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의 대형 수소화물차(11톤급) 1대가 시범운행 중이다.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액화수소는 기체수소를 영하 253도의 극저온으로 냉각해 액상화시킨 수소로, 기체수소 대비 부피가 약 80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만큼 수소운송, 충전소 부지면적・사용량 등에서 기체수소보다 우수한 경제성을 지닌다. 또 통상 대기압 수준인 2bar 정도의 저압으로 저장할 수 있어 효율적이고 안전하다.

이에 따라 액화수소는 수소 버스・화물차, 열차, 선박 등 수소 사용량이 많은 대형 모빌리티 활용에 적합한 연료로 평가된다. 

정부는 승용차보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버스, 화물차 등의 대형 상용차를 수소차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승용차보다 수소 사용량이 많아 수소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소 버스・화물차・청소차 등의 수소상용차 보급에 나섬에 따라 액체수소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실제 SK와 효성, 두산에너빌리티 등의 기업들이 2023년 액체수소 생산을 목표로 액화수소플랜트를 건설 중이다. SK와 효성은 액체수소충전소도 구축・운영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생산한 액화수소를 소비할 수 있는 수소상용차가 얼마만큼 늘어날 것이냐가 액화수소 시장 안착의 관건으로 보인다. 
 
정부, 수소상용차 보급 확대 나서
정부는 지난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과 ‘수소 인프라 및 충전소 구축 방안’을 통해 수소버스는 2022년 2,000대에서 2030년 2만 대, 2040년 4만 대, 수소트럭은 2030년 1만 대, 2040년 3만 대를 보급할 계획임을 밝혔다.   

정부는 이러한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2028년까지 수소차 전 차종에 대한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승용차는 2025년까지 상업적 양산 수준인 연 10만대, 상용차는 수소트럭・광역버스 등으로 2025년 연 2,000대(내연차 수준)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수소트럭의 경우 현재 CJ대한통운 2대(인천-인천공항, 인천-경기광주), 현대글로비스 2대(울산-경주, 울산-양산), 쿠팡 1대(인천서구-영종도) 등 대형 수소화물차(11톤급) 총 5대가 시범운행 중이다. 이번 시범사업을 위한 수소충전소 2곳(인천, 울산)은 올해 안에 준공할 예정으로, 현재는 다른 수소충전소를 이용하고 있다.  

▲ 장거리 시외버스, 통근버스, 셔틀버스 용도의 수소 고상(광역)버스가 시범운행을 마치고 올해 4분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수소버스의 경우 시내버스에 이어 장거리용 광역・시외・고속・전세버스를 수소버스로 대체하기 위해 광역→시외→고속→전세버스 순으로 시범운영을 확대할 계획이다.

먼저 올해 4분기에 장거리 시외버스, 통근버스, 셔틀버스 용도의 1회 완충 시 최대 660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수소 고상(광역)버스가 출시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12일부터 9월 15일까지 5주간 부・울・경 시외버스 1개 노선, 통근버스 3개 노선, 셔틀버스 1개 노선 등 총 5개 노선에서 순차적으로 시범운행(1대)을 마쳤다. 

특히 수소버스 대량 보급 지원 방안으로 지자체 보조금 예산 부족금을 펀드에서 대출하고, 지자체 상황에 맞춰 분할상환하는 등 일시금 부담 문제를 해소하는 한편 상용충전소 구축을 가속화하고 동급 전기차 연료비 수준 등을 감안한 연료・구매보조금 개선을 지속 검토키로 했다.

▲ 창원시에서 시범운행 중인 수소청소차.

특수차의 경우 정부 R&D를 통해 5톤 수소청소차, 10톤 수소특수차(살수차, 노면청소차 등), 화물 카트를 견인하는 수소견인트럭, 항만 내 운영 중인 하역장비 및 컨테이너 취급장비, 항만 출입 차량 등을 수소모빌리티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한 2030년까지 내구성 80만km 이상(내연차 수준), 주행거리 1,000km 이상 확보 등의 수소상용차 성능 향상과 함께 수소연료전지 가격을 전기차 배터리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R&D를 지원한다.  

수소상용차에 대해 차종별 출시에 따라 구매비용뿐만 아니라 연료비도 보조 지원한다. 시내버스는 이미 구매비용과 연료비를 지원 중이고, 광역버스와 화물트럭은 올해부터 구매비용과 연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 수소트럭 취득세・자동차세・통행료 감면 등으로 민간수요를 견인한다는 계획이다. 
 
수소버스 보급 속도 ‘걸음마’ 
그러나 수소상용차 중 처음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수소버스의 확산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2018년 수소승용차에 이어 2020년에 수소시내버스가 출시되면서부터 수소버스에 대한 구매보조금을 지원하기 시작했지만 2022년 수소버스 보급 목표인 2,000대 달성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환경부는 2022년도 수소차 구매 보조 예산을 통해 올해 수소버스 340대(시내 300대, 광역 40대), 수소트럭 10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 자동차등록현황을 보면 지난 8월 말 기준 수소전기차 등록 대수는 총 2만5,570대로, 이 중 승용차를 제외한 상용차는 195대(버스 190대, 화물차 5대)에 불과하다. 

