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우선 수소승용차 시장만 놓고 보면 현재로서는 수소경제 시장이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이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수소승용차 개발을 중단하고 전기차에 집중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소차 시장을 상용차로 확대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또 자동차뿐만 아니라 선박, 열차, 건설기계, UAM 등 다양한 모빌리티에 수소연료전지 적용을 확대하면 규모의 경제로 인해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가격을 낮춰 수소차 가격도 하락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소 활용을 발전뿐만 아니라 철강, 석유화학 등 산업 분야로 확대하면 수소 사용량이 확대되어 수소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수소차・수소 가격이 하락하고, 수소충전소 등 수소 인프라가 늘어나면 많은 사람이 수소차를 찾게 될 것이다. 이같이 수소차가 시장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투자,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
글로벌 완성차 회사, 수소승용차 개발 중단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다임러그룹 산하 메르세데스-벤츠는 양산을 목표로 개발한 수소SUV인 ‘GLC F-CELL’ 생산을 지난 2020년에 중단했다. 제조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수소 인프라가 부족해 대중화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18년 현대차와 수소차 동맹을 맺은 폭스바겐그룹 산하 아우디도 지난 2020년 수소승용차 개발을 포기했다. 수소차에 필요한 수소를 탄소중립 방식으로 생산하는 게 사실상 힘들고, 수소 인프라 구축도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친환경 승용차는 배터리 전기차가 유일한 답이라는 게 아우디가 내린 결론이다.
아우디는 지난 2021년에 발표한 ‘진보 2030’ 전략을 통해 2026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출시하고, 2030년까지 현재보다 50% 늘어난 30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2025년까지 순수 전기차 20종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2040년까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만 공급하겠다고 공언한 일본 혼다는 지난해 수소승용차 ‘클래리티(Clarity)’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에 집중하기로 했다. 수소충전소 부족 등으로 인한 판매 실적 저조로 수익성이 악화되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일찌감치 “수소전기차 개발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현대차・도요타, 수소차 개발 변함없다
하이브리드차(내연기관차 기반 전기차)에서 바로 수소전기차(수소승용차 ‘미라이’)로 넘어갔던 일본 도요타는 지난해 12월 약 40조 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30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간 하이브리드차 판매에 주력했던 도요타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도요타는 고급 브랜드 렉서스에 대해 2035년 100% 전기차로만 판매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수소차 개발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도요타는 지속적으로 수소차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도요타가 2030년까지 투자키로 한 총 80조 원 중 40조 원은 전기차, 나머지 40조 원은 하이브리드차와 수소전기차에 투입하게 된다.
도요타는 지난 2020년 12월 1회 충전 시 최대 850km까지 달릴 수 있는 미라이 2세대를 출시했고, 버스・트럭 등 상용차 분야로 수소차 개발을 확대해왔다. 이처럼 도요타는 현대차와 같이 미래 친환경차로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를 모두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지난해 12월 현대차그룹이 제네시스 수소차 프로젝트를 중단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현대차가 20년 이상 개발해온 수소차 사업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확대 해석도 나왔다.
현대차가 감사를 진행한 결과 제네시스 수소차에 탑재하기 위해 개발 중이던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개발 성과와 연구 진척도가 당초 목표에 미치지 못했고, 시장성에도 한계가 있다는 결론이 나와 제네시스 수소차 개발을 일시 중단키로 하고, 11월 조직 개편과 인사를 통해 연료전지 담당 부서의 역할을 대폭 축소했다는 것이 언론 보도의 내용이었다.
