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최근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주요국들의 친환경 정책은 청정수소 생산·활용 촉진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국내도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발전·수송·산업 전 부문의 효과적인 탄소감축 수단으로 청정수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석탄·LNG 발전소의 온실가스 감축과 대규모 수소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수소발전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E1, 롯데, 어프로티움 등 다수의 기업들이 수소발전 관련 청정수소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올해 안으로 청정수소인증제를 마련해야 2024년 상반기에 처음으로 청정수소 발전시장을 개설할 수 있다. 기업들이 청정수소인증제를 애타게 기다리는 이유다. 기업과 전문가들은 단계적인 기준 강화와 과감한 인센티브 지원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수소발전 입찰시장 개설
수소발전은 수소 또는 수소화합물(암모니아)을 연료로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친환경 발전원으로, 원전·재생에너지와 같은 무탄소 발전원 중 하나이다.
정부는 수소발전을 RPS(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 제도에서 별도로 분리해 연료전지 외 수소터빈, 수소엔진, 암모니아 혼소 등 다양한 수소발전 기술들이 경쟁해 보급될 수 있도록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수소발전 입찰시장’ 제도 시행에 들어갔다.
특히 산업부는 지난 1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수소·암모니아 혼합 연소발전(청정수소 발전) 비중을 2.1%(수소 6.1TWh/암모니아 6.9TWh)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수소발전 입찰시장은 청정수소 시장 및 발전용 연료공급 인프라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일반수소 발전시장과 청정수소 발전시장으로 구분해 개설된다. 전기판매사업자(한전), 구역전기사업자가 입찰시장에서 낙찰된 수소발전량을 2025년부터 구매할 예정이다. RE100 또는 CF100 달성을 위한 무탄소발전 구매 수요를 고려해 의무구매자 외 자발적 구매자가 수소발전량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올해 연료전지 발전 중심인 일반수소 발전시장(매년 1.3TWh)을 먼저 개설(상·하반기 각 1회)했다. 지난 6월 9일 입찰시장 관리기관(전력거래소)을 통해 상반기 일반 수소발전 입찰을 공고하고, 8월 중순에 최종 낙찰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2030년 누적 13TWh를 목표로 하는 청정수소(수소·암모니아) 발전시장은 2024년 상반기에 처음으로 개설될 예정이다. 2027년 발전량부터 3,000~3,500GWh 규모로 신규 입찰을 할 예정이다. 다만 2027년 발전량인 3,500GWh는 시운전 기간을 고려해 목표 혼소율(수소 혼소 50%, 암모니아 혼소 20% 수준) 보다 낮게 설정했고, 2028년부터는 목표 혼소율을 회복해 연간 6,500GWh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수소발전 관련 청정수소 도입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E1은 최근 캐나다 앨버타주 블루 암모니아 생산 프로젝트의 개발사인 Hydrogen Canada와 블루 암모니아 프로젝트 투자 약정을 맺고, 우선 초기 사업 개발을 위한 1,000만 캐나다달러(CAD)를 투자하기로 함에 따라 연간 100만 톤 규모의 블루 암모니아를 확보해 2028년 국내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그룹 화학군인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은 한국석유공사, 남동발전, 서부발전, 포스코, SK가스, 삼성엔지니어링 등과 함께 중동, 말레이시아 등에서 청정 암모니아를 생산해 서해권역 인수 인프라를 통해 국내로 도입, 청정수소 발전용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국내 최대 수소 제조기업 어프로티움은 미국 에너지 기업 톨그라스(Tallgrass)사로부터 오는 2027년부터 매년 80만 톤의 청정 암모니아를 국내로 도입할 예정이다.
올해 청정수소인증제 마련
정부의 추진 계획대로라면 2024년에 청정수소 발전시장을 개설하기 위해선 올해 안으로 청정수소인증제와 관련 법령이 마련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청정수소인증제’는 수소를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등의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일정 수준 이하인 경우 청정수소로 인증하고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제도로, 수소법 개정(2022년 6월)을 통해 법적 근거를 확보했다.
우선 해외 도입, LNG 운반, 암모니아 발전 등 우리나라 특수성을 고려해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평가방법을 개발하는 한편 온실가스 저감 수준에 따른 청정수소 기준을 정하고, 국내외 상황을 고려해 인센티브 차등 지원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또 인증제도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수소생산 방식의 다양성(그린, 블루, 원자력, 바이오, 해외 도입 등)을 고려해 인증기관 자격요건과 지정방안을 마련하고 인증 수요, 인증서 국제거래, 인증서 관리 등 시장상황을 검토해 전반적인 관리체계를 검토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아울러 올해 당장은 아니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한국형 청정수소인증제도 개발해야 한다.
