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부터 상업용으로 활용될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주목된다. 사진은 독일 마인츠 에너지파크의 P2G 그린수소 생산단지다.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현재 국내는 부생·추출수소 중심으로 수소 공급이 확대되고 있지만 진정한 탄소중립을 위한 청정수소(블루·그린수소) 생산·도입 인프라가 전무한 상황이다. 특히 전기로 물을 분해해 산소와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시스템은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수소 생산의 핵심 기술이다. 

국내 그린·블루수소 기술은 선도국 대비 4~7년의 기술격차가 존재해 연구개발·실증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해외 주요기업은 이미 MW급(2~10MW) 실증을 끝내고 상용화 단계까지 왔지만 국내는 이제야 10MW급 실증을 시작한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기반 수전해 그린수소는 부생수소와 추출수소보다 생산 가격이 비싸 경제성도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발표한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통해 ‘청정수소 공급체계 전환’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재생에너지 기반 수전해 그린수소 생산 실증 사업과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수전해 수소생산기지는 실제 상업용으로 활용됨에 따라 관련 기업과 지자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전해 그린수소 생산 실증 본격화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MW급 실증을 통해 25만 톤급의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 기반을 구축해 생산 단가 3,500원/kg 수준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2050년엔 생산 단가 2,500원/kg 수준으로 300만 톤의 그린수소 생산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대규모 수전해 설비 실증을 통해 대용량·저비용·고효율화 핵심 소재・부품 기술을 개발함으써 그린수소 대량생산 기술력을 확보,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수전해 공급 인프라 설치 보조, RE100 참여(녹색프리미엄 요금제), 청정수소발전제도(CHPS) 및 청정수소인증제  도입 등 그린수소 생산의 경제성 확보 지원제도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7년 제주 상명풍력단지에서 500kW급 수전해 기술개발 및 실증사업을 수행한 것을 시작으로 1MW급(울산), 2MW급(동해), 3MW급(제주 행원) 등의 소규모 수전해 실증사업들이 단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에 더해 정부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총 4년간 약 300억 원 규모의 국비를 지원하는 10MW급의 수전해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제주 구좌읍에 있는 30MW 풍력발전단지 내 12.5MW급 수전해 설비를 구축하고, 풍력발전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기반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실증사업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유럽, 북미 등 해외 주요국들이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계획에 따라 다수의 10MW급 이상의 수전해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고, 국내도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서 밝힌 것처럼 대규모 수전해 실증을 통해 그린수소 생산 기반을 확충할 필요가 있어 이번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10MW급 실증 과제를 통해 국내 기업은 수전해시스템의 최적 운전 경험과 그린수소 생산 및 경제성 데이터 등을 축적하게 된다. 타입별 국내외 수전해 기술 비교 평가를 통해 고효율화, 대용량화 등 국내 수전해 기술력도 향상해 MW급 단위 스택 수전해 상용화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향후 해외 수전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실증사업이 종료될 2026년에는 연간 약 1,200톤 규모의 그린수소가 생산되어 제주도 내 수소청소차 약 300대 및 수소터빈 혼소 발전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제주 상명풍력발전단지의 500kW급 수전해 그린수소 생산 실증현장.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구축
특히 정부가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도 병행 추진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실증사업과 별도로 실제 상업용으로 수전해 수소를 생산・활용토록 한다는 측면에서 지자체와 관련 업계의 관심이 크다. 청정수소로의 조속한 전환을 위해 선제적으로 소규모부터 그린수소 생산・활용 경험을 쌓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간 산업부는 수소차 등 모빌리티에 필요한 수소를 적기에 도심 수요처 인근에서 공급하기 위해 천연가스 개질 수소생산기지 사업을 추진해왔다. 창원시, 삼척시, 평택시, 기장군, 대전 동구, 인천 중구, 완주시 등 소규모 7개소(하루 1톤), 광주광역시, 창원시, 평택시 등 중·대규모 3개소(하루 4~7톤) 등 총 10개소 구축이 추진되어 왔다.

부생수소 출하센터 구축도 지속 확대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2021년 4월 연간 2,000톤 규모의 출하센터 운영을 개시한 데 이어 SK인천(3만 톤/년)과 덕양에너젠(전남 여수, 하루 7.8톤)이 출하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그러나 산업부는 소규모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의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이 사업에 대해 국비 지원을 중단하는 대신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올해는 탄소중립 기여와 미래 그린수소 생산 기반의 선제적 구축 차원에서 종전의 개질수소 기반이 아닌 수전해 기반의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을 새롭게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미 정부는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통해 수전해 설비 설치 투자 확대를 위해 수전해 수소공급 인프라 설치 보조(2022~2023년, 3개소)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 전담기관인 수소융합얼라이언스는 지난 1월 26일 ‘2022년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을 공고했다.   

