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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for Net-Zero] 탄소중립을 목표로 새 도약 준비하는 수소경제

2023.07.02 15:32:02

수소사업 대표하는 70개 기업, 150부스 참가
연료전지‧수전해‧액화수소 등 수소산업 ‘현주소’ 확인
탄소중립 향한 수소의 역할…새로운 가능성 주목
기술력 갖춘 소부장 기업의 지속성장 노력 필요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국내를 대표하는 수소·연료전지산업 전문 전시회인 ‘H2WORLD 2023’이 6월 14일부터 16일까지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70개 기업, 150부스가 참가했으며, 수소경제포럼·공청회 같은 부대행사를 포함해 사흘 동안 많은 관람객이 현장을 찾았다.


H2WORLD는 수소산업 지식서비스 제공 플랫폼 기업인 ‘수소지식그룹’이 수소산업 확장을 위해 기획한 전시·포럼 행사다. 지난해 리뉴얼 과정에서 탄소중립 시대 수소의 역할을 반영한 ‘Step for Net-Zero(스텝 포 넷제로)’라는 슬로건을 확정했으며, 다양한 수소생산 기술을 7가지 색깔에 담아 물방울(CI)로 표현했다.


수소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전부문의 관계사가 이번 전시에 참가한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겉치레 없이 수소산업에 최적화된 기업의 참여로 실속 있게 행사를 치렀고, 수소경제포럼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연사 구성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국내 대기업의 참여가 저조했고, 해외 기업의 참가가 미흡한 점, 참가기업과 관람객의 네트워킹 활성화 프로그램이 부족한 점은 보완해야 될 숙제로 남았다. 


이번 전시를 취재하며 개인적으로 마음에 품었던 말이 있다. 


‘Back to Basics(백 투 베이직스)’. 사흘 내내 전시장을 돌며 마음에 새겼던 말이다. 2006년 8월에 출시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3집 앨범 제목으로 ‘기본으로 돌아가다’는 뜻을 담고 있다. 


리뉴얼을 거친 H2WORLD의 새 출발은 ‘기본에서 다시 출발’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연료전지, 수전해, 액화수소 등 관련 산업이 직면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그 안에서 새로운 도전과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연료전지 시스템

국내 수소경제는 연료전지 전문기업이 이끌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에스퓨얼셀은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를 주제로 한 부스를 선보였다. 정부는 내년 시행을 목표로 CHPS를 준비 중이다. 기존 RPS(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도)에서 수소발전을 분리해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수소발전의 특성에 맞는 지원체계를 따로 마련해 청정수소 사용을 촉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에스퓨얼셀은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생산한 그린수소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의 수요가 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미 울산테크노파크(300kW),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소(100kW)에서 수소로 실증운전을 진행한 전례가 있다. PEMFC(고분자전해질막 연료전지)는 전기효율 50%로 3분 이내 발전이 가능하다. 에스퓨얼셀은 CHPS를 앞두고 국내 최초로 순수소용 200kW 발전시스템을 출시할 예정이다.


수소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인 지지체, 촉매, 막전극접합체(MEA)를 일괄 연구·양산하는 능력을 갖춘 비나텍도 참여했다. 친환경 소형 가전기기에서 차세대 에너지저장장치로 손꼽는 슈퍼커패시터 제조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비나텍은 슈퍼커패시터에 이은 차세대 먹을거리로 수소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부품 양산을 위해 완주 테크노밸리 제2일반산업단지에 새 공장을 마련하고 고객사 요구에 맞춰 샘플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대규모 물량 수주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가고 있다. 탄소분리판 제조사인 에이스크리에이션을 인수해 탄소분리판 양산체계도 갖추고 있다.

 

범한퓨얼셀은 2019년 말 모기업인 범한산업의 수소연료전지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설립한 회사로 잠수함·건물용 연료전지 제조, 수소충전소 구축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코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했으며, 올 4월에는 저온 용기와 극저온 장비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차트인더스트리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액체수소충전소 구축에도 시동을 걸었다.


