 기술연구소의 한재윤 소장은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압력이나 온도의 변수를 고려해서 분리막의 개수를 최적화하고 이를 모듈화해서 하루 500kg 정도의 수소를 생산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기술의 강점은 분리막과 촉매 기술을 모두 활용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반응기 자체로 분해와 정제가 가능하고, 분리막만 따로 써서 저순도 수소를 고순도 수소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죠. 현재 국책과제로 암모니아 크래킹(분해)뿐 아니라 암모니아 분해 촉매 개발을 병행하고 있어요. 둘 다 에너지연에서 기술이전을 받은 암모니아 분해기술과 연관이 크죠.”

금강씨엔티가 주관기관으로 진행 중인 과제는 2개다. 하나는 강원대, AETP, 강진건설이 공동연구개발 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는 ‘미활용열 이용 10kg/day급 분리막 연계 암모니아 크래킹 기반 그린수소 생산 및 미세먼지 저감기술 개발’, 또 하나는 강원대와 함께하는 ‘탄소중립 대응 그린수소 생산용 암모니아 분해 촉매 양산 및 제품화 기술개발’이다.

암모니아 분해 촉매의 경우 단독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국가 연구기술 과제를 보면 수소산업의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다.

금강씨엔티, 기술이전으로 상용화 추진
“팔라듐 분리막은 모듈화를 적용해서 다양한 곳에 응용할 수 있어요.애플리케이션이 가능하다는 뜻이죠. 메탄이나 에틸렌(C2H4)처럼 수소가 포함된 기체를 활용해서 수소생산을 증폭하는 게 가능합니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분리막에 들어가는 팔라듐을 회수해서 재사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죠. 제가 아는 선에서 이런 쪽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생각입니다.”

▲ 에너지연 이신근 박사가 새롭게 개발 중인 촉매를 들고 있다.

이신근 박사는 “분리막 따로, 촉매 따로 해서는 제품 개발이 어렵다. 사업화를 염두에 두고 시스템의 관점에서 고민해야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지난 2007년에 벤처기업으로 선정된 금강씨엔티는 경기도 광주 곤지암에 1공장(플랜트사업부), 시흥에 2공장(노즐사업부)을 두고 있다. 조만간 강원도 동해시 북평산업단지에 공장 하나를 더 지을 예정이다. 이 공장(동해지사)에는 수소에너지사업부가 들어간다.

“강원도가 액화수소산업 규제자유특구, 수소 R&D 특화도시로 지정돼 있어요. 그 중심이 동해시와 삼척시죠. 강원도가 수소 저장·운송 클러스터 조성사업 등 정부의 수소 로드맵과 연계한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어요. 우리 회사가 수소 쪽 소재나 부품, 시스템을 개발해서 실증할 수 있는 기반을 잘 갖추고 있죠.”

금강씨엔티 민윤식 대표는 “늦어도 올 연말에는 북평산단에서 착공식을 열 예정이다. 내년에 공장을 준공해서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한다. 이곳 기술연구소에 있는 장비들을 동해시로 옮겨 수소사업 관련한 기술개발과 제품 생산에 집중하게 된다.

▲ 금강씨엔티 민윤식 대표(왼쪽)와 기술연구소 한재윤 소장.

금강씨엔티는 2003년 설립 이래 환경사업을 위주로 성장해왔다. 질소산화물 저감설비, 일산화탄소(CO), 암모니아 등을 제거하는 환경 촉매를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또 여기에 들어가는 산업용 스프레이 노즐이나 배연·탈질 설비의 시공도 진행한다.

“강원도와 연계해서 업종전환 기업으로 컨설팅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이때 우선순위로 제안을 받은 것이 수소사업입니다. 에너지연에서 개발한 수소 분리막은 모듈화를 통해 설비를 작게 가져갈 수 있고, 정제기로도 활용할 수 있죠. 개발 초기에는 내구성이나 연속운전에 한계가 있었지만, 지금은 이런 약점을 많이 극복해서 기술의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봅니다.”

최근 금강씨엔티는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인 북평지구 내 핵심전략산업(수소에너지) 투자기업에 선정되어 연구개발과 시제품 생산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다만 연구개발용 시제품을 내는 것과 시장에 팔리는 상업용 제품을 내는 일은 또 다르다. 메탄을 개질하든 암모니아를 분해하든, 하루 10kg 정도의 고순도 수소를 생산하는 완성형 제품을 내놓는 일은 금강씨엔티의 숙제가 됐다. 여기에는 촉매의 최적화, 분리막의 성능과 내구성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그러자면 실증도 하고 투자도 해야 한다. 기존의 사업을 영위하면서 신사업에 투자하는 일이 벤처기업에는 큰 모험이자 도전일 수밖에 없다.

벤처(Venture)란 말 안에는 모험(Adventure)이 들어 있다. 모험 안에는 미래의 가능성과 실패의 두려움이 공존한다. 팔라듐 분리막 기술에 기반한 ‘암모니아 반응·정제기’에 대한 관심도 이런 기대감과 불안을 내포한다.

 
결국엔 두려움을 극복하고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의지가 중요하다. 연구 개발자가 자신의 기술에 애정을 품고 지속적으로 업체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는 것은 바람직하다. 좋은 소식이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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