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수소경제] 현재 전 세계에서 수소전기차를 양산하는 제조사는 단 3개 사다. 현대(넥쏘), 도요타(미라이), 혼다(클래리티)가 그들이다. 이러한 3각 경쟁구도를 허물 유력한 제조사로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 강국인 독일의 벤츠가 손꼽혔다. 

벤츠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 모델인 ‘GLC’에 기반한 플러그하이브리드형 수소전기차 ‘GLC F-CELL’을 당초 2019년 초 출시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출시 시기가 차츰 늦어지더니 급기야 최근 ‘양산 포기’를 선언했다. 

벤츠가 수소전기차 시장 진입을 포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당장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수소전기차가 양산됐다고는 하나 제조가격이 높다. 차량의 충전인프라 구축도 더디다. 자생적인 시장구조를 갖추지 못하니 인프라 투자에 인색하다. 결국 차량도 충전인프라도 보조금에 의존하는 구조이다. 소비자의 선택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같은 시장 여건에 최근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감염 유행)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팬데믹은 전 세계 경제 동맥을 옭죈다. 기업으로서는 미래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나 당장 닥친 공장가동률, 수요공급, 자금 유동성 등 문제해결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 벤츠도 결국 ‘미래’보다는 ‘현재’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팬데믹이 벤츠의 수소전기차 출시만을 좌절시켰을까. 수소경제는 이제 막 출발선을 지나고 있다. 그만큼 수소산업 밸류체인 모든 기술과 제품이 여전히 경제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구가 직면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이 과정에서 탄소 중심의 에너지체계를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전환해야 하는 당위로서 수소산업이 진행되고 있다. 다시 말해 정부 주도의 규제시장이 기업으로 하여금 ‘현실’이 아닌 ‘미래’를 대비한 투자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금융위기’도 모자라 ‘대공항’과 비교되고 있는 작금의 ‘팬데믹’ 상황이라면 기업의 선택은 명확하다. 수소산업 투자는 ‘불요불급’으로 치부될 수 있다. 이러한 기류가 확산되면 자칫 기지개를 켜고 나아가야 할 수소산업이 움츠러드는 부작용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다행히 국내 상황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방역 모범국으로서 코로나19 기세는 한풀 꺾였다. 대응 과정에서도 이동제한, 봉쇄와 같은 극약처방 없이 비교적 안정된 관리능력을 보여주며 외신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안정된 국내 상황은 수소산업의 기회일 수 있다. 즉 ‘팬데믹의 역설’로 기능할 수 있다. 들여다보자. 

벤츠가 수소전기차 출시를 포기하면서 기존 현대차와의 수소전기차 양산기술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는 올해 1만대 이상 넥쏘를 판매한다는 계획이고 이러한 실적에 기반한 후속모델 개발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이 수소차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수소의 생산에서 이송·저장, 활용 등 수소산업 밸류체인 전 분야에서 부족한 기술은 격차를 줄이고 앞서 있는 분야는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다질 수 있다. 코로나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수소산업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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