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지난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어 오는 5월 10일 제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되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석탄화력발전과 원전의 비중을 축소하고, 재생에너지・LNG 발전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또 탄소중립과 국가 혁신성장의 동력원으로 수소경제를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반면 윤석열 당선인이 집권한 차기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지하는 게 핵심이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에너지로 원자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침체한 원자력산업 생태계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문 정부가 추진해왔던 수소경제 정책의 추동력이 상실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지난 2003년부터 처음 추진되기 시작한 수소경제가 이후 정권이 교체되면서 추동력을 상실한 경험이 있어서다.
그러나 윤 당선인(국민의힘)의 정책공약을 보면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조화롭게 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원전을 이용한 수소생산 등 수소산업 육성 내용도 언급되어 있어 문 정부의 수소경제 정책 기조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
<월간수소경제>는 4월호 커버스토리 1부로 윤 당선인의 정책공약을 토대로 차기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과 수소경제를 전망했다. 2부에서는 수소 관련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이 차기 정부에 바라는 내용을 담았다.
탈원전 정책 추진한 문 정부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5월 출범 후 처음으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안전성과 환경성에 중점을 둔 전원 믹스의 기본 틀을 정립했다. 이에 앞서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시 경제성뿐만 아니라 환경성과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법적 근거(전기사업법 2017년 7월 6월 시행)를 마련하고, 에너지전환 로드맵(2017년 10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2017년 12월) 등에 따라 원전 및 석탄발전 설비 감축, 신재생・LNG 발전 설비 확충 계획을 반영했다.
문 정부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에서 원전에 대해서는 신규 6기(신한울 3·4, 천지 1·2, 신규 원전 1·2) 건설계획 백지화, 노후 10기(월성 2~4, 고리 2~4, 한빛 1·2, 한울 1·2) 수명연장 중단, 월성 1호기 공급제외 등을 반영했다.
석탄발전은 노후 6기(보령 1·2, 삼천포 1·2, 호남 1·2)를 폐지하고, 건설 중인 2기(당진에코 1·2)는 LNG로, 4기(태안 1·2, 삼천포 3·4)는 폐지 후 LNG로 각각 전환키로 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태양광・풍력을 중심으로 47.2GW의 신규 설비를 확충해 2030년 58.5GW까지 확대해 나가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0~2034년)’에서도 이 같은 정책 기조가 유지됐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2019년 6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2019년 1월) 등에 따라 석탄발전은 삼천포 3~6, 태안 1~4, 하동 1~4, 당진 1~4, 보령 5·6, 태안 5·6, 하동 5·6, 영흥 1·2 등을 폐지한 후 LNG 연료로 전환키로 했다.
이에 따라 2034년까지 석탄발전 폐지 후 LNG 연료로 전환하는 곳은 총 24기(12.7GW)이다. 2022년까지 노후 6기(폐지)를 포함하면 총 30기의 석탄발전이 폐지되는 셈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경우 태양광(45.6GW) 및 풍력(24.9GW)은 2034년 신재생 전체의 91% 수준으로 하고, 연료전지는 8차 계획의 2030년 기준 대비 3.5배 증가(0.75GW→2.6GW)를 반영했다.
원전은 8차 계획에 1기(한빛 3)를 추가한 총 11기의(9.5GW) 노후원전을 수명연장하지 않고 중단키로 했다.
또한 문 정부는 지난 2021년 10월 국무회의에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안’을 심의・확정했다. NDC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배출량 4억3,660만 톤) 2018년 총배출량(7억2,760만 톤) 대비 40% 감축하는 것으로 상향 조정됐다.
전력과 열을 생산하는 전환부문은 2030년까지 석탄발전 비중을 2018년(41.9%) 대비 절반 정도(21.8%)로 축소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2018년 6.2%에서 30.2%로 대폭 확대해 2030년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 대비 44.4% 감축하기로 했다.
