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박상우 기자] 현대자동차와 도요타자동차가 양분하고 있는 수소차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현대차와 도요타의 점유율을 뺏어오기 위해 차별화된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프랑스의 자동차 스타트업인 NAMX는 최근 이탈리아의 자동차디자인 전문회사인 피닌파리나가 디자인한 수소전기차인 HUV를 선보였다.
SUV로 제작될 HUV의 특징은 탈부착식 수소저장탱크가 적용된다. NAMX의 특허기술로 개발된 이 탱크는 메인 용기로 사용되는 고정식 탱크의 보조용기 역할을 하며 운전자가 쉽게 탈부착할 수 있도록 HUV 후면부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탱크 제원에 대한 세부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번에 공개된 사진으로 유추해보면 약 60cm 길이의 바이올린 케이스와 비슷한 형태로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탈부착식 수소저장탱크는 총 6개가 탑재될 예정이다. NAMX는 이를 통해 HUV의 1회 완충 시 주행거리를 최대 800km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넥쏘와 미라이가 100km당 약 1kg의 수소를 소비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 8kg의 수소가 탱크에 저장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와 함께 NAMX는 탈부착식 탱크를 교체할 수 있는 유통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NAMX는 “이 탱크가 수소를 널리 이용할 수 있게 하고 몇 초 만에 탱크를 교체해 집으로 배달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NAMX는 오는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릴 ‘파리모터쇼 2022’에서 HUV 프로토타입 모델을 선보이고 내년에 HUV 개발을 시작할 예정이다. 출시는 오는 2025년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NAMX가 이같이 HUV에 탈부착식 수소저장탱크를 반영한 것은 수소차 시장에 뒤늦게 합류하는 만큼 다른 수소차와 차별화하면서 수소 충전 문제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독특한 충전방식을 적용한 NAMX와 같은 업체가 있는가 하면 전기차와 수소차의 장점을 결합한 수소전기차를 준비하는 곳도 있다. 바로 프랑스의 르노자동차다.
르노 수소차 비전 보여주는 ‘세닉 비전’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업체인 르노자동차는 지난 5월 19일 세닉 비전(Scenic Vision)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이 차량은 르노가 오는 2024년에 출시할 수소전기차의 형태와 스타일을 가늠해볼 수 있는 콘셉트카다.
세닉의 특징은 구동방식이 현대차 넥쏘, 도요타 미라이와 다르다는 점이다.
넥쏘와 미라이는 저장탱크에 있는 수소와 공기공급시스템으로 수급한 산소를 연료전지시스템에서 화학반응시켜 만든 전기로 구동모터를 돌려 주행하고 리튬이온배터리는 가속할 때 저장된 전기를 공급하거나 연료전지에서 만든 전기와 회생제동으로 만든 전기를 충전한다.
반면 세닉은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로 전기모터를 돌려 주행하고 연료전지시스템은 배터리에 전기를 공급해 주행거리를 연장한다. 즉 연료전지시스템이 레인지 익스텐더(Range Extender, 주행거리 연장형) 역할을 하는 것이다.
레인지 익스텐더는 구동용으로 사용되는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탑재된 소형 발전기를 일컫는 것으로, 르노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구동방식을 세닉에 적용했으며 이를 ‘배터리 연료전지 드라이브(Battery Fuel Cell Drive)’라고 명명했다.

르노는 “도심주행 등 일상적인 이동에서는 연료전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일반적인 순수전기차처럼 작동하고, 장거리 이동의 경우 사용자가 해당 경로에서 가능한 한 배터리를 충전할 필요가 없을 만큼 연료전지가 전기를 공급한다”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세닉에 탑재된 배터리의 용량은 넥쏘에 탑재된 1.6kWh 리튬이온배터리보다 무려 40배 가까이 큰 40kWh다. 반면 연료전지 출력은 넥쏘(95kW)의 6분의 1 수준인 16kW에 불과하다. 또 수소저장용기는 세닉이 2.5kg, 넥쏘가 6.33kg다.
