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수소경제 이종수 기자] LNG가스터빈 설비를 개조해 수소 혼소(LNG+수소)로 전력을 생산하는 ‘수소 혼소 발전’의 중요도가 날로 커지고 있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정부 관계 부처와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2030 NDC’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안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그 중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가장 높은 전환(발전) 부문에서는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5.9%(약 1억2,000톤)를 감축해야 한다.
탄소중립위원회는 석탄발전 축소, 신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효율화, 연료·원료 전환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기준연도에서 2030년까지의 연평균 감축률을 고려할 때 상향된 NDC는 매우 어려운 목표지만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NDC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전력 믹스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확대하는 것과 병행해 기존의 발전용 터빈에 무탄소 연료인 수소나 수소화합물(암모니아)을 섞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는 수소터빈 발전기술의 조기 상용화가 중요하다.
수소터빈 발전은 무탄소 발전 인프라를 구축해 탄소중립을 이루기까지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수소 전소(100%) 발전에 성공할 경우 그 자체로 탄소중립이 가능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21년 11월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통해 연료전지 외에도 수소·암모니아 발전(혼소·전소)으로 수소 사용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전체 수소 수요량(2030년 390만 톤, 2050년 2,790만 톤) 중 발전부문은 2030년 353만 톤, 2050년 1,350만 톤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암모니아 혼소(20%) 발전을, 2035년까지 수소 혼소(30% 이상) 발전을 상용화해 기존 석탄발전과 LNG 발전을 친환경 발전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청정수소의 대규모 수요창출이 가능한 발전부문을 통해 수소 전소·혼소 발전기술 등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수소경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개설했다. 올해 일반수소 발전시장부터 열고, 내년에는 청정수소 발전시장도 개설할 예정이다.
한화, 수소 혼소 발전 상용화 선도
이러한 상황에서 한화가 수소발전 시장을 선도하고 있어 주목된다. 한화가 한국서부발전과 함께 세계 최초로 59.5% 수소 혼소 발전에 성공한 것이다.
한화와 서부발전은 지난 6월 21일 충청남도 서산시에 위치한 한화임팩트 대산사업장에서 ‘대산 수소터빈발전 실증 기념식’을 개최했다.




한화는 80MW급 중대형 터빈 기준 세계 최고 혼소율인 59.5%의 수소 혼소 발전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배출가스 내 CO2와 NOx를 획기적으로 저감했다는 점에서 친환경 수소 혼소 발전 상용화를 앞당길 유의미한 성과로 인정받고 있다.
한화는 59.5%의 혼소율로 발전하는 동안 LNG 전소(100%) 발전 대비 배출가스 내 CO2 저감율은 실증 목표의 최고 수준인 22%를 달성했고, NOx 배출량은 6ppm 이하로 저감했다. 국내 LNG 가스터빈 발전소의 대기오염물질(NOx) 배출허용기준 20ppm 대비 약 30% 수준을 별도 저감장치 없이 달성한 것이다.
송용선 한화파워시스템 수소사업부 상무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소 혼소 기술 연구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이러한 기술적 장벽을 넘어 실제 상업운전이 가능한 중대형 가스터빈에서 60%에 육박하는 수소 혼소 발전 실증에 성공한 것은 한화가 세계 최초”라며 “더욱이 중대형 가스터빈의 수소 혼소 발전에서 한화의 CO2 및 NOx의 배출량 저감 성과와 같이 친환경 발전 차원에서 유의미한 성공을 거둔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성과는 한화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 연소기 기술’과 ‘화염 제어 기술’에 기반한다.
NOx는 연소기 내 화염의 온도가 높아질수록 더 많이 배출되는데, 수소는 LNG보다 화염 온도가 높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한화는 별도의 저감장치 없이 연소 조건을 제어해 저공해 연소가 가능하도록 하는 연소기 기술을 개발해 배출가스 내 NOx를 6ppm 이하로 저감했다.