특히 문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2019년 1월)’을 발표한 이후 수소경제 표준화 전략 로드맵, 수소 기술개발 로드맵, 수소 인프라 및 충전소 구축방안,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 등의 후속계획을 수립・발표하고, 세계 최초 수소법 제정, 수소경제위원회 출범 등 강력하게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국내 에너지 정책의 최상위 법정계획인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2019년 6월)’에 수소경제 로드맵 내용을 반영하고, 수소법까지 제정함으로써 수소경제 이행에 대한 확고한 정책적 의지를 보여줬고, 실제 수소 인프라 구축 및 기술개발 등 수소경제 분야에 대한 정부 재정 투자도 큰 폭으로 확대해왔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수소 분야 투자 확대에 나섰다. SK·현대자동차·포스코·한화·효성 등 5개 그룹과 중소·중견기업들은 지난 2021년 3월 개최된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2030년까지 수소의 생산, 유통·저장, 활용 등 수소경제 전 분야에 43조4,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윤 당선인, 탈원전 정책 폐지한다
차기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지 기조가 전원 믹스와 수소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올해는 ‘제4차 에너지기본계획(2022~2044년)’과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년)’, ‘제15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2022~2036년) 수립이 예정되어 있다. 차기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처음으로 이러한 계획들에 담길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제4차 에너지기본계획’과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원전, 재생에너지, 수소연료전지 등의 전원 믹스를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에 따라 관련 업계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차기 정부의 구체적인 에너지 정책 방향은 윤 당선인이 공식 취임하는 5월 이후에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14일 발족한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는 정부 업무 인수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 분야별로 △폐기 △수정・보완 △유지로 분류하게 된다.
우선 윤 당선인(국민의힘)의 정책공약집을 보면 에너지・환경 정책 방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은 공약집을 통해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조화시켜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즉시 재개하고, 안전성 평가를 토대로 2030년 이전 최초 운영허가 만료 원전(30년 기준 수명 도래)의 계속 운전 등으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40% 달성에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원전을 기저 전원으로 활용해 2017년 이후 평균 26.4%로 낮아진 원전 비중을 30%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임기 내 석탄・LNG 등 화석연료발전 비중을 60%에서 40%대로 감축한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 자발적 협약(VA) 운영을 의무화하고, 권역별 할당량을 50% 이상 축소하는 한편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석탄발전소의 가동 상한을 현재의 80%에서 50%로 하향 조정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발전용 시장이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석탄발전에 대해서는 현 정부와 비슷한 기조여서 노후 석탄발전의 폐지는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대 관건은 원전 비중 확대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비롯해 2023년부터 2029년까지 수명이 도래하는 노후원전 10기 중 얼마나 수명연장이 반영되느냐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및 LNG 발전 비중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 방안을 전면 수정하기로 했다.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감축 목표(40%)는 준수하되 현실성 있는 실천계획으로 공론화 논의를 거쳐 확정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NDC 달성 방안 중 전환부문의 전원 믹스에서 원전 비중이 올라가고 LNG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의 하락이 예상된다. 현재 NDC의 2030년 전원 비중을 보면 원전은 23.9%, LNG는 19.5%, 신재생은 30.3%로 설정되어 있다.
원전 부활, 수소경제에 미칠 영향은
KB증권은 지난 3월 10일 ‘윤석열 당선인의 유틸리티 관련 공약 영향 점검’ 자료를 통해 에너지 정책 변화의 규모는 원전>신재생>석탄화력발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혜정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은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기가 추가되었으나 8~9차 계획에서 6기가 백지화됐다. 