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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수소경제 주목되는 기술·제품 54. 에스탱크엔지니어링의 ‘액화수소 저장탱크’

2023.07.02 15:31:35

SK 인천 액화수소 플랜트에 20톤급 저장탱크 2기 납품
구형 액화수소 탱크 제작기술 확보…함안공장에 ‘목업’ 설치
“액화질소 탱크보다 5배 높은 단열 성능 요구”
암모니아·액화이산화탄소 탱크 시장도 ‘대응 중’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올해는 ‘액화수소 원년’이다. 창원, 울산, 인천 등 3곳에서 연간 최대 4만 톤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가 준공되어 액체수소 생산이 시작된다. 


이 중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인천이다. SK E&S가 SK인천석유화학단지 내 4만3,000㎡(약 1만3,000평) 부지를 매입해 연간 최대 3만 톤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건설 중이다. 바로 이곳 현장에 육상용 액화수소 저장탱크를 납품한 국내 업체가 있다. 


“지난 5월 3일에 탱크 출하식을 했습니다. 약 300큐빅미터(㎥) 용량의 저장탱크 2기를 SK에코플랜트에 납품했죠. 국내에서 제작된 액화수소 저장탱크로는 최대 규모입니다. 미국 표준과 국내 KGS(한국가스안전공사) 안전기준에 맞춰서 제작을 완료했죠.”


에스탱크엔지니어링 박웅 기술연구소장의 말이다.
 
함안공장서 구형 탱크 실물모형 제작
SK엔지니어링에 20톤급 탱크 2기 납품
에스탱크엔지니어링 본사는 경남 창원에 있다. 창원국가산단에 있는 아파트형 공장인 SK테크노파크 안에 자리하고 있다. 


박웅 기술연구소장이 액화수소 탱크 출하식 사진을 보여준다. 가로로 된 원통형 압력용기에는 약 20톤의 액체수소가 들어간다. 수소는 영하 253℃의 극저온에서 액화가 된다. 진공보온병처럼 이중 탱크로 제작해 열전도를 최소화한 제품이다. 단열이 가장 중요한 만큼 내조 탱크에 다층단열(Multi Layer Insulation, MLI) 필름을 시공한 것이 특징이다.

 


“애초에 둥근 구형(Sphere) 용기 형태로도 검토되었지만, 국내 사정상 여러 가지 안전규정에 맞춰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횡형 압력용기로 변경이 됐어요. 현재는 용량이 클 경우 구형 용기 형태로 제작이 가능해졌죠. SK E&S가 충남 보령에서 추진하고 있는 GEP(그린에너지프로그램) 2단계 사업은 구형으로 입찰이 진행 중입니다.”


대용량의 액체수소를 저장하려면 구형(Sphere)의 이점이 크다. 일단 공간의 손실이 적고, 탱크의 크기를 키워 내·외조 탱크 사이 빈 공간에 보냉재를 채우는 방식으로 단열을 잡을 수 있다. 


“구형 탱크의 지름이 보통 20m가 넘어요. 아파트 10층 이상 높이라고 할 수 있죠. 무탄소 연료인 수소가 주목을 받으면서 액화수소 시장이 커질 거라고 예측을 했습니다. 저장용량이 가장 크면서 형태가 안정적인 구형 용기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3년 전부터 미리 준비를 했어요. 특허 확보를 앞둔 시점에 함안에 있는 공장에서 5분의 1 사이즈로 목업(Mock-up)을 제작했습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케네디 우주센터에 있는 액체수소 탱크, 일본이 2021년 초에 세계 최초로 완공한 고베의 액화수소 인수기지(Hytouch Kobe)에 들어선 액체수소 탱크도 모두 구형이다. 


“크기를 줄인 실물모형을 제작하면서 시행착오를 미리 겪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6개월 정도 작업 과정을 거쳤고, 2021년 말에 완성했어요. 지금도 함안공장에 설치가 되어 있죠.”


