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정부는 지난 6월 21일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한 이후 지난 7월 5일 대통령 주재 제30회 국무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심의·의결하고, 새로운 에너지 정책 목표와 방향을 제시했다. 

윤석렬 대통령이 후보 시절 여러 차례 강조한 것처럼 탈원전 폐기 정책을 최우선 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이전 정부가 본격적으로 추진해온 수소경제 정책 기조도 변함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월간수소경제>는 창간 5주년 특집으로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에너지차관)과의 인터뷰를 통해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과 수소경제 정책 계획을 들었다.  

박 차관은 “정부는 민간 중심으로 수소 투자가 촉진되고 수소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 본격적인 수소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 차관은 지난 1988년 31회 행정고시에 임용된 이후 산업자원부 자원개발과장・정책기획관,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산업국장・소프트웨어정책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정책관・산업정책실장・기획조정실장, 한국동서발전 사장 등을 역임한 에너지 분야 전문가다.
 
먼저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을 설명해달라.
산업부는 그간 공청회, 토론회 등 총 20여 차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지난 7월 5일 국무회의에서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을 확정·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안보 강화, 에너지 신산업 창출을 통한 ‘튼튼한 에너지 시스템 구현’이라는 목표 하에 5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먼저 원전 비중을 2030년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에너지믹스를 합리적으로 재정립하고, 새로운 자원안보체계도 구축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수요 효율화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시장원리에 따른 전력시장 구조 확립, 에너지 신산업 육성, 그리고 에너지 취약계층 보호 강화 등도 함께 추진해 나갈 것이다. 

새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은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 등 원전의 단계적 감축을 명시한 이전 정부 정책을 대내외적으로 대체하는 동시에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공식화해 시급한 원전 일감 조기 공급의 근거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에너지 공급 중심에서 수요 효율화 중심으로의 정책 전환 등 새정부 에너지 정책의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지난 5월 25일 서울 포시즌스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글로벌 수소산업 연합회(GHIAA) 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의 최우선 과제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자력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탈원전 정책 방향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말해달라. 원전을 활용한 수소 생산 계획도 궁금하다.
정부는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달성을 에너지 정책 목표로 하고 있으며, 두 목표를 조화롭게 달성하는 것이 에너지 정책의 핵심방향이다. 

원전 정책의 기본 전제는 ‘안전 확보’이다. 정부는 안전성 확보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원전을 다른 전원과 조화롭게 활용할 계획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안전성이 확보된 원전의 계속 운전 등 원전을 기저 전원으로 적극 활용할 것이다. 원전산업 생태계의 경쟁력 강화와 수출산업화를 적극 추진하는 한편 SMR 등 미래 원전시장의 주도권 확보를 지원하겠다.

원전 연계 수소 생산 기술은 국내 청정수소 공급원 다변화는 물론 향후 해외 원전 시장의 다양한 수요 대응을 위해서도 개발이 필요하다.  

기존 원전을 활용한 수소 생산은 기반연구를 통해 안전성과 경제성, 인허가 요건, 생산부지 등을 종합 검토해 실증을 추진하고, 향후 소형모듈원전(SMR) 등을 활용한 수소 생산은 장기 기술개발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제15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 등 굵직한 계획들을 수립하는 중요한 해다. 이는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과도 맞물려 있다. 에너지 믹스 조정 방향에 대해 말해달라.
에너지 믹스는 실현 가능성, 국민 수용성, 국내 산업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구체화할 계획이다.

원전의 경우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한 계속 운전 추진 등을 통해 2030년 전력믹스상 원전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고준위방폐물 처분을 위한 특별법 마련, 컨트롤타워로 국무총리 산하 전담조직 신설 등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방안도 실행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보급 여건을 고려해 보급 목표를 합리적으로 재정립하고, 태양광・풍력(해상) 등 원별 적정 비중을 도출할 것이다. 

석탄발전은 수급 상황·계통을 신중히 고려해 합리적 감축을 유도하고, 무탄소 전원은 기술 여건을 감안해 활용할 것이다.

