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2030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에서 생산한 청정수소를 국내로 들여오기 위해선 대량의 수소를 안전하게 장거리 운송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향후 해외생산 청정수소 저장·운송 방안으로 액화수소(LH2), 액상유기수소운반체(LOHC), 액상암모니아 등 3가지 방식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해외에서 수입한 LOHC와 액상암모니아에서 대규모로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과 수소 인수기지도 필요하다.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2022년부터 해외 수소 도입을 위한 수소액화・액상기술, 수소운반 선박, 액화플랜트 등 관련 인프라・기술개발을 통해 수소 인수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일본과 같이 해외에서 생산한 수소를 국내로 들여오는 전 과정에 대한 실증 연구를 해외기업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수소 저장・운송 기술 현황
국내 수소 관련 연구기관에 따르면 액화수소는 극저온 상태(대기압 기준 영하 253℃)로 냉각해 액화된 수소로, 동일 압력에서 기체수소 대비 800배의 체적 에너지 밀도를 가지고 있어 대량의 수소운송이 가능하고, 대기압에서 저장이 가능해 고압의 기체수소보다 안전하다.
액상 유기수소운반체(LOHC), 액상 암모니아 등 액상수소 저장기술은 유・무기 화합물 또는 혼합물(L)을 이용해 상온・상압과 유사한 온도・압력 조건에서 고용량의 수소를 액상 형태의 화합물(LH2)로 안전하게 저장하고 필요할 때 저장된 수소를 재방출할 수 있다.
수소저장 소재가 액상 유기화합물인 경우 통상적으로 ‘Liquid Organic Hydrogen Carrier(LOHC)’로 부르고 있다. 대표적인 LOHC는 메틸시클로헥산(MCH), N-메틸카르바졸, DBT(Dibenzyltoluene) 등 수소화된 화합물이 있고, 이외에 유・무기 복합체 등이 있다.
특히 무기 화합물인 암모니아(NH3)는 액화수소와 달리 상온에서 쉽게 액화되고, 액화수소 대비 단위 부피당 1.7배나 수소 저장용량이 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운송수단과 유통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이미 상용화되어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산업부와 연구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출연 연구소 자체사업으로 그린 암모니아를 생산하기 위한 핵심 소재 기술인 저온・저압 암모니아 합성용 촉매와 암모니아 분리・농축을 위한 소재・공정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암모니아 수소저장 연구는 응용기술개발 단계, LOHC 수소저장 연구는 원천기술개발 단계에 있다.
액상 유기화합물을 활용한 수소 저장기술은 4~5년 전부터 기초연구 수준으로 추진되어 LOHC 신물질 개발 등의 성과를 얻었고, 지난 2019년 6월부터 연구재단을 통해 국내 최초의 LOHC 전문 연구단 과제가 착수됐다.
암모니아 기반 수소저장 연구의 경우 현재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과제를 통해 20N㎥/h급 암모니아 기반 고순도 수소추출 시스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수전해 연계 저온·저압 그린 암모니아 합성 소재・시스템 기술은 기초연구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수소액화 플랜트를 상용 운영 중이나 국내 수소액화 플랜트는 전무한 상황으로 현재 핵심기술 국산화 개발이 진행 중이다.
해외에서 생산한 수소를 액체 또는 액상(유기화합물) 형태로 저장해서 선박으로 대량 운송할 필요가 있다.
액체수소는 영하 253도의 극저온 수소저장을 위한 이중 진공 단열시스템과 함께 해상 환경 적용을 위한 설계・제작・운용 기술이 필요하다. 액상 화합물은 화합물에 화학결합을 통해 수소를 저장해 유조선, LPG・암모니아 수송선 등 기존 선박을 이용해 운송할 수 있다.
