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최근 펴낸 ‘글로벌 수소 리뷰 2021’ 보고서는 청정에너지장관회의(CEM)의 ‘H2 이니셔티브’의 결과물로,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수소의 유용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1월호 커버스토리는 IEA의 본 보고서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을 위한 수소의 잠재적 기여를 활용할 때가 무르익었다. 2019년 IEA가 G20 국가를 대상으로 ‘수소의 미래’ 보고서를 발표할 당시만 해도 수소의 사용에 대한 전략을 가진 나라는 프랑스, 일본, 한국뿐이었다.
현재 17개의 정부가 수소 전략을 발표했고, 20개 이상의 정부가 수소 전략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공표했다. 많은 기업이 수소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탄소중립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수소가 필요하다. IEA의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세계 에너지 부문의 다양한 곳에 수소 사용이 확장되고, 수소의 사용은 현재 수준보다 6배 증가해 2050년까지 총 에너지 소비의 10%를 충족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저탄소 수소 개발 확대
2020년 전 세계 수소 수요는 90Mt에 달했는데, 사실상 모두 정제용과 산업용이었다. 화석연료로부터 거의 독점적으로 수소가 생산되어 900Mt에 가까운 CO2가 배출됐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고무적인 징후들이 있다. 전기로 물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전 세계 전해조 용량이 지난 5년 동안 두 배 증가해 2021년 중반에는 300MW를 조금 넘었다. 현재 약 350개의 수전해 수소생산 프로젝트가 개발 중임에 따라 전 세계 전해조 용량은 2030년까지 54GW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35GW 이상의 용량을 차지하는 다른 40개 프로젝트는 개발 초기 단계에 있다.
이러한 모든 프로젝트가 실현되면 2030년까지 전해조에 의한 전 세계 수소 공급이 8Mt 이상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IEA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명시된 2030년까지 필요한 수전해 수소 공급량 80Mt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유럽은 전 세계 전해조 설치 용량의 40%를 차지하며 재생에너지 기반 수전해 그린수소 생산을 주도하고 있다. 유럽연합과 영국의 야심찬 수소 전략에 힘입어 단기간 내에 최대 시장으로 남을 것이다.
호주의 계획은 몇 년 안에 유럽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라틴 아메리카와 중동도 특히 수소 수출을 위해 많은 양의 전해조를 설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후발국이지만 수전해 수소생산 프로젝트 발표 건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청정수소 생산 비용을 10년 내 1kg당 1달러로 낮추는 ‘수소에너지 어스샷’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설비를 갖추고 화석연료로부터 수소를 생산하는 16개의 프로젝트가 운영 중이며, 이를 통해 연간 0.7Mt의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또 다른 50개의 프로젝트가 개발 중이며, 이 프로젝트가 실현될 경우 2030년까지 화석연료로부터 탄소를 제거한 수소 생산량을 연간 9Mt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다.
캐나다와 미국이 화석연료로부터 CCUS 기술을 적용한 수소생산을 주도하고 있지만(전 세계 생산량의 80% 이상 차지) 영국과 네덜란드가 개발 중인 프로젝트의 주요 부분을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이 분야의 리더가 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수소 사용 범위 확대
수소는 오늘날 일반적인 것보다 더 많은 응용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다. 아직 총 수소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만 최근 수소 사용 범위가 운송 분야로 크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자동차의 연료전지 가격은 2008년 이후 기술 발전과 수소전기차(FCEV) 판매 증가로 인해 70% 하락했다. 한국, 미국, 중국, 일본의 노력에 힘입어 도로에서 운행하는 수소전기차는 2017년 7,000대에서 2021년 중반에는 4만3,000대로 6배 이상 증가했다. 2017년에는 사실상 모든 FCEV가 승용차였다. 현재 수소전기차의 5분의 1은 버스와 트럭으로, 이는 자동차의 장거리 운행에서 수소전기차가 배터리 전기차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수소전기차는 여전히 도로에서 운행 중인 1,100만 대의 전기차보다 훨씬 적다.
철도, 해운 및 항공 분야에서 수소 기반 연료 사용을 위한 몇 개의 실증 프로젝트가 이미 개발 중으로, 수소 수요 창출의 새로운 기회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는 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한 핵심축이지만 이에 기여할 수 있는 대부분의 수소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이다. 이와 관련한 중요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저탄소 수소를 이용해 무탄소 강철을 생산하는 세계 최초의 시범 프로젝트가 올해 스웨덴에서 가동되기 시작했다.
스페인에서는 암모니아 생산을 위한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의 사용을 위한 시범 프로젝트가 2021년 말에 시작될 예정이다. 수십 킬로톤 규모의 여러 수소 프로젝트가 향후 2~3년에 걸쳐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멘트, 세라믹 또는 유리 제조업과 같은 산업용 응용 분야에서 수소 사용 실증사업도 개발 중이다.
“수소 수요 창출 지원 확대해야”
수소 전략을 채택한 국가들은 최소 37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또 민간 부문이 3,00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2050년까지 수소 부문을 탄소중립의 궤도에 올려놓으려면 2030년까지 저탄소 수소 공급과 사용에 1조2,000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정부 정책의 초점은 저탄소 생산에 있다. 수소의 수요를 늘리기 위한 대책이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 한국, 프랑스, 네덜란드는 수소전기차 보급 목표를 채택했다. 하지만 청정에너지 전환에 있어 저탄소 수소의 역할을 증진하는 것은 수요 창출의 단계적 변화를 필요로 한다.
