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프씨엠티는 PEM 연료전지용 MEA와 스택을 개발하고 제작하는 스타트업이다.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에프씨엠티(FCMT)는 2020년 3월에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그 출발은 걸그룹 ‘뉴진스’의 데뷔처럼 화려했다. 2020년 9월 G밸리 창업경진대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았고, 이듬해 5월에는 수소연료전지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중소벤처기업부 아기유니콘에 선정됐다.

경기도 안양의 평촌스마트스퀘어에 있는 에프씨엠티 본사를 찾았다. 공장형 오피스 건물 안으로 들자 가로로 보기 좋게 진열된 인정서와 확인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기유니콘200 선정서’가 중앙에 놓여 있다. 그 ‘아기’는 이제 두 살이 됐다.

“첫해에 대전에 회사를 세웠다 시리즈A 펀딩을 받으면서 안양으로 올라왔어요. 직원들이 대부분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거든요. 그때 받은 투자금으로 MEA 20만 장을 생산할 수 있는 양산설비를 구축했죠. 클린룸이 적용된 양산공장은 이쪽에 있습니다.”

로비를 기준으로 왼쪽이 공장, 오른쪽이 사무실이다. 에프씨엠티의 이정규 대표를 따라 사무실로 향한다.
 

▲ 에프씨엠티 로비에 각종 인정서가 놓여 있다.

에스퓨얼셀에 35억 원 규모 MEA 수주
FCMT는 ‘퓨얼셀 밀레니엄 테크놀로지(Fuel Cell Millennium Technologies)’를 뜻한다. ‘밀레니엄을 이끌어가는 연료전지 기술회사’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아낸 사명이다. 

에프씨엠티는 수소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인 막전극접합체, 즉 MEA(Membrane Electrode Assembly)를 제조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고분자전해질막에 양극과 음극 촉매를 코팅한 CCM(Catalyst Coated Membrane)을 제작해서 시스템 사에 납품하는 일을 한다. 

“지난 8월 11일에 에스퓨얼셀과 MEA 공급계약을 맺었어요. 작년 초부터 1년 남짓 공을 들인 결과물이죠. 에스퓨얼셀은 국내 건물용 연료전지시스템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PEMFC(고분자전해질형 연료전지) 분야 1위 업체입니다. 납품은 올 하반기에 시작되죠.”

에프씨엠티가 에스퓨얼셀과 맺은 MEA 공급 규모는 약 35억 원이다. 전량 건물용 연료전지시스템에 들어간다. 

“시스템 제조사의 요구사항은 명확합니다. MEA 단품의 성능 개선, 원가 절감, 내구성 확보라 할 수 있죠. 에스퓨얼셀의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통과해서 이 세 가지 기준을 충족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죠. 연료전지 시장에서 에프씨엠티의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에프씨엠티는 이에 앞서 지난 6월에 시리즈A 브리지 펀딩으로 61억 원을 투자받았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총 121억 원의 투자를 이끌어내면서 또 한 단계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수소모빌리티 시장이 애초의 기대만큼 확 살지는 않았어요. 연료전지 사업을 하겠다는 곳은 많은데, 시장이 생각만큼 빨리 크질 않으니까 답답한 면이 있죠. 수소충전 인프라 확보가 쉽지 않고, 이런저런 규제가 많다 보니 확장이 더딘 것 같습니다. 현재 국내 사업은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에 주력하고 있어요. 향후 모빌리티 시장이 살아나면 회사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되겠죠.”

▲ FCMT 이정규 대표는 “에스퓨얼셀 납품은 에프씨엠티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현대차가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 출시를 미룬 것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였다. 넥쏘 후속 차량의 출시가 미뤄지고 있고, 가뜩이나 부족한 충전소에 수소 공급마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래저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큰 시장은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고, 인프라나 제도가 적극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다 보니 비교적 낮은 출력의 연료전지를 만드는 중소・중견 시스템 제조사가 앞으로 치고 나오지 못하고 있다. 수소전기 하이브리드 버스나 트럭에 대한 수요는 있지만, 스택이나 파워팩 기술개발은 더디기만 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MEA 시장이 크게 열리지 않는 것이다.

“당장은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을 보고 가는 게 현실입니다. 모빌리티 시장이 열릴 때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죠.”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은 보폭을 크게 가져갈 수 없다. 한 번에 두세 계단을 뛰어오르다 발목이 접질리기라도 하면 몇 달을 고생하게 된다. 이럴 땐 보수적이고 신중한 대처가 오히려 도움이 된다.

“건물용 연료전지는 수송용과 운전 조건이 달라요. 도시가스를 개질한 수소를 쓰기 때문에 미량의 이산화탄소, 질소, 수분 같은 게 들어 있죠. 또 정치형으로 한곳에 두고 운전을 해서 저전류 구간이 중요하고 가습 조건도 높아요. 그에 반해 수송용은 운전 환경이나 조건이 훨씬 까다롭죠. 고순도 수소를 써서 저전류, 고전류 구간을 빠르게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이런 조건에 맞는 MEA 최적화 작업이 필요합니다.”