정부는 청정수소 공급국 및 수요국의 정부·전문가들이 참여해 청정수소 인증 등 글로벌 청정수소 교역 기반을 논의하는 협의체인 CHTI(Clean Hydrogen Trade Initiative) 창설을 주도해 인증기준에 대한 국제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동 평가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청정수소 인증·검증 절차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소생산국과의 상호인정협정 체결을 추진할 계획이다.
청정수소인증제 윤곽
산업통상자원부는 청정수소인증제도 연구용역을 통해 한국 특성에 맞는 인증제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 17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청정수소인증제’ 설명회에서 처음으로 청정수소인증제의 윤곽을 공개했다.
배출량 산정 방향을 연구한 송한호 서울대학교 교수는 한국에서 청정수소로 인증받기 위한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을 4kgCO2eq/kgH2로 제시하고, 수소 원료(천연가스 등)의 채굴부터 수소생산까지를 배출량 산정범위(Well-to-Gate)로 제안했다. 이는 국제 동향과 국내 기술 수준, 산업 현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로, 다만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해 수소의 원료 조달 시 선박에서 나오는 배출량 등은 산정범위에서 한시적으로 제외한다는 게 송 교수의 설명이다.
주요국 청정수소 배출량 기준(안)을 보면 미국 4kg, EU 3.38kg, 일본 3.4kg이다.
송 교수는 “국내 생산 수소의 경우 수소생산 원료에 대한 선박 운송과 포집된 CO2의 해외 CCS 사이트로의 선박 운송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고려함으로써 국내의 특수성을 반영했다”라며 “배출량 산정범위는 1단계로 ‘Well-to-Gate’로 출발하지만 향후 ‘Well-to-port’, ‘Well-to-wheel’로 단계적인 확대가 기본 원칙”이라고 밝혔다.
또 송 교수는 배출량 산정 기준연도와 관련해 서울대의 2021년 기준 LCI DB(Life cycle inventory database, 전과정 목록) 활용을 원칙으로 하되 추가 감축 노력 등을 인정받기 위해 자체적으로 산정한 배출량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증과 인증기관의 검토를 통해 인정하는 원칙을 제시했다.
송 교수는 “표준 경로(배출량 산정을 위해 다양한 수소생산 경로들을 정형화한 형태)상에 있는 모든 공정들에 대해 효율, 연료종류·사용량, 비연소 배출량 등의 활동 데이터를 적용해 배출량을 산정함으로써 투명성 있는 배출량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라며 “표준 경로에 대한 LCA DB는 업계의 배출량 산정 노력을 최소화하고 사업장 범위의 데이터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과 기업의 추가적인 감축 노력을 활동 데이터에 반영할 수 있는 기반(증빙·검증 필요)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쇄 허용 여부와 관련해서는 수소생산 활동과 무관한 감축량은 불허하고, 배출량 산정 범위의 공정에서 일어나는 감축 활동 중 수소에 직접적으로 할당할 수 있는 감축량만을 인정(인증기관 검토)하는 원칙도 제시했다.
아울러 송 교수는 수소생산 유형별(그린, 블루 등) 배출량 산정방법과 인증 방향을 소개하며, 온실가스의 실효적 감축을 목표로 하면서도 유연성을 보장하는 한국의 인증원칙을 강조했다.

청정수소에는 그린수소, 블루·청록수소, 부생수소, 바이오수소, 원전수소가 포함됐다.
먼저 그린수소의 경우 시간적 상관성은 1개월 단위(단 2030년까지 수소생산을 개시하는 설비에 한해 적용), 공간적 상관성은 수소생산설비와 동일 그리드 내로 한정했다.
송 교수는 “수소생산국 내 관련 제도 미비, 초기 수소 경제성 확보 등을 고려해 재생에너지설비와의 직·간접 연결 방식(REC, PPA 등)을 유연하게 허용하되 REC 허용에 따른 장기 청정전력 확보의 불확실성 가중 등 사업 환경의 안정성 저해요인은 정성적 평가요인으로 평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초기 수소 경제성 확보 사례로는 지난 2월 13일 발표된 EU의 재생에너지 지침(RED Ⅱ) 개정안(시간적 상관성을 1개월 단위, 공간적 상관성을 전력망 내로 한정)을 제시했다. EU의 청정수소 인증은 재생에너지 지침(RED Ⅱ)상의 지속가능 인증의 일부 구성요소이다.