르노는 세닉과 같은 구동방식을 다른 수소전기차에도 적용했다.
지난 2019년 10월 르노는 브랜드 첫 수소전기차인 ‘캉구 Z.E. 하이드로젠(Kangoo Z.E. Hydrogen)’과 ‘마스터 Z.E. 하이드로젠(Master Z.E. Hydrogen)’을 출시했다.
두 모델에는 33kWh 리튬이온배터리와 전기모터, 레인지 익스텐더 역할을 하는 5kWh 연료전지가 탑재됐다. 수소저장용기의 경우 캉구에는 74리터 1개가, 마스터에는 53리터 2개가 적용됐다. 이를 통해 캉구는 1회 완충 시 유럽 WLTP 기준으로 순수전기차 버전인 캉구 Z.E.보다 120km 더 긴 350km, 마스터는 마스터 Z.E.보다 90km 더 긴 32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르노는 두 모델에 적용된 것과 같은 구동방식을 올해 출시 예정인 3종의 연료전지 LCV(경상용차)에 적용할 예정이다.
르노와 플러그파워의 합작회사인 하이비아(HYVIA)는 지난해 10월 첫 수소전기차인 르노 마스터 밴 H2-TECH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이 모델에는 30kW급 연료전지, 33kWh 리튬이온배터리, 1.5kg 수소저장탱크 4개가 탑재됐다. 이를 통해 1회 완충 시 최대 50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르노는 이 모델을 올여름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어 15인승 승합차 버전인 르노 마스터 시티버스 H2-TECH를 투입할 계획이다. 마스터 시티버스에는 30kW급 연료전지, 33kWh 리튬이온배터리, 4.5kg 수소저장용기 1개가 탑재되며 1회 완충 시 주행거리는 최대 300km다.
1톤트럭 버전인 르노 마스터 샤시캡 H2-TECH도 투입할 예정이다. 마스터 샤시캡에는 30kW급 연료전지, 33kWh 리튬이온배터리, 1.5kg 수소저장용기 2개가 탑재된다. 이를 통해 1회 완충 시 최대 250km까지 주행할 수 있으며 최대 1톤까지 적재할 수 있다.
이들 차량은 르노의 상용차 생산시설인 바틸리 공장에서 생산되며 연료전지모듈은 지난 3월 가동을 개시한 프랑스 플랑에 있는 공장에서 공급된다. 연료전지 통합은 2017년부터 르노그룹의 자회사로 있는 PVI가 그래츠 아르맹빌리에에서 수행한다.
수소차와 전기차의 장점 결합
르노가 이러한 구동방식을 세닉에 적용한 것은 수소차와 전기차의 장점을 결합해 현재 수소차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넥쏘, 미라이와 차별화하기 위함이다.

수소전기차는 주행거리와 충전속도가 전기차보다 우수하다. 예를 들어 넥쏘는 5분 만에 완충할 수 있으며 완충 시 최대 609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반면 72.6kWh 배터리가 탑재된 현대차의 순수전기차 아이오닉5는 급속으로 배터리 80%까지 충전하는 데 18분이 소요되며 완충 시 최대 429km까지 갈 수 있다.
순수전기차가 수소전기차만큼의 주행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선 배터리 용량이 커야 한다. 이를 위해선 많은 배터리가 탑재돼야 한다. 그러나 배터리가 많아지면 차량의 무게가 늘어나 가속력이 떨어지고 충전시간이 증가한다. 참고로 넥쏘의 최소 공차중량은 1,820kg, 아이오닉5는 1,840kg다. 그래서 순수전기차의 주행거리를 수소전기차만큼 늘리기가 어렵다.
반면 충전인프라는 전기차보다 열세다. 4월 29일 기준으로 전국에 구축된 수소충전소는 167기로, 같은 기간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수소차가 2만1,892대인 것을 감안하면 1기당 131대를 감당하고 있다.
