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퓨얼셀이 수원으로 사업장을 옮기면서 Q1센터를 새로 열었다.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건물용 연료전지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에스퓨얼셀이 ‘모빌리티 파워팩’ 분야에 도전장을 내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바로 이 시점에 수원의 고색 산업단지로 회사를 옮겼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에스퓨얼셀은 이번 확장 이전에 맞춰 성능개선 R&D(연구개발), 품질개선, 양산기술 개발 등을 중점으로 하는 Q1센터를 새롭게 설립했다.

Q1센터는 ‘Quality Global No.1’의 줄임말이다. 10kW급 연료전지시스템 기준 최대 40대를 동시에 평가할 수 있는 시설로 국내 최대 규모에 든다. 에스퓨얼셀의 전희권 대표는 “사업장을 수원으로 확장 이전하면서 협력사들과 함께 수소연료전지 통합 품질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연료전지의 품질을 확보하고 생산 능력을 크게 개선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수원 고색 산업단지로 이전한 에스퓨얼셀의 전경.


국내 최대 규모 품질평가 사이트 신설

에스퓨얼셀의 김민석 연구소장을 따라 Q1센터를 둘러본다. 공장동 1층에 널찍하게 마련된 사이트에서 건물용 연료전지 시스템을 평가하는 중이다.

“신뢰성이나 내구성 평가를 위해 하루 종일 연료전지를 돌릴 수 있는 사이트를 10개 정도 따로 빼놨어요. 과거에는 연구실 한쪽에 좁은 공간을 마련해서 진행했다면, 지금은 이렇게 별도로 분리된 공간에서 품질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됐죠. 현재 개발 중인 25kW급 건물용 연료전지도 이곳에서 평가를 할 예정입니다.”

▲ 에스퓨얼셀 Q1센터에 있는 연료전지 평가 사이트로, 최대 40대를 동시에 평가할 수 있다.

▲ 한 직원이 모니터에 뜬 평가 데이터를 확인하고 있다.

도시가스, LPG뿐 아니라 수소 등 다양한 연료를 적용할 수 있는 연료 공급체계를 잘 갖추고 있다. 일단 넓어서 좋다. 국내에 이만한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품질평가 사이트를 찾기가 어렵다. 10개 사이트에선 수소추출기(개질기)를 평가하고, 10개 사이트에선 새로 개발한 스택을 평가하는 식으로 구분해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에스퓨얼셀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국책과제로 ‘수출목적형 건물용 연료전지시스템 현지 적용 기술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건물용 연료전지시스템 기술을 활용해 유럽 현지화를 진행하고 실증을 거쳐 최종적으로 유럽인증(CE)을 획득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목표다. 

“국책과제 안에 국내에서 CE인증을 받는 게 들어 있어요. 한국가스안전공사와 함께 참여하고 있죠. 체코의 에스지유(SZU)가 연료전지의 CE인증에 관심이 많아요. 1898년에 설립한 체코의 국영기관으로 12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죠. 올해엔 체코 현지의 검사관들이 입국해서 국내 인증 시설을 확인하게 됩니다. 국내 성능평가를 통해 CE인증을 받게 되면 유럽 수출의 길이 열리게 되죠.”

에스퓨얼셀은 이 사업을 위해 가스안전공사와 함께 지난 2019년 3월 체코의 에스지유, 덴마크 국립공과대학(DTU)과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수소연료전지의 국제 기준과 인증에 관한 협력, 국내 연료전지 기업의 유럽 CE마크 인증 취득을 위한 상호 지원, 건물용 연료전지의 위험요소 분석을 통한 시스템 안전사항 공유 등에 합의하고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 2019년 3월 11일 체코 브르노의 공학시험연구소(SZU)와 건물용 연료전지 CE인증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수소안전 전담기관이기도 한 가스안전공사는 지난 1월 수소안전기술원을 출범시키고 충북 음성 본사에 고정형 연료전지 인증 관련 시설을 구축 중이다. 에스퓨얼셀은 이 작업을 함께 진행하면서 건물용 연료전지의 유럽 인증을 위해 에스지유코리아와 협력하고 있다. 올가을에는 5kW 건물용 연료전지를 체코와 덴마크로 보내 현지 실증에도 나선다.

쇼룸은 사무실로 통하는 2층에 있다. 올해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한 ECOGENER 신제품도 한쪽에 놓여 있다. 디자인에 대한 열정이 느껴진다. 언뜻 보면 옷을 관리해주는 스타일러나 에어드레서를 닮았다. 에스퓨얼셀의 모듈형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은 지난해 ‘2020 우수디자인(GD)’에 선정되기도 했다. 

▲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된 ECOGENER 신제품.

쇼룸 안쪽에 있는 접견실에서 김민석 소장과 대화를 이어간다. 이사는 올 1월에 했지만 서류상으로는 3월 이전이 맞다. 주소지를 성남에서 수원으로 바꾸면서 연료전지 제조허가를 3월에 받았기 때문이다. 