코렌스그룹의 자회사로 2021년에 출범한 케이퓨얼셀도 연료전지 시스템 전문회사로 시장의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공기압력조절밸브, 이온필터, 막가습기 등 BOP 양산에도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가브리엘의 D1 전기이륜차 모델에 1kW급 연료전지를 장착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제안했다. 수소저장에는 금속저장합금을 적용하게 된다. 또 30kW급 이상 연료전지 시스템은 주행거리 연장형 모빌리티 제품에 적용할 수 있으며, 100kW급 이상은 선박이나 대형 건설장비, 발전용 모듈에 적용할 수 있다. 그룹 계열사로 전기차 구동시스템인 드라이브 유닛과 그 부품인 모터, 인버터, 감속기 등을 생산하는 ‘코렌스EM’과의 시너지도 예상해볼 수 있다.  


PHC그룹의 투자를 받아 2021년에 설립된 블루에프씨도 참여했다. 코멤텍이 개발한 10kW급 건물용 연료전지에 스택을 공급하기도 했다. 흑연 계열의 탄소분리판을 적용한 20kW급 연료전지 시스템을 이번 전시회에 공개했다. 지난 3월 도쿄 ‘FC 엑스포’에서 공개한 것과 동일한 제품이다.

 


PEMFC 기술은 발전용과 모빌리티용에 두루 사용된다. 건물용 연료전지 업계 1위인 에스퓨얼셀이 2년 전에 에스모빌리티를 세우고 지게차, 드론, 소형 발전기 시장에 맞춘 모듈형 연료전지 파워팩인 에코하이너(EcoHyner) 시리즈를 선보인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현재 수소모빌리티 시장에는 양극화가 존재한다. 현대차가 주도하는 수소전기차 시장의 확대가 더딘 상황에서 PEMFC 업계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소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관련 제도를 갖추는 데 긴 시간이 걸리면서 수소모빌리티 분야의 성장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당장은 전기차에 ‘올인’하고 있다. 다만 전기차 시장에서 큰 성과를 낸 중국시장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전기차 후속으로 (상용급) 수소전기차 기술개발과 양산에 힘을 쏟고 있다. 이번 H2WORLD에서 부대행사로 진행된 ‘한중 비즈매칭’(6월 15일)에 중국의 산업시찰단이 다녀갔다. 여기에는 국가신에너지자동차기술혁신센터, 중국전기차백인회, 국제수소에너지연료전지협회(IHFCA)도 이름을 올렸다. 작년 7월 중국 베이징에 설립된 IHFCA의 경우 중국자동차공정학회, 시노펙그룹, 상하이자동차그룹, 도요타, 현대차 등이 속해 있다. 

 


다만 중국시장 진출도 녹록치 않다. 중국은 일찌감치 발라드파워시스템즈, 유닐리아 같은 캐나다 연료전지 기술과 도요타의 스택 기술을 도입해 양산체계를 갖췄다. 시장 자체가 워낙 크고, 국내처럼 대기업 한 곳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연료전지 시스템의 활용처가 비교적 다양하지만, 그만큼 많은 업체들이 자국에서 경쟁하고 있고, 소재나 인건비 등에서 경쟁력도 높은 편이다.


“현실적으로 국내에 살아 있는 시장은 건물용 연료전지밖에 없다. 그래서 다들 건물용에 집중하면서 버티는 전략으로 가고 있다. 중국시장 같은 경우 모빌리티보다 발전용 쪽이 더 진출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소재, 부품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것이 연료전지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청정건축물연료전지협의회가 주최한 연료전지포럼에서 코멤텍의 김성철 대표가 한 말도 기억에 남는다. 그는 미래 에너지 시장을 위해 정부가 투자하는 R&D 사업에 샘플만 내고 양산은 하지 않는 기업을 두고 쓴소리를 했다. “샘플을 내고 정부지원금만 받아가거나, 실제로 양산 능력은 없는데 납품 단가만 내려놓고 빠지는 행태가 실제로 사업을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힘들다”고 토로했다. 