▲ 수소시내버스가 창원 성주수소충전소에서 충전 중이다.

정부는 2023년부터 승용차보다 상용차 보급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환경부가 지난 8월 30일 발표한 ‘2023년도 환경부 예산안’을 보면 수소차 구매 보조 예산은 올해보다 39.4% 늘어난 6,334억 원이다.

내년 수소차 보급 대수는 1만7,000대로, 이 중 승용차는 1만6,000대, 수소버스는 700대(시내 400대, 광역 300대), 수소화물차는 100대, 수소청소차는 120대이다. 승용차는 올해 1만8,000대보다 2,000대 줄어든 반면 수소버스는 360대, 수소화물차는 90대 각각 증가했고, 수소청소차 120대는 신규로 보급한다.

또한 대당 국고보조금은 시내버스가 올해 1억5,000만 원에서 2억1,000만 원으로, 광역버스는 2억 원에서 2억6,000만 원으로 각각 늘었다. 수소화물차는 2억5,000만 원, 수소청소차는 7억2,000만 원으로 올해와 같다.

아울러 2023년 수소충전소 설치보조 예산은 올해보다 3.8%(74억4,000만 원) 감소한 1,895억5,000만 원이다. 승용차 충전소는 설치 비용의 50%, 상용차 충전소는 70%를 각각 지원한다.
 
기업들, 상용차 수소 인프라 구축 나서 
민간 기업들은 정부의 수소상용차 보급 확대 정책에 발맞추어 상용차용 수소충전소 구축에 나섰다. 

현대차가 지난 2020년 7월 국내 최초 수소상용차 특화 충전소인 ‘완주 수소충전소’를 개소한 바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최대 주주)와 현대자동차,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E1, SK가스, 에어리퀴드코리아 등 9개 주주사가 참여하는 상용차용 수소충전소 구축・운영 특수목적법인 ‘코하이젠’이 지난 2021년 2월 설립됐다. 

정부도 2021년부터 상용차용 수소충전소 구축비용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환경부는 ‘2021년 특수(상용차) 수소충전소 설치 민간자본보조사업’의 사업자 공모를 통해 총 21개소의 상용차 수소충전소 중 민간 16개소를 선정했다. 16개소 중 코하이젠이 10개,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 2개, 현대제철, 대도하이젠, E1, GS칼텍스가 각각 1개씩 선정됐다.

코하이젠은 10월 말 자사 1호 수소충전소인 동시에 세계 최초・최대(300kg/h급)의 상용차용 대용량 충전소인 ‘전주평화 수소충전소’ 준공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국토부도 주요 물류거점에 화물차용 대용량 수소충전소를 매년 2곳씩 구축한다는 계획으로, 지난 2020년 12월 처음으로 11톤급 수소 화물차 도입을 위한 대용량 수소충전소 구축사업자를 공모해 인천시와 울산시를 최종 선정한 바 있다. 

▲ 효성과 린데의 합작사인 효성하이드로젠이 거제 장평에 구축할 액체수소충전소 조감도.

특히 환경부는 올해부터 액체수소충전소 구축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환경부는 ‘2022년 수소전기차 충전소 설치 민간자본보조사업(특수, 액화 시범)’의 사업자 공모에서 총 34개소(액화 시범 5개소, 특수 29개소) 중 액체수소충전소 총 16개소(시범 5개, 특수 11개)를 선정했다. 

액화 시범은 인천광역시 서구 경서동에 있는 전세버스 운영 회사인 신백승여행사가 1개소(인천 경서), SK E&S와 미국의 수소전문기업 플러그의 합작회사인 해일로하이드로젠이 2개소(평택 모곡, 청주 송절), 효성과 독일 린데의 합작회사인 효성하이드로젠이 2개소(광양 초남, 경산 계림)를 가져갔다. 

특수는 인천 서구 가좌동의 차량용 가스충전업체인 세운산업이 1개소(인천 가좌, CNG 복합형), 해일로하이드로젠이 3개소(부천 대장, 순천 가곡, 구미 선기, LPG・CNG 복합형), 효성하이드로젠이 2개소(거제 장평, 울산 덕하), SK E&S와 플러그의 수소사업전문 합작법인인 SK플러그하이버스가 5개소(경기 이천, 부산 노포, 강원 원주, 부산 장림, 인천 오류, 경기 안산)를 구축한다.

▲ 일본 이와타니의 수소충전소로 액화수소를 기화해서 충전한다.

환경부는 2023년 수소충전소 구축보조 예산에도 별도로 10개 소의 액체수소충전소를 반영했다. 특히 SK와 효성, 하이창원은 액체수소충전소에 공급하기 위한 액화수소플랜트를 건설 중이다.  

SK E&S는 인천시 서구 원창동 일대 SK인천석유화학단지 내 부지에 연 3만 톤 규모의 액화수소플랜트를 건설 중이며 2023년 말부터 생산을 개시한다는 목표다. 또한 보령 LNG터미널 인근에서 생산하는 청정수소 연 25만 톤 중 5만 톤을 액체수소로 생산할 계획이다.   