공고 내용을 보면 사업 기간은 사업협약일로부터 24개월 이내이며, 지원 규모는 개소당 각 54억3,000만 원씩 총 162억9,000만 원(3개소)이다. 2022년도 총 지원금은 개소당 16억3,000만 원씩 총 48억9,000만 원이다. 민간사업자, 지자체(광역, 기초), 공공기관, 대학, 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지원대상이다.

하루 1톤 이상 규모의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구축에 지원되며, 필수적으로 인근 수소충전소 및 기타 수소 수요처와 연계되어야 한다.  수전해 수소생산 시 필요한 전력은 재생에너지 또는 기존 전력계통을 활용하면 된다. 

이러한 공모 내용에 따라 사업계획서를 접수해 사업의 타당성(부지 및 주민 수용성 확보 여부, 수요처 및 안전성 확보 방안의 적절성 등), 사업추진체계(지자체 및 소속기관의 의지 등), 사업 운영방안(자립화 등), 신청기관의 경영상태 등을 평가한 결과 지난 4월 29일 전북테크노파크와 현대건설을 주축으로 한 컨소시엄이 3개소 중 1개소의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산업부는 올 하반기에 나머지 2개소의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 수요조사를 한 결과 8곳 정도가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 공모 신청 의사를 밝히는 등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사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라며 “다만 상반기에는 공모기간 내 컨소시엄 구성을 하지 못했거나 부지 미확보, 주민 수용성 문제, 지자체 매칭을 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많이 응모하지 못해 1개소만 선정됐는데, 올 하반기에는 많은 곳에서 신청할 것으로 보여 2개소의 사업자 선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 제주 상명풍력발전단지 그린수소 실증현장에 설치된 수소에너젠의 알칼라인 수전해 설비.

새만금에 들어서는 첫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전북도와 부안군은 산업통상자원부의 ‘2022년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 구축’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됐다고 지난 6월 2일 공식적으로 밝혔다.

전라북도, 부안군, 전북테크노파크(주관기관), 현대건설, 테크로스워터앤에너지, 테크로스환경서비스, 에스와이에프 등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은 지난 5월 사업에 착수해 오는 2024년 4월까지 108억 원(국비 54억 원, 지방비 30억 원, 민자 24억 원)의 예산을 투입, 부안 신재생에너지단지 연구용지 내에 수전해 설비(PEM, 고분자전해질 방식) 및 출하시설 등을 갖춘 수전해 그린수소 생산기지(2.5MW)를 구축하게 된다.

전북도는 지난해 8월 기재부의 예타 대상사업으로 선정되어 조사가 진행 중인 ‘새만금 재생에너지 연계 그린수소 생산클러스터’의 성공적인 조성과 기업유치를 위해 중·소규모의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구축을 통한 선진 연구 및 실증이 필요했다. 

부안군도 수소차 보급 확산과 연료전지 연구(에너지기술연구원 등) 활성화에 따른 수소 수요량 증가로 인해 생산기지 구축이 절실했다. 

특히 현대건설은 유럽 등 해외에서 발주량이 대폭 증가하고 있는 수전해 수소생산 플랜트 EPC 경험을 쌓기 위해 이번 공모에 참여했다. 실제 독일 등 유럽의 수전해 플랜트 건설 발주처에서 EPC 수행 경험이 풍부한 현대건설 측에 건설 참여 의향을 묻는 연락이 증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건설은 이번 사업에서 수전해 설비와 출하 및 전기 인입 설비 등을 포함한 수소생산기지의 기본·상세설계, 주요 기자재 구매, 시공을 담당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2030년 글로벌 수전해 수소생산 플랜트의 누적 시장 규모는 1,800조 원으로 전망된다”라며 “현대건설은 가파른 성장세의 글로벌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해외 수전해 전문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GW급 대규모 수전해 수소플랜트의 기본설계 및 원자력을 이용한 청정수소 생산 등 수소 분야 역량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전북테크노파크・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구축할 예정인 ‘전북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조감도.

