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국내 주택・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이 제로 에너지 건축물 인증, 공공건물 신재생에너지 설치 의무화 정책, 지방자치단체의 민간 건축물 신재생에너지 의무화 정책 등의 영향으로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또 정부가 연료전지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른 보급 목표(2040년 발전용 15GW, 가정・건물용 2.1GW)를 달성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논의 중인 수소법 개정(안)이 확정되는 대로 청정수소발전구매공급제도(CHPS)와 청정수소 인증제를 도입할 예정임에 따라 발전용 연료전지 수요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에 필요한 전해질에 따라 PEMFC, PAFC, MCFC, SOFC 등으로 구분된다. 현재 국내 주택·건물용은 주로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PEMFC), 발전용으로는 인산형 연료전지(PAFC)와 용융탄산염 연료전지(MCFC),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가 설치돼 운영 중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SOFC가 건물용으로도 보급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SOFC는 고온형(작동온도: 600~1,000℃) 연료전지로, 수소·도시가스·바이오가스 등 다양한 연료사용이 가능해 차세대 연료전지로 불린다. 발전효율이 최대 60%로 현존하는 수소연료전지 가운데 가장 높고 24시간 발전을 할 수 있어 ‘발전특화’ 연료전지로 불린다. 미국·일본 등에서는 이미 상용화돼 건물·주택 등에서 설치・운영되고 있다.
국내 연료전지 시장에 SOFC가 등장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SK에코플랜트가 2017년 12월 미국 블룸에너지와 함께 남동발전 분당복합화력발전소 내 8.3MW 규모의 SOFC 발전 설비를 수주하고, 2018년에 설치한 게 국내 최초다.
국내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 발전용시장 진입에 이어 최근에도 SOFC의 시장진입이 예정돼 건물의 크기와 용도, 에너지사용 패턴 등을 고려해 수요처의 선택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건물용 SOFC 상용화를 위해 SOFC에 대한 KS표준을 제정했다. SOFC 제조사들은 KS 인증을 획득하면 공공건물 신재생에너지 설치 등의 의무화시장과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한국에너지공단 주관)에 참여할 수 있어 안정적인 시장을 확보하게 된다. 이러한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선 정부가 원별 보정계수(가중치)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산업부는 올 상반기 중으로 원별 보정계수를 확정・공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SOFC도 의무화 시장과 정부 보급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은 보조금 예산 등의 사항을 협의해야 하므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민간 건축물 신재생에너지 의무화 대상에 SOFC를 포함하고 원별 보정계수까지 마련해 SOFC 보급의 길을 열어줬다.
미코파워, STX에너지솔루션 등의 SOFC 자체 개발기업들 외에도 두산, 범한퓨얼셀 등 기존 건물용 연료전지(PEMFC) 기업들이 포트폴리오에 SOFC를 추가함으로써 SOFC 시장에서의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SOFC 기업, 시장 진입 본격화
SOFC 자체 개발기업 중 미코파워가 건물용 SOFC 시장 선점을 위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SOFC 셀과 스택, 시스템까지 전주기 제조 기술을 확보한 미코파워는 2kW급 상용 SOFC 시스템(모델명 ‘TUCY 2K 040201’)을 개발하고, 2020년 9월 NEP(신제품) 인증에 이어 지난해 4월 KS 인증까지 획득했다.
이미 양산체제도 갖췄다. 모기업인 ㈜미코는 총 110억 원을 투자해 2019년 9월 안성에 국내 최초로 전주기 SOFC 제조공장을 준공했다. 연간 1㎿로 시작해 향후 10MW, 100MW로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미코파워는 2kW SOFC 시스템 출시 이후 다수의 스택을 연결해 높은 출력을 내는 스택 모듈화 기술을 개발해왔다. 그 결과 지난 2021년 7월 8kW급 SOFC 시스템(모델명 ‘TUCY 8K N2100)이 KGS ‘설계단계검사(정밀검사)’에 합격했고, 오는 4월에는 KS 인증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에도 진입하기 위해 현재 8kW 단위 모듈을 활용해 50kW급 SOFC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미코파워는 건물용 연료전지(SOFC)가 비상전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미코파워는 충남 수소규제자유특구 사업에 참여해 SOFC를 비상전원으로도 활용하기 위한 ‘SOFC 계통전환 시스템’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또 미코파워는 동해기술개발과 함께 서울시가 발주한 관련 기술연구용역을 완료하고 서울시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했다. 서울시는 산업부, 행안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 비상전원에 연료전지를 포함하는 법제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미코파워는 충남 수소규제자유특구 사업에서 순수 수소공급형(직접 수소공급형) SOFC 시스템 실증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또 다른 토종기업인 STX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20년 5월 1kW급 SOFC 시스템 ‘encube’에 대한 KS 인증을 취득함으로써 시장 진입이 가능해졌다. 2018년 7월에는 SOFC 발전 시스템 설계·제작 및 운전 제어 기술에 대한 녹색기술인증까지 획득했다.