  

▲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2022 H2 인베스터 데이’ 행사장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 믹스의 합리적 조정을 위해 에너지산업・수송・부문의 NDC 달성 방안을 수정할 계획이다. 달성 방안 수정 방향과 추진계획을 말해달라.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NDC 목표, 즉 2018년 배출량 대비 2030년 40% 감축 목표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구체적인 부문별 달성 방안·속도는 기술, 산업구조 등을 고려하고 공론화 논의를 거쳐 실현이 가능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부문별로 NDC 달성 방안을 살펴보면 에너지의 경우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를 통해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로 재정립하고, 산업의 경우 철강・석유화학 등 주요 업종별 온실가스 감축수단 도입 시기, 소요 비용 등을 고려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할 예정이다.

수송 부문은 산업·고용·지역 생태계 유지와 경쟁력 제고, 탄소중립을 병행하기 위해 연도별·차종별 보급계획, 이행수단 등을 검토할 것이다.

이러한 방안을 2023년 3월 수립 예정인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반영해 나갈 것이다.
 

▲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2022 H2 인베스터 데이’ 행사장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 침체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석유화학단지에서 나오는 부생수소의 가격도 급등해 수소충전소에 공급하는 수소 가격이 크게 오르는 등 전 분야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 계획인가.
석유, 천연가스 등 해외 원자재 가격 급등이 부생수소, 천연가스 개질수소 등 수소가스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 가격 급등은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 확산,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불안에 따른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어 대외적인 시장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기에 국내 산업 및 국민경제 안정을 위해서는 에너지가격 안정화가 중요하다.

또한 수소충전소는 정부의 설치보조금과 운영보조금을 지원받고 있고, 아직까지는 수소경제 생태계 초기 단계라는 특성을 감안해 충전요금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에 정부는 단기적으로 석유·가스 등 주요 에너지원의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관리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자원안보특별법 제정 등을 통한 에너지 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할 것이다. 

아울러 에너지 가격체계가 시장원리에 기반해 운영되도록 개선해 가격이 수요조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되 에너지 바우처 확대 등을 통해 소외계층에 대한 보호는 강화할 예정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 수소업계에선 이전 정부가 추진해온 수소경제 정책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 인수위가 지난 5월 3일 발표한 국정 과제에 ‘세계 1등 수소산업 육성’이 포함된 걸 보고 안도했다. 새 정부의 수소경제 정책 방향이 궁금하다.
정부는 그간 수소법 제정,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 수립과 함께 수소 기술개발과 보급에 힘써왔다. 새 정부는 민간 중심으로 수소 투자가 촉진되고 수소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 본격적인 수소 시대를 개막하겠다.

향후 기술성숙도, 경제성 등을 감안해 청정수소 기반 생산-유통-활용 전주기 생태계를 균형 있게 구축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소 공급망을 구축하고 세계 1등 수소산업을 육성하겠다.

생산 부문은 경제성은 낮으나 주민 수용성이 높은 그린수소, 경제성은 높으나 주민 수용성이 어려운 원전수소 등 다양한 생산 방식을 고려해 국내외에 안정적인 수소 공급망을 구축하겠다.

활용 부문은 수소 승용차의 혁신적 기술 발전을 지원하고, 대규모 저장, 장거리 주행 등 수소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버스·트럭 등 상용차의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수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올해 안으로 수소의 최대 수요처가 될 수소발전 입찰제도를 설계해 내년에 입찰을 개시할 예정이다. 

발전 부문에서 석탄・암모니아 혼소발전은 2026년까지 실증을 완료하고, 상용화에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LNG・수소 혼소발전도 기술개발과 실증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 

유통 부문은 생산과 활용 부문을 원활하게 연결할 수 있도록 수소선박, 인수·저장설비, 배관망 등 수소 인프라를 조기 완비하겠다.