신한울 3, 4호기의 구체적 목표 가동 시기와 그 이상의 신규 원전 건설 여부는 올해 말 발표될 예정인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확정될 전망”이라며 “신규 원전 도입 외에도 탈원전 정책에서는 폐지됐던 기존 원전의 수명연장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되어 현 정부가 탈석탄과 탈원전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이를 대부분 신재생발전으로 대체하려던 것과 비교했을 때 차기 정부에서는 신재생발전의 확대 속도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윤 당선인은 공약에서 화석연료발전 비중을 40%대로 축소하고 석탄발전 가동 상한을 50%로 조정하겠다고 제시했는데, 2021년 연간 화석연료발전(석탄+LNG+중유) 비중이 64.1% 수준임을 감안하면 석탄과 LNG 발전이 제약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3월 17일 ‘차기 정부 에너지 정책 및 전원별 영향 검토’ 자료를 통해 “차기 정부의 에너지 관련 공약 중 임기 내 화력발전(석탄+LNG) 비중을 40%대로 감축하기 위해서는 현재 건설 중인 원전 4기(5.60GW)가 2026년 이전에 준공되어야 하고, 운영허가 만료 원전 10기의 수명연장이 모두 이루어져야 하고, 원전의 이용률이 최소 85% 수준을 기록해야 한다. 또 신재생에너지 보급 속도가 최소 2021년 수준으로는 꾸준히 유지되어야 한다. 만약 원전 발전량이 예상에 못 미치게 된다면 현재도 도전적인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더욱 확대되어야 하기에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지연시키는 각종 제약요인을 제거・완화하는 노력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율촌은 지난 3월 11일 발표한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 의미 및 기업 영향 분석’ 자료를 통해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시 재개 등 탈원전 정책폐기 정책 대부분은 원자력안전에 관한 업무 수행을 관장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허가 및 승인 사항으로 정책 계획 수립, 이행 프로세스 진행 등의 행정 운영에 해당하고, 원전 비중 역시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기본계획의 정책 사항이므로 법 개정 없이 차기 정부에서 바로 추진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공약”이라며 “특히 원전 이슈는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사퇴와 그 이후 정치에 참여한 계기가 월성원전 사건(2018년 청와대와 정부가 월성원전 1호기의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부당하게 조기 폐쇄를 끌어냈다는 것이 핵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해 탈원전 정책폐기는 속도감 있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원전 확대를 합리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실제 윤 당선인 임기 내 원전 비중 확대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현재 신한울 3・4호기는 법적으로 취소되지 않았고, 건설을 유보한 상태이다. 500명의 국민참여단을 통해 유보가 결정된 만큼 반드시 적절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공사가 재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이어 “신정부는 2030년 이전에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 10기에 대해 전부 연장할지, 아니면 안전성 기준에 근거해 몇 개만 연장할지 등에 대해 전문가 검토를 통해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은 수명연장 원전의 수소생산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어 우리도 수명연장 후 계통에 연결하지 않는 수소생산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신정부 임기 내에 소형모듈원전(SMR)의 상용화는 어려울 것 같고, 신규 원전 부지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이 재개되어도 빨라야 2030년부터 가동될 수 있는 등 신규 원전은 신정부의 임기와 다소 무관해 보인다”라며 “하지만 연내 마무리 예정인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발전량 믹스에서는 태양광, LNG 발전, 발전용 연료전지 중 하나 이상이 하락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발전 시장에서 발전용 연료전지의 비중이 축소될 우려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현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윤 당선인의 공약을 보면 곳곳에서 감지된다.
윤 당선인은 탈 탄소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위해 청정수소 생산기지 및 수소 액화 관련 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수소생산 관련 기술을 신성장・원천기술에서 국가 전략기술로 조정해 육성할 것을 공약했다.
또 무탄소화에 필수적인 원자력 수소 기술개발은 미국, 프랑스 등에서 진행 중이나 국내 정부는 탄소중립 계획에서 원자력 수소를 배제했다고 밝히며, 수냉각 SMR 실증과 상용화 촉진을 통해 세계 SMR 시장을 선점하고, 수소병합 원전 개발 및 수출 상품화, 수소생산 및 재생에너지 연동이 용이한 혁신 SMR 개발을 추진할 것을 약속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수소경제를 처음 추진한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4년부터 고온가스로(300MWe 이하)를 이용한 원자력 수소생산 기술개발에 착수해 실험실 규모의 수소생산 실증을 마친 상태이다.
고온가스로는 핵분열반응에서 생성된 고온의 열을 견디도록 세라믹 피복 입자 핵연료를 사용하고, 감속재로 흑연을, 냉각재로는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는 헬륨을 각각 사용하는 원자로로, 750℃ 이상의 고온 열을 안전하게 생산하기 때문에 수소생산에 최적화한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초고온가스로(VHTR)는 고온가스로의 원자로 냉각재 출구 온도를 850~950℃로 증가시킨 것으로, 온실가스를 방출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수소생산에 활용할 수 있는 4세대 원자로이다.
원자력을 이용한 수소생산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는 반영되어 있지 않지만 2019년 10월에 발표된 ‘수소 기술개발 로드맵’에는 미래형 수전해 수소생산기술로 ‘고온수전해’와 함께 ‘초고온가스로 시험로’ 기술개발이 반영되어 있다.