대구 성서공단에 있는 본사 내 SOFC 생산시설은 연간 200~300대 규모다.
STX에너지솔루션은 1kW SOFC 제품을 시작으로 중대형 건물용, 발전용, 선박용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공공・민간 건물용 의무화 시장을 겨냥한 5kW급 제품을 2023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에이치앤파워는 3kW급 SOFC 제품 ‘ENERBLOCK(에너블럭)’을 개발해 지난 2021년 10월 KS 인증을 획득하고, 제조공장까지 마련했다.
지난 2020년 1분기에 대전에 연간 1MW 규모의 연료전지시스템 제조공장을 구축하고, 장기운전을 통한 신뢰도 향상과 핵심부품 원가절감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 ‘에너블럭’의 기술 신뢰도 향상과 안정적인 유지보수를 비롯해 소규모전력거래 사업과 같은 후방사업 연계를 위한 모니터링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에이치앤파워는 2021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에서 시범보급사업자로 선정되어 현재 3개 사이트에 3kW급 SOFC 제품을 설치 중이다.
이와 함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과제로 10kW급을 개발 중이며 올해 실증 운전을 할 예정이다. 아울러 충남 수소규제자유특구 사업을 통해 직접 수소공급형 SOFC도 개발 중이다.
지난 2019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발전용 확장이 가능한 고효율 모듈형 SOFC 시스템 개발’ 과제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25kW급(단위 모듈) 발전용 SOFC 시스템 개발도 병행함으로써 연료전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게 됐다. 오는 2023년까지 150kW급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두산은 영국 연료전지 기술업체인 세레스파워(Ceres Power)사와 건물용 SOFC 공동개발을 추진해 10kW SOFC 개발을 완료하고, 올해 출시할 예정이다.
이번에 개발한 10kW SOFC는 기존 PEMFC 제품 대비 전력 발전효율이 40% 이상 높고, 기존 시중의 5kW 이하급 SOFC 제품들과 크기가 비슷해 약 50% 정도의 공간을 절약할 수 있다.
두산은 현재 가정·건물용 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PEMFC(20㎾ 이하)와 발전용으로 공급하고 있는 PAFC(440㎾) 타입과 함께 SOFC에 대한 기술력까지 확보해 연료전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할 수 있게 됐다.
두산은 건물용 부문을 넘어 향후 발전용 SOFC 기술도 확보할 계획이다.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을 담당하는 두산퓨얼셀은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국책과제를 통해 세레스파워와 함께 ‘한국형 고효율 발전용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를 개발 중이다. 기존보다 약 200℃가량 낮은 620℃에서 작동하면서 전력 효율이 높고 기대수명이 개선된 중・저온형 SOFC를 2023년까지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SOFC 핵심부품인 셀과 스택을 국산화하고, 2024년부터 한국형 SOFC 시스템을 국내에서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새만금 국가산단 내 7만9,200㎡ 용지(5공구)에 연료전지 양산 공장(50MW)을 건립할 예정이다. 올해 4월 공장 건설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0년 1월 블룸에너지와 SOFC 생산과 공급을 위한 합작법인 ‘블룸SK퓨얼셀’을 설립했다. 2020년 10월에는 경북 구미에 블룸SK퓨얼셀 제조공장을 준공하고 SOFC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2021년 연산 50MW로 시작해 2027년에는 400MW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18년 국내에 처음으로 남동발전 분당복합화력발전소에 블룸에너지 SOFC를 설치한 후 지난해까지 총 215MW(누적)를 수주했다. 2021년에만 92MW를 수주했다. 올해는 100MW 이상을 수주한다는 목표다.