한편 산업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기존 주력산업을 활용해 연료전지 기반 수전해, LNG 선박 기반 수소선박 등 ‘세계 1등 수소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
 

▲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맨 앞)이 지난 7월 6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최된 ‘2022 H2 인베스터 데이’ 행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 청정수소 인증제 등 청정수소 관련 제도 도입 근거를 담은 수소법 개정안이 지난 5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수소법 개정안의 의미와 앞으로의 추진계획을 말해달라.
현재의 수소경제는 그레이수소 중심이다. 진정한 의미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청정수소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수소법 개정을 통해 생산-유통-활용 전주기에 걸쳐 청정수소가 중심이 되는 제도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생산-유통 단계에서는 청정수소 정의 및 인증제, 활용 단계에서는 충전소·산업 부문의 청정수소 판매·사용 의무화, 발전 부문의 수소발전 입찰시장 개설 등 청정수소 시장 기반이 마련됐다. 

수소법 개정안에서 규정한 주요 제도들이 차질없이 실현될 수 있도록 올해 말까지 시행령 등 하위법령을 마련하고 제도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현재 전문기관의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며, 전문가·관계기관 및 관련 업계 의견수렴 등을 통해 제도 운영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정부는 한전 독점판매 구조 점진적 개방, 기저전원·저탄소전원 대상 계약시장 및 보조서비스 시장 도입 등 전력시장을 개편할 계획이다. 또 이러한 개편 방향과 연계해 수소발전 특화 입찰 시장 제도(CHPS) 설계를 추진 중이다. 전력시장 개편 및 CHPS 설계 방안에 대해 설명해달라.
시장 다원화, 가격기능 강화, 경쟁 여건 조성 등 경쟁과 공정의 원칙에 기반한 전력시장 구축을 위해 제도를 개편해 나갈 계획이다. 

먼저 기저・저탄소전원 대상 계약시장 개설 등 전력시장을 다원화하고 5~15분 단위 실시간 시장과 보조서비스 거래 시장도 도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단계적 가격입찰제(PBP) 전환과 함께 판매사업자 등의 수요자도 입찰하는 양방향 입찰제도 도입을 추진할 예정이다. PPA 허용범위 확대 등을 통해 독점판매구조를 점진적으로 해소하고, 망 중립성 제고 등을 통해 사업자 간 공정경쟁 여건을 조성할 것이다. 

수소발전 입찰시장도 전력시장 개편 방향과의 정합성을 고려해 설계하고 있다. 경쟁입찰 형태의 계약시장을 도입해 경쟁을 통한 기술혁신과 수소 가격 하락을 유도하고, 연료・설비 등 발전사업자의 투자 비용이 합리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 투자 리스크 해소를 지원할 계획이다.
 

▲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지난 7월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수소경제 투자 활성화를 위한 산업계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산업부는 ‘수소·암모니아 발전 로드맵’을 수립 중이다. 언제쯤 로드맵을 공식 발표할 예정인가.
정부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무탄소 연료인 수소·암모니아 발전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2030 NDC 상향안’에는 2030년 암모니아 발전을 총발전량의 3.6%(22.1TWh)로 반영했다.

수소·암모니아 혼소 발전은 기존 LNG·석탄발전설비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으므로 추가 투자 부담이 낮고, 발전 출력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을 위한 유연성 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수소·암모니아 혼·전소 기술개발 및 실증, 수소발전시장 개설 등의 내용을 담은 ‘수소·암모니아 발전 로드맵(가칭)’을 수립 중이다. 

다만 이 로드맵이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부합될 필요성이 있으므로 이를 고려해 발표 시기와 내용을 검토 중이다. 
 
끝으로 국회, 국민과 기업들에 하고 싶은 말을 전해달라.
최근 글로벌 공급망 불안, 물가상승 등으로 우리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부는 우리 국민 생활과 국가경제에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전력 등 에너지의 안정적인 수급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아울러 원전 비중을 2030년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을 포함한 에너지 믹스 재정립, 튼튼한 자원·에너지 안보체계 구축, 수요 효율화 중심으로 정책 전환, 에너지 신산업 육성, 에너지 취약계층 보호 강화 등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겠다.

수소는 에너지 신산업의 핵심이다. 정부는 민간 주도의 수소 투자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제도의 공백없이 수소 생태계 전주기를 면밀하게 살피고 지원하겠다.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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