에스탱크엔지니어링은 목업 용기 제작기를 영상에 담아 유튜브에 공개하고 있다. 편평한 판재를 눌러 굽히는 프레싱으로 모양을 잡아가는 포밍(Forming) 작업을 거쳐, 형판(Template)을 대고 마킹한 뒤 가장자리 선을 따라 절단한 조각을 하나씩 용접으로 이어붙이며 모양을 잡아나간다.

 

 

500톤 이상 되는 구형 탱크는 워낙 크고 무거워 육상 이동이 어렵다. 그래서 현장 설치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용접을 마친 공 모양의 내조 탱크는 기압테스트, 헬륨테스트를 통해 기체누설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이후 진공단열을 위해 외조 탱크를 외부에 체결하는 조립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내·외조 탱크의 빈 공간을 채우는 보냉재로 글라스 마이크로스피어(Glass Microsphere)를 썼다. 속이 비어 있는 작은 ‘유리섬유 구슬’로 보면 된다. 


김민균 기술팀장은 “글라스 마이크로스피어가 액화질소 탱크 수준에서 쓰는 다공질의 펄라이트(Perlite) 단열재보다 가격이 다섯 배 이상 비싸다”라며 “액화수소 탱크에 특화된 글라스 마이크로스피어를 적용해서 최상의 단열 성능을 확보했다”고 한다.


“이중으로 된 대형탱크는 내·외조 사이의 거리만 1m 정도 됩니다. 이 공간에 보냉재를 채워서 진공단열을 잡게 되죠. 그에 반해 크기가 비교적 작은 탱크는 ‘멀티 레이어 인슐레이션(MLI)’을 적용합니다. 내조 탱크에 알루미늄박을 여러 겹 감아서 단열을 잡게 되죠. 이번에 SK에코플랜트에 납품한 300큐빅미터(㎥) 탱크가 MLI를 적용할 수 있는 최대치 사이즈라 할 수 있어요.”

 


천연가스는 영하 162℃에서, 질소는 영하 196℃에서 액화한다. 수소는 이보다 훨씬 낮은 영하 253℃에서 액체로 변한다. 


“수소는 질소보다 비중이 낮아서 열 배 정도 가벼워요. 액화 온도가 워낙 낮은 데다, 증발잠열도 낮아서 기화가 잘 일어나죠. 통상 액화질소 탱크보다 5배 높은 단열 성능이 요구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구형의 대용량 탱크는 보냉재도 좋은 걸 쓰고, 고진공 배기 작업에도 긴 시간이 걸리죠.”


수소는 액화하기도 어렵고, 액화상태를 유지하기도 힘들다. 액화천연가스(LNG)와 비교해서 10배 정도 증발이 잘 일어난다고 보면 된다. 같은 용량으로 비교하면 탱크 제작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다. 


탱크에 저장된 액체수소는 최대한 빨리 출하하는 게 좋다. 늦어도 5일 안에는 출하가 돼야 하기 때문에 수요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액화수소 생산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지자체, 민간기업과 손을 잡고 액체수소충전소를 기반으로 한 수소사업에 속도를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3년 전부터 기술개발
구형 액화수소 탱크 제작기술 확보

에스탱크엔지니어링은 육상용 저장탱크 전문기업이다. 지난 2001년 12월에 삼성중공업 탱크사업부문을 독점 승계하면서 분리되어 설립된 회사다. 삼성중공업 소속의 임직원이 창립 멤버로 참여해 김낙종 대표이사를 필두로 힘든 고비를 이겨내고 현재의 위치에 이르렀다. 


“2002년 2월 2일이 회사 창립일입니다. 작년 2월에 20주년을 맞았고, 삼성중공업 시절까지 더하면 근 40년간 저장탱크 시스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쌓아왔죠. 회사 내부적으로 액화수소 시장의 활성화를 예측해서 준비에 들어간 게 3년 전입니다. 2020년을 제2의 창업 원년으로 삼고 극저온 액체수소 탱크 개발에 나섰죠.”