SK에코플랜트는 향후 대형빌딩, 공동주택 등에도 연료전지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에서 블룸에너지의 연료전지가 일반 주택, 학교, 도서관, 쇼핑센터,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곳에 보급된 것처럼 국내에서도 SOFC 특유의 강점인 안정성과 높은 효율을 바탕으로 인터넷데이터센터, 병원 등 기저부하가 큰 대형 전력 소비처를 중심으로 SOFC 보급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바이오가스와 수소연료를 활용하는 차세대(4세대) 제품을 앞세워 국내를 넘어 해외 사업으로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블룸에너지는 바이오가스 활용 기술을 개발해 실증까지 완료하고,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커맨 소재의 한 낙농장에 바이오가스(가축분뇨)를 활용하는 1MW급 연료전지를 설치했다.
SK에코플랜트는 벨기에·독일·터키·우즈베키스탄 등의 지역을 대상으로 부생수소를 활용한 연료전지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1년 4월 SK어드밴스드의 울산 PDH 공장 내 부지에 ‘순수 수소 SOFC 발전설비(100kW)’를 구축하고 실증을 진행 중이다.
이번 실증사업을 통해 순수 수소 SOFC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우선 SK에코플랜트가 수행 중인 창원 RE100 사업 등에 순수 수소 SOFC를 설치할 예정이다.
블룸에너지 SOFC의 전력 생산 장치인 셀과 스택의 핵심부품 국산화도 추진 중이다.
한국(50%)-사우디(50%) 합작기업인 에프씨아이(FCI)는 국내외 대기업들의 투자를 잇달아 유치하면서 SOFC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 2021년 3월 에프씨아이와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초기 투자로 지분 20%를 확보함으로써 에프씨아이의 국내 최대주주에 올랐다.
40여 건의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특허를 보유한 에프씨아이는 이탈리아 연료전지 전문기업인 솔리드파워와 한국 및 해외시장에 적합한 제품 개발을 위해 협업하는 등 다양한 기업 및 연구기관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에프씨아이는 솔리드파워의 SOFC 스택을 제공받고, 포스코에너지의 연료전지 기술을 이관받아 연료전지시스템을 완성할 계획이다.
에프씨아이는 이번 에쓰-오일의 투자로 2027년까지 최대 1,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100MW 이상 규모의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그린수소 사업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2027년까지 주요 부품의 국산화도 병행 추진한다.
또 올 하반기에는 포항에 연료전지 양산 공장을 착공하고 대전에는 R&D 센터, 소형 조립센터, 운영관리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에프씨아이는 에쓰-오일과 함께 국내뿐 아니라 중동시장을 비롯한 해외 연료전지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사우디 전력회사 및 통신회사에 제품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에프씨아이는 사우디 파트너와의 1차 150MW 규모의 연료전지 공급 계약을 기반으로 중동시장의 기후조건과 법적 규제에 맞는 발전용 및 건물용 제품을 개발 중이다. 또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성을 보완할 수 있는 마이크로그리드형 융복합 제품과 선박에 적용할 해상용 연료전지를 주요 기관들과 함께 공동개발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중국과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이 지역의 대기업들과의 투자계약 체결이 예정되어 있다.
범한퓨얼셀은 기존에 보유한 PEMFC 기술에 이어 SOFC 기술확보에 나섰다.
범한퓨얼셀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2021년도 에너지기술개발사업 신규과제 중 하나인 ‘캐스케이드 스택을 활용한 10kW급 고효율 SOFC 시스템 기술개발’ 과제의 주관기관으로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세라믹기술원, 한남대, 광주과학기술원, 동일브레이징 등과 함께 오는 2025년 4월까지 발전효율 60% 이상의 10kW급 SOFC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건물용 연료전지 적극 지원해달라”
이처럼 여러 기업이 SOFC 시장 진출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들 기업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라고 있다.
한 업체의 관계자는 “연료전지는 분산전원으로 활용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발전원임에도 아직 국내에서는 빌딩, 데이터센터, 병원, 공동주택 등의 연료전지 도입 확대를 위한 정책적 유인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첨두부하 감소, 송배전설비 설치 부담 절감 등 연료전지의 경제·사회·환경적 편익을 감안한 적절한 제도적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정부가 목표하는 2040년까지의 30% 분산전원 보급에 연료전지가 첨병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태형 한국연료전지산업협의회 회장은 “국내 연료전지 시장은 발전용 중심으로 정부 주도의 시장으로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탄소 저감을 위해 발전용 시장은 지속 성장할 것”이라며 “건물에서도 상당 부분 배출되는 탄소를 저감하고 연료전지 부품산업 육성을 위해서도 상대적으로 소외된 건물용 연료전지에 대한 지원정책이 활성화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