결국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자정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부품을 공용화하고 모듈화해서 실력 있는 업체가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정부도 수소모빌리티 분야의 지원을 다변화해야 한다. 그래야 연료전지 업계가 공생하면서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다. 

 

 

가드넥의 PTL·PTFE 

가드넥은 현대차 넥쏘 스택용 서브개스킷 공급업체로, 수소연료전지의 핵심 소재인 초박막 기체확산층(GDL) 개발에 2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GDL의 경우 탄소종이를 잘라서 만드는 방식이 아닌, 나노섬유를 방사한 후 고온 열처리를 통해 얇은 박막 형태로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가드넥은 이번 전시회에 수전해용 다공성 확산층인 PTL(Porous Transport Layer)을 새롭게 선보였다. 개발 중인 제품은 두 가지다. 탄소섬유 지지체에 니켈을 코팅한 AEM(음이온교환막)용 PTL, 탄소섬유에 티타늄을 코팅한 PEM용 PTL이 여기에 든다. 둘 다 수전해 시 산소가 발생하는 애노드 쪽에 들어간다. AEM용 확산층은 한국재료연구원과, PEM용 확산층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협력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ePTFE 강화분리막이 아닌 나노섬유 방사 방식을 적용한 PTFE 분리막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고분자 소재를 중합·분산하는 방식을 새롭게 개발해 적용했다. 공정상 PTFE를 당겨서 늘리는 연신 과정을 없애 생산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고 한다. 


통상 PTFE에 이오노머를 함침시켜 PEM용 분리막을 만든다. 연료전지, 수전해 분야에 두루 쓰임이 있지만, 나노섬유를 방사한 PTFE의 경우 대면적화가 어려운 단점을 극복해야 한다. 
 

 


수소충전

수소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충전소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바로 이 수소충전소에 꼭 필요한 제품이 바로 ‘H2 Chiller(칠러)’라 불리는 냉각기다. 2020년 하반기에 ‘수소충전소 냉각기=삼정이엔씨’라는 공식이 생길 정도로 삼정이엔씨는 국내 냉각기 시장에서 독보적인 업체로 성장했다. 


수랭식 냉각기의 경우 국내 수소충전소 150여 곳에 납품되어 상업운전 중이다. 수소충전소에는 통상 메인칠러와 서브칠러 2대가 한 세트로 설치된다. 서브칠러는 수소압축기와 붙고, 메인칠러는 디스펜서(충전기)에 붙는다. 


삼정이엔씨는 시장의 변화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공랭식(통합형, 일체형) 제품을 새롭게 출시했다. 공랭식은 배관 공사가 필요 없고, 배관에 부동액을 주입하거나 청관제를 쓸 일이 없어 제품 설치나 정비에 이점이 있다.

 


이번 전시에서 눈길을 끈 것은 디스펜서 패널이다. 디스펜서에 들어가는 장비와 부품을 한눈에 보기 쉽게 도면처럼 펼쳐서 배치했다. 질량유량계, 컨트롤밸브, 열교환기 등이 눈에 든다. 삼정이엔씨 수소사업부 이성복 전무는 “교육용으로 이번에 새로 제작했다”며 “제아이엔지와 손을 잡고 수소충전소용 디스펜서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삼정이엔씨는 디스펜서용 ‘쉘앤튜브(Shell & Tube)’형 열교환기를 새로 개발하고 있다. 원통형 쉘 안에 미세한 관(튜브) 다발이 들어가는데, 이 관이 막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삼정이엔씨는 한국기계연구원과 손을 잡고 굵은 관을 설치한 쉘앤튜브형 수소 열교환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삼정이엔씨의 김승섭 대표는 아이디어맨이다. 수소충전 시 충전건이 충전구에 얼어붙는 결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히팅파이프 안으로 열매체를 순환시켜 해동하는 방식으로 충전건을 바로 탈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해 2년 전에 특허출원을 마쳤다. 이를 응용한 아이싱방지장치가 새 디스펜서에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삼정이엔씨는 액화수소 유통에 대비해 액화수소 스키드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영하 253℃에 이르는 액화수소의 냉열(기화열)을 수소충전에 활용하는 친환경 방식이다. 