지난 2016년부터 한국선급 주관으로 조선 3사, 대학과 함께 액체수소 화물창에 대한 기술개발을 시작해 1,250㎥ 및 4만㎥급 화물창의 기본・상세설계, 극저온 단열기술 개발, 액화수소 운송선용 CCS 안전설계 지침 개발 등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한국조선해양과 현대미포조선은 현대글로비스와 함께 2만㎥급 상업용 액화수소 운반선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10월 한국선급(KR)과 선박 등록기관인 라이베리아 기국으로부터 액화수소 운반선의 기본설계 도면에 대한 기본 인증(AIP)을 획득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포스코, 하이리움산업 등과 손잡고 액화수소 운송선박의 핵심기술인 액화수소 탱크 공동 개발에 나섰다.
한국조선해양은 가스추진선 건조 경험을 살려 액화수소 탱크의 설계와 선급 승인을 추진한다. 탱크 설계는 진공·단열 성능을 높여 수소의 자연 기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중 구조로 수행된다.
포스코는 액화수소의 저장과 운송에 특화된 극저온용 스테인리스 강재를 개발하고, 하이리움산업은 수소액화기와 육상 액화수소 탱크의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선박용 탱크 제작을 맡는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액화수소 탱크의 안전성 연구를 지원한다.
해외 수소 수입 관련 기술개발 계획
정부는 수소 액화·액상기술, 수소운반선, 액화 플랜트 등 관련 인프라·기술개발 등을 통해 해외생산 수소 인수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LNG 인수기지 건설 기술・경험을 바탕으로 액화수소를 우선 추진하고, 이에 필요한 핵심 기술개발과 국산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2025년까지 상용급 암모니아 분해・액상유기수소 저장·추출 기술을 확보하고, 액화수소 운송선박을 국산화한다는 계획이다. 2025년 이후에는 암모니아 분해・액상유기수소 저장·추출 기술의 상용화와 함께 수입 수소 관련 핵심 기자재 100% 국산화, 수입 수소 수송용 대용량 탱크 개발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액화수소 운반선박의 경우 화물창 설계기술과 3대 핵심기술인 극저온 단열기술, 적하역 기술, BOG 처리기술을 확보해 2025년 실증 선박(16만㎥급) 건조에 들어가 시험운항 및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9월 9일 ‘2021년 하반기 수소·연료전지 분야 신규 기술개발 과제’를 공고한 바 있다. 순수 기반 차세대 고성능・고내구성 AEM 수전해 핵심기술개발, 200kW급 음이온교환막(AEM) 수전해 시스템 국산화 기술개발, 암모니아 기반 청정수소 생산(1,000N㎥/hr 규모) 파일럿 플랜트 실증화 기술개발, 액화수소 연료전지추진선박 설계 및 검증기술 개발 등 청정수소 기반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기술확보에 초점을 맞추었다.
AEM 기술은 전극 소재로 귀금속을 사용하지 않고 재생에너지 부하변동 대응이 쉬워 차세대 그린수소 생산방식으로 부상 중이다. 아울러 이미 상용화가 이루어진 수전해 시스템(알칼라인, PEM)의 신뢰성·내구성을 높여 그린수소 생산 기반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현재는 암모니아에서 하루 40kg의 수소추출이 가능한 단계로, 상용급 플랜트 수준으로 가는 전 단계인 2톤급 실증기술을 확보해 향후 국내에 도입되는 그린 암모니아에서 대규모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또한 해외 청정수소 도입의 주요 운반 수단이 될 액화수소 운송선의 동력원으로 친환경 무탄소 연료인 액화수소를 사용하는 선박용 연료전지 시스템 설계기술을 확보해 청정수소 도입에 차질없이 대비할 계획이다.