에스탱크엔지니어링은 오일, 가스 저장탱크 사업을 기본으로 LNG 저장탱크와 터미널 사업을 진행해왔다. 특히 암모니아, 프로필렌, 에틸렌 등 저온 저장탱크 시스템에 대한 오랜 사업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저온탱크를 포함한 각종 저장탱크 설비, 배관설비와 주변장치(BOP)를 아우르는 오일·가스 플랜트 엔지니어링을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자재와 주요 기기의 구매, 제작과 설치, 시운전, 유지보수를 아우르는 설계·조달·시공(EPC) 역량을 갖추고 있다.


해외 실적도 많다.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등 세계 20여 개국에 진출해 EPC 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특히 국내 최초로 건설한 여천NCC의 초저온 에틸렌 저장탱크, CJ인터내셔널이 인도네시아에서 진행한 암모니아 저온 저장탱크와 시스템 공사, 효성의 초저온 에틸렌 탱크와 일괄수주로 진행한 시스템 공사, 국내 최초로 유럽에 수출한 초저온 프로판·에틸렌 탱크 등 다양한 이력을 자랑한다.


“인천 SK석유화학의 GEP 1단계 프로젝트에 대용량 액화수소 저장탱크를 납품한 국내 최초 기업이라는 타이틀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국내 대기업이 액화수소 플랜트 사업에 의욕적으로 도전하고 있고, 여기에 에스탱크엔지니어링이 액화수소 저장탱크 기술을 확보해서 참여하게 된 점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김낙종 대표의 관심은 수소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생산한 그린수소는 질소와 합성해서 암모니아로 저장해 유통할 확률이 높다. 또 수소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액화해서 저장하는 액화탄산 저장탱크의 수요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SK E&S가 후속으로 추진하고 있는 GEP-2 사업이 여기에 해당된다. SK E&S는 한국중부발전과 손을 잡고 보령LNG터미널 인근에 세계 최대 규모의 블루수소 생산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 기지의 연산 규모는 25만 톤으로, 기체수소 20만 톤은 파이프라인을 통해 인근 지역에 연료전지 등 수소발전용으로 공급하고, 5만 톤은 액화해서 전국의 수소충전소에 공급할 계획이다. 다만, 국내 수요를 감안해 플랜트의 전반적인 규모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액화수소 저장탱크 관련해서 특허 3개를 보유하고 있고, 추가로 특허 3개를 출원해둔 상태입니다. 이중 벽체 구조의 구형(Sphere) 탱크 기술은 미국, 일본 같은 몇몇 선진국만 보유하고 있어요. 기술이 아직 오픈이 안 돼 있기 때문에 우리 나름으로 구조 계산도 해보고 각종 해석 프로그램(Analysis Program)을 이용해서 분석도 해가면서 자중과 지진 하중을 견디면서 열전도도를 최소화한 지지체 구조를 개발했습니다.”


영하 253℃의 액체수소를 채우면 외부와의 온도차로 내조 탱크가 10cm가량 수축이 된다. 금속 지지구조장치는 이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에스탱크엔지니어링의 핵심 기술은 바로 이 구형 탱크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청정수소 시장 성장세
암모니아·액화이산화탄소 탱크 ‘주목’
액화수소는 수소의 저장과 운송에 큰 이점이 있다. 특히 파라수소가 99% 이상을 차지하는 액화수소는 폭발의 위험이 낮아 안전성 확보에도 유리하다. 


“액화수소를 만들 때 OPC(Ortho-Para Conversion)라고 해서 ‘오르토-파라 전환반응’을 미리 진행하는 걸로 알아요. 이렇게 변환된 파라수소는 오르토수소에 비해 매우 안정된 상태라 할 수 있죠. 여기에 BOG(Boil Off Gas) 증발가스를 처리하는 안전장치가 이중삼중으로 마련되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김민균 팀장은 “H2 수소분자가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고 한다. 원자핵의 회전 방향이 한 방향인 것을 오르토수소, 역방향인 것을 파라수소로 구분해 부른다. 표준 대기환경에서 기체수소는 오르토수소와 파라수소의 비율이 3대 1이다. 