강선적층(Wire-winding) 공법을 적용한 타입1 수소저장용기를 개발한 에너진도 이번에 참여했다. 100Mpa, 1,000L 이상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대형저장용기를 세로로 쌓아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금속라이너 외부에 강선을 감아 압력용기가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내부의 피로 균열을 방지하는 프리스트레스트(Pre-stressed) 구조로 제작해 크랙 발생을 원천 차단했다. 


에너진은 바로 이 타입1 수소저장용기로 작년 8월 가스안전공사(KGS)와 미국 ASME 인증을 완료했다. 또 지난 5월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의 10만 회 반복시험을 통과했고, 산업부의 신기술(NET) 인증도 받았다. 에너진은 내년을 목표로 원통형 금속 벨로우즈가 들어간 혁신적인 구동 방식의 수소압축기도 개발 중이다. 


에너진은 디스펜서 충전 시 수소예냉을 위한 인쇄회로기판형 열교환기(PCHE)도 출시했다. 유체가 흐르는 채널(유로)을 에칭한 합금판을 적층하고 고온·고압을 가해 한 덩어리로 만드는 확산접합 기술을 적용했다.


에너진의 이영철 연구소장은 “수소취성 평가용 저속변형률 인장시험기도 새롭게 개발했다”고 말했다. KGS AC111 코드에 포함된 수소취성, 즉 수소원자의 침입으로 금속이 연성을 잃고 균열이 가는 정도를 알아보는 SSRT(Slow Strain Rate Test) 장비다. 

 


그는 “가스안전공사의 내수소취성 성능평가에 꼭 필요한 장비로 베셀과 시험 챔버로 구성되어 있다. 영하 54℃의 저온을 유지한 고압수소(100MPa) 환경에서 시험이 가능하다. 이번 전시에는 실물 대신 사진으로 먼저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의 녹산산단에 있는 동화엔텍도 디스펜서에 들어가는 인쇄회로기판형 열교환기(PCHE)를 생산한다. 동화엔텍은 지난 3월에 새로 설립한 동화하이텍과 함께 참여했다. 


동화엔텍은 선박, 발전·플랜트 분야의 열교환기 전문업체다. LNG 액화, 기화용 열교환기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수소사업에도 진출해 수소충전소용 디스펜서에 들어가는 PCHE 프리쿨러(수소예냉기)를 양산하고 있다. 작년 5월에 100호기 출하 기념식을 열기도 했다. 


동화엔텍은 수소사업 본격 진출을 위해 친환경 유체기기 사업을 전담할 동화하이텍을 설립했다. 동화하이텍은 유압핸들링 기술을 기반으로 수소 분야 고압압축기와 펌프 사업에 진출한다. 고효율 아이오닉(Ionic) 유압 압축장치를 적용한 수소압축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동화하이텍의 류광현 대표는 “질소를 넣어 900bar로 압축하는 반복시험을 1만 회 이상 완료했다”며 “아이오닉 압축기는 기존 왕복동 피스톤 압축기와 달리 습식 환경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실링을 교체하지 않아도 되는, 내구성에 이점이 큰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로우카본의 DACCS 시스템 

로우카본은 탄소포집을 통한 광물자원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KLC 촉매의 경우 물과 혼합해 CO2 포집설비에 넣으면 탄소포집과 동시에 탄산나트륨(Na2CO3)으로 전환이 된다. 용액 상태의 탄산나트륨은 콘크리트에 섞어 영구격리하는 방식으로 테트라포트, 보도블록 등을 제작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로우카본은 또 직접공기포집(DAC) 기술을 적용한 Zero C를 개발해 현장에서 운영하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나 버스정류장 등에 설치할 수 있으며,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넣은 제품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로우카본은 이 설비를 ‘대기 중 이산화탄소 직접포집 및 격리’ 솔루션, 즉 DACCS(Direct Air Carbon Capture Sequestration) 시스템으로 명명하고 있다.