국내 수전해 업체 현황
국내에서 MW급 수전해 실증사업과 상업용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이 본격 추진됨에 따라 핵심 설비인 수전해 기술 보유업체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전해시스템은 크게 알칼라인(AEC), 고분자전해질(PEM), 고체산화물(SOEC), 음이온교환막(AEM) 등 4가지 타입으로 구분된다. 

국내 대표적 수전해 기술 보유업체는 엘켐텍(PEM), 이엠솔루션(알칼라인), 수소에너젠(알칼라인), 아크로랩스(AEM) 등이 있다. 

엘켐텍은 현재 1MW 단일 수전해 스택 생산이 가능하고, 2023년까지 3MW 제품을 개발해 중동, 유럽, 미국 등의 해외 수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울산에서 실증이 진행 중이고, 추가로 동해(1MW)와 제주(2MW)에서도 실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엠솔루션은 이미 실증용으로 대구 수소충전소, 제주 현대차 수소충전소, 부안 새만금 수소충전소 등 3곳에 수전해 설비를 공급한 바 있다. 시간당 100~600Nm³의 수전해 플랜트 구축이 가능하다. 지난 2021년 4월에는 울산에서 진행 중인 한국전력의 P2G 기반 멀티 마이크로그리드 운영 및 배전계통 연계 실증 연구 사업(1MW급)에 고효율 100Nm³/h 수전해 장치를 출하했다. 

수소에너젠은 제주 상명풍력발전 단지 500kW급 수전해 실증에 스택을 공급해 기술력을 인정받은 기업으로, 동해(1MW)와 새만금, 제주(2MW)에서도 실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크로랩스는 음이온교환막(AEM) 기술은 물론 자가가습형 고분자전해질(PEM) 수전해 스택 기술과 친환경 융복합전지 통합 운영기술을 확보한 수소융복합전지 전문기업이다. 

한편 한화솔루션은 2023년 상용화를 목표로 AEM 수전해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다. 

SOFC를 보급 중인 SK에코플랜트는 SOEC 수전해 기술도 확보했다. SK에코플랜트는 미국 블룸에너지, 블룸SK퓨얼셀과 함께 경북 구미에 있는 블룸SK퓨얼셀 제조공장에 130kW급 SOEC 설비를 구축해 실증을 진행하고, 지난 2월 17일 수소 시험생산에 돌입했다. 이번 구미공장 실증사업 외에 국내에서 추가로 실증사업을 진행해 SOEC 기술을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우선 제주(1.5MW) 실증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 SK에코플랜트가 수전해 수소생산 실증을 위해 블룸SK퓨얼셀 제조공장(경북 구미)에 구축한 130kW급 SOEC 설비.

린데(독일), 에어리퀴드(프랑스) 등 한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산업용 가스 기업들도 수전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린데는 영국의 수전해 기업 ITM 파워의 지분 20%를 확보하고, ITM-Linde 합작회사(ILE, ITM Linde Electrolysis GmbH)를 설립해 PEM 수전해 설비를 제공하고 있으며, 독일 최대 정유・석유화학 클러스터인 로이나에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세계 최대 규모(24MW)의 PEM 수소생산 플랜트를 2022년에 완공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에어리퀴드는 지난 2019년 1월 캐나다의 수전해・연료전지 전문기업 하이드로제닉스의 지분 18.6%를 인수해 수전해 기술을 확보했다. 2021년 초 캐나다 퀘벡주 베캉쿠르 지역에 20MW급 PEM 수전해 수소생산시설을 준공하고, 하루 약 8톤 규모의 청정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노르웨이 넬은 알칼라인 및 PEM 수전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7년에 미국의 프로톤(Proton)을 인수해 PEM 기술을 확보했다.

이들 기업은 현재 한국에서 수소충전소 구축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으며, 수전해 기술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향후 한국 내 수전해 수소 시장에도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관심이 집중되는 기업이 바로 ‘SK플러그하이버스(SK Plug Hyverse)’다. SK E&S와 미국 수소기업 플러그파워가 아시아지역 수소사업 추진을 위해 올해 1월에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PEM 수전해 기술을 보유한 플러그파워는 최근 덴마크(1GW), 호주(250MW), 미국(240MW), 이집트(100MW) 등에 수전해 설비 공급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5월 31일 한국가스공사와 1MW급 PEM 수전해 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3MW급 수전해 실증(제주 행원풍력발전단지) 사업에 1MW 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플러그파워가 수전해 설비를 한국 내에 공급하는 첫 사례다.