수소분자는 한 방향으로 스핀운동을 하다 온도가 떨어지면 분자 하나가 역방향으로 도는 스핀운동을 하면서 열을 내 스스로 기화한다. 따라서 산화철 같은 자성체로 오르토수소를 파라수소로 전환하는 OPC 공정을 진행한 후 온도를 영하 253℃로 낮춰 액화를 진행해야 액체상태를 오래 유지하면서 에너지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파라수소에 맞춰 계산을 진행하고 안전에 대한 설계를 반영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SK 측 요청으로 탱크 내부에 차압식 레벨전송장치도 다수 설치했어요. 처음이다 보니 보수적으로 최대한 안전하게 갔다고 보시면 됩니다.”

 


액화수소 생산에 나선 기업은 SK E&S뿐만이 아니다. ‘하이창원’이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 부지에 연산 1,700톤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건설 중이고, 효성과 린데의 액화수소 생산 합작법인인 ‘린데수소에너지’가 효성화학 용연공장 부지에 연산 5,200톤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건설 중이다. 


그동안 ‘GM 쿨러’라는 극저온 냉동기를 통해 소량의 액화수소를 만들어 액체수소드론 등에 활용했을 뿐 상업용으로 대규모 액체수소를 유통한 적이 없다. CJ대한통운이 SK E&S와 ‘액화수소 운송을 위한 전용 탱크로리 운영 실증’을 진행하기로 한 만큼 올해를 기점으로 액화수소 시장이 크게 열릴 전망이다.


박웅 소장은 “해외에서 생산한 청정수소가 암모니아 형태로 수입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 시장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한다. 


“통상 2만 톤 규모로 탱크 입찰이 뜨는데, 최근 경향을 보면 3, 4만 톤으로 크게 나오고 있어요. 국내에서도 기존 화력발전에 암모니아 혼소 발전을 예정하고 있고, 선박 연료로도 암모니아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죠. 또 해외에서 들여온 암모니아를 분해해서 수소를 만들어 쓰는 방법이 있습니다. 대용량 암모니아 탱크나 플랜트 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시장 대응에는 큰 어려움이 없어요.”


에스탱크엔지니어링은 1㎥ 소용량부터 150,000㎥에 이르는 대용량까지 각종 저장탱크 제작이 가능하다. 저온저장탱크의 경우 이중 압력용기(Double Vessel Type), 이중 구형 용기(Double Wall Spherical Type), 평저형 용기(Flat Bottom Wall Type) 등 액체연료 저장탱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암모니아 탱크는 LNG 저장탱크와 마찬가지로 평저형 용기에 든다. 

 


“영하 50℃ 정도에서 액화되는 액화이산화탄소 탱크 시장도 성장 가능성이 높아요. 블루수소만 해도 천연가스를 개질할 때 나오는 CO2를 포집해서 저장해야 청정수소로 인정을 받습니다. 액화탄산 탱크도 1만 톤 정도 되는 대용량으로 가면 구형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에스탱크엔지니어링이 강점을 보유한 분야라 할 수 있죠.”


국내 액화수소 시장은 이제 막 걸음을 떼기 직전이다. 진공단열밸브나 액화수소펌프는 ‘억’ 소리가 날 정도로 비싸다. 기자재 가격이 비싼 건 시장의 수요가 한정돼 있고, 기술력을 갖춘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중국 등에서 상용급 액화수소 플랜트를 운영 중이지만, 그 수가 40여 곳에 불과할 정도로 한정적이다. 린데(독일), 에어리퀴드(프랑스), 에어프로덕츠(미국) 등 3대 메이저 산업용 가스기업이 기술을 선도하고 있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가 어렵다.


국내 기업들이 이 시장에 도전적으로 뛰어들었다. ‘파이’가 점점 커지고 있는 액화수소 시장에서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시점이 됐다. 에스탱크엔지니어링이 결과물을 눈앞에 내놓았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국내 기술로 만든 대용량의 ‘구형 액화수소 탱크’가 첫 선을 보일 경우 시장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성재경 기자 h2.inno@h2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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