CCUS를 기반으로 한 ‘기후테크 기업’을 표방하는 로우카본은 최근 미 플로리다주 멀버리 카운티에서 청정수소 생산공장 기공식을 열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연계한 플로리다 청정수소 허브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대규모 DACCS 시스템 공급·설치·운영을 위한 시범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수전해

플라즈마 표면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알칼라인 수전해 사업을 벌이고 있는 라이트브릿지가 이번 전시회에 ‘H 브릿지’ 시제품을 최초로 공개했다. ‘H 브릿지’는 그린수소 생산·충전이 가능한 라이트브릿지의 수소 스테이션 브랜드로 네팔에 납품될 예정이다.


이날 현장에는 네팔 컨시어스에너지(Conscious Energy) 관계자가 방문해 ‘네팔 그린수소 연구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진행했다. 컨시어스에너지는 네팔 카트만두공대 그린하이드로젠 연구소의 스핀오프 회사로, 네팔의 수력에너지로 생산한 그린수소를 포함한 연구 기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라이트브릿지의 김종훈 대표는 “1차 시제품으로 나온 ‘H 브릿지’를 네팔로 보내 수력 전기로 생산한 그린수소를 넥쏘 차량에 충전하게 된다. 네팔에서 후속 사업으로 ‘템포’라 부르는 삼륜택시 400대를 전기배터리, 수소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개조하는 일을 진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템포는 태국에서 ‘툭툭’이라 부르는 대표적인 현지 교통수단이다. 수소저장합금 방식을 적용해 카트리지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차량을 운영하게 되며, 현지 제작사가 배터리, 연료전지 조합으로 삼륜택시를 제작할 예정이다. 


전시장에 공개된 연구용 시제품에는 5kW급 알칼라인 스택, 드라이어, 버퍼탱크, 부스터 압축기 등이 탑재돼 있다. 24시간 운전 시 하루 2kg의 수소생산이 가능하다. 수소충전은 부스터 압축기를 활용한 다이렉트 필링(Direct Filling) 방식을 적용했다. 고압용기에 수소를 저장했다 충전하는 차압 방식이 아니라, 압축기로 넥쏘 탱크에 수소를 바로 밀어 넣는 ‘직접 충전’ 방식이라 충전에 긴 시간이 걸린다.


김종훈 대표는 “말 그대로 연구용 시제품이다. 9월 중순에 네팔 카트만두대에서 넥쏘 차량에 충전해서 운행하는 시연회가 열릴 예정이다. 네팔 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참석하기로 예정돼 있고, 네팔 정부에서 청정에너지 전환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사업이라 관심이 크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라이트브릿지는 10kW 스택 5개로 구성된 ‘H2 브릿지’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루에 12kg까지 수소를 생산하며, 700bar 충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H2 브릿지는 수소, EV 전기충전과 듀얼로 구성할 수 있으며, 이 경우 50kWh 급속충전을 제공한다.


바로 옆 부스에는 넥슨스타가 자리했다. PEM 수전해 장비 개발사로 셀 10장을 스태킹한 5Nm3 스택을 전시했다. 국내 PEM 스택 제조사인 엘켐텍, 웨스피와 달리 사각형 스택을 채택하고 있다. 넥슨스타는 내년 말 양산을 목표로 셀 200장을 적층한 500kW급 제품을 개발 중이며, 이를 병렬로 연결해 메가와트(MW)급으로 용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넥슨스타의 박환진 이사는 “기존 PEM 수전해 설비는 수소생산에 초순수를 사용해서 정수시설을 필수로 갖춰야 한다. 이와 달리 넥슨스타의 스택 기술은 초순수 정수시설이 필요 없는, 역삼투압(Reverse Osmosis) 방식을 적용한 RO수를 쓰기 때문에 수소생산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또 스택 셀별로 전기적 신호를 측정·관리할 수 있는 특허기술을 적용해 불량 셀의 확인과 교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넥슨스타는 자사의 수소생산 기술과 케이퓨얼셀의 연료전지 기술을 연계해 24시간 발전, 비상전원 안정 공급을 위한 서비스를 개발할 방침이다. 말레이시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 거래선도 확보해두고 있다. 