또 재생에너지설비의 추가성 적용 여부(기존 재생에너지설비가 아닌 추가 설비로 생산)는 제도 운영상황과 국제동향을 고려해 추후 검토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수전해에 활용되는 초순수(de-ionized water) 생산 등으로 인한 배출량 산정을 검토한 결과 Cut-off(배출량 산정 시 제외) 수준(~0.01CO2eq/kgH2)이라는 설명이다.
블루·청록수소의 경우 LCA(전과정 평가) 지침인 ‘ISO 14044’가 공동 산출물에 대해 시스템 확장을 통한 실질적 CO2 감축을 권고함에 따라 시스템 확장을 통해 탄소포함물질(CO2, CO, C 등)의 최종 폐기 시까지로 온실가스 배출량 집계범위를 확장했다.
송 교수는 “CO, C 등의 C1 물질은 CCU(이산화탄소 포집·활용) 기술의 맥락과 유사한 성격을 감안할 필요가 있는 한편 청록수소는 다량의 고온 스팀이 유의미하게 나오고 있어 이를 외부에 판매 시 배출량 처리는 국제동향을 고려해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아직은 생소한 청록수소는 천연가스의 열분해를 통해 생산된 수소를 말하고, 이 과정에서 함께 생산되는 고체탄소(C)는 타이어의 주성분인 카본블랙(Carbon Black), 제철용 코크스 등으로 사용된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부생수소는 전량 조직경계 내·외부에서 열·전력 생산용과 수송용으로 활용 중이다. 이에 따라 부생수소는 수소가 기존 열·전력 생산용으로 활용되고 있었을 경우 해당 수소의 외부 판매에 따른 대체 열·전력원의 CO2 배출량을 산정한다.
신규로 설비 도입 시에도 해당 공정 내에서 수소를 활용하는 것이 온실가스 감축에 더 타당하므로 기존 설비와 동일한 방법을 적용한다. 이는 서울대와 수소융합얼라이언스가 함께 수행한 ‘부생수소 외부판매 시 연료대체에 따른 CO2 배출량 증감 연구’ 결과를 따른 것이다.

국내 대다수 자원회수시설은 폐기물 매립지가스(CH4)를 포집해 발전·난방에 이용 중이고, 소각로에서도 에너지회수시설을 운영 중이다. 이에 따라 바이오(생물자원, 폐기물 매립가스 등) 수소는 바이오 원료가 기존 열·전력 생산용으로 활용되고 있었을 경우 해당 원료의 수소생산 투입에 따른 대체 열·전력원의 CO2 배출량을 산정한다.
송 교수는 “신규 바이오 원료는 별도 타당성 검증을 통해 열·전력 생산이 수소생산보다 효율 측면에서 타당한지 검토할 것”이라며 “또 수소생산을 위한 바이오 자원의 지속가능성 이슈(토지이용·변화, 산림벌채 등 규정화)는 국제동향 등을 고려해 추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원전수소에 대해서는 해외로부터 일련의 원재료 조달과정(우라늄 채광, 정련, 변환, 농축, 해상운송, 성형가공 등)의 배출량을 합계해 산정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권헌영 고려대학교 교수는 청정수소 인증 관련 추진체계와 절차안을 제안했다. 청정수소 인증기관을 ‘인증운영기관’과 ‘인증시험평가기관’으로 구분해 운영하고, 주요사항의 경우 산업부가 구성하게 될 ‘인증운영위원회’를 통해 심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혜진 H2KOREA 국제협력실장은 주요국들의 청정수소에 대한 지원방식을 소개하며, 한국의 청정수소 지원방안을 두 가지 방식(차액, 정액)으로 제안했다.
영국·독일·일본 등은 초기 청정수소의 부족한 경제성을 지원하기 위해 각국 상황에 맞는 차액지원방식을 설계해 발표했다. 미국은 IRA를 통해 정액 지원방식을 추진하고 있는데, 청정수소 생산 시 수소 1kg당 최대 3달러, 관련 시설투자 시 최대 30%까지 세제를 지원한다.
