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창원에서 20년가량 연료전지 금속분리판 사업을 해온 엘프시스템을 취재했다. 올해 상복상단에 새 공장을 열고 ‘직동식 고정밀 서보프레스’ 장비도 새로 구축했다.  

엘프시스템은 장비 전문 회사다. 정병수 대표는 흔히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묶어 말하지만 국내 산업계가 ‘장비’에 주목한 것은 3, 4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외부에서 요청하는 도면대로 ‘부품’을 제작해서 납품하는 형태로 산업이 흘러가면서 부품업체에 장비를 납품하는 하청업체로 홀대를 받는 일이 많았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 인식이 크게 변했다. 반도체, 이차전지, 연료전지는 공통적으로 기술의 난이도가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에 든다.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정밀 장비로 이뤄진 자동화 라인 구축이 꼭 필요하다.

이는 반도체 업계만 봐도 알 수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유럽 출국길에 맨 먼저 찾은 곳이 EUV(극자외선) 노광기 제작사인 네덜란드의 ASML이다. 노광 장비는 대당 가격이 1,500억 원에서 3,000억 원에 이른다. 반도체 제작에 꼭 필요한 장비라 ASML의 주가는 하늘을 찌른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김희연 책임연구원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김 박사는 반도체 공정에 주로 쓰는 CVD(화학기상증착) 장비로 PEM 연료전지용 백금 촉매에 그래핀쉘을 코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과거에 비해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어요. CVD만 해도 상용화 장비가 아닌 논문을 쓰기 위한 연구용 장비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죠. 지금은 CVD를 활용해서 실제로 소재나 부품 생산에 적용을 해보고 싶어하는 회사들이 생겨나고 있어요. 고무적인 변화라 할 수 있죠.”

일본의 수출 규제를 계기로 ‘소부장’ 부문에서 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고, 2년이 흐른 지금 큰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나 독일 등 기술 선진국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엘프시스템의 직동식 서보프레스만 해도 일본 HSK 사의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소재, 부품에 대한 관심이 ‘장비’ 부문으로 확장되고 있다. 새로운 장비의 도입은 대량생산의 신호로 볼 수 있다. 소부장 업계에 얼마나 활기가 도느냐로 수소산업의 호황을 가늠하게 된다. 그 신호는 아직 ‘노란불’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