아울러 윤 당선인은 폐플라스틱 등 폐기물 처리를 매립과 소각 중심에서 열분해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최근 기업들이 폐기물의 열분해를 통해 생산된 열분해유를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 재활용하거나 열분해 과정에서 생산된 합성가스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활발하게 추진 중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원자력・배터리・태양광・수소 기술 분야를 글로벌 탑 3 수준으로 집중 육성하는 한편 규제혁신을 통해 미래차(전기차, 수소차), 이차전지, 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의 R&D 및 세제 지원과 전문인력 양성을 확대하고, 부품 기업 등의 업종 전환을 추진한다고 공약했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윤석렬 대통령 당선인은 이미 선거 공약으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폐기를 공언하고,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 방안 전면 수정까지 천명했다”라며 “새 정부의 향후 정책 전환은 NDC를 넘어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에너지기본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의 에너지 관련 정책 전반에 대한 대폭적인 수정을 의미하고,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 역시 재정립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연구위원은 “다행인 점은 수소경제는 새 정부에서 축소가 불가피한 태양광·풍력 등에 비해 탈이념적이고, 수소경제 추진이 지극히 산업계의 현실적 요구에서 기인했다는 점과 수소가 에너지 저장수단인 물질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새 정부가 역점을 두고 부흥시킬 원전과의 ‘콜라보’도 가능하다는 큰 장점이 있어 새 정부에서도 수소경제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재정립을 통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그 첫걸음은 수소산업의 다급한 현안인 청정수소 인증제 법제화이다.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반영해 인증 대상 청정수소에 원전 수소도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암모니아・수소 혼소 발전 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용호 딜로이트 컨설팅 에너지・자원・산업재 섹터 리더는 “신정부의 기본적인 에너지 믹스의 방향은 원자력을 기저발전으로 삼되 문 정부가 기존에 발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크게 이탈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이에 따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탈석탄 정책의 기본적인 흐름은 유지・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탈석탄의 가장 현실적이고 비용 효과적인 대안으로 암모니아・수소 혼소 발전의 시장 개화 시점이 더욱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발표한 ‘2030년 NDC 상향안’에서 2030년 암모니아 발전은 총발전량의 3.6%(22.1TWh)로 반영됐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도 무탄소(수소·암모니아) 가스터빈 발전이 2050년 총발전량의 13.8(166.5TWh)~21.5% (270.0TWh)로 반영됐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21년 11월 한국전력, 발전공기업 5사와 함께 ‘수소・암모니아 발전 실증 추진단’을 발족하고, 올해부터 본격 실증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수소법 개정안 논의 급물살 예상
특히 차기 정부 출범에 맞춰 국회에서 청정수소 판매·사용 의무 등을 포함하는 ‘청정수소 인증제’와 수소연료전지 보급을 확대하는 ‘CHPS(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긴 수소법 개정안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중심의 기존 RPS(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 제도)는 신에너지로 분류되는 수소연료전지의 안정적 확대와 관련 생태계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CHPS는 기존 RPS에서 연료전지를 분리해 연료전지 의무 물량 보급 목표를 설정해 안정적인 연료전지 보급이 가능토록 하는 제도이다. 수소연료전지가 분산형 전원으로 장점이 있고, 청정수소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주요 전원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9월 출범한 수소기업협의체 ‘Korea H2 Business Summit’에 참여한 기업들은 청정수소 개발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발의된 수소법 개정안은 올해 1월까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4차례 상정됐지만 통과하지 못했다. 청정수소 범위에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만 포함해야 한다는 여당 측과 원자력 수소도 포함해야 한다는 야당 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수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간 여야는 수소경제를 적극 지지해왔다. 지난 2020년 2월 세계 최초로 제정한 수소법도 여야의 합작품이다. 국회 내에 수소충전소를 지은 것도 국회가 수소경제 이행에 모범을 보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글로벌 수소경제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그린수소로 가기 위한 가교로 당분간 블루수소를 활용하는 것은 우리나라에 필수적인 전략이라 할 수 있다”라며 “이를 위한 첫 단계는 블루수소도 청정수소에 포함하는 수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정부와 국회, 기업들이 유기적인 공조체제를 가동해 글로벌 수소산업을 선점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 2021년 7월 에너지 이슈 페이퍼 ‘수소발전의무화제도 도입 동향과 시사점’을 통해 “HPS가 도입되면 재생에너지 확대를 더욱 촉진할 수 있고, 가중치 2만큼의(2021년 7월 기준)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인증서)를 받는 연료전지가 RPS 시장에서 제외되어 REC 수요의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라며 “또 CHPS의 경쟁입찰 방식이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경우 공급비용이 하락해 연료전지가 RPS 제도 내에 있는 것보다 사회적 비용이 감소할 것이고, 연료전지 사업자는 RPS 시장에서보다 계획적으로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할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최용호 딜로이트 컨설팅 상무는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특성에 적합한 수소의 정의, 인증기준 마련 등의 실효성 있는 제도 마련에서 주춤하고 있다”라며 “EU, 중국, 호주 등 주요국이 글로벌 수소경제 패권을 선점하고자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현시점에서 수소법 개정 지연에 따라 민간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소경제 선도전략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어 수소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차기 정부의 구체적인 에너지 정책 방향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용호 딜로이트 컨설팅 에너지・자원・산업재 섹터 리더는 “윤 당선인은 국가 전략기술에 수소생산 기술을 포함하고 수소산업을 글로벌 3위 수준으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만큼 현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은 큰 흔들림 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소업계의 한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원전을 확대할 것이라고 해서 수소산업이 위축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기도 했지만 수소산업도 육성한다고 하니 안심이 된다”라며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되는 원전(EU는 ‘그린 택소노미’에 원전 포함)과 함께 수소산업도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