“좁은 집에서 넓은 집으로 이사를 온 셈이죠. 1층 500평, 2층 500평을 합쳐서 1,000평을 쓰고 있어요. 전에 비해 세 배 정도 넓다고 할 수 있죠. 또 협력업체인 시스템 제조사, 개질기 제조사, 스택 제조사를 안으로 들여 함께 건물을 쓰고 있어요.”

시스템 제조사 ‘문화지엔코’, 개질기 제조사 ‘에너윈’은 1층을 쓰고 있다. 또 스택 제조사인 ‘에이원’은 사무실을 지나면 나오는 2층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에스퓨얼셀은 그동안 자체 생산공장을 두지 않는 팹리스(Fabless)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해왔다. 기술 유출을 우려해 연구개발과 생산을 온전히 도맡아서 하는 여느 연료전지 업체들과는 다른 행보다. 연료전지는 기술 장벽이 높아 외부에 생산을 맡기는 곳이 드물다. 국내외를 통틀어 극히 드문 사례라 할 수 있다. 

▲ SE그룹의 올해 모토는 ‘디지털 프로세스 혁신’이다.

전희권 대표는 지난 2018년 <월간수소경제> 11월호 인터뷰에서 “핵심 연구개발과 비즈니스 모델은 절대적으로 우리의 몫이지만 영업과 생산을 과감히 분리해 여러 협력업체와 함께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김민석 소장의 말도 그 연장선에 있다. 

“가정용・건물용 연료전지의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실패의 연속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2001년에 국내 최초의 연료전지 전문기업인 CETI로 출발을 해서 GS퓨얼셀, GS칼텍스를 거쳐 에스퓨얼셀에 이른 셈이죠. 실패의 원인을 복기하면서 깨달은 게 그동안 우리가 모든 걸 다 하려고 했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생각을 바꾼 거죠. 연료전지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가 없을 때라 시장에서 살아남는 게 급선무였어요. 주변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요. 우선 시장을 키워 나가면서 관련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노력을 지금도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연료전지 모빌리티 파워팩…신성장 동력

에스퓨얼셀은 지난해 10월 새롭게 개발한 2kW급 연료전지를 액체수소 용기를 채용한 수소드론에 적용해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드론용 파워팩 개발을 시작으로 수소 모빌리티 시장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일본과 달리 국내는 1kW 가정용 연료전지 시장이 확대되기 힘든 구조다. 국내 전기료가 너무 저렴하기 때문에 굳이 값비싼 연료전지를 들여 도시가스로 전기를 생산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에스퓨얼셀은 건물용 연료전지 생산에 주력하고 있고, 협력사를 통해 연간 600~700대를 생산하고 있다. 

“연료전지는 정책 시장에 큰 영향을 받아요. 정부의 정책이나 인센티브에 따라 시장의 파이가 결정이 되죠. 내부적으로 한쪽에 집중된 비즈니스 모델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었죠.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의 안전성을 바탕으로 향후 필요에 따라 시장이 커가는, 새로운 동력을 찾기 위해 고민했고, 그렇게 찾은 답이 ‘모빌리티 파워팩’ 시장입니다. 모빌리티의 전동화가 대세인 만큼 향후 배터리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연료전지 파워팩 시장이 커질 거라고 본 것이죠. 우리가 PEM 연료전지를 오래한 만큼 드론이나 선박, 지게차 쪽에 경쟁력이 있다고 봤어요.”

▲ 에스퓨얼셀의 김민석 연구소장.

에스퓨얼셀은 수소 모빌리티 시장의 파워팩에 주목하고 있다. 작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온 것들이 올해부터 하나둘 가시적인 성과로 드러나고 있다. 드론 쪽은 액체수소 파워팩에 강점이 있는 벤처기업인 패리티와 손을 잡았고, 수소선박 쪽은 에이치엘비(HLB, 현대라이프보트)와 손을 잡았다. 지게차 부문도 소형을 중심으로 관련 업체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드론용 연료전지 스택은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해요. 일단 가벼워야 하고, 충격에 강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저가습 스택이 필요하죠. 이 세 가지가 긴밀하게 붙어서 간다고 보시면 돼요. PEM은 안정적인 전기 발생을 위해 가습된 수소와 공기(산소)를 공급하게 되는데, 그러자면 별도의 가습장치가 필요하죠. 이런 장치들을 없애거나 크기를 줄여야 경량화가 가능해요. 출력만 해도 공기주입 펌프(압축기)를 달면 출력이 높아지지만 대신 무게가 늘어나요. 그래서 일정 크기 이상의 대형 드론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죠.”

크기와 무게를 줄이려면 스택에 탄소 분리판보다는 두께가 얇은 금속 분리판(바이폴라플레이트)을 쓰는 게 낫다. 하지만 금속판은 시간이 지나면 산화가 될 수 있어 내구성이 취약해지는 문제가 있다. 수소드론의 경우 이런 여러 가지 문제를 살펴보면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수소선박의 경우에는 국내 소형선박 제조업체로 잘 알려진 에이치엘비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양사는 지난해 12월에 168kW, 252kW급 수소선박 개발에 합의했다. 에스퓨얼셀은 선박용 연료전지시스템, 동력변환시스템(PCS), 연료탱크, 배터리제어시스템(BMS) 개발을 맡고, 에이치엘비는 선박의 설계와 제작, 전기추진체, 선박 운영을 담당하게 된다. 