시장 여건이 나쁘다고 뒷짐을 지고 있을 순 없다. 미래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작은 가능성에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이정규 대표가 좋은 소식을 전한다. 서울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위코노미 스타트업 챌린지(Weconomy Startup Challenge)에 최종 선정되어 ‘서울창업허브 M+’가 있는 마곡산업단지에 입주할 기회를 얻었다. 위코노미 챌린지는 마곡산업단지에 있는 대・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결해 협업을 지원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다.

에프씨엠티는 이 프로그램으로 범한퓨얼셀(범한기술원)과 매칭이 되어 모빌리티용 MEA 공동개발에 나서게 된다. 서울 마곡에 사무소 하나가 더 생기는 셈이라 향후 영업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연 20만 장 생산하는 최신 양산설비 갖춰
방진복을 입고 클린룸으로 향한다. 에어샤워 부스를 빠져 나가자 맨 먼저 코팅장비가 눈에 든다. 백금이 든 전극 촉매를 필름에 코팅하는 장비로 상부에 건조기가 달려 있다. 

백금 촉매 슬러리를 담은 비커가 교반기 위에 놓여 있고, 한쪽에서는 입자분석기로 촉매 데이터를 분석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 MEA 전극 촉매 코팅장비가 클린룸 입구에 놓여 있다.
▲ 입자분석기를 통한 촉매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 백금 촉매 슬러리를 교반기로 섞고 있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MEA 제조 설비와 검수 장비가 보인다. 맨 안쪽 투명한 유리에 든 설비는 전극 촉매를 고분자전해질막(강화복합막) 양면에 전사하는 라미네이션 장비다. 국내에 이 정도 시설과 규모를 갖춘 MEA 제조사는 손에 꼽는다. 

이정규 대표가 필름에 인쇄된 전극 촉매를 든 채 말한다. 

“제가 현대차에서 일할 때 MEA를 다뤘고, 범한에서는 건물용 연료전지 스택을 담당했어요. 국내든 해외든 MEA를 쉽게 공급받는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더군요. 공급사가 한정돼 있는 데다 해외 업체는 국내에 별 관심도 없고 응대도 안 해줬어요. 반면에 국내 제품은 가격이 높고 품질 측면에도 이슈가 있었죠. 제가 창업에 나선 계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정규 대표는 미국 클리블랜드에 있는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Case Western Reserve) 대학에서 연료전지 MEA를 전공한 공학박사 출신이다. 이후 텍사스 오스틴 주립대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연구원으로 지내다 지난 2009년 삼성전기 중앙연구소로 이직하면서 국내로 복귀했다.

그는 2012년에 현대자동차로 자리를 옮겨 MEA 개발을 진행했고, 2018년부터는 범한산업 수소연료전지사업부 이사로 있으면서 건물용 연료전지 개발을 주도한 이력이 있다. 20년 넘게 연료전지 연구에만 매진한 MEA 전문가다. 

▲ 이정규 대표가 필름에 붙은 전극 촉매를 보여준다.
▲ 연 20만 장의 MEA를 생산할 수 있는 양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 대표는 창업 후 인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르노삼성자동차 수석연구원 출신인 박석정 CTO가 MEA 설계와 공정개발을 책임지고 있고, 비나텍에서 연료전지 MEA 개발을 맡았던 유승호 연구소장을 MEA 소재・기술 개발 부문의 ‘R&D 헤드’로 들였다. 또 산업은행 출신의 이세휘 CFO, 바스프 출신의 김태윤 영업이사가 함께 손발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회사를 안양으로 옮기면서 구축한 양산설비라 할 수 있습니다. 시장이 크지 않아서 20만 장이면 건물용 쪽은 충분히 대응할 수 있죠. 다만 선박이나 지게차 같은 모빌리티 쪽으로 수요가 늘면 증설이 필요해요. 내년에 시리즈B 투자를 받아 증설에 나설 계획을 세워두고 있죠.”

모빌리티 쪽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수요가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유럽, 중국의 수소전기차 시장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에프씨엠티는 최근 수요업체와 네트워크가 있는 유럽의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고 판매망 구축에 시동을 걸었다. 

정치적인 리스크가 있지만, 중국시장의 성장세도 무섭다. 시장의 규모, 지리적 여건을 고려하면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 시장이다.