지난 7월에는 그린 암모니아 생산-운송-추출-활용의 전주기 기술개발 협력을 위한 민관 합동 ‘녹색(그린) 암모니아 협의체’가 출범해 주목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을 포함한 18개 참여기관・기업은 저가 그린 암모니아 생산, 운송 및 선박 연료 활용, 그린 암모니아 수소추출을 통한 수소공급, 가스터빈, 보일러, 전소-혼소 발전, 연료전지의 무탄소 연료 활용 등의 기술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아울러 그린 암모니아를 안전하게 생산·운송하고 활용하기 위해 암모니아 전주기에 대한 안전기준도 마련하기로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보고에 따르면 그린 암모니아는 수소 캐리어와 무탄소 연료로써 탄소중립 시대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일본은 2019년에 ‘그린 암모니아 협회’를 구성하고, 경제산업성 산하에 암모니아 에너지 이사회를 만들어 암모니아 연료 사용에 대한 주요 정책 제언을 추진하는 등 세계 각국에서 그린 암모니아 생산・활용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해외 수소 수입 국제공동연구 필요
해외 청정수소 개발 프로젝트 발굴과 함께 해외 프로젝트별 중점 기술에 관한 해외기업과의 공동 R&D・실증 등을 추진해 국내 기업의 국제 기술경쟁력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가까운 일본은 해외 청정수소 수입을 위한 국제공동연구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호주 빅토리아주에 매장된 갈탄에서 수소를 생산해 액화수소 운반선으로 일본에 도입하는 ‘액화수소 공급망 구축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J파워, 이와타니산업, 가와사키중공업, 쉘 재팬 등 4개사가 공동으로 설립한 ‘HySTRA’는 갈탄의 가스화, 액화수소의 장거리 대량운송, 액화수소 하역 등의 기술개발을 진행해 2030년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가와사키중공업은 2019년 12월 세계 최초의 액화수소 운반선 ‘스이소 프론티어’를 건조해 시험 선적을 추진 중이다. 고베 항에는 액화수소 하역 실증 터미널을 건설했다.
브루나이에 있는 LNG 생산기지에서 천연가스 개질을 통해 생산한 수소를 톨루엔과 화학반응시켜 액상 메틸시클로헥산(MCH) 형태로 일본에 들여오는 ‘유기수소화물 공급망 실증사업’도 진행 중이다.
미쓰비시그룹, 치요다 화공건설, 닛폰유센, 미쓰이그룹 등 4사가 결성한 차세대 수소에너지 체인 기술 연구조합(AHEAD)은 브루나이에 MCH를 만드는 플랜트를 건설하고, 2019년 11월 처음으로 MCH를 생산해 일본으로 들여왔다. 2030년에 본격 상업화한다는 목표다.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에서 수소를 추출해 암모니아 형태로 일본으로 수송하는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이 해외기업과 공동으로 다양한 해외 수소 수입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경제성 확보가 가능한 CO2-free 해외수소 생산 및 저장·운송 기술 실증을 위한 국제공동연구’ 사업기획을 마련해 올해 예타를 추진했지만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산업부의 사업기획 보고서에 따르면 이 사업은 크게 3개 과제로 구분되어 있다. 먼저 유전 잔유가스를 이용한 CO2–free 수소 생산 기술개발 과제가 있다. 유전의 잔유가스에서 수증기개질 방법을 통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 때 발생한 CO2는 석유회수증진기술(EOR)을 이용해 잔류오일 회수에 활용하고 유전에 영구 격리하는 기술이다.
현장가스 개질 및 EOR 기술은 현재 북미에서 상업적으로 활용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UAE 등에서도 일본과 함께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두 번째 과제는 재생에너지 이용 그린 암모니아 생산 및 수소추출 공정개발이다.
대표적인 암모니아 생산 공정인 하버-보슈 공정에 사용되는 화석연료 수소추출 방식을 ‘수전해 수소생산 공정’으로 대체하는 ‘신 하버-보슈 공정’ 개발을 통해 그린 암모니아를 생산하고, 암모니아 운송 선박을 활용해 대규모로 국내에 들여와 수소추출 후 국내 수소배관망 등에 공급・활용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마지막으로 해외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 연계 그린수소를 액상 유기수소운반체(LOHC)에 저장해 국내로 들여와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과제가 있다.
산업부는 올해 다시 예타 대상사업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2030년부터 해외에서 수소를 도입하려면 수소운반선박 개발만 해서는 안 되고, 수소 해운이송 관련 전체 밸류체인별 특화 기술을 함께 개발하는 추가적인 기술개발 로드맵 마련과 수소 수출의향이 있는 국가와 직접 연계한 프로젝트 기획이 필요하다”라며 “지금부터 수소 인수기지를 준비하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