또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수소 혼소율을 올리는 동시에 안정적으로 발전 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화염 제어 기술이 필요하다. 수소는 LNG보다 7~8배나 빠른 속도로 연소되기에 연소기의 화염이 연료 공급장치로 역류해 손상을 입히는 ‘화염 역화(Flashback)’ 현상을 제어해야 한다.
한화의 이번 실증 성공은 국내 중소·중견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국산 기술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 좌초자산화에 임박한 LNG 발전설비를 재활용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한화는 지난 2021년 네덜란드 토마센 에너지와 미국 PSM사의 지분 100%를 인수해 수소 혼소 발전 관련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수소터빈 발전 상용화를 위해 서부발전과 함께 2021년 8월부터 충남 대산에서 수소 혼소 발전기술의 실증을 준비해왔다.
이번 실증 시험을 위해 한화는 서부발전의 평택1복합 발전설비(1994년 준공)에서 노후되어 운전 정지한 LNG 가스터빈을 한화임팩트 대산사업장으로 재배치했다.

또 가스터빈 원제작사에 대한 기술 의존 없이 한화의 독자적인 수소 연소기 기술을 더해 혼소 발전이 가능하도록 혼소 터빈으로 재생시켰다. 터빈을 구동하기 위한 보조기기들은 국내 기업들과 협력해 국산 기술로 구축했다. 운전을 위한 수소연료는 한화토탈과 어프로티움(구 덕양)으로부터 공급받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올해 4월 중대형(80MW급) 가스터빈의 수소 혼소율 59.5% 실증을 세계 최초로 성공해 수소 혼소 발전기술의 국산화를 실현했다. 이번 실증 성공은 산업부의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통한 수소발전 기술 조기 확보 전략의 성과이기도 하다.
수소 혼소 발전은 탄소중립으로의 속도감 있는 진행을 위해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국내 가동 중인 LNG 가스터빈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6,600만 톤(2021년 기준 추정)이다. 이 LNG 가스터빈을 모두 수소 50% 혼소 터빈으로 개조할 경우 LNG 발전부문에서 연간 약 1,600만 톤 이상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다. 이는 조정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중 전환(발전) 부문에서 감축해야 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약 1억2,000톤)의 13%에 해당한다.
한화는 독보적인 수소 혼소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8개 중소·중견기업과 협력해 상업운전 중인 서인천복합발전의 F급(150MW) 가스터빈에 수소 혼소(60~70% 이상) 연소가 가능한 기술개발과 실증을 위한 국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 설치된 가스터빈의 약 30%는 F급이며, 세계 가스터빈 시장에서도 약 40%를 차지한다. 가스터빈은 터빈 입구 온도에 따라 구분되는데 E급은 약 1,100~1,200℃, F급은 약 1,250~1,430℃ 수준이다. 발전용량으로 구분하면 60Hz 기준 E급(중대형)은 최대 120MW, F급(대형)은 최대 270MW이다.
송 상무는 “대산 실증사업으로 확보한 수소 혼소 기술 국산화에 더해 국책 사업을 통한 제작 국산화를 완성함으로써 수소경제 생태계의 성장에 따라 중소기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부품 사업을 확대해 업계 전체의 동반 성장을 추진하고자 하는 한화의 중장기 상생 경영 전략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화의 수소터빈기술과 터빈 수명연장 재생 기술을 동시에 적용하면 환경적 역할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송 상무는 “수명 연한이 도래해 좌초자산화의 위기에 놓인 LNG 가스터빈에 수명연장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고가의 고온 부품·로터의 수명을 20년 이상 연장하고 수소 혼소·전소 발전이 가능하도록 개조해 재생한다면 경제적 효과가 배가되어 대한민국 경제에 기여하는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는 수소 100%를 연료로 사용하는 무탄소 발전 기술개발을 위해 대산 실증 사이트에서 100% 전소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및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무탄소 발전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화는 이번 실증 사례를 바탕으로 수소터빈 발전의 단계적 적용과 함께 국내 탈탄소화 목표 달성과 수소경제 생태계 조기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각오다.