SK E&S는 2025년까지 전국에 수소충전소 100여 개를 구축해 연간 8만 톤(인천 3만 톤, 보령 5만 톤) 규모의 액체수소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해일로하이드로젠과 SK플러그하이버스를 통해 액체수소충전소를 구축・운영할 예정이다.

▲ 효성과 린데의 합작사인 린데수소에너지는 울산에 연산 1만3,000톤 규모의 액화수소플랜트를 2023년 3분기에 준공할 예정이다.

효성과 린데의 생산 합작법인인 린데수소에너지는 울산시 용연동에 있는 효성화학의 용연공장 부지에 연산 1만3,000톤 규모의 액화수소공장을 건설 중으로 2023년 3분기에 준공할 예정이다. 2024년에 추가로 액화기를 설치해 중장기적으로 연 3만9,000톤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판매 합작법인인 효성하이드로젠이 액체수소충전소 설치・운영과 액체수소 제품의 운송・유통 사업을 전담한다.

두산에너빌리티와 창원산업진흥원의 합자회사인 하이창원은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 부지에 연산 1,650톤 규모의 액화수소플랜트를 건설 중으로, 올해 말 준공할 예정이다. 

이들 기업은 2021년 9월 산업부로부터 액화수소플랜트 및 액체수소충전소 구축・운영, 액체수소 운송에 대한 실증특례를 승인받았다. 

한편 한국가스공사와 GS칼텍스가 평택에 LNG냉열을 활용한 연산 1만 톤 규모의 액화수소플랜트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액화수소 기업, 수익성 악화 우려
SK, 효성 등의 기업들은 지난 2021년 3월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대규모 액화수소 출하에 맞춰 관련 규정・제도 마련, 저장・운송 인프라 설치, 상용차 적기 출시 등 전주기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의 수소상용차 보급 계획이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현재 액화수소플랜트를 건설 중인 SK는 연산 3만 톤, 효성은 1만3,000톤, 하이창원은 1,650톤 규모로 2023년부터 액화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효성과 하이창원의 물량(1만4,650톤)만 놓고 보면 액화수소충전소가 전국에 최소 40개 이상 설치되고, 충전소마다 최소 매일 1톤 이상 소비되어야 액화수소 수급망이 작동할 수 있다. SK까지 가세하면 연간 약 4만5,000톤의 액화수소 물량이 나오는데 이를 소비하기 위해선 전국에 액화수소충전소가 100개 이상은 설치되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 하이창원은 창원에 연산 1,650톤 규모의 액화수소플랜트를 올해 말 준공할 예정이다.

환경부의 ‘2022년 수소충전소 설치 민간자본보조사업’에 의해 확보된 액체수소충전소는 총 16개소에 불과하다. 환경부의 2023년 수소충전소 설치 보조 예산안에는 액화수소충전소 10개소가 반영되어 있다. 2023년부터 공급이 가능한 액화수소 물량(연간 4만5,000톤)을 소비하기 위해서는 액체수소충전소가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액화수소플랜트는 수요가 부족하다고 해서 가동을 중단하기는 힘들다. 설비 특성상 24시간 생산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액화수소 수요가 부족하면 생산된 액화수소를 저장해둘 수 있지만 액체수소 특성상 증발가스(BOG)가 발생해 많은 양을 저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처럼 액화수소플랜트를 건설해놓고 초기 몇 년간은 설비 가동률 저하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수소상용차가 크게 늘어나지 않으면 액체수소충전소 운영은 힘들어진다.    

손순근 효성중공업 상무는 “정부가 수소상용차 보급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수소 버스・트럭 보급에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 효성의 경우 액화수소 30톤 기준으로 수소상용차 약 1,500대가 필요한데, 액화수소플랜트를 완공해도 정상운전(최소 가동조건=설비용량의 40~50% 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므로 액체수소 시장 확대와 사용처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영두 SK E&S 부사장은 “환경부의 2023년 예산안을 보면 액체수소충전소와 수소상용차 보급 예산이 반영되어 있어 정부의 액화수소 공급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라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액화수소 수요 확보가 관건인데, 액체수소충전소 구축과 자동차 회사의 수소상용차 출시가 조금은 지연되고 있는 것 같아서 애로사항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액화수소뿐만 아니라 수소경제 여러 분야에서 시장의 움직임보다 정부 정책 이행이 적기에 이뤄지지 않는 부조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액화수소 공급은 기업 혼자 힘만으로는 힘들다. 정부의 지원정책과 상용차 적기 출시, 상용차 수요자의 수소상용차 구매 유도, 충전소 적기 구축 등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가능하다. 시장 움직임과 정책 이행의 절묘한 타이밍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편 수소기업협의체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은 “수소경제 초기에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인해 인프라의 가동률이 낮을 수 있어 인프라 투자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라며 “이러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민간 기업이 소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으므로 수소 인프라 규모에 따른 지원제도를 신설해 인프라가 사용되지 않더라도 일정 비용을 정부가 지원함으로써 초기 인프라 확충에 대한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정책 제언을 했다.

▲ 미국 플러그파워의 액화수소 운송 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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