“공장 증설 건은 수요를 따를 수밖에 없어요. 국내 시장만 놓게 볼 게 아니라 시야를 넓게 둘 필요가 있죠. 합작사를 세워 해외에 공장을 세우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연료전지 시장이 살아나면 MEA 제작사로서 운신의 폭이 그만큼 커지겠죠. 그 기세를 살려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MEA 제작 설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큰돈이 든다. 연료전지 시장에 활기가 돌고 공급 물량이 확보돼야 과감한 투자에 나설 수 있다. 연료전지 분야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는 이견이 없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호황의 사이클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수소 전주기 산업이 균형감 있게 맞물려 돌아가고, 규제나 제도 개선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에프씨엠티는 지난해 7월 NH투자증권과 IPO 주관사 계약을 맺었다. 내년에 증설을 위한 큰 규모의 추가 펀딩을 계획하고 있고, 2024년을 전후로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한 특허 확보, 회계 등 종합 작업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공장과 사무실이 건물 3층에 있다면 기업부설연구소는 6층에 따로 있다. 제품 사양과 동일한 MEA가 적용된 단위전지를 연료전지 테스트 장비에 체결해 성능이나 내구 시험을 진행 중이다. 양극과 음극의 가스 흐름, 온도와 압력을 자동으로 제어하고 기록하는 테스트 장비들이 한 줄로 길게 놓여 있다. 

▲ 6층 기업부설연구소에서 연료전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 MEA 평가를 위한 단위전지를 체결하고 있다.

PEM 연료전지의 전극은 슬러리 공정을 통해 백금 촉매와 이온 전도성 이오노머가 혼합된 형태로 제작된다. 촉매 슬러리의 분산・코팅・건조 과정에서 이오노머의 응집현상이 일어나면 산소전달 저항이 높아져 촉매 활성도가 떨어진다.

MEA 제조사는 백금 사용량을 최소화하면서 이오노머와 각종 첨가제를 정밀하게 제어해서 분산시키는 전극 설계, 제조 기술을 갖춰야 한다. 이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성능 테스트에 긴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스택・분리판・수전해…정부과제 진행
MEA는 수소와 산소가 반응하는 전기화학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PEM 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으로 스택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60%에 이른다. 이에 정부 과제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에프씨엠티는 세 개의 국책과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 중 둘은 산업통상자원부 과제, 하나는 중소벤처기업부 과제다. 

에프씨엠티는 산자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귀금속 저감 희소금속(Ni Co Pt) 소재 제조 및 촉매전극 부품화 기술개발’ 과제 중에서 백금(Pt) 관련 연구를 맡고 있다. 올해 4월부터 3년간 진행되는 과제로 ‘백금 사용 40% 저감 가능 연료전지용 다중코팅 적용 전극 및 MEA 부품화 기술개발’에 나선다. 

이정규 대표는 “백금 사용량을 줄인 전극 촉매로 3kW나 5kW급 소형 모빌리티용 스택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수소모빌리티의 보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연료전지의 가격을 크게 떨어뜨려야 한다. 그러자면 MEA 촉매에 들어가는 백금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미 에너지부(DOE)가 2025년을 목표로 제시한 백금 사용량은 0.1mg/㎠이다. 

산자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수전해 과제에도 이름을 올렸다. 아크로랩스가 주관하는 ‘그린수소 보급형 200kW급 음이온교환막(AEM) 수전해시스템 국산화 기술개발’ 과제다. 한국재료연구원이 촉매 개발, 도레이첨단소재가 멤브레인 개발을 맡고 있다. 에프씨엠티는 전극을 제조하고 MEA를 개발하는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중기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의 ‘수소차 스택용 분리판 개발’ 과제는 가장 최근에 선정이 됐다. 올 7월에 시작된 과제로 2024년 6월까지 진행된다. 수소극과 산소극에 기체가 지나는 유로 설계를 반영한 카본 및 금속분리판 기술개발을 수행하게 된다. 

에프씨엠티는 MEA 제조사이자 스택 개발사다. 연료전지시스템에서 MEA 다음으로 중요하게 보는 부품이 바로 분리판이다. 분리판의 유로를 어떻게 설계해서 MEA를 쌓느냐에 따라 스택의 성능이 크게 달라진다. MEA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스태킹 기술이 꼭 필요하다. 스택 단계까지 자체 검증해서 고객사에 MEA나 스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 MEA가 스택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넘는다.

국책과제를 통해 이런 제반 기술을 개발하는 기회를 얻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기술력은 높지만 자본이 취약한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이 홀로서기를 하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발전용부터 수송용까지 산업에서 요구하는 연료전지의 설계와 제작, 대량생산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맞춤형 회사가 에프씨엠티라 할 수 있죠. 기술과 성능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MEA를 제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두 발로 서서 첫걸음을 떼는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은 감동적이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재능이 있고 성장 잠재력이 큰 아이는 일찍부터 주목을 받는다. 다만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스스로 실력을 쌓아 자립의 길을 가도록 박수를 쳐주고 응원하는 편이 더 낫다.

수소모빌리티 시장은 한 박자 쉬어가면서 속도 조절에 들어간 분위기다. 어떤 분야든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고점과 저점을 찍으며 기복을 보이게 마련이다. 스스로를 다잡으며 저점의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미래의 성패가 달려 있다. 

“잘 버텨야죠.”

혼잣말하듯 뱉은 이 한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눈앞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제 길을 가겠다는 의지로 들린다. 성장이라는 것이 잘 버티는 일인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서 보면 이웃집 담을 타고 배롱나무가 한 뼘쯤 자란 걸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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