송 상무는 “지금까지 GE, 지멘스 등 해외 가스터빈 제조사들의 테스트베드(Test Bed)가 되어 왔고, 높은 기술 장벽으로 인해 원제조사의 의존도가 높았던 대한민국 발전산업이 앞으로는 자체적인 수소경제 생태계와 선도 기술을 기반으로 수소발전의 글로벌 리더로 발돋음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해외 수소 혼소 가스터빈 개조사업
실제 한화는 해외 수소 혼소 가스터빈 개조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한화임팩트의 자회사인 네덜란드 토마센 에너지는 지난 2022년 5월 유럽 최대 전력공급업체인 Uniper社(독일 뒤셀도르프 소재, 약 34GW 발전용량 보유)의 수소 혼소 가스터빈 개조사업을 수주했다. 이 사업은 네덜란드 로테르담 지역에 있는 123MW급 가스터빈 1기를 수소 혼소율 30%가 가능하도록 개조하는 사업으로, 상업가동 중인 가스터빈 발전기에 수소 혼소를 적용하는 세 번째 사례다.


첫 번째는 지난 2018년부터 상업가동 중인 네덜란드 남부지역 123MW급 가스터빈 1기에 수소 혼소율 30%를 적용한 사례이며, 두 번째는 지난 2021년 12월에 수주한 미국 뉴저지 지역 172MW급 가스터빈 1기에 수소혼소율 40%를 적용한 사례다. 모두 한화임팩트가 인수한 네덜란드 토마센 에너지와 미국 PSM社가 수행하고 있다.
Uniper社의 수소 혼소 가스터빈 개조사업에는 한화의 수소 혼소 기술과 질소산화물 저감기술 외에도 가스터빈 연료 다변화 기술도 적용되어 기존에 사용 중인 저열량 가스뿐만 아니라 고열량 가스도 사용할 수 있게 한다. Uniper社는 네덜란드 동북쪽 흐로닝언 가스전에서 공급하던 저열량 가스(10,000kcal/N㎥ 이하)를 연료로 사용해왔다. 올해 흐로닝언 가스전이 폐쇄됨에 따라 그 대체로 수입 고열량 가스를 사용할 예정이다.
한화는 연료 다변화 솔루션을 통해 수소를 포함한 다양한 천연가스 연료를 가스터빈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미국 뉴저지 수소 혼소 가스터빈 개조사업에서는 인근 정유공장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도 사용할 수 있게 하고,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3중 연료(Triple Fuel, 천연가스·부생가스·초저유황 디젤유) 기술도 적용했다.
부생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면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연료비를 현저히 낮출 수 있다. 허리케인 등으로 정전이 잦은 북미지역 특성을 고려해 액체연료도 사용할 수 있도록 맞춤 개조해 자연재해로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될 경우 저장이 쉬운 액체연료로도 발전이 가능하도록 했다.
송 상무는 “한화의 수소 혼소 기술은 노후화된 가스터빈 활용과 탄소배출 저감을 놓고 고민 중인 발전소에 최적의 기술”이라며 “특히 부생가스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유시설에도 추가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한화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옥헌 산업통상자원부 수소경제정책관은 ‘대산 수소 터빈발전 실증 기념식’에서 축사를 통해 “수소 혼합 연소 발전은 온실가스를 감축하면서 수소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정부는 수소·암모니아 발전 비중을 2030년 2.1%, 2036년 7.1%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향후 글로벌 수소발전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우리 기업이 수소터빈 시장을 선도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화는 그린수소 전주기 기술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한 태양광 기술,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생산한 수소를 암모니아로 변환하는 기술, 암모니아 운반 기술, 암모니아 하역·저장 설비 및 암모니아를 다시 수소로 변환하는 크래킹 기술, 그리고 최종적으로 수소를 소비할 수 있는 수소발전 기술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