지필로스도 P2G를 적용한 그린수소 생산에서 빠지지 않는 기업이다. 지필로스는 이번 전시회에 재생에너지의 변동성 제어, 계통보상 알고리즘을 갖춘 ‘고효율 전력변환시스템’, 수전해 스택의 성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수전해 안전성능 평가시스템’을 선보였다. 


지필로스는 알칼라인 수전해 스택을 적용한 100kW급 모듈화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여기에는 라이트브릿지의 10kW급 스택이 병렬로 들어간다. 또 웨스피의 100kW급 PEM 스택을 적용한 수전해 시스템도 별도로 테스트 중이다. 


지필로스 글로벌사업본부 구정웅 이사는 “세계적으로 수소가 탄소중립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그린수소의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밸류체인 전반의 산업 인프라 구축이 매우 중요해졌다. 지필로스는 대용량 그린수소 P2G시스템의 설계·시공·운영 솔루션에 이르는 통합제어시스템 구축 기술을 한층 안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암모니아와 액화수소

SK에코플랜트 부스에는 수소기체, 액화수소, 암모니아의 수소저장성을 비교한 모형 차량이 전시됐다. 암모니아는 부피 대비 수소저장용량이 약 120kgH2/m3로, 같은 무게 비율을 갖는 액화수소의 수소저장밀도(60kgH2/m3)보다 두 배가량 높다.


암모니아를 수소운반체로 활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암모니아는 끓는점이 영하 33℃로 액화에 필요한 에너지가 낮고, 액화(25℃, 8bar)가 용이해 저압 압력용기에 저장이 가능하다. 상변화 특성이 LPG와 유사해 기존의 저장·운송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것도 큰 이점이다. 

 

 

향후 해외 청정수소 수입의 경우 암모니아 운송이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이에 따라 암모니아의 저장성을 살려 수소를 분해해서 현장에서 활용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질소산화물 저감설비, 산업용 스프레이 노즐 같은 환경 엔지니어링 사업을 하는 금강씨엔티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기술이전을 받아 ‘팔라듐 분리막을 적용한 암모니아 분해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긴 막대 모양의 튜브형 금속지지체에 팔라듐을 코팅한 분리막 기술과 비드촉매를 적용해 반응기 내에서 암모니아를 수소와 질소로 분리해낸다. 


금강씨엔티는 오는 9월 동해 북평산단에 동해지사를 세우고 수소에너지 사업부를 이전할 계획이다. 현재 암모니아로 하루에 수소 10kg을 생산할 수 있는 시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기술 테스트가 완료되는 대로 하반기에 공개할 예정이다. 


하이리움산업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액화수소 생산·저장·이송·안전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회사다. 이번 전시회에는 액체수소드론과 지상관제차량을 선보였다. 액체수소드론은 4~5시간 체공이 가능해 군사용, 농업용, 산업용으로 장시간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하이리움산업은 지난해 글로벌 액화수소 선도기업인 차트인더스트리스와 합작법인인 ‘하이리움차트(Hylium-Chart)’를 출범하고 평택에 새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은 액체수소 운송용 탱크트레일러의 국내 생산과 공급을 맡게 된다. 


창원국가산업단지 1호 입주기업이기도 한 피케이밸브앤엔지니어링(이하 ‘피케이밸브’)은 액화수소용 밸브 2종을 선보였다. 피케이밸브는 전시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6월 13일에 창원공장에서 국내 최초로 액화수소밸브에 대한 검증 시연회를 열었다. 