정부는 수소충전소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설치비와 운영비가 많이 들고 사고 위험성으로 인한 주민 반대에 부딪혀 여전히 구축이 더디다. 여기에 충전소마다 영업시간과 휴무일이 제각각이어서 수소전기차 운전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르노는 세닉의 정확한 주행거리와 충전시간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2030년 이후 수소충전소 네트워크가 충분히 넓어지면 배터리 충전을 위해 멈추지 않고 최대 800km까지 주행할 수 있으며 완충까지 5분 정도 소요된다고 밝혔다.
또 전기차는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데다 동력구조가 단순해 실내공간을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부품 경량화와 소형화, 통합시스템 적용 등을 통해 공차중량을 줄여 퍼포먼스와 거주성을 높일 수 있다. 참고로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제네시스 GV60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이러한 수소차와 전기차의 장점을 결합한 구동방식을 르노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채택하고 있다.
활용범위 넓은 연료전지 레인지 익스텐더
지난 5월 3일 다임러트럭AG의 다임러버스는 신형 시내버스인 메르세데스-벤츠 e시타로 레인지 익스텐더(eCitaro Range Extender)를 공개했다.

이 버스에는 도요타의 60kW급 연료전지모듈인 TFCM2-F-60이 탑재됐다. 이 모듈은 평면형으로 제작돼 배터리, 수소저장탱크와 함께 버스 천장에 설치됐다. 그역할은 배터리에 전기를 공급해 버스의 주행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반버스는 1회 완충 시 최대 400km, 굴절버스는 최대 35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다임러버스는 이 버스를 지난 2018년 7월에 처음 공개했으며 현재 예약을 받고 있다. 출고는 이르면 2023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임러버스는 올해 말부터 기존 배터리와 무게는 같지만 용량이 50% 증가한 차세대 배터리를 탑재한 e시타로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 e시타로는 연료전지 없이 1회 완충 시 최대 300km까지 갈 수 있다.
다임러버스는 이와 함께 지난해 3월 볼보그룹과 합작 설립한 셀센트릭(Cellcentric)이 현재 개발 중인 연료전지모듈을 공급하기 전까지 도요타의 연료전지모듈을 계속 탑재할 계획이다.
영국의 전기트럭 개발사인 테바(Tevva)는 250km의 주행거리를 지닌 7.5톤 전기트럭에 주행거리 연장 기술인 REX를 적용, 최대 500km를 달릴 수 있는 수소전기 하이브리드 트럭을 지난해 9월에 공개했다.
테바는 “소형 연료전지가 이동 중에 배터리를 충전하므로 순수전기트럭보다 주행거리가 더 길고 훨씬 더 무거운 짐을 운반할 수 있다”라고 밝혔을 뿐 배터리 용량, 연료전지 출력 등 세부사항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테바는 지난해 9월부터 해당 트럭의 사전주문을 받고 있으며 양산은 오는 7월에 개시해 올해 3분기 중 출고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19.5톤 순수전기트럭과 수소전기 하이브리드 트럭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구동방식은 다른 모빌리티에도 적용된다.
영국의 연료전지 상용차 개발업체인 울렘코(ULEMCo)는 옥스퍼드셔 카운티 정부, 현지 소방당국과 연료전지를 레인지 익스텐더로 사용하는 소방차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무배출 소방차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배터리만으로는 소방차에 필요한 동력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도요타의 GEN2 연료전지 기반 레인지 익스텐더와 8kg 수소저장탱크를 적용했다.
그 결과 물 펌프를 최대 4시간 가동해야 한다는 규정을 포함해 소방당국이 요구하는 소방장치 가동시간을 충족할 수 있는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여기에 배터리에 저장된 에너지와 빠르게 충전할 수 있는 연료전지의 조합이 긴급출동을 위해 소방차의 연료를 가득 채워 준비해야 한다는 요구사항도 충족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연료전지를 포함한 구동장치가 소방장비 설치에 영향을 주지 않아 기존 차량 설계를 반영해 소방차를 제작할 수 있다.
울렘코는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시제품을 제작할 계획이다. 또 소방서에 수소충전시설을 구축하기 위한 평가도 진행한다.