이 실장은 “우리나라도 국내 산업 현실에 맞는 적합한 방식이 필요하므로 제안한 두 개 안을 심층 연구해 지원방식을 확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부가 지난 6월 29일 한전 전력연구원에서 개최한 ‘청정수소인증제 민관 포럼’을 통해 인증제 설계 방향에 대한 추가적인 내용이 나와 큰 관심을 모았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가 소개한 국내 인증제 추진방향에 따르면 국제수소연료전지파트너십(IPHE)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공공·민간단체(인증운영기관)가 인증제 설계, 인증기관 지정요건 등을 총괄 관리하고, 인증서 발급기관이 제3자의 검증과 인증기준 충족 여부 재평가 후 인증서를 발급토록 제안하고 있다.
EU는 EU이사회가 기존 민간의 자발적인 청정수소 관련 인증제(CertifHy 등) 중에서 복수의 인증제를 공식 채택할 예정인데, 제3자 검증과 인증운영기관의 확인을 거쳐 다른 제도 중복 여부를 검토한 후 최종 인증서(PoS)를 발급하는 방식이다.
국내도 지난 4월 설명회에서 밝힌 것처럼 이러한 국제적 논의 내용을 참고해 ‘인증운영기관’과 ‘인증시험평가기관’을 분리 지정해 기관별 전문성과 효율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운영 효율화 차원에서 인증운영기관이 인증서 발급을 병행하고, 인증운영기관이 아닌 정부가 직접 제3자 검증기관(인증시험평가기관)을 지정할 예정이다.
또 인증기준 설계(안)의 경우 배출량 산정범위는 지난 4월 설명회 때와 같이 ‘Well-to-Gate’로 하고, 기술개발 추이 등을 고려해 선박 운송 등은 산정범위에서 제외한다. 추후 온실가스 감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2단계 ‘Well-to-port’, 3단계 ‘Well-to-wheel’로 단계적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도 변함 없이 4kgCO2eq/kgH2로 제시했다.
순도·압력 조건(안)은 미국, EU, 영국 등이 검토 중인 순도·압력 조건을 고려해 국내 기준을 3MPa, 99%(부피 기준)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이러한 기준 미달 시 가상의 압축기와 수소정제공정(PSA) 활용에 따른 배출량을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배출량 산정 제외기준은 국제수소연료전지파트너십(IPHE)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처럼 설비제조 관련 배출량은 제외하고, 추가적인 예외조항들은 주요국 동향을 고려해 향후 검토할 예정이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는 국내 배출량 산정 플랫폼(안)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영국 청정수소인증제(LCHS)에서는 정부가 수소생산 경로별로 사업자들이 스스로 배출량을 산정하는 엑셀 형태의 자가진단툴(HEC)을 제공한다. 지난 2022년 4월 HEC를 최초 공개한 이후 올해 4월 HEC 업데이트 버전(수전해수소, 블루수소, 기타 등 3가지 경로에 대한 산정툴)을 공식 발표했다.
HEC는 기본 데이터를 제공하지만 사업장 데이터는 사업자 스스로 입력하도록 요구한다. 사업자의 자체 계산이 어려운 경우에도 정부가 제공한 기본 데이터를 통해 계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미국 청정수소인증제에서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수소생산 과정의 배출량 산정 프로그램으로 ‘GREET 프로그램’을 지정했다. ‘GREET 프로그램’은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아르곤국가연구소(ANL)가 개발한 범용 배출량 산정 프로그램으로, 미국 신재생에너지혼합의무(RFS) 등에서 이미 활용 중이다. 순환참조 형식으로 되어 있어 산정방식이 매우 복잡한 게 특징이다.
미국은 지난 2022년 8월 수소생산 경로에 특화된 엑셀 형태의 ‘GREET-H2 Module(2022)’ 을 공개했다.
영국, 미국과 같이 국내 인증제에서도 배출량 산정 자가진단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수소생산 방식별 배출량 산정 표준 경로를 ‘기본 데이터 제공 공정’과 ‘사업장 데이터 필수 입력 공정’으로 구분, 설정해 사업자 간 통일된 배출량 산정 방식을 적용토록 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업자가 자체 사업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입력하되 계산이 곤란하거나 확보가 어려운 업스트림 정보 등은 기본 테이터 활용이 가능하다. 사업자가 기본 데이터(서울대가 개발한 LCI DB)보다 우수한 공정 데이터를 갖는 경우 해당 수치를 입력해 배출량을 산정할 수 있다.