이러한 보도 이후 현대차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료전지 담당 부서의 역할을 축소하지 않았고, 수소차 개발을 일시 중단하지도 않았으며, 감사의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3세대 수소연료전지 개발 과정에서 일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가 발견돼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연구 조직과 사업 조직을 분리하고, 전문성을 강화해 연료전지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조직 개편을 한 것이라는 얘기다. 또 사업성이 없어 중단한 것이 아니라 사업이 되도록 하기 위해 연구・사업 조직을 재정비했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개발 중인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은 100kW급과 200kW급으로, 지난해 9월 ‘하이드로젠 웨이브(Hydrogen Wave)’와 ‘수소 모빌리티+쇼’에서 세계 최초로 시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100kW급은 넥쏘에 적용된 2세대 연료전지시스템에 비해 부피를 30% 줄인다. 상용차용으로 개발 중인 200kW급 연료전지시스템은 넥쏘의 시스템과 비교해 크기는 비슷하지만 출력은 두 배 정도 강화한다. 내구성 역시 두세 배 높일 예정이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은 지난 1월 11일 제네시스 수지에서 개최된 ‘G90 미디어’ 행사에서 “제네시스가 가야 할 길은 당연히 친환경이다. 이미 전 라인업을 하나씩 전동화 모델로 바꿔 나가고 있다”라며 “제네시스 전동화 전략은 배터리 부문과 수소 부문이 함께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장 사장은 “수소연료전지 부문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지금 보유한 수소전기차의 경쟁력을 높이고 시스템 개발 목표를 상향해 거기에 맞는 일정으로 전체적인 라인업을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9월 2일 온라인 채널을 통해 영상 ‘퓨처링 제네시스’를 공개하며, 2025년부터 전기차와 수소차를 투입해 2030년까지 전 모델을 전기・수소차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서 현대차는 지난해 9월 6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1’ 보도발표회에서 수소차 RV(레저용 자동차) 라인업을 현재 1종에서 3종으로 확대하고, 2023년 하반기 넥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다목적 차량(MPV) 스타리아급 파생 수소전기차 모델을 선보인 후 2025년 이후에는 대형 SUV 모델 출시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이 수소차 개발 확대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며 추진계획을 밝혀왔다는 점에서 이번 ‘제네시스 수소차 개발 중단’이라는 언론 보도를 현대차의 수소차 사업 포기로까지 확대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수소상용차에 거는 기대
여하튼 자동차업체 입장에서 수소승용차 시장만 놓고 보면 현재로선 수익성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벤츠, 아우디, 혼다 등이 밝힌 수소승용차 개발 중단 이유다.
현재 수소승용차는 현대차 넥쏘와 도요타 미라이 2종에 불과해 시장 규모가 작다. 수소차 글로벌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차의 경우 내수에 치중되어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추가적으로 수소 승용차를 내놓으면 경쟁으로 인해 차량 가격이 낮아지면서 대중화를 이룰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이 따라주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은 수소차 시장 규모가 작고 충전 인프라 구축도 더딘 상황이다.
수소차가 전기차보다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높고, 수소차 가격 경쟁력이 전기차에 비해 떨어지는 점도 수소차 개발을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수소차 가격이 높은 이유는 차량의 핵심인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가격이 높기 때문이다. 수소차 연료전지의 부품・소재의 원가를 낮추기 위한 기술개발이 필요한 배경이다.
이미 수소차 출시 이전부터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전기차는 차종이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고 전기충전 인프라 구축도 수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다. 이처럼 현재 친환경 승용차 시장은 전기차가 수소차보다 경쟁 우위에 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수소차 시장을 상용차 부문으로 확대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승용차는 전기차, 상용차는 수소전기차가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기차는 수소차보다 가격이 낮고 충전 편의성이 우수하지만,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 속도가 느리다. 반면 수소전기차는 가격이 비싸지만 주행거리가 길고 충전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고출력을 요구하고 장거리 주행이 필요한 트럭 등의 상용차에는 수소전기차가 적합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승용차보다는 수소상용차 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수소상용차 부문에서 글로벌 완성차 및 상용 트럭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승용차보다는 수소상용차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수소트럭의 경우 이미 유럽에 수출을 시작했고, 유럽을 기점으로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상용차 시장에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최근 다임러가 전기 대형트럭을 출시하는 등 전기트럭도 상용화되고 있고, 전고체 배터리처럼 에너지 밀도가 높고 폭발의 위험이 없는 차세대 배터리가 나오면 상용차 시장에서 수소트럭과 전기트럭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래 친환경차 시장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가 양대 축을 형성해 상호보완 관계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전기차 회사들이 결국 수소전기차로도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중소 전기버스 제작사인 에디슨모터스도 전기버스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전기버스 개발에 나서는 등 다양한 수소 모빌리티를 개발할 계획이다.
수소에너지 대중화를 위한 노력
수소경제를 수소차에 한정해서 보면 수소경제는 요원하기만 할 뿐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나 수소 관련 기업들이 수소전기차 등 수소경제 시장에 적극 진출하기 위해서는 수소 산업 전주기에 걸친 전체 시장 규모를 키워야 한다. 즉 수소에너지 대중화가 필요하다.