양사가 공동 개발하는 수소선박은 올해 규제자유특구인 울산광역시에서 실증 운항을 마친 후 2023년부터 상용화에 들어갈 계획이다.

25kW급 대용량 연료전지시스템 개발 중

에스퓨얼셀이 이뤄낸 성과 앞에는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이 자주 붙는다. 2014년에는 5kW급 건물용 연료전지 설비 인증을 최초로 획득했고, 2016년에는 모듈형 6kW급 건물용 연료전지 시스템인 ECOGENER NG6Km를 출시해 국내 최초로 연료전지 KS인증을 받았다. 

▲ 에스퓨얼셀의 연료전지 제품들.

특히 작년부터 국책과제인 ‘25kW급 건물용 연료전지시스템 개발 및 실증’ 과제를 총괄하면서 건물용 연료전지의 대형화를 이끌고 있다. 

“25kW 건물용 연료전지의 경우 일정대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고, 현재 1차 시제품이 나온 상태죠. 25kW급 제품이 시장에 나오면 반향이 클 거예요. 용량이 커질수록 가격이 크게 떨어지니까요. 지금도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이 10kW급이죠.”

이 사업에는 이노엔, 아크로랩스, 센도리 등 중소기업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경북대학교・국민대학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수소추출기・인버터・주변보조기기(BOP)의 효율을 극대화해 시스템 전기효율 40%, 종합효율 94%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핵심 부품인 스택과 수소추출기의 교체 없이 시스템 가동 누적 4만 시간을 달성해 내구성을 확보하고, 판매 단가를 1kW당 1,000만 원 수준으로 낮춰 연료전지 보급을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사업에 에스지유코리아도 참여하는 만큼 KS인증 기준 확보와 더불어 CE인증까지 동시에 추진해 유럽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대전시, 대전도시철도공사 같은 곳과 업무협약을 맺고 현장 실증에 들어갈 예정이죠. 대전 같은 경우는 대전도시철도공사의 월평동 본사와 판암차고지 같은 곳이 실증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어요. 2023년부터 1년 반 정도 운영을 하면서 열과 전기를 해당 시설물에 무상으로 제공하게 되죠. 건물에서 필요로 하는 난방과 전기 수요에 모두 대응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분산발전이라 할 수 있어요.” 

대용량 연료전지는 제로에너지 건물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의무화 대상 건물, 에너지 다소비건물, 고효율 빌딩건물에 수요가 크다. 지난해까지 국내에 보급된 건물용 연료전지는 약 5MW로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서 제시한 목표 수치에는 크게 모자란다. 로드맵의 목표치에 맞춰 보급량을 늘릴 경우 건물용 연료전지 용량이 수십에서 수백kW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어 기존 5~10kW급 대비 경제성이 높은 25kW 시스템이 시장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 쇼룸 상단에 ‘프리 에너지 플래닛’이란 문구가 보인다.

▲ 쇼룸에 있는 수소도시의 모형.

쇼룸의 중앙에는 에스퓨얼셀의 슬로건이라 할 수 있는 ‘프리 에너지 플래닛(Free Energy Planet)’이란 문구가 하늘색 글씨로 붙어 있다. 에스퓨얼셀은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에너지 저장매체로 수소의 역할에 주목해왔다. 연료전지는 이 수소로 다시 전기를 생산해 그리드에 공급하게 된다. 

“결국은 그린수소로 가는 게 맞죠. 순수수소발전 같은 경우에는 이미 50kW 시스템을 개발해서 2년 전에 납품까지 완료했어요. 한국서부발전에서 운영하는 300MW급 태안IGCC 실증 플랜트에 100kW 연료전지를 공급해서 100% 수소로 발전하는 연계운전에 성공했죠. 개질기를 없앤 수소 전용으로 가면 SOFC든 PAFC든 PEMFC든 전력효율은 비슷해요. 가장 낮은 온도에서 운전이 되는 PEM이 설비가 가장 간단하고 오랜 시간 검증이 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유리할 수 있죠.”

에스퓨얼셀이 속한 SE그룹은 서울 강동 고덕지구에 신사옥을 올릴 계획이다. 2023년에 사옥이 완공되면 모기업인 에스에너지, 에스퓨얼셀의 경영・회계, 영업 파트는 고덕지구로 이전을 하게 된다. 그때도 Q1센터는 이곳 수원에 남아 지금의 역할을 이어가게 된다.

“청정 무한에너지를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세상이 올 때까지 여기서 열심히 버텨야죠.” 

김민석 소장이 웃으며 말한다.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을 오래도록 꾸준히 유지하려면 그만한 노력이 필요하다. 에스퓨얼셀은 협력업체들과 이익을 공유하면서 그 길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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