프랑스의 친환경 요트제조업체인 하이노바(Hynova)는 지난 2020년 9월 첫 수소전기요트인 하이노바 40의 프로토타입 모델인 뉴 에라(The New Era)를 선보였다.
이 요트에는 프랑스의 수소발전기 제조업체인 EODev가 개발한 수소전기 하이브리드 기술인 REXH2가 탑재됐다. REXH2는 도요타의 80kW급 연료전지모듈, 3개의 44kW급 인산철리튬배터리, 2개의 184kW급 전기모터로 구성됐으며 22.5kg 수소저장탱크 3개가 수소를 공급한다.
이를 통해 요트의 무게가 약 9톤에 달함에도 최대 22노트(약 41km/h)의 속도를 낼 수 있다. 또 작동속도를 제한한 상태에서 배터리로만 주행할 경우 최대 8노트의 속도를 내며 최대 69마일(111km)까지 갈 수 있다. 배터리에는 REXH2가 생산한 전기가 저장된다.
EODev는 “수소전기 하이브리드의 장점은 100% 전기시스템보다 중량이 적어 에너지 소비량이 적고 상황에 따라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사용하거나 연료전지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레인지 익스텐더, 수소차 활성화 묘수 될까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2010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인 쉐보레 볼트(Volt)를 출시했다.
볼트는 하이브리드카로 분류되지만 GM은 기존 하이브리드 방식과 달리 구동계에는 전기모터만 있고 엔진은 발전만 담당한다며 ‘레인지 익스텐더 탑재 전기차’라고 불렀다. 즉 르노가 세닉에 적용한 레인지 익스텐더 방식을 가장 먼저 채용한 곳이 바로 GM이다.
볼트에는 출시 초반 16kWh 리튬이온배터리와 1.4리터 주행거리 연장형 가솔린 엔진이 탑재돼 배터리로만 56km, 총 483km까지 주행했다. 이후 연식변경을 거쳐 배터리 용량을 늘리더니 2세대 때 18.4kWh 리튬이온배터리와 1.5리터 주행거리 연장형 가솔린 엔진이 탑재돼 배터리로만 89km, 총 676km의 주행이 가능했다.
볼트가 출시된 지 3년 뒤인 2013년 BMW의 첫 순수전기차인 i3가 데뷔했다.
i3는 출시 당시 22.6kWh 리튬이온배터리가 탑재돼 1회 완충 시 국내 기준 132km까지 주행할 수 있었다. BMW는 i3의 주행가능거리가 짧은 데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해 650cc 주행거리 연장형 가솔린 엔진을 적용할 수 있는 옵션을 마련했다.

이 엔진을 탑재하면 i3의 주행가능거리는 최대 320km까지 늘었다. 그러나 엔진을 장착하면 법률상 전기차가 아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로 등록되기 때문에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받기 위해 국내에서는 이 옵션이 반영되지 않았다.
GM과 BMW가 이같이 가솔린 엔진을 레인지 익스텐더로 사용하는 구동방식을 채택한 것은 당시 친환경차의 경쟁력이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친환경차의 연비가 내연기관차보다 높지만 전기모터, 인버터 등 구동계와 배터리 탑재로 내연기관차보다 무거워 효율이 떨어진 데다 전기차의 경우 충전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런데 가격은 내연기관차보다 높았다.
이로 인해 친환경차의 경쟁력이 내연기관차보다 떨어지면서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됐다. 그래서 친환경차의 강점인 경제성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효율성과 가격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는 엔진을 레인지 익스텐더로 사용하는 구동방식이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전기모터, 인버터 등 구동계와 배터리 기술력 향상으로 친환경차 경쟁력이 내연기관차를 앞서기 시작하면서 레인지 익스텐더를 적용한 전기차는 거의 없다.
이런 가운데 수소차 시장에 연료전지를 레인지 익스텐더로 활용하는 구동방식이 등장했다. 이는 초기인 수소차 시장을 활성화하면서 업체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전기차 시장 초기에 등장했던 이 구동방식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구동방식이 수소차 시장 활성화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알 수 없으나 다양한 전략이 쏟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수소차 시장이 공략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