SK플러그하이버스는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의 국가 연구개발 과제인 ‘10MW급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실증’ 사업에도 참여해 단일 설비 기준으로 국내 최대 규모인 5MW급 PEM 수전해 설비를 구축・운영할 예정이다. 

프랑스의 PEM 수전해 설비 전문업체인 엘로젠(Elogen)은 지난 5월 25일(현지시간) 발맥스기술과 그린수소 솔루션 상용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한국 시장에 PEM 수전해 설비를 설치·운영할 예정이다. 

▲ ‘2MW급 동해 그린수소 생산 실증사업’에 활용될 한국동서발전의 ‘동해 해파랑길 햇빛발전소’.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난관 많을 듯
실제 상업용으로 수소를 공급해야 하는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에는 현실적인 난관들이 많아 보인다. 

먼저 국내 수전해 기술이 아직 상업용으로 설치되어 운전된 실적이 없기에 초기 설비 운전 시 발생할 수 있는 불안정성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 공모에서 기존 중대 규모 천연가스 개질 수소생산기지(수소 가격 인하)와 달리 ‘수전해 설비의 안정적 운영’을 최우선 중점 사항으로 제시했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 관계자는 “국내에 트렉레코드가 없지만 2MW급까지 설계・제조가 가능하고 인증도 자신 있다고 하는 국내 기업이 있어서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도 하루 1톤 이상 수소생산이 가능한 규모로 기획했다”라며 “실제 몇 곳은 국산 수전해 설비로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 공모에 신청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해외 수전해 기술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처음으로 상업용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사업자로 선정된 전북TP・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유럽 기업의 수전해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설비 조달과 건설 발주가 원활하게 진행될지 의문이다. 

전북테크노파크 관계자는 “국내 수전해 업체들이 있지만 해외 기업과의 기술 격차가 있고 양산단계가 아니어서 가격도 비싼 편이라 해외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2년 안으로 생산기지를 구축해서 상업용으로 수소를 공급해야 하는데, 설비 조달과 건설 발주가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납기를 맞출 수 있을지 벌써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몇 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유럽 국가들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수전해 수소생산 플랜트 건설에 더욱 속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수전해 설비를 외국에서 수입하려면 수소법에 근거해 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수소용품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 일환으로 해외 현지 공장의 제조허가를 위해서는 가스안전공사 직원들이 해외 현지로 가야 한다. 해외 공장 제조허가 업무가 통상 3~4개월 정도 걸렸는데, 지금은 코로나로 1년 가까이 소요되고 있다. 

밸브 등 수소부품을 국내 규정과 기준에 맞추려면 가스안전공사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인증기간도 오래 걸린다. 관련 규제와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전북테크노파크 관계자는 “SK플러그하이버스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제주 수전해 실증사업의 고압 PEM 수전해 설비에 대한 실증특례를 승인받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이번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에서 관련 규제와 걸림돌이 있으면 실증특례를 신청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프랑스 산업용 가스 기업 에어리퀴드의 20MW급 PEM 수전해 수소생산설비.

더군다나 유럽을 중심으로 대규모 수전해 수소생산설비 구축 발주가 증가하면서 수전해 설비 업체들이 유럽 시장에 초점을 맞추어 한국 시장에 수전해 설비를 공급할 여력과 관심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유럽은 2024년 6GW, 2030년까지 67GW급(영국 10GW, 프랑스 6GW, 독일 5GW, 포르투갈 5GW, 스페인 3GW 등)의 수전해 그린수소 생산시설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한편 국내에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대규모(10MW급) 수전해 실증사업과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이 병행 추진됨에 따라 수전해 설비 시장의 활성화가 기대된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의 한 관계자는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은 수소충전소 구축 초기 때와 비슷하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처음에는 수소충전소 구축에 해외 설비・제품이 적용되다가 국산 제품의 실증 등을 통해 지금은 국산화로 많이 전환되었다”라며 “수전해 수소생산기지 사업도 해외 제품과 기술이 적용되는 동시에 국내 기술도 트렉레코드 확보 차원에서 상업용으로 설치되어 운용 경험을 쌓고 기술의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사업은 우선 선제적으로 수전해 수소생산기지를 운영해보고 경험을 쌓는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며 “국내 기술은 트렉레코드를 쌓고, 외산기술을 도입하는 경우 벤치마킹을 통해 국산화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수전해 설비 시장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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