 

김상민 피케이밸브 기술연구소장은 “자체 개발한 ‘액화수소용 밸브시험기’로 영하 253℃에서 액추에이터가 달린 2인치 긴급차단밸브의 작동 시험, 외부 누설 시험 및 내부 시트 누설을 시험하는 공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이번 시연회에는 한국가스안전공사를 비롯해 현대로템, SK에코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 에스탱크엔지니어링, 범한산업 등 국내 수소 관련 11개 업체에서 25명의 전문가가 참석했다.


피케이밸브의 액화수소용 밸브시험기는 액화헬륨을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냉장고처럼 헬륨 냉매를 돌려서 냉각하는 방식이다. 액화수소밸브 검사뿐 아니라 기화된 수소를 재액화하거나, 소량의 액화수소를 생산하는 극저온 냉동기로도 응용이 가능해 보인다.


김상민 소장은 “2년의 연구 끝에 개발을 완료했다. 설비 투자에 초기비용이 많이 들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운영 면에 큰 이점이 있다. 현재까지 고안된 방식 중에서는 영하 253℃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테스트가 가능한 유일한 방법”이라며 “액화수소용 긴급차단밸브의 경우 화재나 누설 등 긴급 상황에서 스프링의 기계적인 힘만으로 밸브가 자동으로 닫혀야 하는 매우 중요한 안전밸브로 KGS 인증을 필히 받아야 하기 때문에 검사 부분에 대한 연구를 함께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액화수소가 국내에 유통되면 국내 수소산업에 또 한 번 큰 변화가 일 전망이다. 국내 대기업이 액화수소플랜트 시장에 뛰어들었고, 중소·중견 기업은 액화수소저장탱크, 액화수소밸브, 액화수소펌프 개발에 나섰다. CJ대한통운도 SK E&S와 손을 잡고 액화수소 운송사업을 준비 중이다. CJ대한통운은 수소 생산·공급 업계 1위인 어프로티움, 국내 수소충전소 1위 운영업체인 하이넷과 ‘모빌리티 수소사업 협력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기체수소 중심으로 돌아가던 국내 수소시장에서 액화수소가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또 암모니아와 메탄올 등 수소와 연관성이 높은 연료 시장의 다변화에 대응하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AT의 EPRO Si+ 

홍콩에 기반을 둔 EAT(EPRO Advanced Technology)에서 개발한 ‘EPRO Si+’가 큰 관심을 끌었다. Si+는 물과 반응해 수소를 생성하는 ‘나노 다공성 실리콘’ 파우더를 의미한다. 자세히 보면 흑연가루를 뭉쳐놓은 것 같다.

 


EPRO Si+의 활용법은 간단하다. 물에 용해하는 것만으로 수소가 발생하며(Si+2H2O→SiO2+2H2), 물과 반응하고 남은 이산화규소(SiO2)를 수산화나트륨과 반응시켜 물과 규산나트륨의 형태로 회수(SiO2+NaOH→NaSiO3+H2O)하게 된다. 규산나트륨은 타일이나 석재의 재료로 활용된다.


이 기술을 보유한 EAT의 알버트 라우 CEO는 “Si+는 수소의 저장·운송 수단으로 기능한다. Si+로 운반할 경우 20피트 컨테이너에 고체상태로 수소 약 20톤을 운송할 수 있다”며 “수소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매우 간단한 방식으로 수소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장에서 Si+ 수소발생기에서 나온 수소로 연료전지를 구동하는 시연이 진행됐다. 상압, 상온의 환경에서 어떤 에너지 소모도 없이 화학반응이 이뤄진다. 매우 안전한 기술로 탄소배출에 대한 우려도 없다.


국내에서는 판에코텍(Pan EcoTech)이 라이선스를 맺고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폐기된 태양광 패널을 실리콘 소재로 활용해 Si+를 생산하기 때문에 환경 측면에 이점이 큰 기술이다. 

 

성재경 기자 h2.inno@h2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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