산업부는 청정수소인증제 시행을 위해 수소법 하위법령 개정, 운영고시 제정 등을 완료해 나갈 예정이다. 청정수소 인증방법론과 혜택안(인센티브안)에 대한 별도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이옥헌 산업부 수소경제정책관은 “올해 하반기 중 수소법 하위법령 개정 완료, 청정수소 인증기관 지정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국제동향을 고려하면서도 국내 여건에 부합하는 청정수소인증제를 마련하는 데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정수소 발전시장 설계방안
한편 KEI컨설팅은 청정수소인증제 민관 포럼에서 ‘발전부문 청정수소 활용 시장 설계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발전부문 청정수소 입찰시장 운영구조로 2개 안(발전 연료시장 미개설, 별도 개설)을 제시했다.
발전 연료시장 미개설은 기존 CHPS(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에 대한 논의방향과 같이 발전용 청정수소에 대해 별도 연료시장을 개설하지 않고 CHPS 단일 시장을 개설한다는 의미다. CHPS 낙찰 발전사업자가 유통 인프라를 포함한 청정수소 조달 전반에 대해 책임을 지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CHPS 투찰 가격은 발전 고정비와 수소연료비를 포함한 총판매단가가 된다. 실질적으로 청정수소 생산·도입, 유통 및 발전사업을 포함한 전체 밸류체인에서 경쟁하게 되고, 전체 밸류체인 기준 최적화를 달성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발전 연료시장 별도 개설은 발전부문에 대해 수소연료시장을 별도 개설해 수소연료시장과 CHPS 시장으로 구분해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관리기관이 구매한 청정수소를 CHPS 낙찰 발전사업자에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낙찰 발전사업자가 관리기관으로부터 청정수소를 의무구매하는 셈이다.
이는 관리기관이 청정수소 입찰시장을 통해 조달한 수소를 평균가로 발전사에 공급하고, 관리기관이 공급하는 청정수소와 유통인프라 간의 연계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 CHPS 투찰 가격은 발전고정비만 투찰하고, CHPS 시장에서는 ‘투찰 고정비+관리기관 공급 수소연료가’로 정산하는 방식이다. 경쟁단위의 경우 연료시장은 청정수소 생산·도입사업자 간, CHPS는 발전사업자 간 경쟁이 형성된다. 연료와 발전부문의 개별 최적화를 달성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단계적 기준 강화…과감한 인센티브 지원”
기업과 전문가들은 청정수소인증제와 관련해 단계적인 기준 강화와 과감한 인센티브 지원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수소생산 방법에 대한 논쟁보다는 탄소배출량에 근거한 청정수소인증제를 빠르게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형균 SK E&S 부사장은 “2030년 국가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은 블루수소”라며 “블루수소 산업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청정수소인증제를 연내 시행하고 미국 등 주요국 수준의 과감한 인센티브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학 롯데케미컬 수소에너지사업단 상무는 “수소 인프라 구축과 청정수소 시장 조성을 위해서 초기에는 다소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 제도를 시범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라며 “수소 공급과 수요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이후부터 단계적으로 청정수소 기준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정부가 청정수소인증제와 청정수소발전 제도 등 국내 수소 관련 정책을 빠른 시기에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정부가 적극적인 인센티브 지원을 통해 기업들이 해외 청정수소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병옥 원익머트리얼즈 연구소장은 “정부 주도의 청정수소 도입을 위한 글로벌 수소 공급망을 구축 중으로, 향후 해외에서 생산한 수소를 그린·블루 암모니아 형태로 도입할 예정”이라며 “현재 청정수소 도입 초기인 만큼 그레이 암모니아 활용이 불가피한 점을 고려해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청정수소인증제에서 암모니아 기반 수소에 대한 예외조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 학장(에너지정책학과 교수)은 “청정수소 투자를 위한 신호가 명확하게 제공되지 않는다면 국내 기업들이 청정수소 사업에 선뜻 투자하기는 어렵다. 미국과 유럽처럼 청정수소 생태계를 조기에 조성하기 위해서는 청정수소인증제와 인센티브 제도를 서둘러 확정해야 한다”라며 “다른 발전원보다 비싼 청정수소의 원활한 활용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와 마찬가지로 공적 재원으로 미국과 유럽에 준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센티브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학장은 “청정수소 인증 기준을 그린수소가 아닌 블루수소에 맞추고, 향후 그린수소가 현실화될 때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린수소와 핑크수소(원전수소)는 당분간 우리의 대안이 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린수소는 생산량이 제한적이고 너무 비싸다. 원자력발전소는 건설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핑크수소의 대량생산도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청정수소는 국내 NDC 달성과 대규모 수소 수요창출은 물론 글로벌 수소 무역의 핵심이다. 국내 청정수소인증제가 제대로 설계되어 국내 청정수소 생태계 활성화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통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