수소에너지 대중화는 수소차・수소 가격 인하가 핵심 요소다. 수소차 가격과 수소 가격이 내려가면 수소차를 사려는 구매자들이 늘어날 것이고, 이로 인해 수소 인프라 확충이 가속되는 선순환 수소경제를 이룰 수 있다. 현재 정부 보조금으로 유지되고 있는 수소차 시장의 자립 시기도 빨라질 것이다. 전기차 구매 시 정부 보조금이 줄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전기차 대중화가 앞당겨졌음을 의미한다.
전 세계적으로 수소차 개발에 가장 적극적이고, 실제 수소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현대차의 수소에너지 대중화 전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7일 ‘하이드로젠 웨이브’ 글로벌 온라인 행사를 열고 2040년까지 수소에너지로 산업과 사회 전반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수소 비전 2040’을 제시했다.
2040년까지 UAM와 로봇・항공기, 트램・기차, 선박 등 다양한 이동수단뿐만 아니라 주택・빌딩・공장・발전소 등 일상과 산업 전반에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완성차 OEM과 부품, 항공, 철도, 에너지, 인프라, ICT, 서비스 등 다양한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사업 영역을 꾸준히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되면 연료전지시스템 판매량 확대로 인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연료전지시스템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이미 현대차는 국내에서 버스, 트럭, 선박, 트램 등의 수소 모빌리티와 발전용 연료전지 분야로 시장을 확대해가고 있다.
물론 국내외 기업들과 협력해 시스템 원가를 낮추고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한 기술개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제네시스 수소차 개발 과정에서 나타난 기술적 문제가 단적인 사례일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를 개선해서 시장에 수소차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현재 개발 중인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의 가격을 지금보다 50% 이상 낮출 계획이다. 2030년경에는 가격을 더욱 낮춰 수소전기차가 일반 전기차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는 우선 수소상용차 대중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상용차는 승용차보다 수소 사용량이 훨씬 많다. 수소 사용량이 늘면 규모의 경제로 수소 가격을 낮출 수 있다.
현대차는 2028년까지 글로벌 자동차업계 최초로 이미 출시된 모델을 포함한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할 예정이다. 앞으로 대형트럭, 버스 등 모든 상용차 신모델은 수소전기차와 전기차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0년 내수 상용차 시장에서만 연간 20만 톤 이상의 수소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소 모빌리티 보급 확대를 위해선 관련 인프라 확충도 꼭 필요하다. 현대차는 수소 모빌리티 개발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인프라 확충에도 나서 수소 시장을 창출하고, 그 규모를 키우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 수소충전소 구축・운영 특수목적법인 ‘수소에너지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등 수소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수소 인프라 구축비용을 낮추는 것도 수소에너지 대중화의 한 요소다. 현재 수소충전소 구축비용이 30억 원에 달할 만큼 고가이다. 핵심설비를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소 인프라 설비의 국산화 개발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로템을 통해 수소추출기뿐만 아니라 수소 압축기・디스펜서 등 수소충전소 구축에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핵심설비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수소에너지 대중화는 기업의 투자와 노력만으로는 힘들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가 지난 2019년 1월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은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26일 ‘수소 로드맵 2.0’으로 불리는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통해 청정수소발전 의무화 등의 제도도입을 통해 발전뿐만 아니라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의 산업 분야로 수소 활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수소 사용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수소 가격을 낮추고, 산업 분야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지난 2020년 수소전략을 발표한 EU와 독일도 철강・석유화학 등 산업 분야로 그린수소 활용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글로벌 수소경제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국제 협력도 필요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에서 “일부 국가나 기업의 노력만으로 우리가 바라는 수소사회로 빠르게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라며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많은 동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는 지난 2020년부터 민간 차원의 수소 협력을 추진하고, 국제 수소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FCHEA), 유럽(HE), 호주(AHC), 뉴질랜드(NZHA), 캐나다(CHFCA), 중국(IHFCA) 등 각국의 수소 민간협회・단체와 함께 ‘국제수소산업기구’ 설립을 논의 중이며, 올해 공식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경제는 이제 시작이다. 2040년, 2050년을 바라보고 뛰는 마라톤 경주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수소차 개발을 중단함으로써 수소경제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억측 논리에 흔들릴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