정부는 탄소 가격, 경매, 할당량, 의무사항 및 공공 조달의 요건 등을 포함한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대부분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 그들의 신속하고 광범위한 제정은 수소 수요를 증가시키기 위한 더 많은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저탄소 수소, 10년 내 경쟁력 갖출 것”
저탄소 수소의 핵심 장벽은 화석연료 기반 수소와의 비용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가장 저렴하게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은 화석연료로부터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다. 지역의 가스 가격에 따라 천연가스로부터의 수소생산 비용은 평균 kg당 0.5~1.7달러이다.
수소생산으로 인한 CO2 배출을 줄이기 위해 CCUS 기술을 사용하면 kg당 약 1~2달러의 생산 비용이 증가한다.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 생산 비용은 kg당 3~8달러이다.
기술 혁신과 인프라 구축 확대를 통해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상당한 범위가 있다. 그러한 잠재력은 재생에너지가 우수한 지역(kg당 1.3~3.5달러 범위)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가 kg당 1.3달러까지 떨어지는 IEA의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반영되어 CCUS 기술을 적용한 천연가스 기반 수소 비용과 견줄 만하다.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생산 비용은 NSE 시나리오에서 kg당 1달러(kg당 1.0~3.0달러 범위)만큼 낮아져 태양광 발전을 통한 수소생산은 여러 지역에서 CCUS가 없어도 천연가스 개질을 통한 수소생산과 비교했을 때 비용 경쟁력이 있다.
기후협약 공약 이행하려면
수소를 청정 연료로 채택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수준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이미 발표된 모든 산업적 계획이 실현되면 2030년까지 총 수소 수요는 탄소중립(NZE) 시나리오의 200Mt 이상과 비교해 105Mt까지 증가할 수 있다. 저탄소 수소 생산량은 NZE 시나리오에서 요구되는 생산 수준의 8분의 1인 17Mt 이상에 이를 수 있다. 수전해 용량은 NZE 시나리오상 목표(850GW)에 못 미치는 90GW까지 상승할 수 있다. NZE 시나리오(1,500만대의 FCEV)의 40% 수준인 최대 600만대의 수소전기차를 보급할 수 있다.
2050년까지 세계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훨씬 더 빠른 저탄소 수소의 채택이 필요하다. 글로벌 수소 시장 개척은 국내 공급 잠재력이 제한적인 국가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재생 가능성이나 CO2 저장 잠재력이 큰 국가에 수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기술 혁신 노력을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몇몇 중요한 수소 기술은 개발 초기 단계에 있다. IEA는 900억 달러의 공적 자금이 가능한 한 빨리 전 세계 청정에너지 혁신에 투입되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중 절반 정도는 수소 관련 기술에 전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수소 채택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국제 협력도 필수적이다. 일본은 2018년부터 수소에너지 각료회의를 통해 수소에너지 개발을 주도해왔다. 그 후 청정에너지장관회의의 수소 이니셔티브, 유엔산업개발기구의 수소 국제 파트너십과 수소 미션을 포함한 여러 양자 및 다자간 협력 협정과 이니셔티브가 발표되었다.
이들은 기존의 경제 분야 수소・연료전지 국제 파트너십과 IEA의 수소 및 첨단 연료전지 기술 협력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이니셔티브 간의 강력한 협력은 중복되는 노력을 피하고 효율적인 진행을 보장하기 위해 중요하다.
IEA의 정책 권고 사항
정부는 에너지 혁신에 앞장서야 한다. IEA는 ‘수소의 미래’ 보고서에서 단기 조치에 대한 일련의 권고 사항을 확인했다. ‘글로벌 수소 리뷰 2021’ 보고서는 정부 정책이 수소를 청정 연료로 채택하는 것을 가속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한다.
먼저 에너지 시스템에서 수소의 역할에 대한 전략과 로드맵을 개발하는 것이다. 저탄소 생산을 위한 배치와 상당한 수요를 자극하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는 국가 수소 전략과 로드맵은 저탄소 수소의 잠재적 시장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중요하다. 이는 모멘텀을 창출하고 더 많은 투자를 유발해 인프라 구축을 확대하고 가속화하는 중요한 첫 번째 단계이다.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한 저탄소 수소를 사용토록 하는 인센티브을 창출해야 한다. 2030년까지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것보다 수소 수요 창출이 뒤처지고 있다. 청정에너지 벡터로서 수소의 완전한 잠재력을 활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늘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저탄소 수소는 화석연료 기반 수소보다 사용 비용이 더 많이 든다. 일부 국가는 이미 탄소 가격을 사용해 이러한 비용 격차를 해소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공공 조달에서의 경매, 의무, 할당량 및 수소 요건과 같은 다른 정책 수단과 결합된 광범위한 수소의 채택은 저탄소 수소의 경제성을 개선하고 투자 위험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수요를 자극하는 정책 프레임워크는 다시 저탄소 생산 공장, 인프라 및 제조 능력에 대한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 하지만 더 강력한 정책 조치가 없다면 기후협약 목표 달성에 필요한 속도로 투자 촉진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중요한 기술이 곧 상용화될 수 있도록 강력한 혁신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지속적인 혁신은 비용을 절감하고 수소 기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필수적이다. 수소에 대한 완전한 잠재적 수요를 확보하려면 향후 10년 동안 강력한 시연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핵심 수소 기술이 가능한 한 빨리 상용화되도록 하려면 연구개발 예산 증액과 실증 프로젝트 지원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적절한 인증과 표준화 및 규제제도 수립이 필요하다. 수소의 채택은 새로운 가치사슬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규제 프레임워크를 수정하고 광범위한 수소 채택을 막는 장벽을 제거하기 위한 새로운 표준・인증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
수소생산의 탄소 발자국을 계산하는 방법론에 대한 국제 협약은 수소생산이 진정으로 저탄소임을 보장하기 위해 특히 중요하다. 그것은 또한 세계 수소 시장을 발전시키는 데 근본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